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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 판결
[손해배상(의)][공1998.4.1.(55),872]
판시사항

[1]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료상 주의의무의 내용 및 진단상의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체육시험 중 앞·뒤 구르기를 하다가 흉부에 통증을 느껴 장기간 흉근염좌의 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다가 치료를 종료한 상황에서 흉추골절로 인한 후유장해가 남은 것으로 판명된 경우, 진료에 관여한 의사의 주의의무 내용 및 의사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의 사실상 추정 여부(적극)

[3] 법원의 석명권의 한계 및 당사자가 입증 취지로 제출한 자료가 이미 제출된 증거를 보충하는 취지에 불과한 경우, 이를 증거로 제출하도록 촉구할 석명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 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고, 아울러 의사에게는 만일 당해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해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

[2] 체육실기시험으로 앞·뒤 구르기를 하고 난 직후부터 흉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상당 기간 흉근염좌의 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계속하여 흉부 통증을 호소하여 왔으며 치료를 종료한 상황에서 훨씬 전에 발생한 외상에 의한 제4흉추 진구성 압박골절이 진단되고 제3·4흉추가 유합되어 있으며 그로 인하여 흉부동통 및 척추운동 제한의 장해가 남은 것으로 판명된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의 주장·입증이 없는 한 위 환자는 앞·뒤구르기 과정에서 제4흉추 압박골절을 당하였던 것으로 추정함이 상당하므로, 그 환자를 진료한 의사로서는 진료 당시 일단 흉추골절에 대하여도 의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정밀한 진단을 실시함과 아울러 그에 합당한 치료 방법을 시행함으로써 흉추골절로 인한 후유장해의 발생을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이고, 만일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을 경우 위와 같은 후유장해의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치료 가능한 기간이 경과하였거나 취해서는 안 될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면, 그 진료에 관여한 의사들이 자신이 처한 의료환경, 위 환자의 특이체질 기타 구체적 상태 등으로 인하여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고 이를 입증하지 않는 한, 그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실상 추정되어 해당 의사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밖에 없다.

[3] 입증촉구에 관한 법원의 석명권은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무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다툼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입증이 없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심증을 얻을 때까지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당사자가 입증 취지로 제출하고 있는 자료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거나 이미 제출된 증거를 보충하는 취지에 불과한 경우에는 변론의 전취지로서 참작될 수 있을 터이므로 법원이 이를 반드시 증거로 제출하도록 촉구할 석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판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4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7인 (피고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유주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 2, 3, 4,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5, 6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피고 경상북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보충상고이유서 및 추가보충상고이유서는 모두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것이므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 1은 안동군에 있는 피고 경상북도 운영의 북후중학교에 3학년에 재학중이던 1991. 5. 17. 체육교사인 소외 김종욱의 주관하에 앞·뒤 구르기에 관한 실기시험을 치렀으나 A등급을 받지 못하자 연습을 거듭한 후 다음날 위 김종욱의 지도·감독하에 재시험을 치렀는데 그 재시험 직후 가슴에 통증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 사실, 그 후 위 원고는 흉부의 통증이 계속되자 같은 달 24. 피고 1이 경영하는 병원 1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피고 1은 수상 경위 및 통증 부위 등을 참작하여 흉근염좌로 진단하고 수일 간격으로 대증요법을 실시하다가 같은 해 6. 25.에는 흉부 X선 촬영검사를 실시하였으나 특이한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 채 같은 해 8. 3.까지 7회에 걸쳐 대증요법을 실시한 사실, 한편 위 원고는 같은 해 6. 27. 피고 3이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안동시 소재 병원2에도 찾아가 흉부외과 의사인 피고 2로부터 진찰을 받았지만, 피고 2는 특이한 병증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그로부터 약 40일이 경과한 같은 해 8. 5. 두번째로 내원한 위 원고에 대하여 다시 위 병원이 갖추고 있던 최선의 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기와 초음파검사기를 사용해 진단하였으나 역시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자 다음날 위 원고에게 3차의료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면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주었으며, 그 후 같은 해 8. 19. 내원한 위 원고를 1회 더 진료하고 같은 해 9. 24. 3차의료기관에 대한 진료의뢰서를 다시 발급하여 준 사실, 또한 위 원고는 이와 별도로 피고 4가 경영하는 안동시 소재 병원 3에도 찾아가 같은 해 8. 26.부터 같은 해 9. 4.까지 입원치료를 받는 한편 제3·4번 흉추의 간격이 좁아져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퇴원 후에도 약 20일간 위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흉부통증은 호전되지 아니한 사실, 위 원고는 위 병원 2의 진료의뢰서에 의해 같은 해 9. 26.부터 같은 해 10. 12.까지 피고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 운영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안암병원(이하 '고대부속병원'이라 한다) 흉부외과에 입원하여 전문의인 피고 5의 주도로 진료를 받으면서, 이학적 검사, 흉부 및 흉골(전·후·측면) X선 촬영검사, 핵의학검사로 전신골격주사검사와 혈액 및 뇨검사, 간 및 갑상선 기능검사, 재활의학과 부문의 진찰 및 검사, 정신과 부문의 진찰 및 심리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은 결과, 이학적 검사상으로는 새가슴(Pigeon Chest, 비둘기가슴)으로 진단되었고, 흉부외과 부문 등의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정신과 부문의 다면인성검사 소견으로는 전환장애(히스테리 비슷한 연극적 성격)로 진단되어 항우울제 약물투여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았고, 한편 재활의학과 부문의 진찰소견상 심리적 위축불안과 비활동성증후군(운동부족에 의한 근육기능 저하)으로 인한 만성통증, 자세 문제로 인한 하부척추전만곡선의 직선화 등으로 진단되어 같은 해 9. 28.부터 통증 부위에 찜질, 전기자극, 신축운동 등의 물리치료를 받았으며, 같은 해 10. 12. 향후 통원치료하면서 추적 관찰하기로 하고 일단 퇴원한 사실, 그런데 고대부속병원에서 퇴원한지 10일 후인 같은 해 10. 22.경 대구의 제일방사선과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검사를 받은 결과 제3·4흉추가 전방으로 눌려있으며 제3·4흉추 간격이 약간 좁아져 있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 위 원고는 그 뒤 같은 해 10. 28.부터 같은 해 11. 19.까지 위 고대부속병원 정형외과에 다시 입원하였는데, 위 병원 의사인 피고 6은 위 원고의 증상을 제4·5흉추 외상성척추염 및 제4·5흉추 결핵성척추염(의증)으로 진단하고, 결핵성척추염(의증) 부분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위해 같은 해 11. 1. 위 병변 부위의 내용물을 천자흡인술로 추출하여 배양검사케 하는 한편, 항결핵 약물요법을 시행하면서 안정을 위해 같은 해 11. 8.경부터 위 원고로 하여금 척추보조기를 착용케 하는 등 치료를 하다가, 같은 해 11. 19. 향후 통원치료하기로 하고 퇴원시켰으며 위 추출 내용물에 대한 8주간의 배양검사 결과로는 결핵균이 검출되지 아니한 사실, 위 원고는 1992. 3.경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도 1992. 9. 29.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위 고대부속병원에 통원하면서 X선 촬영검사, 혈액검사 등의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앞서 본 것 이상의 특이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치료가 종결된 후 흉부통증을 계속 호소한 사실, 그런데 위 원고에 대하여 1995년 3월경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의 방사선검사 및 핵의학검사와 1997. 1.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검사를 거친 결과로는, 1991. 10. 이전에 발생한 외상에 의한 제4흉추 진구성 압박골절로 진단되어 있고 제3·4흉추가 유합되어 있으며 치료는 종결되었으나 후유증으로 흉부동통 및 척추운동 제한의 장해가 남아 있는 사실, 한편 앞·뒤 구르기 동작 등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흉부에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 우선 의심되는 손상 부위로는 척추 주위 인대나 근육 손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외에 골절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압박골절의 원인은 대개 외상성으로 외부의 충격에 의해 발생하나 그 외에도 척추체에 종양 등이 생겨서 그로 인해 척추체가 파괴되고 약해져서 별다른 외부의 충격이 없더라도 척추 자체가 붕괴되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위 원고를 최초로 진단한 피고 1로서는 위 원고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흉근염좌로 진단하는 한편 척추골절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검사를 해 본 결과에도 이상이 없어 대증가료를 했던 것이고, ② 병원 2의 의사인 피고 2는 그 병원이 갖추고 있던 최선의 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기와 초음파검사기를 사용해 진단하였으나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위 원고에게 3차의료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여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주었고, ③ 병원 3의 원장인 피고 4는 위 원고의 흉추 제3·4번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하고 그에 관한 치료를 실시하였으며, ④ 고대부속병원의 의사인 피고 5는 X선 촬영검사, 핵의학적 전신골격주사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등을 해 보아도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자 추정 가능한 질환을 의심하여 정신과 및 재활의학과의 진찰을 의뢰한 결과 전환장애 및 비활동성증후군에 따른 증세가 복합되어 있다고 판명되어 그에 관한 치료를 병행하였고, ⑤ 고대부속병원의 의사인 피고 6은 위 원고의 부상을 제4·5흉추 외상성척추염 및 제4·5흉추 결핵성척추염(의증)으로 진단하여 그에 관한 치료를 시행하고, 결핵성척추염의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의 증세에는 정신과적 전환장애와 재활의학과적 비활동성증후군에 따른 증세도 복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위 원고가 호소하는 증상이란 것도 단지 체육실기시험에서 뒤로 구르는 동작을 취하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흉부에 통증이 있다는 정도의 것이라면 위 원고를 진찰하는 의사들이 현재의 의학수준으로 가능한 최신의 장비 및 고도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모든 검사를 다 해 봐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며, 위 피고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의학적 지식과 가능한 장비 및 방법으로 검사하여 소견에 따라 진단하고 결국 흉추부에 대한 치료를 해 온 것이라 할 것이어서, 위 피고들이 위 원고를 진료함에 있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거나 소홀히 함으로써 위 원고의 질병인 제4흉추압박골절상을 제대로 진단해 내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위 피고 5, 6이 몇 가지 추정 가능한 다른 질환을 의심하여 이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했다 하더라도 이는 위 원고의 정확한 병변을 알아 내기 위한 일련의 진료 과정으로서 허용되는 것이라 할 것이며, 달리 위 피고들의 어떤 과실로 위 원고의 증세를 악화시켜 후유장해가 남게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피고들의 의료과오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배척함과 아울러, 위 원고의 부상이 위 김종욱이 체육실기시험과 관련하여 충분한 준비운동을 시키는 등 사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나 위 김종욱이 위 원고의 부상을 즉시 발견해 내지 못하였으며 위 김종욱 및 학교장인 소외 김용수가 즉시 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사후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위 원고의 부상을 악화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경상북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마찬가지로 배척하였다.

2. 의료과오의 점에 대하여

의사가 진찰,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참조), 특히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 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고, 아울러 의사에게는 만일 당해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해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6246 판결, 1967. 7. 11. 선고 67다848 판결 등 참조).

원심의 사실조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장의 회보 결과에 의하면, 위 원고와 같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체육시험 중 매트 위에서 앞·뒤 구르기를 하다가 자세를 잘못 취할 경우 그로 인한 외력은 척추골 몸통의 세로축을 따라 수직 방향으로 전달되어 중간에 위치한 흉추에 압박골절을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골절은 수상 당시 발생하는 것이며 건강인에게 서서히 발생될 수는 없는 점, 앞·뒤 구르기를 하다가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낄 때 의심할 수 있는 손상 부위로는 척추 주위의 인대나 근육 손상이 가장 그 가능성이 높지만 골절의 가능성도 있는 점을 엿볼 수 있고,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원고는 체육실기시험으로 앞·뒤 구르기를 하고 난 직후부터 흉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상당 기간 흉근염좌의 치료를 받고 난 후에도 계속하여 흉부 통증을 호소하여 왔으며 치료를 종료한 상황에서 1991. 10. 이전에 발생한 외상에 의한 제4흉추 진구성 압박골절이 진단되고 제3·4흉추가 유합되어 있으며 그로 인하여 흉부동통 및 척추운동 제한의 장해가 남게 된 상태라면, 달리 특별한 사정의 주장·입증이 없는 한 위 원고는 위 앞·뒤구르기 과정에서 제4흉추 압박골절을 당하였던 것으로 추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원고를 진료한 의사로서는 진료 당시 일단 흉추골절에 대하여도 의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정밀한 진단을 실시함과 아울러 그에 합당한 치료 방법을 시행함으로써 흉추골절로 인한 후유장해의 발생을 회피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이고, 만일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을 경우 위와 같은 후유장해의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치료 가능한 기간이 경과하였거나 취해서는 안 될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면, 그 진료에 관여한 해당 피고들이 자신이 처한 의료환경, 위 원고의 특이체질 기타 구체적 상태 등으로 인하여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고 이를 입증하지 않는 한, 그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실상 추정되어 해당 피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1) 피고 1은 위 원고를 맨 처음 진료한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1991. 6. 4.부터 같은 해 8. 3.까지 7회에 걸쳐 위 원고를 진료하였으나 진단서(갑 제3호증의 1)만이 제출되었을 뿐 진료기록부 등이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자세한 진료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우선 위 진단서의 기재에 의하면 흉부에 대한 X선 촬영을 실시하고 흉근염좌로 진단하여 대증가료를 실시한 점을 엿볼 수 있는 데에 그치고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은 "척추골절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X선 촬영검사를 실시하였다."는 흉추에 대한 X선 촬영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고, (2) 또한 병원 2의 경우 피고 2, 3이 자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원고가 전흉부 통증을 호소한 반면 압통이나 외상 등의 소견이 없었다는 이유로 흉부의 측면 및 사위에 대한 X선 촬영과 컴퓨터 단층촬영을 실시하고 복부에 대한 초음파검사를 실시하였을 뿐이고 흉추에 대한 검사 자체를 실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병원의 흉부외과 의사인 피고 2가 그 병원이 갖추고 있었던 최선의 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기와 초음파검사기를 사용하여 진단하였으나 별다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한 것은 검사 부위를 특정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의료과오를 논하는 데에 있어서 적절한 판시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3) 피고 4의 경우에는 위 원고에 대하여 상당 기간 입원치료 및 통원치료를 실시하였음에도 위 원고에 대한 진단명이나 치료 내용에 관한 아무런 주장이 없고, 위 피고가 작성한 진료일지에 의하더라도 위 원고에 대하여 흉추에 대한 X선 촬영사실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 그 진단명에 관한 기재가 없는 점을 엿볼 수 있고, (4) 한편 고대부속병원에서는 위 원고가 입원한 직후인 1991. 9. 28.경 위 원고의 흉추에 대한 X선 촬영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인 소외 이승열이 '척추뼈가 직선화(전방 만곡증), 검상돌기 부위의 함몰 의심됨'이라는 일차적인 소견을 붙였으나 그에 관한 검사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반면, 그 직후에 시행한 골핵의학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점{원고들은 골핵의학검사의 실시 시기를 두고 검사의뢰서(을 제1호증의 17)상의 일자와 간호일지(을 제1호증의 45)상의 일자가 상이하여 그 실시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을 제1호증의 17의 각 기재에 의하면 그 검사의뢰서의 발행일자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 실시일자는 기록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그 기재 내용이 상호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 제1차 입원진료시 최종적으로 진단된 병명에는 흉추 부위에 관한 압박골절이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며, 제2차 입원진료시 진료기록부상으로는 제3·4흉추의 외상성 척추염이 결핵성 척추염(의증)과 함께 진단명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그에 관한 특별한 치료를 시행한 흔적은 발견하기 어려운 점을 엿볼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우선 제1차 입원치료시에 위 병원에서 위 원고의 흉추부에 대한 X선 촬영검사와 골핵의학검사를 실시하였음에도 그 병명을 진단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또한 제2차 입원치료시 비로소 제3·4흉추 외상성 척추염을 진단하게 된 경위와 그 진단 결과에 따라 취한 처치 내용과 외상성 흉추 압박골절의 진행 경로 및 그에 관한 치료 방법 등을 좀더 규명하여 보지 않고서는 위 병원에서 제1, 2차 입원치료를 각 주관한 전문의인 피고 5, 6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학적 지식과 가능한 장비 및 방법으로 검사하여 소견에 따라 진단하고 결국 흉추부에 대한 치료를 함으로써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지적한 점에 관한 심리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관련 피고들 전원에 대하여 위 원고를 진료함에 있어서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거나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위 원고의 증세를 악화시켜 후유장해가 남게 한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거기에는 의료과오, 즉 진료상의 주의의무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 내지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한 논지는 이유 있다.

3. 피고 경상북도의 책임의 점에 대하여

입증촉구에 관한 법원의 석명권은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무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다툼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입증이 없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심증을 얻을 때까지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다카6638 판결 등 참조), 또한 당사자가 입증 취지로 제출하고 있는 자료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거나 이미 제출된 증거를 보충하는 취지에 불과한 경우에는 변론의 전취지로서 참작될 수 있을 터이므로 법원이 이를 반드시 증거로 제출하도록 촉구할 석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체육교사인 위 김종욱이 체육실기시험과 관련하여 충분한 준비운동을 시키는 등 사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위 원고로 하여금 실기시험 도중 위와 같은 부상을 입게 하였고, 사고 발생 후에도 학생들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탓에 위 원고의 부상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위 김종욱 및 위 중학교의 교장인 소외 김용수는 그 후 위 원고로부터 체육시간 중에 다쳤다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즉시 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필요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원고의 부상이 악화되어 장해가 남게 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논지가 지적하는 원고 김옥선 제출의 탄원서, 진단서 및 수사기록 등은 증거로서 조사되지 아니한 채 기록에 첨부되어 있는 점은 소론과 같으나, 이들 자료가 그 자체로 일방적인 의견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거나 이미 증거로 제출된 자료 및 후에 채택한 원심증인 권은영의 증언과 중복되는 등의 사유로 그 증거가치가 없거나 다른 증거자료를 보충하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원심이 이를 증거로 제출하도록 촉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석명권 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거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 2, 3, 4,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5, 6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경상북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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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7.16.선고 96나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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