판시사항
[1]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이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 권한에 대하여 기속력을 가지는지 여부(소극)
[2]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규정된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문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인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하여 특정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해석에 한하여 위헌임을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구하고 법률이나 법률조항은 그 문언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효력을 상실하지 않고 존속하게 되므로, 이러한 한정위헌결정은 유효하게 존속하는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법률해석이라고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구체적 분쟁사건의 재판에 즈음하여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며,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당해 법률을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에 대하여 기속력을 가질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법에서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하도록 하고(제45조), 법률의 위헌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면서(제47조 제1항)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7조 제2항),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위헌결정은 기속력이 있지만, 한정위헌결정과 같은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형태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기속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2]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로서 규정하고 있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라 함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는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 그 주문에서 법률조항의 해석기준을 제시함에 그치는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에 대하여 기속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소송사건이 확정된 후 그와 관련된 헌법소원에서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위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01조 , 제103조 , 헌법재판소법 제45조 , 제47조 제1항 , 제2항 , 제68조 제1항 , 제75조 제1항 [2]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 , 제7항
원고,재심원고
리젠트화재보험 주식회사 (변경전 상호 : 해동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재방)
피고,재심피고
대한민국
재심대상판결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741 판결
주문
재심청구를 기각한다. 재심소송비용은 원고(재심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재심청구이유를 본다.
1. 사실관계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재심대상 소송사건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인 때에 그 사건에서 적용 여부가 문제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위헌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그 신청이 기각되자, 1993. 6. 9. 제68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 후 재심대상 소송사건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이 같은 해 12월 1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92나14214)하고, 이어 대법원도 1994. 5. 27.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군인·군무원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전사·순직 또는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와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는 자가 그 배상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전제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함으로써 그 소송사건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원고가 제기한 93헌바21 헌법소원사건에서 1994. 12. 29.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중 "군인…이…직무집행과 관련하여…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 또는 그 유족이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부분은 일반 국민이 직무집행 중인 군인과의 공동불법행위로 직무집행 중인 다른 군인에게 공상을 입혀 그 피해자에게 공동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한 다음 공동불법행위자인 군인의 부담 부분에 관하여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는 재심대상판결의 선고에 의하여 그 소송사건이 확정된 후 헌법재판소가 원고의 헌법소원을 인용하여 위헌결정인 이 사건 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8조 제2항 , 제75조 제7항 에 의하면, 재판의 당사자가 그 재판에 전제가 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라 함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는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를 말한다 .
그런데 이 사건 결정과 같이, 그 주문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인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하여 특정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해석에 한하여 위헌임을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한정위헌결정은 기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
첫째, 한정위헌결정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구하고 법률이나 법률조항은 그 문언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효력을 상실하지 않고 존속하게 되므로, 이러한 한정위헌결정은 유효하게 존속하는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법률해석이라고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당해 법률을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에 대하여 기속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참조).
즉,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하도록 하고(제45조), 법률의 위헌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면서(제47조 제1항)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7조 제2항),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위헌결정은 기속력이 있지만, 한정위헌결정과 같은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형태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기속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 또한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면서(제68조 제1항), 그 당연한 귀결로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할 경우의 심판내용 및 후속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바, 이 점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경우 사건을 법원에 환송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와는 제도상 현격한 차이가 있다.
참고로, 독일의 헌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법원과는 별도의 헌법기관이 아니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 중의 최고법원으로 되어 있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한정위헌결정이라도 그에 기속력을 부여하거나 하급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하여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아니한다.
반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고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서로 독립적이고 동등한 헌법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그 헌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하여만 기속력을 부여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스스로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그 문언을 그대로 둔 채 합헌적 해석에 의하여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그 주문에서 법률조항의 해석기준을 제시함에 그치는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전속되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에 대하여 기속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헌법소원과 관련된 당해 소송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그 소송사건이 확정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건 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서 규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
3. 결 론
결국, 이 사건 재심청구는 원고가 주장하는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기각하고, 재심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