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자신이 소송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집합건물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과 대표자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비용을 입주자대표회의비로 지출하였다고 하여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에 대한 형사소송은 다른 입주자대표들의 자격, 기존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처리해 온 업무의 효력 등과 연관되어 있는 점에서 그와 관련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것은 단체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나, 피고인 을의 개인적인 형사사건을 위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2] 형법 제30조 ,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강석훈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 (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398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3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3에 대한 형사소송은 비록 공소사실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위 피고인 개인의 위법행위가 문제되었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입주자대표 자격의 존부, 적법한 대표선출을 위한 의사정족수 등이 문제된 사안으로서, 해당 소송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다른 대표들의 자격과 기존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처리해 온 업무의 효력 등이 연쇄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하여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단체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증거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2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2에 대한 형사소송은 객관적으로 보아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단 자체의 이익과 무관한 개인적 문제라 할 것이지만, 2010. 2. 23. 입주자총회에서는 고소인 공소외 1이 입주자대표 등을 상대로 다수의 고소를 제기함으로써 입주자대표들의 정상적 업무수행이 곤란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소가 입주자들의 총의에 반하는 것임을 표명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수사 및 재판 관련 변호사 선임비용을 포괄적으로 단체비용에서 충당하기로 결의하였다고 보이고, 피고인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러한 총회결의를 구체적으로 집행한 것에 불과한 점, ② 2010. 2. 23.자 총회결의는 입주자 과반수의 참석과 참석자 2/3 이상의 찬성(규약의 제정 또는 개정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이다)으로 이루어졌는바, 이는 결국 입주자대표회의비의 사용 용도와 관련해 규약변경이 이루어진 것과 동일한 실질을 갖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타인의 재산을 불법하게 영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지번 생략)에 있는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이고, 피고인 2, 3은 위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들인 사실, 이 사건 건물의 관리규약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들로부터 세대당 매월 3,000원 내지 5,000원씩의 입주자대표회의비를 징수한 사실, 피고인들은 2010. 3. 17.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통해 피고인 2의 명예훼손 사건 및 피고인 3의 업무방해 사건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하기로 결의한 후 같은 달 30일 입주자대표회의비 중 250만 원을 변호사 공소외 2의 신한은행계좌로 송금한 사실, 피고인 2가 기소된 명예훼손 사건의 공소사실은 ‘위 피고인이 2006. 8. 9.경 입주자총회에 참석한 입주자 40~50명이 있는 가운데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이미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 2의 형사사건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개인적인 위법행위가 문제된 것일 뿐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피고인 2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입주자대표회의비로 지출한 것을 들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들이 피고인 2의 개인적인 형사사건을 위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그에 대하여 입주자총회의 결의 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의는 의결권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며, 2010. 2. 23.자 입주자총회 결의가 규약변경에 필요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위 입주자총회 결의가 규약변경의 실질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다고 할 것인바, 위 부분과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일죄의 관계에 있어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