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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5066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낮은 곳의 토지 소유자가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아 높은 곳으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은 경우, 민법 제221조 제1항 에 따른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적극)

[2] 법원의 석명권 행사의 한계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태호)

원고, 피상고인

원고 2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훈)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석왕기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1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자연히 흘러오는 물’이라 함은 인공에 의하여 지상에 떨어지거나 지상으로 분출되는 물이 아닌 우수도 여기에 포함되고, 낮은 곳의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성토하여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종전에 높은 곳으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게 되었다면, 이는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1488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성토공사 전에는 삼대리 일대에 내린 강우가 낙동강으로 자연배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이 침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삼대리 일대의 최대 담수량이 368,000㎥이고, 토양의 상태가 보통일 때를 기준으로 하면 삼대리 일대에 352㎜ 이상의 강우가 내릴 때 위 최대 담수량에 이르게 되었으나, 성토공사 후에는 대부분의 저지대가 메워져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이 침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 담수량이 67,000㎥로 줄어들어 보통의 토양일 때를 기준으로 할 때 삼대리 일대에 불과 172㎜ 이상의 강우가 내리면 위 최대 담수량에 이르게 된 점, 이 사건 성토공사 전에는 삼대리 부근의 고령교지점에서 측정한 수위가 1998. 8. 10.96m, 같은 해 9. 10.63m, 1999. 9. 11.03m이고, 2000. 9. 15. 태풍 ‘사오마이’ 내습시 최고수위가 10.8m이었음에도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이 한 번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2003. 9. 13. 태풍 ‘매미’ 내습시에는 최고수위는 불과 7.64m이고, 2003. 9. 11. 20:00경부터 2003. 9. 13. 00:00경까지 누적강우량이 179㎜ 정도였음에도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 모두가 침수 피해를 입게 된 점, 2002. 8. 8. ~ 8. 11.까지 삼대리 일대 누적강우량이 354.0㎜일 때도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태풍 ‘루사’ 내습 당시에는 2002. 8. 31. ~ 9. 3.까지 누적강우량이 332.0㎜로서 위 누적강우량보다 더 적었음에도 침수 피해를 입게 된 점, 태풍 ‘루사’ 내습 당시 낙동강 최고수위는 11.22m로서 1999. 9. 최고수위인 11.03m보다 크게 높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이 태풍 ‘루사’ 및 ‘매미’ 내습 당시 침수 피해를 입게 된 것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가 침수 피해를 방지할 만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성토공사를 하여 이 사건 사업부지 등의 지반고를 높임으로써 원고들의 토지 및 공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게 된 것이 위와 같은 침수 피해를 입게 된 원인이 되었으며 이는 민법 제221조 제1항 에 따른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원인에 대한 채증법칙 위배, 불가항력에 의한 자연재해 및 손해배상의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고 1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인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다카2130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5761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감정인 소외인의 손해감정 결과에 터 잡아 이 사건 침수 피해로 공장 내부에 있던 기계류 및 물품 손해액 228,675,900원 등을 합한 375,676,690원 상당의 재산적 손해를 입었다는 위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감정인이 작성한 감정서에서도 감정 결과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기계류와 관련된 증빙서류가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고 공장 내부의 기계류가 부식되어 그 제작년도 및 구입가격 등을 전혀 알 수 없어 구입가격과 감가상각을 고려한 기계류의 가치를 산출할 수가 없는 점, 그로 인하여 위 감정서에서 상당수의 기계류에 대하여 손해로 인정하고 있는 수리비가 기계류의 가치와 비교하여 적정한 손해인지를 알 수가 없는 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원고가 침수 피해를 입은 후 고령군에 신고한 피해액수와 위 감정서상의 피해액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위 감정 결과에 의하여 위 원고가 입은 기계류 및 물품 등의 손해액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다만 갑 제13호증의 2의 기재, 원심법원의 2002. 11. 13.자 고령군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위 원고는 2002. 9. 4. 태풍 ‘루사’로 인하여 완제품 손해 20,000,000원, 모터수리비 5,500,000원 등을 포함하여 합계 35,150,000원, 2003. 9. 13. 태풍 ‘매미’로 인하여 가마 등의 기계설비류 손해 27,000,000원, 세면대 등의 제품 손해 25,800,000원을 포함한 합계 60,300,000원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고령군에 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다 감정인 소외인의 손해감정 결과에 따르면 위 원고가 태풍 ‘루사’ 및 ‘매미’로 기계류 및 물품에 대한 침수 피해를 상당히 입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는 태풍 ‘루사’와 ‘매미’ 내습 당시 적어도 고령군에 신고한 금액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원고의 침수피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위 손해감정 결과를 배척하고 위 고령군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와 위 갑 제13호증의 2의 기재 내용을 믿은 원심의 채증과정 및 사실인정은 논리나 경험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위 갑 제13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위 원고는 2003. 9. 13. 태풍 ‘매미’로 인하여 세면대 등 제품손해 2억 5,800만 원, 가마 등 기계설비류 2억 7,000만 원 등 합계 6억 300만 원(원심이 이를 60,300,000원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착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의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고령군에 신고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위 갑 제13호증의 2는 위 원고가 중소기업청 대출용으로 작성하여 신고한 것으로서 그 피해액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없고 원자재 등의 피해 내용이 품목, 수량 및 단가 등으로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피해금액이 100만 원 단위로 절사되어 합계 6억 300만 원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객관적으로 산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신고내역 역시 그 피해액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반면, 위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서에는 2000. 9., 2002년 및 2003년의 위 원고 공장의 침수피해로 인한 기계류, 원자재 등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기계류와 관련된 증빙서류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고 공장 내부의 기계류가 부식되어 그 제작년도 및 구입가격 등을 전혀 알 수 없어 구입가격과 감가상각을 고려한 기계류의 가치를 산출할 수가 없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도자기공업협동조합에 의뢰하여 그 직원과 전문가가 공장을 2회 방문확인한 후 공장내부 물품 중 감정가능한 물품만 감정하여 영업손실 및 비용손실을 제외한 기계류 등의 손해액을 228,675,900원으로 산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이 태풍 ‘매미’로 인한 위 원고의 기계류 등 침수피해를 산정함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위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서를 고령군에 신고한 피해액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 등만으로 배척하고, 위 원고가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작성하여 고령군에 신고한 위 피해내역들을 손해액 산정의 증거로 삼아 위 태풍 ‘루사’로 인한 손해신고액 35,150,000원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있는 위 태풍 ‘매미’로 인한 위 풍수해피해사실확인원상의 손해신고액 6억 300만 원을 채택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그 금액을 60,300,000원으로 보아 이를 기초로 위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사실인정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위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피고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전제에 선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 1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입증촉구에 관한 법원의 석명권은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무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다툼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입증이 없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심증을 얻을 때까지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감정인 소외인의 손해감정 결과에 터 잡아 이 사건 침수 피해로 2000. 9.경부터 2006. 12.경까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영업손실액 109,000,790원의 지급을 구하는 위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감정서에서는 위 원고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영업손실액을 위 원고가 침수 피해로 인하여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기간 동안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상의 기타제조업 3~4년 남자경력자로 종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그 급여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으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표본사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조사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는 자의 소득을 추정’하는 기준이 될 뿐이어서, 이를 기준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영업손실액을 산정할 수는 없고, 달리 위 원고가 침수 피해 당시 공장을 가동하여 얻고 있었던 매출액이나 그 비용 등을 알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침수 피해로 인한 영업손실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옳은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영업손실의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변론준비기일 및 변론기일에서 위 원고에게 여러 차례 이 사건 침수피해로 인한 손해 등의 구체적 내역에 대한 입증을 촉구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영업손실에 대한 석명권 불행사의 위법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4. 원고 1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원고 1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계속 공장 월 차임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공장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침수 피해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급하였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침수 피해로 인한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이 사건 침수피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5. 원고 1의 상고이유 제5점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 있어서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대법원 1991. 7. 23. 선고 89다카1275 판결 ,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873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책임을 60% 정도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한 판단은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6. 원고 1의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다82507 판결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등 참조).

같은 견해에서 원고 1에게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의 정신적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7.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1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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