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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강간][집49(1)형,754;공2001.4.15.(128),818]
판시사항

[1]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2]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3] 피고인이 다방종업원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여야 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의심이 간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3] 피고인이 다방종업원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영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9. 1. 22. 01:30경 도로상에 주차한 승용차 조수석에서 함께 타고 간 다방종업원인 피해자(여, 19세)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며 옷을 벗으라고 하였으나 거절하자 심한 욕설을 하며 조수석으로 넘어가 의자를 뒤로 젖혀 피해자를 눕히고 피고인의 무릎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내리눌러 반항을 억압한 다음 상, 하의를 벗기고 간음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강간죄로 다스린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는바, 그 사실인정 과정을 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가장 유력한 증거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을 강간죄로 고소한 이래 제1심 판시와 같이 강간당하였다고 진술함에 반하여,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 성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되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진술 중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채택한 것은 사실심의 증거 취사에 관한 것으로서 이것이 도리와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검찰 및 제1심에서의 각 진술과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고난 뒤 곧바로 들린 여관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상대한 여관주인의 경찰, 제1심 및 원심에서의 각 진술이 있으므로, 차례로 검토한다.

먼저, 여관주인의 각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부분은, 여관에 먼저 들어온 피해자가 도망가야 한다면서 도와달라고 하였다거나(수사기록 17쪽, 이하 '수 몇쪽'이라고 표시한다.), 피해자가 먼저 203호실로 올라가고 피고인이 숙박부에 인적사항을 적고 뒤따라 올라간 뒤 곧바로 피해자 혼자 내려와 내실에서 휴대폰으로 아는 남자에게 전화하여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는 진술(수 17쪽)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관주인의 경찰 진술을 보더라도, 피해자가 여관에 왔다가 나갈 때까지 피고인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수 18쪽), 피고인이 203호실에서 피해자를 뒤따라 내려와 여관 내실에 들어가 있는 피해자에게 여관방에 올라가 자고 가라고 말하고, 피고인이 아침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한 것 외에 달리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행패를 부린 일이 없고, 피해자가 자신을 데리러 온 남자 친구의 승용차를 타고 간 뒤 피고인도 그대로 여관을 나갔다는 것이며(수 17쪽), 제1심 증언을 보면, 여관방에서 카운터로 내려온 피해자가 뒤따라 온 피고인에게 돈 이야기를 비치면서 피고인이 염치가 없을 정도로 말을 했고, 피해자를 데리러 온 차량이 여관 앞에 도착하자 피고인에게 다시 욕설을 하면서 여관을 나갔으며(공판기록 89쪽, 이하 '공 몇쪽'이라고 표시한다.), 피해자가 여관에 들어오면서부터 나갈 때까지 두려워하거나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는 화가 난 상태이고 피고인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고(공 90쪽), 원심 증언을 보면, 피해자가 내실에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전화하여 차량이 도착하자 여관을 나가면서 피고인에게 창피를 주는 내용의 욕설을 하였고(공 242쪽), 피고인이 피해자가 여관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내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거나, 또는 여관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이 없으며(공 241, 242쪽), 피해자가 여관에 들어올 때 머리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지지 않았고(공 242쪽), 피해자가 먼저 여관에 걸어 들어오고 피고인이 잠시 후 따라 들어왔는데, 피해자가 도망갈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 도망가려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공 243쪽).

다음으로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1999. 1. 25.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같은 날짜 경찰 제1회 진술(수 7쪽), 같은 해 2월 3일자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대질부분(수 39쪽), 같은 달 4일자 경찰 제2회 진술(수 48쪽), 같은 해 4월 21일자 검찰 진술(수 134쪽), 같은 달 27일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대질부분(수 145쪽), 같은 해 12월 8일자 제1심 증언(공 94쪽), 2000. 6. 1. 원심 증언(공 216쪽)까지 7차에 걸쳐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피해자는 정읍시에 있는 다방에 종업원으로 있으면서 이 사건 범행 전일 23:20경 같은시에 있는 가요주점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쌍화차 2잔을 주문받아 배달갔다가(수 7, 8, 135쪽), 피고인으로부터 1만 원을 받아 쌍화차 2잔 값 8,000원을 제하고 2,000원을 거슬러 주었을 뿐 4만 원을 따로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하고(수 42쪽),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다방에 가서 입금하고 돌아오겠다는 피해자의 말에 피해자에게 5만 원을 주었더니 2,000원을 거슬러 주었다고 주장한다(수 33쪽).

그런데 가요주점 종업원의 진술을 보면, 얼마인지 모르지만 피고인이 돈을 세어 피해자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거나(수 55쪽), 만 원 짜리 몇장을 주었다고 하고 있고(공 36쪽), 피해자가 종업원 자신의 휴대폰을 빌려 다방주인에게 전화하여 이른바 티켓영업을 하여도 되느냐고 물어 승낙을 받고 피고인에게 다방에 가서 입금하고 돌아오겠으니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며, 그러한 경위로 보아 피고인이 쌍화차 값 외에 다른 돈을 준 것으로 생각하고(수 59쪽), 또한 당시 술값이 5만 원이 나왔는데 피고인이 돈이 없다면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맡기고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다음날 갚기로 하였다는 것인바(수 59쪽), 이러한 종업원의 진술이 허위라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피해자가 차값 이외에 따로 돈을 받았다면, 이는 다방종업원이 술집 등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시며 함께 있어주는 대가를 받는 이른바 티켓영업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윤락행위까지 하려고 피고인의 승용차에 동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기록상 이 사건이 발생한 정읍지역에서 티켓영업의 경우 시간당 2만 원 정도라는 것이고(수 126쪽), 피해자가 주문한 쌍화차 2잔을 배달나가 차를 따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피고인이 술을 마시는 칸막이 방으로 들어가 함께 맥주를 나누어 마시고, 가요주점에 머무른 시간은 30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이는 가요주점 영업시간이 24:00에 끝나게 되어 그리 된 것이고, 다방주인에게 전화하여 더 있다가 가도 되느냐고 물어 수금액을 입금한 뒤 나가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다방에 갔다 돌아올 터이니 기다리라고 하였음은 피해자도 인정하고 있는바(수 138, 139쪽), 차를 배달하러 왔다가 피고인을 처음 만나 30분 정도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눈 것에 불과한 피해자가 15살이나 나이 차가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각별한 호감이 생겼다고 보기도 어려워 아무런 대가 없이 단순히 술을 마시려고 되돌아온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자정이 지난 시간에 단순히 개인적으로 술을 먹는 것이라면 굳이 다방주인에게 사전에 승낙을 받을 이유가 없어 보이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성관계를 맺기로 사전에 약속하였거나, 적어도 이른바 티켓영업의 대가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되돌아온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인은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기로 합의하여 피해자가 조수석에 앉아 스스로 옷을 벗었고, 피고인도 뒤따라 옷을 벗었다고 주장하고 있음(수 33쪽)에 반하여, 피해자는 경찰 진술에서, 피고인이 옷을 모두 벗고 알몸으로 조수석으로 넘어와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고 양 무릎으로 양 허벅지를 누르고 강간하였다고 진술하다가(수 8, 48, 49쪽), 경찰 제2회 진술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 그리고 상의 스웨터를 벗긴 다음 강간하였고, 강간과정에서 브래지어까지 벗겼다고 진술하여 마치 피해자의 옷을 먼저 벗긴 것처럼 진술하였으며(수 48, 49쪽), 검찰 진술에서는, 피고인이 조수석에 넘어와 피고인의 무릎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누른 상태에서 피해자의 스웨터를 잡아당겨 벗기고, 양손으로 청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긴 다음 피고인이 자신의 바지를 벗고 강간하였다고 하고(수 136쪽), 다시 제1심 증언에서는, 피고인이 바지를 벗은 상태에서 조수석으로 넘어와 증인의 상, 하의를 벗겼으며 성관계 후에 피고인이 자신의 상의를 벗었다고 하여 다시 바뀌었는바(공 97쪽), 최초 경찰 진술은 고소장을 제출한 당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여 피고인이 먼저 알몸으로 조수석으로 넘어와서 피해자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는 내용의 최초 경찰 진술이 다른 진술에 비하여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피고인은 왼쪽 무릎 아래부위가 절단된 불구자로서 의족을 착용하고 있어(공 122-127, 148, 149쪽) 옷을 벗을 때 상당히 불편한 처지이고, 피해자도 피고인이 왼쪽 다리에 의족을 하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므로(공 98, 218쪽), 범행 장소라는 프린스 승용차의 비좁은 조수석(공 211쪽 이하의 사진 참조)에서 의족을 한 피고인에게 강간당한 구체적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또 피해자는 당시 입고 있던 바지의 종류에 대하여 경찰에서는 진술한 바 없고, 검찰에서 처음으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하고는(수 136쪽) 제1심 법정에서는 청바지 비슷한 통이 큰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하고(공 102쪽), 다시 원심 법정에서는 꽉 조이는 청바지가 아니라 헐렁한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하여 진술을 달리하고 있는바(공 220쪽), 이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 하의를 강제로 벗겼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스럽게 한다.

나아가 피고인은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후 자신의 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명함을 피해자에게 건네 주었고(수 44쪽), 여관에서 숙박부에 자기 본명을 기재하였다(수 17쪽)고 진술하면서, 명함을 준 것은 수중에 돈이 없어 여관이 아닌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과 윤락행위의 대가를 주지 못하여 나중에 분명히 주겠다는 뜻이고(수 44쪽), 숙박부에 본명을 적고 여관비가 없다면서 핸드폰과 자동차 키를 맡겼다는 것은 여관주인의 진술과도 일치하는바, 여기에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여관주인의 진술로써 알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여관에서의 언동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다는 피해자의 각 진술은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여야 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의심이 간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후의 사정 등을 좀더 자세히 심리하여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와 함께 그 두 사람이 한 진술의 신빙성을 가려보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주심) 윤재식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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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 2000.11.9.선고 2000노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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