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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강도상해][공2001.4.1.(127),688]
판시사항

[1] 야간에 짧은 시간 동안 강도의 범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떤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하여 그를 범인으로 진술하는 경우, 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정도

[2]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 및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판결요지

[1] 야간에 짧은 시간 동안 강도의 범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떤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하여 그를 범인으로 진술하는 경우에,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아니면 피해자가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그 용의자를 포함하여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대면하고 그 중에서 범인을 식별하였다든가 하는 부가적인 사정이 있다면, 직접 목격자인 피해자의 진술은 특별히 허위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없는 한 그 증명력이 상당히 높은 것이라 하겠으나, 피해자가 범행 전에 용의자를 한번도 본 일이 없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잘못된 단서에 의하여 범인으로 지목하고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를 일대일로 대면하고 그가 범인임을 확인하였을 뿐이라면,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주어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암시의 가능성에 비추어 그 피해자의 진술에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곤란하다.

[2]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세영 담당변호사 전하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공소외 성명미상자와 합동하여 1999. 1. 20. 03:10경 영천시 금호읍 소재 사찰에서, 성명미상자는 밖에서 망을 보고, 피고인은 위 사찰의 큰방으로 들어가 피해자 1(여, 72세)의 우측 팔을 걷어차면서 손으로 목을 조른 다음 다시 주지승의 방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가 주지승인 피해자 2(여, 65세)에게 고함치면서 발로 다리와 가슴을 걷어차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 2 소유의 현금 100만 원을 빼앗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에게 전치 각 3주간의 흉부좌상을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은 피해자들의 경찰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등 그 채용 증거를 들어 유죄로 인정하였다(다만 피고인이 단독으로 1999. 1. 20. 02:50경 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전날 낮에 중노동을 하고 저녁에 술에 만취된 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이 사건 당일 새벽 5시경 공소외 1의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 사실이 있을 뿐이지, 이 사건 당일 새벽 2시경 신흥사에 들어가 이 사건 강도상해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도 제1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부정확하고 모순된 피해자들의 진술과 경찰의 허술한 짜맞추기식 수사결과를 믿은 것으로 위법하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불켜진 방에서 바로 곁에 있는 침입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수사기관이래 제1심 법정 내지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또한 피고인이 평범하게 생겨 쉽게 잊어버릴 정도의 얼굴은 아니므로 불도를 수행하고 있는 종교인들인 피해자들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거나 보아도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착각하고서 굳이 처음 보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몰거나 누명을 덮어씌울 동기나 이유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다만 피해자들이 한때 경찰에서 범인이 밖에서 망을 본 자까지 포함하여 2명이라고 진술한 적이 있으나 이는 범행을 당한 직후 당황한 나머지 착각하거나 추측하여 신고할 수도 있는 것으로서 그 후에는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한 바 없으며, 또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개인별 주민등록표에 첨부된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서도 범인의 얼굴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복사된 사진을 보고 범인을 식별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오류나 착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피해자들이 한때 위와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에 금이 가지 않으며,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새벽 공소외 1와 전화통화를 한 횟수조차 제대로 모르고 경찰진술시 그 날 새벽 공소외 1를 만난 이후의 행적에 관하여 진술을 번복한 점, 공소외 1의 자수경위, 피고인의 전과 내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부재증명(알리바이) 주장은 모순되거나 합리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항소이유를 배척하고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이 사건 전날 중노동을 하고 저녁에 술에 상당히 취한 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이 사건 당일 새벽 5시경 공소외 1의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 사실이 있을 뿐이지 신흥사에 들어가 이 사건 강도상해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제1심과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직접적 증거로 내세운 것은 피해자들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뿐이므로 이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 유무이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야간에 짧은 시간 동안 강도의 범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떤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하여 그를 범인으로 진술하는 경우에,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아니면 피해자가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그 용의자를 포함하여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대면하고 그 중에서 범인을 식별하였다든가 하는 부가적인 사정이 있다면, 직접 목격자인 피해자의 진술은 특별히 허위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없는 한 그 증명력이 상당히 높은 것이라 하겠으나, 피해자가 범행 전에 용의자를 한번도 본 일이 없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잘못된 단서에 의하여 범인으로 지목하고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를 일대일로 대면하고 그가 범인임을 확인하였을 뿐이라면,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주어질 수 있는 무의식적인 암시의 가능성에 비추어 그 피해자의 진술에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곤란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진술하게 된 경위를 보면, 경찰이 이 사건 범행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사찰 주위를 수색하던 중 그 부근을 지나가던 화물차량이 수상하여 이를 추적하다가 위 차량의 타이어를 향하여 권총까지 발사하였으나 그 차량의 탑승자 2명이 차에서 내려 도주한 후, 그 차량에 비계파이프가 다량 적재되어 있는 데다가 부근의 고물상에서 일하는 공소외 1 공소외 2가 고물상 주인 공소외 2의 휴대전화기를 갖고 그동안 공소외 1 가 비계파이프 절도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단정하여 수사를 진행하여 오던 중, 공소외 1가 이 사건 당일 새벽 위 휴대전화기로 통화한 상대방이 역시 위 고물상에서 일하며 위 공소외 2의 동생인 피고인으로 밝혀지자, 피고인도 공소외 1와 함께 이 사건 범행과 위 비계파이프 절취 범행을 저지르고 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고 도주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에 따라 자진 출석한 피고인을 피해자들에게 보인 결과 피해자들로부터 범인이 맞다는 확인 진술을 듣게 된 것인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과연 이 사건 범행 직후 범행현장 근처에서 공소외 1와 함께 위 화물차량을 타고 가다가 도주한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를 단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따라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 단서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가 어려우므로(검찰은 위와 같은 수사의 결과로 얻어 낸 피해자들의 진술 등을 증거로 삼아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외 1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그 후 공소외 1가 경찰에 자수하여 자신은 비계파이프 절취 범행만 저질렀을 뿐 이 사건 범행은 저지른 바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자신과 함께 위 절취 범행을 저지른 후 도주한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허명미상자이며 이 사건 당일 새벽의 피고인과의 전화통화는 이 사건 범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진술하자, 피고인이 공소외 1 아닌 성명미상자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고, 제1심은 피고인이 성명미상자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피고인의 단독 범행으로 인정하였으며, 한편 검찰은 공소외 1에 대하여는 허명미상자와 함께 위 비계파이프 절취 범행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만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자료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당일 새벽에 있었던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전화 통화가 이 사건 범행과 관련된 것임을 알아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결국 위에서 본 이 사건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은 달리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아무런 단서 사실이 없음에도 경찰이 잘못된 단서에 따라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확인을 의뢰하자 피해자들이 생면부지의 피고인을 보고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확인하였고 그 후 같은 진술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그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피해자 1는, 이 사건 당일 경찰조사시에 '범인은 2명으로서 1명은 방에 침입하였고 다른 1명은 탑 주위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2 역시 이 사건 당일 경찰조사시에 피해자 1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3일 후에 있은 피고인과의 대질신문시에는 '자신이 잠자고 있던 방에는 1명이 들어 왔으나 피해자 1로부터 범인이 1명 더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피해자들 모두 제1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범인은 1명밖에 보지 못하였으며 범인이 2명이라고 진술한 적이 없다'면서 진술을 번복한 점, 피고인의 개인별 주민등록표상에 첨부된 피고인의 사진(1998. 10. 31. 제출)과 이 사건 발생 후 촬영한 피고인의 최근 사진 사이에는 두발 모양이 약간 다른 점 외에는 피고인의 얼굴 모습은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범행 이틀 후에 경찰로부터 위 주민등록표상 사진의 확대복사본을 제시받으면서 범인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충분히 위 사진을 살펴 본 후에 '범인과 다르다'고 답변하고서도, 이 사건 범행 3일 후 경찰서 범인식별실에 있는 피고인을 보고서는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들은 모두 사건 발생 직후 방에 침입한 범인의 키가 170cm 정도이며 얼굴에 광대뼈가 조금 나왔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의 키는 164cm 정도이고 얼굴에 광대뼈가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한편 피해자 2은 범인의 얼굴이 검은 편이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의 얼굴은 검다기 보다는 흰 편에 가까운 점 등도, 피해자들 진술의 정확성과 신빙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들이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범인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물증은 범인이 범행현장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수사기록 27면)인데 그 족적과 피고인과의 관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아니하였으며, 제1심과 원심이 인정한 대로 이 사건 강도 범행이 피고인의 단독범행이라면 그 날 아침에 있었던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전화통화는 그야말로 설명이 불가능해지는 점,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하는 경우 피해자들에게 얼굴과 인상착의가 노출된 강도상해 범인이 자신의 근무장소인 고물상 사무실이 수사대상으로 된 것을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태연하게 근무장소로 출근하고 또 경찰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자진 출두하여 수사에 협조할 수 있을까 하는 점 등도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단정함을 주저하게 하는 사정들이다.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3도2404 판결, 1996. 3. 8. 선고 95도3081 판결, 2000. 7. 28. 선고 2000도15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1명도 아닌 2명의 피해자가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고 일관되게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여 진술하고 있는 데다가, 이 사건 발생 직후 범행 장소 부근에서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도주한 공소외 1가 도주 직후 짧은 시간 내에 3회에 걸쳐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여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로 전화한 점, 그런데 전날 저녁 술에 취하여 잠이 든 피고인이 잠을 자다가 이른 새벽에 공소외 1의 전화를 받고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화물차량을 운전하고 공소외 1가 나오라고 하는 장소까지 나갔다는 피고인의 변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그 날 새벽 공소외 1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가 공소외 1를 만나 자신과 공소외 1가 근무하는 고물상 사무실에 돌아올 때까지의 행적 및 위 고물상 사무실에 돌아온 시각과 관련하여 경찰에서 엇갈리게 진술한 점 등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인 피해자들의 각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인과 공소외 1와의 전화 통화 및 그 후의 피고인의 행적에 관한 피고인의 변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볼 결정적인 증거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국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 이규홍 손지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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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0.10.17.선고 2000노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