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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0. 9. 28. 선고 99나51588 판결 : 상고
[손해배상(기)][하집2000-2,140]
판시사항

[1]일상적인 진료행위 이외의 별도 검사를 할 경우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

[2]태아의 장애나 기형 여부 검사에 있어서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정상아로 생각하고 낳은 아이가 장애, 기형아인 경우, 그 장애나 기형 등을 이유로 임신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의사에게 태어난 아이의 장애·기형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소극)

[3]태아의 장애·기형 여부 검사에 있어서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장애·기형 사실을 미리 알아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신생아에게 나타난 증세가 다운증후군이어서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모가 적법하게 낙태할 수 없는 경우,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원고,피항소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준)

피고,항소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남외 2인)

주문

1.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1에게 금 20,000,000원, 원고 2에게 금 24,000,000원, 원고 3에게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1내지 15,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원심법원의 원고 2, 피고 2에 대한 본인신문 결과(단, 피고 2에 대한 본인신문 결과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원심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 서울의과학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원심법원의 피고 2에 대한 본인신문 결과 부분은 믿을 수 없으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원고 2는 1996. 10. 14. 피고 1이 경영하는 산부인과 의원에 내원하여 산부인과 전문의인 피고 2로부터 진료를 받은 결과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고, 1996. 12. 3.부터 1997. 5. 27.까지 사이에 약 10회에 걸쳐 피고 2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나.당시 연령이 약 32세였던 원고 2가 초산의 산모로서는 비교적 고령이어서 기형아 출생가능성을 염려하여 1997. 1. 23. 피고 2에게 검사를 의뢰하자 위 피고는 산전선별검사(prenatal screening test, 선별검사란 특정질환의 존재를 발견하기 위하여 하는 집단검진으로 위 검진을 통하여 나타난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사용된다)인 트리플마커(triple marker)검사를 하기 위하여 위 원고의 혈액을 채취한 다음 전문검사기관인 서울의과학연구소로 보냈는데, 검사 결과 태아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다.그런데 1997. 6. 1. 위 원고가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한 망 소외인에게서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 monglolism, 21-trisomy syndrome) 증세가 나타나 망인을 서울역 근처에 소재한 소아아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망인은 같은 해 7. 1. 23:53경 선행사인 백혈병, 직접사인 심장마비(추정)로 사망하였다.

라.다운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환자 중 약 95%는 염색체수가 정상보다 1개 더 많은 경우이고, 나머지는 전위(전위 translocation)에 의한 경우인데 납작한 얼굴, 폭이 넓고 작은 손, 짧은 손가락, 짧고 덧살이 많은 목, 선천성 심장판막증, 지능장애, 발육장애 등 특이한 용모와 증세를 나타나는 질환으로 평균 800명에 1명의 비율로 발병하고, 산모의 나이가 35세 이상일 경우 그 확률이 급격히 증가하여 75명에 1명의 비율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다운증후군을 가진 신생아는 체내저항력이 떨어져 폐감염과 백혈병으로의 이환율이 아주 높다. 위와 같은 다운증후군을 알 수 있는 산전진단방법으로는 ① 초음파나 방사선 또는 태아경(fetoscope)으로 관찰하는 sampling, 임신초기에 자궁경부(자궁경부 uterine neck, neck of uterus, 자궁의 아래에 위치한 질과 연결된 부분)나 복벽(복벽)을 통하여 채취한 융모막{융모막, 배자체(배자체) 최외층의 세포성막으로 수정 후 약 2주 동안에 융모를 형성하고 1주 후에는 요막(요막)의 혈관에 의하여 혈관을 생성하여 태반을 형성한다}의 융모를 직접 검사하거나 배양하여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과 같은 직접적 방법이 있다.

트리플마커 검사방법은 태아에게 다운증후군 증상이 있을 경우에 혈청 내 알파 태아단백질(MS-AFP, α-fetoprotein)과 미접합된 난포홀몬(MS-uE3, unconjugated estriol)이 감소하고 인간융모막 성선홀몬(Ms-hCG, B-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이 증가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임산부의 혈청을 뽑아 이 3가지를 검사하여 다운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통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계산하는 것이다. 위험률의 기준을 1:270(신생아 출생 270명 중 1명이 다운증후군으로 출생할 확률을 의미한다)으로 보았을 때 이 검사법의 위양성률(false positive rate, 정상임부 중 선별검사에서 양성을 나타낸 환자의 비율)은 5%이고, 검출률(detection rate, 다운증후군 환자 중 선별검사에서 양성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은 60%(즉, 100명의 다운증후군 환자 중 60명은 위험률이 1:270보다 높게 나와 이를 발견할 수 있으나, 나머지 40명은 그 위험률이 1:270보다 낮게 나와 발견할 수 없다)이며, 비정상소견을 보이는 임산부 중 실제 다운증후군을 지닌 태아가 태어날 확률은 2%에 불과하다(반대로 검사 결과 완전 정상으로 나온 임산부 중 다운증후군 태아를 출산한 사례도 있다). 트리플마커 검사는 모체의 혈액을 이용하여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 및 신경관 결손(NTD, neural tube defect)으로 인한 선천적 기형 여부를 대강 가려내는 선별검사일 뿐 기형아의 확진이 가능한 진단검사(diagnostic test)는 아니지만, 위험성이 있고 비용도 많이 드는 양수천자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검사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들어 양수천자를 실시하기 전에 하는 비침습(비침습)적인 산전선별검사법으로 1988년경 개발된 이래 현재까지 다운증후군 등에 대한 선별검사법 중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양수천자를 통해 염색체 행형을 분석하는 검사법은 긴 주사바늘로 초음파 유도하에 태아막을 천자하여 양수를 약 20㎖ 채취한 다음 배양한 양수세포의 염색체를 분석하는 확진검사로서 기형 여부의 판별확률은 거의 100%이나, 주사바늘을 넣는 과정에서 임산부 또는 태아의 감염 또는 손상, 유산, 조기진통, 양막파수, 태반출혈, 동종면역, 태아사망 등의 위험이 있고 그 비용도 금 500,000원 정도로 3∼4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트리플마커법에 비하여 매우 비싼 단점이 있어서, 통상 ① 35세 이상 임산부 ② 원인불명의 사산아 출생경험이 있는 임산부 ③ 선천성 기형아 출산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④ 습관성 자연유산의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⑤ 염색체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겅험이 있는 임산부 ⑥ 초음파검사에서 태아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임산부 ⑦ 임산부나 배우자 또는 근친 중에 염색체 이상이 있는 임산부 ⑧ 트리플마커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을 보이는 임산부에 한하여 시행한다.

마.원고 2처럼 유산한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유전적 질환을 가진 자가 없으며 검사 당시 35세 이하인 임산부의 경우에는 트리플마커 검사를 통하여 다운증후군을 진단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표준적인 방법인데, 위 트리플마커 검사 결과 위 원고가 임신한 태아가 다운증후군에 해당할 확률이 임산부의 나이를 고려한 빈도인 1:700보다 훨씬 낮은 위험도인 1:4,800(이는 신생아 4,800명 중 1명의 빈도로 다운증후군이 발생할 위험률을 가진다는 의미이다)으로 이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할 만한 수치인 데다가 산모의 나이, 체중 등을 고려할 때 이상이 없다(screening negative)는 판정 결과가 나오자, 피고 2는 이를 토대로 1997. 4. 13.경 위 원고에게 태아의 상태가 정상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나 위 피고는 위 원고에게 트리플마커 검사가 선별검사에 불과하여 검출률이 60%밖에 되지 아니하므로 기형아 여부의 확진을 위하여는 양수천자 등 좀더 정확한 검사방법을 택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바.원고 1은 원고 2의 남편이고, 원고 3(소장에 기재된 ' 이름'은 오기로 보인다)은 원고 1의 어머니이다.

2.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원고들은, 피고 2가 원고 2를 진료, 검사함에 있어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증상이 있음을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은 의료상의 과실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피고가 위 원고에 대한 트리플마커 검사를 실시한 후 태아가 정상이라고 진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다운증후군을 지닌 상태로 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피고에게 위 원고에 대한 트리플마커 검사를 실시하거나 그 검사 결과를 판독함에 있어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트리플마커 검사는 모체의 혈액을 이용하여 다운증후군이나 신경관 결손증을 가질 위험성이 있는 임산부를 가려내는 선별검사인데, 위 원고처럼 유산한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유전적 질환을 가진 자가 없으며 검사 당시 35세 이하인 임산부의 경우에는 트리플마커 검사를 통하여 다운증후군을 진단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표준적인 방법이고, 그 검사결과 위 원고가 임신한 태아가 다운증후군에 해당할 확률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할 만한 수치인 1:4,800으로 나타난 데다가 산모의 나이, 체중 등을 고려할 때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자 위 피고가 이를 토대로 위 원고에게 태아의 상태가 정상이라고 알려준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잘못된 검사 결과를 알려 준 것이 위 피고의 의료상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는 트리플마커 검사 자체가 가지는 의료기술상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원고들은 다시, 피고 2가 트리플마커 검사만을 기초로 태아가 정상이라고 말하였을 뿐 트리플마커 검사는 부정확하므로 태아의 기형 여부를 확실하게 진단하기 위하여는 양수천자 등 다른 정확한 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등의 설명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원고들은 피고들의 이러한 의료상 과실 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므로 이를 차례로 살펴본다.

(1)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2가 기형아 등에 관한 산전선별검사인 트리플마커 검사를 실시한 후 그 검사 결과를 기초로 원고 2에게 태아가 정상이라고 말하였을 뿐 트리플마커 검사가 선별검사에 불과하여 검출률이 60%밖에 되지 아니하므로 기형아 여부의 확진을 위하여는 양수천자 등의 좀더 정확한 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등 트리플마커 검사의 내용이나 검출률 및 더 정확한 검사방법의 존재에 대하여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의사는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환자의 상태, 진료행위의 의미 및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일상적인 진료행위 이외의 별도 검사를 할 경우에는 그 검사의 의미 및 필요성, 검사 결과가 갖는 의학적 함의 및 그 검사 이외의 보다 효과적이고 정확한 다른 검사방법 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2로서는 위와 같은 트리플마커 검사를 함에 있어 원고 2에게 위 검사가 기형아 등에 관한 선별검사인지 확진검사인지, 위 검사로부터 알 수 있는 기형아 검출률이 얼마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위 검사 이외의 보다 정확한 기형아 검사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으며 그 방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플마커 검사의 부정확성이나 더 정확한 검사방법의 존재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

아래에서는 피고들의 위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가 무엇인지, 그 손해가 위 의료상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먼저 원고 2는, 재산상 손해로서 망인의 출산 및 치료비용으로 금 2,500,000원, 장례비용으로 금 1,500,000원을 지출하였으므로 불법행위자인 피고 2와 그 사용자인 피고 1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위 금원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임신중인 태아가 정상아이면 출산하고 장애아나 기형아(이하 '장애아'라고만 한다)이면 낳지 않으려고 의사에게 검진을 의뢰하였는데, 의사가 장애 여부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또는 다른 정확한 검사방법이 있음에도 이를 설명함이 없이 부정확한 검사방법의 결과만을 기초로 정상이라고 말하는 등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정상아로 생각하고 낳은 아이가 장애아인 경우에 의사는 태어난 아이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예를 들어 장애로 인하여 추가되는 양육비용 등)를 부모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이는 부모가 태아의 장애사실을 알았다면 장애아를 낳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는 전제하에서만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장애나 기형 등을 이유로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에게 위와 같은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 하여도 신생아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

그런데 망인에게 나타난 증세인 다운증후군은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동법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바(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857 판결 참조), 원고들로서는 좀더 정확한 검사를 통하여 망인이 다운증후군에 걸렸음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낙태할 수는 없으므로, 재산상 손해를 구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다음으로 위자료 청구에 관하여 살펴본다.

태아의 장애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임신중절을 하였을 장애아를 의사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고 출산하게 된 부모 등은 그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임신 후 의사에게 기형 여부의 검진을 의뢰하였는데 의사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기형아인 사실을 밝혀 내지는 못하였으나 설사 이를 밝혀냈다 하더라도 그 증세가 다운증후군이어서 임신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태아가 다운증후군의 증세를 가진 아이라는 것을 원고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기형아 출산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거나 그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함으로 인하여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로서는 다운증후군 증세를 가진 태아를 적법하게 낙태할 수 없는바, 의사가 다른 검사방법을 선택하여 태아가 다운증후군임을 알게 되었을 경우 원고들은 임신중에는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더라도 이를 사전에 미리 알고 대비함으로써 출산 후에는 그 고통이 완화될 것이고, 반대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의사가 이를 밝혀내지 못한 경우 임신중에는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없는 반면,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가 출생한 후에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될 것인데, 위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경우 원고들이 받게 되었을 고통이 그렇지 않을 경우 받게 된 고통과 비교하여 반드시 크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 등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할 때뿐 아니라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의사에게 위자료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앞서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참조).

살피건대, 망인에게 나타난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는 중대하고도 나쁜 결과가 피고 2의 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닐 뿐더러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침해받는 자기결정권이란 의사가 트리플마커 검사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보다 정확한 검사법인 양수천자 검사 등에 관한 설명을 하여 부모들로 하여금 더 정확한 검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태아가 기형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만일 태아가 기형아라면 그 태아를 출산할 것인지 아니면 낙태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결정권이라 할 것이지 정확한 기형아 검사인 양수천자 검사 등을 받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아닌바, 다운증후군이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로서는 망인이 다운증후군에 걸렸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낙태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정인진(재판장) 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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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 1999.8.27.선고 98가합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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