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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손해배상(기)][공1995.6.1.(993),1939]
판시사항

가. 교통사고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외에 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혈압이 극히 낮아, 내출혈을 의심하고 수혈을 통하여 혈압을 끌어 올리는 한편 출혈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복강천자,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하고 정밀검사를 위한 초음파검사를 준비하던 중 하대정맥 파열 등으로 인한 과도출혈로 사망한 경우, 담당의사에게 즉시 개복수술을 시행하여 내출혈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위자료 지급대상이 되는 경우

판결요지

가. 교통사고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외에 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혈압이 극히 낮아, 담당의사들로서는 수혈을 통하여 환자의 혈압을 정상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위급한 상황을 넘겨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하게 된 상태에서 내출혈을 의심하고 그 출혈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한밤중에 자택에 있던 비뇨기과 과장까지 병원으로 나와 복강천자와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하고, 그래도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하자 정밀검사를 위하여 초음파검사를 하려 하였던 시점에서 환자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하여 급히 개복수술을 하여 본 결과, 하대정맥 및 총장골동맥 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한 것이라면, 이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 통상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극히 정상적인 진료활동이라 할 수 있고, 이와 달리 환자가 외형상 위독한 상태가 아닌데도 각종 검사기법을 통한 원인규명을 생략한 채 내출혈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하여 환자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새벽 2시 30분경부터 5시 30분 경사이의 인적·물적 조건 아래에서 개복수술부터 시행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담당의사들에게 즉시 개복수술을 시행하여 내출혈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지 못한 의료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왕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망 소외 1의 혈액형은 오(0)형이 아니라, 에이(A)형이라고 인정하여 피고들에게 수혈상의 과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특히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위 망인은 피고 의료법인 동은의료재단 산하의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직후 최고혈압이 60에 지나지 아니할 정도로 극히 낮은 상태였는데, 위 병원에서 320ml들이 혈액 4봉지를 수혈받은 끝에 2시간여 만에 정상혈압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면(위 망인의 동생인 소외 2도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한 직후 병원측으로부터 위 망인의 혈압이 떨어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들었다고 시인하고 있다) 통상 혈액형이 다른 혈액에 의한 부적합수혈의 경우에는 약 200ml 정도의 수혈만으로 쇼크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때 위 망인의 사인을 부적합수혈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 화물트럭을 운전하다가 추돌사고를 저지른 위 소외 1이 이 사건 당일 새벽 01:25경 위 병원 응급실에 후송되어 오자, 위 병원 당직인턴이던 소외 3과 당직의사이던 소외 4는 위 소외 1이 가볍게 다리부분의 통증 및 복통을 호소하는 외에 다른 외상은 없는데도 최고혈압이 60으로 극히 낮은 상태에 있어 내출혈을 의심하고, 우선 정상혈압으로 회복시키기 위하여 위 병원 임상병리사인 피고 2의 혈액검사를 거쳐 수혈을 실시하여 04:50경에 이르러 위 소외 1의 혈압을 최고 120, 최저 60의 정상상태로 회복시켰고, 다른 한편으로 위 의사들은 02:30경 자택에 있던 위 병원 외과과장인 피고 1에게 위 소외 1의 상태를 전화로 보고하여 그의 지시로 복강내 출혈을 확인하기 위한 복강천자를 실시한 결과 음성반응이 나왔으나, 위 소외 1의 소변에서 계속 피가 섞여 나오므로 이를 다시 위 피고 1에게 보고하자 위 피고 1은 후복강쪽의 출혈을 의심하고 자택에 있던 위 병원 비뇨기과과장인 소외 5에게 위 소외 1의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해 달라고 부탁하여 위 소외 5가 그에 따라 곧바로 병원으로 나와 위 소외 1의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방광에는 이상이 없고, 신장에만 약간의 손상이 있다는 검사결과가 나와 다시 복강천자를 실시하였지만 역시 음성으로 나왔으며, 그에 따라 05:30경 위 피고 1의 지시로 정밀검사를 실시하기 위하여 위 소외 1을 중환자실로 옮겨 초음파검사를 준비하던 중 위 소외 1의 동생인 소외 2가 위 소외 1의 혈액형과 그에게 수혈중인 혈액의 혈액형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항의를 하여 와 부득이 위 소외 1의 혈액형을 다시 검사하기 위하여 수혈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후 혈액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07:25경부터 수혈을 재개하였으나, 위 소외 1은 09:30경부터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하여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겨를도 없이 출혈의 원인을 알기 위하여 급히 그를 수술실로 옮겨 수혈을 계속하면서 개복수술을 하여 본 결과 그는 하대정맥이 찢어지고 총장골동맥이 파열되어 있어 그로 인한 과도한 출혈로 결국 12:35경 사망하고 말았다는 것인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병원의 의사들로서는 수혈을 통하여 위 소외 1의 혈압을 정상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위급한 상황을 넘겨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하게 된 상태에서 그 출혈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한밤중에 자택에 있던 비뇨기과 과장까지 병원으로 나와 복강천자와 방광 및 신장에 대한 특수검사를 실시하고, 그래도 이상이 발견되지 아니하자 정밀검사를 위하여 초음파검사를 하려 하였던 것이므로, 이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 통상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극히 정상적인 진료활동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고, 이와 달리 위 의사들에게 환자가 외형상 위독한 상태가 아닌데도 각종 검사기법을 통한 원인규명을 생략한 채 내출혈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하여 환자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새벽 02시30분경부터 05시30분경 사이의 인적, 물적 조건 아래에서 개복수술부터 시행하도록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즉시 개복수술을 시행하여 내출혈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의료과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제3점에 대하여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소론과 같이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위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위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등 침습(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망 소외 1이 수혈부작용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결론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 역시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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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4.27.선고 93나28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