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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강간·절도][공2001.12.15.(144),2645]
판시사항

[1]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2] 강간 및 절도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강간 및 절도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으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조남돈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이 2000. 6. 5. 22:30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핑크장여관 806호실에서 컴퓨터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당시 20세)를 자기의 집이라고 속여 위 여관방으로 데리고 온 다음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에 밀어 넘어뜨리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회 때리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2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같은 날 23:30경 위 여관방에서 피해자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지갑에 있는 현금 23만 원을 가지고 나온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강간 및 절도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1999. 9. 21. 선고 99도2608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및 검찰에서의 진술(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피고인과 피해자가 투숙한 핑크장여관의 종업원 임희섭의 검찰에서의 진술, 피해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여관으로 온 장창영의 법정진술, 실황조사서를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고, 원심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피해자의 원심에서의 진술을 추가하고 있는바, 이를 차례로 검토한다.

(1) 먼저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성교를 맺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피해자와 합의하여 성관계를 맺은 것이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의 진술 요지는, 사건 당일 21:00경 인터넷 채팅을 통하여 피해자와 금 40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맺기로 합의한 후, 22:00경 피해자가 지정한 커피숍에서 만나 근처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가 성교를 하였고, 성관계를 맺은 후 피해자가 샤워를 하는 사이에 돈을 줄 마음이 없어져 탁자 위에 돈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후 그대로 나왔다는 것으로 강간사실을 일관하여 부인하고 있을 뿐이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발생 장소인 핑크장여관의 종업원 임희섭의 경찰진술(제1심의 검찰진술조서는 오기로 보인다)을 보면, 피고인이 6층 여관카운터에 숙박비를 내고 806호실 키를 받을 때 피해자는 피고인 옆에 그냥 서 있었고,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이 걸어서 계단을 올라갔는데, 조금 있다가 담배를 갖다 달라는 주문을 받아 806호실에 담배 1갑을 넣어 주고 2,000원을 받아 오기까지 하였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다만 23:30경 806호실에서 남자가 뛰어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806호실로 인터폰을 하니 피해자가 아무 일 없다고 하여 그냥 있었는데, 그 후 다른 방을 청소하고 오니 카운터 여종업원으로부터 806호실 여자손님이 인터폰으로 지갑이 없어졌다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후 피해자 혼자 한참 있다가 다른 남자가 와서 같이 나갔다는 것으로 그 진술 어디에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은 없다.

(3) 다음으로,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위 여관에 온 장창영의 법정진술을 보면, 피해자를 1999년 11월말경부터 3개월 간 태권도 지도를 한 사이인데, 사건 당일 밤 11시가 넘어 피해자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는 취지의 전화가 와서 여관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는 전화로 돈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만 하였지 강간을 당하였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다르게 진술하고 있으므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마지막으로, 실황조사서에 관하여 보면, 이는 경찰관이 핑크장 여관의 위치와 구조를 조사한 것으로, 그 내용을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와 처음 만난 커피숍 근처에 핑크장여관이 있는 건물이 있으며, 여관은 건물 6-8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 건물 외벽에 네온간판으로 "핑크장"이란 간판과 현관출입문에 "핑크장"이란 네온 입간판이 있는 사실, 일반인이라면 여관이라고 알 수 있는 통상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오히려 여관인 줄 모르고 따라 들어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자료일 뿐이다.

(5) 결국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만이 남는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하여, 사건 당일 21:00경 피씨(PC)방에서 피고인과 인터넷 채팅을 하였는데, 영어회화를 가르쳐 준다고 하여 배울 욕심에 피고인이 가르쳐 준 핸드폰 전화로 연락을 하여 같은 날 22:00경 피해자가 지정한 신사동 소재 커피숍에서 피고인을 만났다.

피고인과 같이 여관에 가게 된 과정에 대하여, 피고인과 커피숍에서 만나 20분간 이야기를 한 후, 피고인이 노래방에 가자고 하여 따라 나섰는데, 피고인이 어떤 건물 앞에 이르러 자신의 숙소라며 숙소에 짐과 책, 그리고 노래방 갈 돈이 있는데 가지고 나와야 되니까 잠시 올라갔다 나오자고 하여 여관인 줄 모르고 의심 없이 6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피고인이 6층 카운터에 있는 아줌마에게 갖다 오더니 자신의 손을 잡고 계단을 통하여 8층 806호실로 데려갔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옆 거울을 보면서 머리손질을 하고 있어서 아줌마와 무슨 대화를 하였는지는 몰랐으며,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여관방에 들어가고 나서의 행적에 대하여, 방안에 들어가 피고인의 연락으로 종업원이 갖고 온 담배를 피우면서 살펴보니 숙소 같지 않아 그만 가자고 일어섰더니, 피고인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머리채를 잡아 당겨 침대에 밀어 넣더니 몸으로 가슴을 짓누르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으로 반항을 못하게 한 후 1회 강간하고 나서, 씻으라고 하여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만 하고 있으니, 피고인이 자신을 다시 침대로 끌고 가서 다시 강간을 하였고, 다시 씻으라고 하여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이 부분은 검찰에서는 물만 틀어 놓고 울고 있었다고 진술하다가,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울리는데도 피고인이 받는 기색이 없어 이상하여 나와 보니 피고인은 보이지 않아 전화를 받았더니, 종업원이 "같이 있던 남자가 밖으로 급히 뛰어 나갔는데 별일 없느냐"라고 물어 창피한 마음에 "괜찮아요"라고 대답한 후, 그 곳을 벗어나려고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탁자 위에 자신의 지갑이 열린 채로 있고, 현금 23만 원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거나, 강간당한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와도 어긋나는 등으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우선 피고인이 채팅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를 영어회화를 배울 욕심에 밤늦은 시간에 바로 만났다거나, 노래방에 같이 가면서 짐과 책 등을 가지러 숙소에 들어갔다 오자는 피고인 말을 믿고 의심 없이 따라 들어갔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앞서 본 실황조사서의 기재와 같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여관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처음 만나는 남자의 숙소에 들어가면서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여관인 줄을 모르고 방안에까지 따라 들어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2) 방안에서의 행적에 대하여서도,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의 연락으로 종업원이 갖고 온 담배를 나누어 핀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린 시기에 관하여 옷을 벗기기 전에 때렸다고 진술하기도 하고, 바지를 벗긴 후 혹은 상·하의를 모두 벗긴 후 때렸다고도 하여 그 진술의 일관성이 없으며,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주먹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하고, 가슴을 짓눌리는 등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폭행을 당하였다면 머리나 가슴부위 등에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만한데 아무런 상해진단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다만 사건 직후 경찰에서는 머리가 조금 아프고 왼쪽 손목이 긁혔고, 손목이 아프다고 진술하다가, 원심에서는 그 이튿날 멍은 없었고 노랗게 된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상해부위의 사진 등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3)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를 맺은 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피고인이 먼저 여관을 나갔음을 확인하고서도 안부를 묻는 종업원의 전화에 오히려 괜찮다고 하였다는 피해자의 행동이나 태도는 강간당한 후의 것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만일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강간까지 당하였다면 당연히 도움을 청하였을 법한 데도 피해자는 그러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4) 그 후 피해자는 돈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후, 종업원에게 돈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만 하였고, 구원요청을 한 장영창에게도 강간당한 사실은 말하지 않고 피고인이 돈을 가져갔다는 이야기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에, 장영창은 돈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강간당하였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여관에 달려 왔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5) 여기에다가, 피해자가 대학입시를 준비중이고, 지방에 홀로 사는 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송금 받는다고 하면서도, 볼보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등 이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간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한다.

라. 사정이 이러하다면, 절도부분에 대하여서도 기록상 피해자가 여관 종업원에게 "피고인이 돈을 가져갔다."라고 이야기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 진술만으로 바로 피고인이 돈을 훔쳤다고는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후의 사정 등을 좀더 자세히 심리하여 과연 피고인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는지, 그 내용과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를 가린 후에 피고인이 돈을 훔쳐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 또한 가려 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단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강신욱(주심)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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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7.27.선고 2001노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