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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6194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위자료 지급대상이 되는 경우

[2]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기형아를 출산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의사가 임산부의 신체나 태아의 건강상태에 관하여 이상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검사방법을 통하여 검사를 한 결과 정상이라는 판정을 하였다면, 구체적인 이상 징후나 위험한 인자를 갖고 있는 임산부에 대하여만 한정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다른 검사방법에 관하여 더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과 안내를 하여 주지않았다고 하여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준)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내세운 증거들을 종합하여, (1) 원고 2는 1996. 10. 14. 피고 1이 경영하는 산부인과 의원에 내원하여 산부인과 전문의인 피고 2로부터 진료를 받은 결과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고, 1996. 12. 3.부터 1997. 5. 27.까지 사이에 약 10회에 걸쳐 피고 2로부터 진료를 받은 사실, (2) 당시 연령이 약 32세였던 원고 2가 초산의 산모로서는 비교적 고령이어서 기형아 출생가능성을 염려하여 1997. 1. 23. 피고 2에게 검사를 의뢰하자 위 피고는 산전선별검사(선별검사란 특정질환의 존재를 발견하기 위하여 하는 집단검진으로 위 검진을 통하여 나타난 질환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사용된다)인 트리플마커(triple marker) 검사를 하기 위하여 위 원고의 혈액을 채취한 다음 전문검사기관인 서울의과학연구소로 보냈는데, 검사 결과 태아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온 사실, (3) 그런데 1997. 6. 1. 위 원고가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한 망 소외인에게서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이란 증세가 나타나 치료 중 1997. 7. 1. 선행사인 백혈병, 직접사인 심장마비(추정)로 사망한 사실, (4) 다운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어 납작한 얼굴, 폭이 넓고 작은 손, 짧은 손가락, 선천성 심장판막증, 지능장애 등 특이한 용모와 증세를 나타내는 질환으로 평균 800명에 1명의 비율로 발병하고, 산모의 나이가 35세 이상일 경우 그 확률이 급격히 증가하여 75명에 1명의 비율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다운증후군을 가진 신생아는 체내저항력이 떨어져 폐감염과 백혈병으로의 이환율이 아주 높고, 위와 같은 다운증후군을 알 수 있는 산전진단방법으로는 ① 초음파나 방사선 또는 태아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방법은 육안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② 트리플마커 검사와 같이 모체의 혈액을 검사하여 태아의 기형 여부를 예측하는 간접적 방법, ③ 양수천자술(양수천자술, 양수를 얻기 위하여 복벽을 통하여 자궁 내로 천공을 행하는 것) 또는 융모막융모생검(임신초기에 자궁경부나 복벽을 통하여 채취한 융모막의 융모를 직접 검사하거나 배양하여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과 같은 직접적 방법이 있는 사실, (5) 트리플마커 검사방법은 태아에게 다운증후군 증상이 있을 경우에 혈청 내 알파 태아단백질과 미접합된 난포홀몬이 감소하고 인간융모막 성선홀몬이 증가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임산부의 혈청을 뽑아 이 3가지를 검사하여 다운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통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계산하는 것으로서 실제 검출률(다운증후군 환자 중 선별검사에서 양성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은 60%(즉, 100명의 다운증후군 환자 중 60명은 위험률이 1:270보다 높게 나와 이를 발견할 수 있으나, 나머지 40명은 그 위험률이 1:270보다 낮게 나와 발견할 수 없다)이며, 또 모체의 혈액을 이용하여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 및 신경관 결손으로 인한 선천적 기형 여부를 대강 가려내는 선별검사일 뿐 기형아의 확진이 가능한 진단검사는 아니지만, 위험성이 있고 비용도 많이 드는 양수천자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검사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들어 양수천자를 실시하기 전에 하는 비침습(비침습)적인 산전선별검사법으로 1988년경 개발된 이래 현재까지 다운증후군 등에 대한 선별검사법 중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사실, (6) 이에 반하여 양수천자를 통해 염색체 행형을 분석하는 검사법은 긴 주사바늘로 초음파 유도하에 태아막을 천자하여 양수를 약 20㎖ 채취한 다음 배양한 양수세포의 염색체를 분석하는 확진검사로서 기형 여부의 판별확률은 거의 100%이나, 주사바늘을 넣는 과정에서 임산부 또는 태아의 감염 또는 손상, 유산, 조기진통, 양막파수, 태반출혈, 동종면역, 태아사망 등의 위험이 있고 그 비용도 금 500,000원 정도로 3∼4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트리플마커법에 비하여 매우 비싼 단점이 있어서, 통상 ① 35세 이상 임산부 ② 원인불명의 사산아 출생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③ 선천성 기형아 출산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④ 습관성 자연유산의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⑤ 염색체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임산부 ⑥ 초음파검사에서 태아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임산부 ⑦ 임산부나 배우자 또는 근친 중에 염색체 이상이 있는 임산부 ⑧ 트리플마커 검사 결과 이상소견을 보이는 임산부에 한하여 시행하는 사실, (7) 원고 2처럼 유산한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유전적 질환을 가진 자가 없으며 검사 당시 35세 이하인 임산부의 경우에는 트리플마커 검사를 통하여 다운증후군을 진단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표준적인 방법인데, 위 트리플마커 검사 결과 위 원고가 임신한 태아가 다운증후군에 해당할 확률이 임산부의 나이를 고려한 빈도인 1:700보다 훨씬 낮은 위험도인 1:4,800(이는 신생아 4,800명 중 1명의 빈도로 다운증후군이 발생할 위험률을 가진다는 의미이다)으로 이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할 만한 수치인데다가 산모의 나이, 체중 등을 고려할 때 이상이 없다는 판정 결과가 나오자, 피고 2는 이를 토대로 1997. 4. 13.경 위 원고에게 태아의 상태가 정상이라고 알려 주었으나, 위 피고는 위 원고에게 트리플마커 검사가 선별검사에 불과하여 검출률이 60%밖에 되지 아니하므로 기형아 여부의 확진을 위하여는 양수천자 등 좀더 정확한 검사방법을 택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사실, (8) 원고 1은 원고 2의 남편이고, 원고 3은 원고 1의 어머니인 사실을 각 인정하고 나서, 피고 2는 트리플마커 검사만을 기초로 태아가 정상이라고 말하였을 뿐 트리플마커 검사는 부정확하므로 태아의 기형 여부를 확실하게 진단하기 위하여는 양수천자 등 다른 정확한 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등의 설명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원고 2는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기형아를 출산함으로써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2로서는 위와 같은 트리플마커 검사를 함에 있어 원고 2에게 위 검사가 기형아 등에 관한 선별검사인지 확진검사인지, 위 검사로부터 알 수 있는 기형아 검출률이 얼마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위 검사 이외의 보다 정확한 기형아 검사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으며 그 방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플마커 검사의 부정확성이나 더 정확한 검사방법의 존재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임신 후 의사에게 기형 여부의 검진을 의뢰하였는데 의사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기형아인 사실을 밝혀 내지는 못하였으나 설사 이를 밝혀냈다 하더라도 그 증세가 다운증후군이어서 임신중절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위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경우 원고들이 받게 되었을 고통에 비하여 그렇지 않을 경우 출생 후에 받게 된 고통이 반드시 크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원심판결 제11쪽에서 전자의 고통이 후자의 고통과 비교하여 반드시 크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시한 부분은 오기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원심의 판단 중 피고 2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의료상의 과실을 저질렀다는 점에 관하여 보면, 그와 같은 판단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 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면, ① 산부인과 분야에서 임산부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형아 검사는 트리플마커 검사만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양수천자 검사 등은 원심 판시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시행되는 것인데, ② 원고 2는 기형아 검사 당시에 32세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어떤 유전적 결함을 가진 병력도 없었고, 트리플마커 검사 결과 위 원고가 임신한 태아가 다운증후군에 해당할 확률이 거의 없는 등 양수천자 검사의 전제가 되는 어떠한 징후도 없었으므로, 피고 2가 임산부인 위 원고에게 구태여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양수천자 검사의 내용과 필요성에 관하여 설명하거나 이를 권유할 필요가 없었으며, 이런 경우 산부인과 분야에서 양수천자 검사를 따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고, ③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 2가 양수천자에 관한 내용을 알려 주었더라도 원고 2가 통상적인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도 무리하게 양수천자 검사를 요구하였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고, ④ 가사 피고 2가 원고 2에게 양수천자 검사법을 알려 주었고, 그 결과 위 원고가 검사를 요구하여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의 의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모자보건법상 태아의 다운증후군의 병력이 있다는 사정은 적법한 낙태의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857 판결 참조)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원고 2가 태아를 낙태하려고 시도할 수는 없었다는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2가 포태한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의 의심이 있는지의 여부는 의사가 통상의 검사 결과의 통보 이상으로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할 만큼 중대한 결과에 관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서 원고 2가 가능한 다른 검사방법에 관하여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기형아 검사에 관한 자기선택권이나 검사 결과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있음이 확인된 후 낙태수술을 할 것인지에 관한 자기선택권을 침해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 2가 임산부의 신체나 태아의 건강상태에 관하여 이상 징후가 없는 상황에서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검사방법을 통하여 검사를 한 결과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린 다음, 의학적이고 직업적인 소신과 판단에 따라 임산부에게 그와 같은 판정 결과를 알려 주었다면 그로써 통상 요구되는 의무를 다한 것이고, 보다 정확하기는 하나 위험성이나 비용 등 때문에 구체적인 이상 징후나 위험한 인자를 갖고 있는 임산부에 대하여만 한정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검사방법에 관하여 더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과 안내를 하여 주지 않았다고 하여 의사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2가 원고 2에게 트리플마커 검사와 양수천자 검사의 정확성을 비교설명하고 양수천자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것임에도, 피고 2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의료상의 과실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 2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한 결과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위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고, 한편 피고 2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손해배상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이상 손해의 불발생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손지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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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 1999.8.27.선고 98가합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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