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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1488 판결
[방해예방등][공1995.12.1.(1005),3754]
판시사항

가.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자연히 흘러오는 물'의 의미

나. 낮은 토지의 소유자가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아 높은 토지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은 경우, 승수의무 위반인지 여부

판결요지

가.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자연히 흘러오는 물'이라 함은 인공(인공)에 의하여 지상에 떨어지거나 지상으로 분출되는 물이 아닌 우수도 여기에 포함된다.

나. 낮은 곳의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성토하여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종전에 높은 곳으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게 되었다면, 이는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원고, 상고인

한국화장품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광규

피고, 피상고인

대한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룡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이유에 의하면, 소외 부천시가 1990.2.24. 건설부장관으로부터 부천시 중동지역 5,439,028.4㎡에 관하여 피고 및 소외 한국토지개발공사를 공동사업자로 하여 부천중동지구 택지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피고는 그 중 원고 소유의 부천시 (주소 생략) 공장용지 67,708㎡(이하 이 사건 공장용지라 한다)에 인접한 2,404,808㎡(이하 이 사건 택지라 한다)의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공장용지의 북쪽은 경인고속도로에 접해 있고, 동쪽은 동부간선 배수로에 접해 있으며 서쪽과 남쪽은 이 사건 택지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사건 택지는 다시 서쪽으로 소사천이 합류하는 굴포천과 접하고 있고, 이 사건 택지에는 이 사건 공장용지와 인접한 서쪽과 남쪽에 열병합발전소가 건설중에 있고, 그 남쪽 부분에는 아파트형 공장, 체육공원, 아파트 부지 등이 조성중에 있는 사실,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택지 및 그 일대의 토지는 그곳을 흐르는 소사천, 춘의천, 구지천, 장말천 등이 굴포천에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가는 지역으로서 원래 논으로 이용되던 곳인데, 각 방향에 따라 높낮이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해발 높이가 5.50m 내외의 저지대(남쪽 부분보다는 북쪽 부분이, 동쪽 부분보다는 서쪽 부분의 고도가 "약간 높은 형태"이다)로서 굴포천 유역의 경사가 완만하고 하폭이 좁아 통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강 본류의 외수위가 상승하면 자연배수가 불가능하여 전적으로 배수펌프에 의한 강제배수기능에만 의존하게 되므로 여름 장마철에는 소량의 강우에도 침수가 발생하고 하던 지역인 사실, 그런데 원고는 1977.9.경 이 지역의 논으로 이용되던 이 사건 공장용지를 매수하여 굴포천이 범람하여 침수되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성토하여 지반고를 7.2 내지 7.5m 정도로 높인 후 그 곳에 화장품 생산공장을 건설한 사실, 한편 피고는 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100년 빈도의 홍수시에 굴포천이 범람하더라도 위 택지개발구역이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이 사건 택지에 복토를 하여 지반고를 9.14m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공장용지의 지반고가 이 사건 택지보다 약 2m정도 낮아지게 된 사실, 이 사건 택지개발공사 시행 이전에는, 이 사건 공장용지의 유수나 공장폐수 등과 그 주변의 논(이 사건 택지가 된 곳) 등에서 흘러나온 유수는 기존의 농수업용 수로와 배수로에 유입되어 굴포천에 합류하였었는데 위 공사 시행으로 위 기존의 농업용 배수로를 폐지하고 새로 종전의 배수로 보다 큰 원고의 전용배수로(배수암거)를 설치하고, 위 전용배수로의 시작점(이 사건 공장용지 북서쪽모서리 부분)에 대홍수시에 굴포천의 수위가 이 사건 공장용지의 부지고(7.20m 내지 7.50m) 이상으로 상승하여 이 사건 공장용지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문을 설치하여 주었고, 그 후 위 택지의 성토공사는 1992년경 대부분 완공된 사실, 위 성토공사 완공 이후에는 이 사건 택지에 내리는 우수(우수)는 이 사건 공장용지와의 경계선에 근접하여 이 사건 택지에 계획된 U자형 측구를 통하여 열병합발전소 우수관으로 유입되어 굴포천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으므로 홍수시에도 이 사건 공장용지로는 유입되지 않는 사실, 그런데 위 성토공사 이전에는 이 사건 공장용지는 공장건설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홍수에도 침수되지 않았으니 이 사건 택지가 굴포천의 제방구실을 하게 되고, 또한 홍수로 인하여 굴포천의 수위가 이 사건 공장용지의 부지고 이상으로 상승하면 위 배수암거 내의 수문이 자동으로 닫혀 굴포천의 물이 역류되는 것은 방지되지만 이 경우 이 사건 공장용지에 떨어지는 자체 우수의 배제가 곤란하여 내수 침수가 예상되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민법 제221조가 규정하는 승수의무란 토지소유자가 이웃토지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물을 막지 못한다는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택지조성 공사를 하기 전에는 원·피고 소유의 토지에 공동으로 이용되던 농업용수로와 배수로가 있어서 이를 통하여 각종 오수와 우수가 배수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 사건 택지조성 공사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배수로를 모두 없애고 이 사건 택지 위에 내리는 우수는 이 사건 공장용지와의 경계선에 근접하여 U자형 측구를 설치하여 이를 통해 열병합발전소 우수관으로 유입되어 굴포천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그 소유의 이 사건 공장용지를 취득하여 성토공사를 하던 당시는 물론, 피고가 이 사건 택지조성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이 사건 공장용지로부터 이 사건 택지 위로 자연히 흐르는 물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다만 원고의 주장과 같이 앞으로 굴포천의 수위가 이 사건 공장용지의 부지고 이상으로 상승할 정도의 홍수가 져서 굴포천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수문이 닫히게 되면 원고 공장용지에 내리는 우수는 이 사건 택지조성 공사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피고 소유의 토지 위를 거쳐 굴포천 서쪽 평야지대로 흘러갈 수 있을 터인데 이 사건 택지조성공사로 인하여 그렇게 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하여, 피고의 이 사건 택지조성 공사가 자연히 흐르는 물을 막은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이를 들어 피고가 승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민법 제221조 제1항은 토지소유자는 이웃 토지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물을 막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자연유수의 승수의무"에 관한 규정으로서 여기의 "자연히 흘러오는 물"이라 함은 인공(인공)에 의하여 지상에 떨어지거나 지상으로 분출되는 물이 아닌 우수도 여기에 포함되고, 따라서 낮은 곳의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성토하여 지반고를 높이거나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종전에 높은 곳으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게 되었다면 이는 위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본래 이 사건 택지조성전의 토지와 그 이웃 토지인 이 사건 공장용지 조성 전의 토지는 홍수의 발생시 모두 침수되던 지역에 위치하여 있었는데 이 사건 택지의 지반고와 같거나 약간 높은 이 사건 공장용지 조성전의 토지를 원고가 매수하여 그 지반고를 높이는 성토공사를 하여 30년 빈도 이상의 홍수에도 침수되지 않았던 사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택지조성 전의 토지의 지반고를 높이는 성토공사를 하면서 원고를 위하여 종전의 이 사건 공장용지의 배수시설보다 통수능력이 큰 전용 배수시설을 설치하여 주고 이 사건 택지에 내리는 우수는 이 사건 공장용지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함과 함께 홍수로 굴포천의 수위가 이 사건 공장용지의 지반고보다 높아질 경우를 대비하여 위 배수시설 내에 수문을 설치하여 주었지만, 홍수로 굴포천의 수위가 이 사건 공장용지의 지반고보다 높아져 위 배수시설 내의 수문이 닫히는 경우에는 굴포천의 물이 역류되는 것은 방지되나 이 사건 공장용지에 내리는 자체 우수의 배제가 곤란하여 내수침수가 예상되는 사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장용지에 대한 택지조성을 위하여 성토하여 지반고를 높임으로써 홍수시 이 사건 공장용지로부터 밖으로 자연히 흘러나오는 우수의 흐름을 막은 셈이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피고가 이 사건 택지를 성토한 것 때문에 생겨난 일이므로, 피고는 민법 제221조 제1항 소정의 승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가 위 인정과 같은 전용배수 시설 등을 설치하여 주었다 하여도 그 결론에 무슨 영향이 있다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가 승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위 승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다만, 위에 본대로 피고의 승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공장용지에 내린 우수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게 되어 공장이 침수되는 피해가 생길 위험은 상존하거나 빈번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굴포천의 수위가 공장용지의 지반고보다 높아지는 정도의 대홍수시에만 피해 발생이 예견되는 한편, 배수펌프장과 같은 고정적인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사정이므로, 고정적인 배수펌프장의 설치.운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의 인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과연 원고가 구하는 바와 같은 고정적인 배수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굴포천의 수위가 원고 공장의 지반고보다 높아져서 내수 침수가 예상되는 홍수의 발생 빈도는 어느 정도이며 이에 대비한 보다 경제적인 배수 방법이나 다른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고정적인 배수시설의 설치.운영이 필요하다고 하여도 배수시설의 위치, 규모, 배수 방법은 어떻게 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좀 더 심리하여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이외에 원고 공장의 침수 위험은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택지를 조성.공급하는 공익사업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시행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고, 위 사업의 시행으로 원고의 공장 주변토지가 논.밭 등에서 택지로 개발됨으로 인하여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원고에게 귀속되었을 사정도 함께 고려하여 형평과 정의에 합치되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위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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