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와 관련하여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 증거의 범위
[3] 재항고인이 재심사유로 주장하는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결정에 증거의 신규성 및 명백성 요건에 대한 심리 또는 판단을 잘못한 위법이 있으나, 위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결정을 수긍한 사례
결정요지
[1]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위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위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위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 또한, 다수의견이 예정하는 피고인의 귀책사유 때문에 신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재심사유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정의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법원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하였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 새로운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의하여 판결확정 후에도 사실인정의 문제에 한하여 이를 재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2]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데,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 아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새로운 증거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새로운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할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 증거들 중에서 새로운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것들로 그 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3] 원판결이 확정된 후에 이루어진 재항고인에 대한 정액검사 결과 재항고인은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범인이 무정자증임을 전제로 한 원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정액검사 결과가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될 수 없었다거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정액검사 결과가 새로 발견된 것인지 여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고 정액검사 결과만의 증거가치를 기준으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한 잘못이 있으나, 원판결의 사실인정에 기초가 된 증거들 가운데 정액검사 결과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증거들을 함께 살펴보더라도 범인이 반드시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정액검사 결과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결정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3]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2. 11.자 86모22 결정 (공1987, 680) 대법원 1995. 11. 8.자 95모67 결정 (공1996상, 107) 대법원 1997. 1. 16.자 95모38 결정 (공1997상, 689) 대법원 1999. 8. 11.자 99모93 결정 (공1999하, 2261) [2] 대법원 1990. 2. 19. 자 88모38 결정 (공1990, 1091)(변경) 대법원 1990. 11. 5.자 90모50 결정 (공1991, 670)(변경) 대법원 1991. 9. 10.자 91모45 결정 (공1991, 2640)(변경) 대법원 1999. 8. 11.자 99모93 결정 (공1999하, 2261)(변경)
재항고인
재항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구인호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재항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는 재심사유의 하나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심사유 가운데에서도 판결확정 후 새로운 증거의 출현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신규형 재심사유로서, 첫째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을 것’(증거의 신규성)과 둘째로 새로 발견된 증거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할 것’(증거의 명백성) 등을 그 요건으로 한다.
이 사건 조항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이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63. 10. 31.자 63로6 결정 , 대법원 1966. 6. 11.자 66모24 결정 , 대법원 1987. 2. 11.자 86모22 결정 , 대법원 1995. 11. 8.자 95모67 결정 , 대법원 1997. 1. 16.자 95모38 결정 , 대법원 1999. 8. 11.자 99모93 결정 등 참조).
또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것인바,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1990. 11. 5.자 90모50 결정 , 대법원 1991. 9. 10.자 91모45 결정 , 대법원 1999. 8. 11.자 99모93 결정 등은 위 법리와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나. 원심은, 재심대상사건 기록상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한 법원은 재항고인(피고인, 이하에서 ‘재항고인’이라고 한다)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사건 범인이 무정자증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후에 이루어진 재항고인에 대한 정액검사결과 재항고인은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재항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위 정액검사결과는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결정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첫째 무죄를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먼저 재항고인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증거가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살핀 다음, 그 당시 재항고인이 그러한 증거를 발견하여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인정될 때 이를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되는 신규성 있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바, 위 정액검사결과가 그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증거의 신규성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그 발견 여부 및 제출하지 못한 데 대한 재항고인의 고의·과실 여부 등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둘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중에서 위 정액검사결과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증거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원심이 그러한 증거들을 제쳐 두고 위 정액검사결과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증거의 명백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재항고인이 재심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증거, 즉 자신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위 정액검사결과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는 증거로는 재심대상사건 기록상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기초가 된 증거들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와 검찰주사의 수사보고 등이 있는바, 위 감정의뢰회보의 내용은 피해자의 체내에서 채취한 가검물에서 정액 양성반응이 나타났을 뿐 정자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위 수사보고는 이러한 감정의뢰회보에 비추어 범인은 무정자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인데, 위 감정의뢰회보의 내용과 같이 정액 양성반응이 있으나 정자가 검출되지 않은 이유에는 무정자증 이외에도 채취한 가검물의 상태나 그 보존 과정 등에서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정자가 소실되는 등의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 감정의뢰회보만으로 범인이 반드시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로서 단순히 추측하는 내용에 불과한 위 수사보고 역시 별다른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 재항고인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에 불과한 위 정액검사결과는 위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증거가치를 가지지 못하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재항고인에 대한 위 검사결과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2. 재항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형사소송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1996. 8. 29.자 96모72 결정 , 대법원 2006. 5. 11. 자 2004모16 결정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보건대, 이 사건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이 그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직무에 관한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형사소송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없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은 정당하고, 달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의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서 정한 재심사유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해석과 관련하여,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과,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의 판단 방법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재심사유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는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이 새롭게 발견한 것이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에서의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보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형사소송에만 고유한 것이다.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인정되는 민사소송 등의 경우에는 사실심의 변론종결 시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관하여는 그때까지 제출된 증거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 및 권리관계를 확정하게 되므로(이른바 ‘기판력의 시적 범위’), 당사자가 그 전에 존재하였으나 제출하지 않은 증거자료를 그 후에 제출하여 사실관계 및 권리관계를 다투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이른바 ‘실권효’ 또는 ‘차단효’). 그러나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종전 소송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그 소송에서 제출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가 있으면 그것이 그 판결확정 전에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새로 제출하여 이미 확정된 사실인정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당사자주의에 입각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심 단계까지 사실인정에 필요한 모든 증거자료를 제출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그 후로는 새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민사소송 등의 경우와 달리,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판결 확정 후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증거제출의 실권효를 부정함으로써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시적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 이 사건 조항의 규정취지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형사소송에서도 판결 확정에 따른 실체적 확정력을 인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여야 할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신체를 제약하는 등의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재판에서 명백히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도 판결의 확정에 따른 실체적 확정력만을 이유로 이를 시정할 기회가 봉쇄된다면 피고인에 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인권침해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형사소송의 궁극적 목표는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옹호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두어야 하므로, 만에 하나라도 무고(무고)하게 처벌받은 사람을 구제하여야 할 필요성은 민사소송 등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요구받을 수밖에 없고, 그 범위 안에서는 법적 안정성의 요청도 어느 정도 양보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재심사유는 무엇보다도 바로 위와 같은 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도 이러한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2)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는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이 새롭게 발견하여 알게 된 증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재심사유로 정하고 있는 증거는 법원에 의하여 새로 발견되어 알게 된 증거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후에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증거이어야만 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을 한 법원이 전혀 모르고 있다가 판결 확정 후에 비로소 알게 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발견하고 있어서 이를 제출할 수 있었음에도 제출하지 못한 증거는 여기서 말하는 ‘새로 발견된’ 증거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다수의견도 전제하고 있듯이, 이 사건 조항은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고만 규정하여,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상 그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재심사유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또한, 뒤에서 보는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 의하면,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법원이 새로 발견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규성을 인정하게 되면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재심을 허용하려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 2호 의 규정취지나 기본정신에 반한다는 것이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 2호 의 재심사유는 모두 이른바 ‘오류형’(Falsa) 재심사유로서 종전의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제출된 증거서류, 증거물, 증언 등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변조되거나 허위인 것으로 증명되면 그 자체로 확정판결의 중대한 하자가 되므로 그것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종전의 소송절차는 무위로 돌리고 전면적으로 새로이 절차를 진행시킴으로써 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한 것임에 반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유일하게 이른바 ‘신규형’(Nova) 재심사유로서 유죄의 확정판결에 이른 실체적 사실관계의 오인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양자는 그 목적과 관점을 전혀 달리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따라서 신증거가 구증거와 그 내용만을 달리하는 경우라 하여도, 그 증거가 이 사건 조항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신규성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 , 2호 의 재심사유의 요건까지 충족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오로지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재심청구의 내용은 피고인을 유죄로 선고한 사실인정에 대한 재심사를 구하는 것이며, 그러한 사실인정은 재심대상판결을 한 법원이 그 당시까지 제출된 증거자료에 의하여 확인된 내용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상 명문의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에서 말하는 증거를 위와 같이 피고인이 발견하지 못하였거나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 제한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보면 판결의 확정력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피고인이 판결확정 후에도 형사재판에서의 사실의 인정을 탄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피고인의 인권 옹호라는 형사재판에서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고 그 범위 안에서 법적 안정성의 요청도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인정되는 시적 범위를 사실심 단계까지 제한하여 그 전에 제출하지 않은 증거자료를 그 후에 새로 제출하여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주의에 따라 사실인정에 필요한 모든 증거를 제출할 책임은 소송상 주장 및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에게 있으므로 그 책임을 다하지 아니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 근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형사소송절차에서는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만 있고 피고인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탄핵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피고인에게 그러한 증거자료를 제출할 책임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조항에서 형사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피고인에게는 판결확정 후에도 새로운 증거를 제출할 수 있게 하여 이른바 판결확정에 따른 실권효를 부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피고인에게는 사실심 단계까지 필요한 탄핵증거를 제출할 권리만 있고 이를 제출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님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인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발견하여 제출할 수 있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제출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새로운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피고인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그러한 증거를 제출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새로운 증거로 제출할 권리가 없다는 실권효를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형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의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판결의 확정력을 배제하는 이 사건 조항의 규정취지와 어긋나는 것이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4) 다수의견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증거의 신규성’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어떠한 증거가 새로운 것이고 ‘증거의 명백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예정하는 피고인의 귀책사유 때문에 신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재심사유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정의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예를 들어,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한 증거를 발견하였으나 그 부주의로 제출하지 못하였고, 그 확정판결을 한 법원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직권으로 그 증거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다수의견에 의하면 그 증거는 신규성이 부정되어 재심이 개시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는 명백히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무고(무고)한 사람에게 법원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의한 정의의 실현을 외면한 채 재심청구인에게만 그 책임을 미루어 인권의 보호를 위한 구제절차를 거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확정판결에 의한 법적 안정성의 우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재심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실제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이 그 무지와 궁박·경솔 등 다양한 연유로 인하여 진범을 대신하여 공소사실을 허위 자백하고 이를 기초로 판결이 확정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피고인에 대하여도 형법상 범인은닉 등의 죄책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허위로 자백한 것을 판결 확정 후 번복하는 내용의 진술이나 판결 확정 후 진범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 등 피고인이 명백히 무죄임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자료들이 있음에도, 다수의견에 의하면 그러한 증거들은 모두 피고인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고의로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신규성이 부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허위의 자백에 의한 확정판결의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한다면, 이는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실질적 정의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물론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심급 및 상소의 범위 안에서 신중하고 충실한 사실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추구되어야 하고 그 결과 확정판결에 의하여 형성된 법적 평화와 질서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 및 형사소송법은 정상적인 형사소송절차 안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피고인이 무죄의 추정을 받는 가운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엄격한 증거법칙의 운용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그러한 확정판결의 결과를 시정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의한 정의의 구현이라는 이념이나 재심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5)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재심사유로 인하여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원론적으로 다수의견의 견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하는 것으로서, 재심절차는 확정판결에서의 사실인정만이 그 심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이는 여전히 사실심의 영역에서 다투어지는 것임에 반하여 대법원이 최종심이 되는 것은 확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원칙적으로 법률심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보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를 상고이유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항소심판결 선고 후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에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 재심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에서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 대법원이 그 한도 안에서 편의상 사실심의 속심적 기능을 대신하여 부가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를 상고심인 대법원의 고유 기능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법원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하였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 새로운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의하여 판결확정 후에도 사실인정의 문제에 한하여 이를 재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로 인하여 재심절차가 실질적으로 대법원 이후의 제4의 심급으로 기능하게 됨으로써 재심제도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점은 불필요한 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운 증거인지 여부를 법원이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더 나아가 증거의 명백성 요건도 갖추어야만 재심사유로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어떠한 증거가 새로운 것이지만 그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인정을 좌우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그 증거의 명백성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재심사유가 확대되는 것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뒤에서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사례처럼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언한 증인 등이 종전의 진술이나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비록 그러한 증거에 신규성을 인정하더라도 더 나아가 명백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번복된 증언 등은 자유심증의 대상에 지나지 않아 명백성이 부정될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되는 증거로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재심사유를 증거의 명백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판단하는 것이 증거의 신규성 여부에 대한 형식적 판단에 의해 재심사유를 제한하여 재심이 개시되지 못하게 됨으로써 경우에 따라 위 ⑷항에서 본 바와 같이 정의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피할 수도 있고 무고(무고)한 자의 구제를 위해 새로운 증거의 출현을 재심사유의 하나로 규정한 재심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나.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하여 보면, 재항고인이 이 사건 조항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자신에 대한 정액검사결과는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후에 발견된 증거로서 법원에 대하여 새롭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와 달리 위 정액검사결과를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 증거의 신규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다만, 위 검사결과는 무죄를 인정하기에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므로, 결국 이 사건 재항고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지만, 증거의 신규성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5.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의 판단 방법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종래 대법원 판례가 법원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한 것은 잘못이고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구증거들과 함께 그 증거가치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그 중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보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다수의견과 같이 새로운 증거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새로운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할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재심사유가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됨에 따라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을 다시금 살펴보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굳이 다수의견과 같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증거들 중에서 새로운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것들로 그 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2) 나아가 다수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증거들 중에서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에 한정하여 이들을 새로운 증거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할 뿐 그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새로 발견된 증거의 측면에서 보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채용된 구증거들은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 대하여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결과를 지지하므로 모순된다고 볼 수도 있어 그 구분 또한 모호하다.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하여 보면, 원심이 위 정액검사결과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증거들을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아니한 채 위 정액검사결과의 증거가치만으로 무죄를 인정하기에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재항고인이 제출한 위 정액검사결과는 재항고인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에 불과하여, 다수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증거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나 검찰주사의 수사보고만으로는 범인이 반드시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별다른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증거 또는 그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범인의 침입 경로인 피해자 주택 난간에서 채취된 지문이 재항고인의 지문과 일치되고, 재항고인의 주거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의 도구가 발견되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이들 증거 등을 위 정액검사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보더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재항고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그 결론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6.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이 사건 조항에서 ‘증거의 신규성’에 관하여
(1) 종래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에서의 재심사유가 되는 증거는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청구인에게도 새로워야 하고, 다만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이 이를 제출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는 경우는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는 견해를 밝혀 왔고, 다수의견은 이를 유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이하 ‘별개의견’이라 한다)은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들고 있는 피고인이 자백을 번복하는 경우 이외에 예를 들어 확정판결 당시 증언한 증인 등이 종전의 진술이나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에도 형식상으로 법원을 기준으로 볼 때에는 새로 발견된 것에 해당하게 되어 신규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증거의 명백성 요건만으로 이 사건 조항에서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해화하여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도외시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라는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심급제도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며, 따라서 그와 같은 결과에 이를 수도 있는 해석론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 피고인이 자백을 번복하거나 확정판결 당시 증언한 증인 등이 종전의 진술이나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에 신규성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 진정으로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적합한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이는 명백히 현행 형사소송법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는 재심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호 및 제2호 는 이 사건 조항과는 달리 원판결의 증거로 된 서류, 증거물이 위조 또는 변조되거나 증언, 감정 등이 허위라는 사실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에 한하여 재심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 2호 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위 형사소송법 규정들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그뿐 아니라, 그러한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재심이 일반 형사재판절차에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인 점, 현재 우리 법원이 인적 증거에 대하여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를 유죄판결의 증거로 채용하고 있는 점, 피고인과 증인의 진술 등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번복된 진술을 재심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하기보다는 법원에 불필요한 심리를 요구하여 그 업무를 과중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인 증인을 포함하여 확정판결의 재판과정에서 증언한 증인을 집요한 유혹과 협박에 노출시켜 형사사법체계에 있어서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별개의견은 허위자백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억울한 피고인을 위한 예외적인 경우로서 자백의 번복에 대한 신규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백이 허위라고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자백의 허위성을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그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충분히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히 자백이 번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허위자백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상정할 수 없으므로 자백의 번복만으로 신규성을 부인하게 되면 억울한 피고인을 구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견해는 기우에 불과하다.
별개의견은 거기에 더하여 자백의 번복에 신규성을 인정하더라도 명백성 요건의 심사에 의하여 함부로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결정으로써 판시하는 것처럼 신규성이 인정되면 법원은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증거들 가운데 새로운 증거와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증거들도 함께 평가·판단하여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한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이는 결국 자백의 번복이 있으면 재심을 청구받은 법원이 관련 기록을 검토하여 기록에 첨부된 증거들을 모두 살핀 뒤에 재심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앞서 본 것처럼 단순한 자백의 번복, 즉 입증할 만한 증거를 갖추지 아니한 자백의 번복에 대하여도 실효성이 없는 법원의 심사를 전면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절차의 낭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형의 집행을 평화롭게 감내하는 피고인에게 자백의 번복을 유도하게 되어 형사 사법질서를 크게 불안정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3) 형사소송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 )’ 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이하 ‘10년 이상의 징역 등’이라 한다)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를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08조 ), 제1심, 항소심과 상고심을 구분하여 10년 이상의 징역 등이 선고된 사건이 아니라면 사실인정에 관한 문제는 제1심과 항소심 단계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확정되도록 하고, 상고심의 심리범위는 법령위반으로 한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별개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 소정의 재심사유에 있어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는 법원에 대하여 새로우면 된다고 보아 청구인으로서는 충분히 항소심까지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 특히 종전 증언이나 진술을 변경하는 취지의 진술들을 새로 제출하였다고 하여 이에 대하여 신규성을 긍정하게 되면, 재심법원으로서는 명백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그 증거와 관련된 종전 증거들의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새로이 하여야 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소송경제에 반할 뿐 아니라, 10년 이상의 징역 등이 선고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제1심과 항소심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기고 그 이후 단계에서는 법령위반에 한정하여 심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에 반하게 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를 상고이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판결확정 전에 재심청구의 사유가 생겼음에도 판결확정을 기다렸다가 재심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할 뿐 아니라 정의 관념에도 반한다는 취지에서 위 규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별개의견과 같이 청구인으로서는 충분히 항소심까지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들을 상고를 제기하면서 새로 제출하였다고 하여 이에 대하여 신규성을 긍정하게 되면 대법원이 재심법원과 마찬가지로 명백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새로이 종전 증거들에 대한 증거가치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대법원이 법령위반에 한정하여 심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에 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증거로서는 전혀 무가치함에도 이를 새로운 증거라고 주장하여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신규성이 허용됨으로 말미암아 대법원이 종전 증거들에 대한 증거가치를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한 증거나 자료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되어 심히 부당하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의 규정 취지나 법률심으로서의 상고심과 사실심으로서의 제1, 2심의 기능 강화를 통한 사법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형사사법의 정책적 이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 소정의 재심사유에 있어서 사실인정에 대한 평가가 개재될 수밖에 없는 증거의 명백성 요건에 대한 심사와는 별도로 증거의 신규성 요건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대하여도 증거의 신규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재심사유를 매개로 하여 사실심의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한 부적법한 상고이유 주장을 유효적절하게 가려낼 수 있게 될 것이다.
(4) 또한, 별개의견은 증거의 신규성을 다수의견처럼 법원과 피고인 모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재심에 의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인권보호가 소홀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언(법언)이 상징하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호라는 명제는 민주적 형사절차의 근본적인 출발점으로서, 우리의 형사소송절차도 그 기초 위에 존립하고 있음은 다언을 요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이념은 형사사법절차를 운용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여야 하는 것이며, 어느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 역시 그와 같은 이념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칙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에서, 무분별한 재심절차에 의해 사법절차의 필수적 요소인 재판의 본질적 효력이 훼손되거나 사법 질서가 어지럽혀짐을 방지함으로써 법질서의 또 하나의 대명제인 법적 안정성과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재판이 확정됨으로써 그 심리대상이 된 사건은 종국되어 더 이상 다툴 수가 없게 되는데, 재심은 그 확정된 재판이 없었던 상태로 사건을 되돌려 다시 심리하는 절차로서, 확정된 재판의 효력을 번복하는 극히 예외적이고 비상의 구제절차이다. 그 성격이 지극히 예외적이고 기존 재판을 뒤엎는 절차인 만큼 재심절차는 대부분 재판이 있은 이후에 당해 재판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음이 그 재판 자체로 분명히 드러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개시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 내지 제4호 , 제6호 , 제7호 ). 다만, 형사소송법은 위와 같은 재심사유와는 다른 성격의 재심사유로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판 확정 후에는 확정된 사실관계를 원칙적으로 다툴 수 없으나 새로운 증거로 말미암아 당해 재판에 다른 재심사유에 비견될 만큼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 위에서 본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의 이념에 기하여 이를 특별히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 규정이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을 재심개시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서, 추가적인 증거가 있다고 하여 이미 확정된 재판을 쉽게 재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 규정이 의도하는 바가 아니라 할 것이다.
우리 형사소송절차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에 입각하고 있고 증거조사 역시 직권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정에 제출하거나 지적하지 않는 자료는 법원이 알기도 어렵고 증거로 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에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되었는지 여부를 법원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피고인이 이미 알고 있었던 증거라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모두 이에 해당할 것이므로 결국 ‘새로’의 의미는 피고인이 종전에 이를 제출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인바, 이는 문언에도 맞지 아니할 뿐 아니라 사실상 신규성의 요건이 형해화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에 있어서 유죄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피고인은 이를 방어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권리라 할 것이지만 그 방어권의 보장을 위해 피고인에게 법적으로 많은 권능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피고인에게도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재판절차에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이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실로써 이를 제출하지 않은 때에는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하겠고, 마치 상소의 경우 피고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소기간이 도과되었다 하여도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경우가 아닌 한 상소권회복이 인정되지 않는 것( 형사소송법 제345조 )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경우에 신규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종전 판례의 태도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과 같이 신규성을 제한하면 실체적 진실발견에 의한 인권보장이 미흡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무죄 인정을 받을 결정적인 증거의 존재를 알고 또 이를 제출할 수 있는데도 아무 장애사유 없이 이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는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그러한 경우는 거의 모두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별개의견이 우려하는 바는 지나치게 이론에 경도된 기우라고 본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를 제출하여 재심을 요구하면 일단 모두 ‘새로’ 발견된 증거로 보고 더 나아가 소송기록에 의해 그 증거가치를 판단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무가치한 절차에 의한 사법정의의 훼손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재판을 한 번 하더라도 당해 절차 안에서 인권보호의 이념을 충실하고 철저하게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거듭거듭 재판을 중복하여 한다고 하여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5) 이와 같이 신규성에 관한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넘어선 법의 창조에 가까운 해석으로서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한다기보다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위험만을 초래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조항에서 ‘증거의 명백성’ 판단 방법에 관하여
(1) 이 사건 조항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떠한 방법으로 그와 같이 명백한 증거인지를 평가·판단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수의견은 그 판단 방법으로,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을 개시하기에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의 견해를 변경하여,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그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구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의 규정취지는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새로 발견된 증거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새로 발견된 증거를 고려하여 확정판결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를 재심사하여야 한다는 것인바, 그러한 재심사는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를 고려하여 확정판결에서의 구증거들에 의한 사실인정이 정당한지를 비교·평가하는 방법에 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한지 여부를 평가·판단하게 되면 새로 발견된 증거는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과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구증거들과 비교·평가하여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오류나 모순이 있는지를 살피는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도 새로 발견된 증거 자체만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이 사건 조항의 재심사유 해당 여부의 판단에 관한 사고의 논리 과정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종래 판례가 그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증거의 명백성 요건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함에 따라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는 재심사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이 사건 조항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의 나머지 재심사유와 달리 새로운 증거의 출현을 이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달라진 증거관계하에서 확정판결의 사실인정 및 증거관계를 다시 살필 기회를 가짐으로써 만에 하나 무고(무고)하게 처벌받은 피고인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재심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다수의견은 종래 판례의 견해를 변경하게 된 것인바, 이에 따라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에서 그 사실인정의 기초가 된 구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확정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것이고 재심은 그에 대한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인 점,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그 이후 재판절차로 나누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이 그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데에 있어 다시 살필 증거는 확정판결에서 그 사실인정의 기초가 된 구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판결의 사실인정의 기초가 된 구증거들 가운데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것들을 함께 고려하여 비교·평가한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인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그와 같이 비교·평가한 결과가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만 확정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이를 일의적(일의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나, 다만 이러한 문제는 넓게 보아 형사소송에서의 사실인정에 관한 문제 영역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상 사실심에서 일단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실인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소하여 이를 다투게 됨으로써 상소심에서 그 유죄의 심증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와 비교를 통하여 위와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하다고 보기 위하여 요구되는 심증의 정도의 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판결 확정 전의 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고( 헌법 제27조 제4항 ,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 그 판결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며( 같은 법 제307조 ),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같은 법 제308조 ). 형사소송법은 이에 따른 제1심판결에 대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이거나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가 있을 때’를 항소이유로 규정하여( 제361조의5 제1호 , 제14호 ),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에서의 사실인정의 당부를 재심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항소이유와는 달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만을 상고이유로 규정하여( 제383조 제1호 ),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 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제383조 제1호 , 제3호 , 제4호 )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제383조 제1호 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항소심판결의 사실오인을 탓하는 주장은 상고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재심은 해당 심급이나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유죄로 확정된 판결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미확정 상태에서 항소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 등의 위반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상고심과 그 존재의 평면을 달리한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서와 같이 새로 발견된 증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인정하기에 ‘명백’하여야 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하에서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는지를 헌법·법률 등 위반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살피는 상고심과 그 구조를 달리한다. 따라서 새로 발견된 증거 및 이와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구증거들을 함께 비교·평가한 결과는, 단순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거나 이를 탄핵하는 증거들이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른 판단 범위 내에서 그 증명력의 우열을 다투는 정도를 넘어서서 유죄의 확정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때 단지 확정판결의 정당성이 의심스러운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는 재심을 청구받은 법원에 따라 그 평가·판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정도를 넘어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의한 무고(무고)한 자의 구제라는 재심제도의 취지와 이를 통한 정의의 구현이라는 형사사법의 이념에 반할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무죄 등을 인정하기에 명백하다고 볼 것이고, 이때에 비로소 재심이 개시될 수 있을 것이다.
(3)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은 재심을 청구받은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판결에서 사실인정의 기초로 채용된 구증거들을 함께 전면적으로 재평가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형사재심은 민사재심과 달리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절차와 재심개시결정 이후의 재심대상사건에 대한 재판절차가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재심을 청구받은 법원은 먼저 재심청구가 이유 있는지 여부의 심리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여 사실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하면 되고, 재심대상판결에서 사실인정의 기초가 된 구증거들은 그 가운데 재심사유와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범위로 한정하여 살펴보면 될 것이며, 재심대상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는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이후 그 심급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절차에서 검사의 추가적인 입증 및 피고인 측의 탄핵활동 등과 함께 이루어지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재심청구의 이유와 관련없는 구증거들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위 별개의견의 견해는 불필요한 중복 심리로 형사사법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재심의 이분적 구조에도 반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