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2]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
판결요지
[1]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강간죄는 부녀를 간음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실제로 그와 같은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의 항거가 불능하게 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어야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참조판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최인섭
주문
원심판결 중 강간미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강간미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간미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8년 12월 초순 일자불상 02:00경 서성애의 집에서 그녀의 딸인 피해자 현재연(19세)을 강간할 마음으로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 피해자의 팔을 잡아 그 곳 침대에 눕히고 몸으로 눌러 그녀의 반항을 억압한 후 유방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속옷을 벗겨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강력히 반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함에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에 누워 ' 피해자는 어머니 말을 잘들어 이쁘다'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팔을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한 다음 갑자기 입술을 빨고, 계속하여 저항하는 피해자에게 ' 피해자는 대학생이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유방과 엉덩이를 만지고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려고 하여 피해자가 이를 뿌리치고 동생 방으로 건너갔으며, 당시 피고인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얼굴이 빨갛고 혀가 꼬였고 걸음거리도 비틀거려 매우 취한 것으로 보였고,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때에는 술주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힘없이 흐느적거리며 만졌기 때문에 피해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고, 갑자기 팬티를 벗기려고 하여 너무 놀래 뿌리치고 동생 방으로 건너갔으며, 위와 같은 일이 있었던 이후에도 피고인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였고 피해자를 포옹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를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은 술에 만취하여 그러한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할 상태에 있지 아니한 사실만이 인정될 뿐이며, 나아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경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은 위 진술기재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고 달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한 강간미수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4. 9. 선고 99도519 판결 , 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도1118 판결 ,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도2608 판결 등 참조 ). 그리고 강간죄는 부녀를 간음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실제로 그와 같은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의 항거가 불능하게 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어야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1. 4. 9. 선고 91도288 판결 참조 ).
라.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피해자의 팔을 낚아채어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갑자기 입술을 빨고 계속하여 저항하는 피해자의 유방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려고 하였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사실관계라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를 개시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당시 피고인이 술에 많이 취하여 있어 피해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다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뿌리치고 동생 방으로 건너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실제로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지 못하여 강간죄의 실행행위를 종료하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피고인이 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술에 만취되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강간미수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공갈(야간공갈의 점 포함)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1998. 1. 21., 같은 해 3월 21일, 같은 달 하순 일자불상경, 같은 해 4월 중순 일자불상경, 같은 해 12월 22일, 1999. 1. 28. 각 금원갈취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들을 배척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강간미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