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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손해배상(의)][공2010하,1212]
판시사항

[1]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사항

[2]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소극)

[3] 의료진이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임신 35주 6일째의 산모를 입원시킨 다음날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였으나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안에서, 의료진에게 생존 태아의 감시를 소홀히 하거나 제왕절개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위자료 지급사유로서 문제되는 경우

판결요지

[1]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잘못을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도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이 있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환자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먼저 환자측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두고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2]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임신 35주 6일째의 산모를 입원시킨 후 다음날 제왕절개술을 실시하였으나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안에서, 의료진에게 생존 태아의 감시를 소홀히 하거나 제왕절개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하겠으나,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명식)

피고, 피상고인

피고 의료법인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황익)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의료상 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참조).

한편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잘못을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도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이 있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환자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먼저 환자 측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두고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고, 설령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9915 판결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5061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의 의사인 피고 2는 1998. 11. 25. 09:20경 임신 35주 6일째의 산모인 원고 2를 진찰하여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하였음을 확인하고 원고 2에게 생존 태아의 관찰을 위하여 입원할 것을 권유하는 한편, 같은 날 11:36경부터 13:40경까지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태아감시장치에 의한 비수축검사를 실시한 사실, 피고 병원의 당직의사인 피고 3은 같은 날 18:50경 퇴근하면서 조산사인 소외 1에게 태아감시장치를 사용하여 원고 2 및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전화로 연락할 것을 지시하였고, 소외 1은 피고 3의 지시에 따라 같은 날 19:50경부터 같은 날 22:00경 퇴근하면서 다른 조산사인 소외 2와 교대할 때까지 원고 2의 복부에 태아감시장치를 부착하여 지속적으로 원고 2와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였으며, 소외 2는 다음날인 1998. 11. 26. 07:00경 수간호사 소외 3, 간호사 소외 4에게 인계할 때까지 위와 같이 원고 2와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는 등으로,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원고 2가 입원한 직후부터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다음날 08:50경까지 태아감시장치를 통하여 원고 2와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그에 더하여 피고 병원의 간호진행기록지에 같은 날 09:30경 생존 태아의 심박동수가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 병원의 분만기록지에도 제왕절개술의 시행 중 생존 태아에 대한 감시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2의 경우와 같이 쌍태아 임신 중 일측 태아가 자궁 내에서 이미 사망한 경우의 분만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거나, 원고 2에 대한 태아감시장치에서 출력된 태아심음그래프의 기록지에 인쇄된 시각이 연속되지 아니하고 일부 시간대의 태아심음그래프가 출력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에게 태아의 감시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들에 비추어 정당하고, 이와 달리 태아심음그래프를 출력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거나, 태아심음그래프를 모두 출력하지 않은 사실로부터 피고들이 원고 2와 태아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다. 또한 원심은, 진료기록이나 태아심음그래프상 원고 2가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원고 1을 분만하기 이전까지 태아의 저산소증이나 심각한 태아곤란증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및 원심의 대한의사협회장 등에 대한 사실조회 또는 감정촉탁결과들에다가, 태아심박동의 감소가 있더라도 그 지속시간이 짧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면 태아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 사건의 경우 제왕절개술의 시행 이전까지 태아의 심박동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고, 태아 심박동의 변동성 또한 일시적으로 감소하였으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처치에 따라 다시 회복된 점 등 그 설시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태아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하고 진정한 태아곤란증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다음, 그러한 사정하에서 일시적인 태아 심박동 또는 그 변동성의 감소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하여, 피고들이 조산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즉시 분만을 시도하지 아니한 채 원고 2를 입원시켜 하루 정도를 관찰한 다음 그 다음날 제왕절개술을 실시한 것을 두고 조기에 분만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위 조산사 소외 2가 피고 3의 지시로 원고 2에게 모르핀을 주사하고 산소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으로써 태아곤란증을 가중시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또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라. 원심은 그 설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에서 원고 2가 피고 병원에 내원하기 이전에 이미 쌍태아 중 일측 태아의 사망으로 생존 태아에게 비가역적인 뇌손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한 후, 원고 1의 뇌성마비 발생에 대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 이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원고들이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피고들의 과실과 원고 1의 뇌성마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 판단도 앞서 본 의료소송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하겠으나,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2가 입원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검사·진단·치료 등을 받는 과정에서 원고 1에게 뇌성마비라는 중한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 2에 대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제왕절개술, 그 밖의 치료행위 등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뇌성마비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피고들이 원고 2에게 쌍태아 중 일측 태아가 사망한 경우 태아곤란증 또는 생존 태아에 대한 뇌성마비의 발생가능성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의사 등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 밖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그 밖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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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04.11.3.선고 2003가합7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