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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도4036 판결
[무고][공2001.2.15.(124),389]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2]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위임장 및 각서에 서명·날인한 사실이 있음에도 피해자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무고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에 대한 확신을 요하는 것이고, 피고인에 대하여 의심이 간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2]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위임장 및 각서에 서명·날인한 사실이 있음에도 피해자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무고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성명 마지막 글자가 '란'임, 이하 '피고인(란)'이라고 한다}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형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태광산업이라는 상호로 자동차 부품상을 경영하던 자인바, 사실은 피해자 손한중이 피고인에게 수표를 빌려주는 등의 원인으로 약 3,300만 원의 채권이 있는 상태에서 1996. 8. 26.경 피고인이 부도난다는 말을 듣고 피고인을 찾아와 상의한 결과 피고인의 점포에 있는 자동차 부품을 양도하여 채무정리를 해 주겠다고 하여 1996. 8. 24.경 서울 동대문구 소재 자동차부품상가 내 피해자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피고인, 피고인의 동업자 공소외 1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피해자가 '위임장 및 각서'라는 제목으로 '점포 및 복도 등의 차량 부속품 일체를 정하상과 피해자 2명에게 인수 인계한다.'는 취지를 기재하고 피고인이 하단에 직접 명판을 찍고 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1997. 5. 6.경 서울지방경찰청 청량리경찰서 민원실에서 "피고소인인 피해자는 고소인의 사용도장과 명판 등을 보관하게 된 것을 기화로, 사실은 고소인 소유의 점포 및 복도에 있던 자동차 부속품 일체를 피고소인 및 정하상 2명이 인수 인계를 받거나 판매권한을 위임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996. 8. 24. 백지에 임의로 '위임장 및 각서'라고 쓰고 "고소인이 점포 및 복도 등의 차량 부속품 일절을 정하상과 피해자 2명에게 인수 인계한다."는 취지를 기재한 후 주소, 상호, 성명, 대표란에 '태광산업 대표 피고인{성명 마지막 글자가 '난'임, 이하 '피고인(난)'이라고 한다}이라고 조각된 둥근 인장을 찍어 고소인 명의의 '위임장 및 각서' 1부를 위조하고, 그 시경 위조한 '위임장 및 각서'를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문서인 것처럼 같은 부품상가 소재 신라상가 대표 이형규 등 거래처 등에 제시하여 행사하였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작성한 다음, 청량리경찰서장 앞으로 제출, 접수하게 하여 피해자를 무고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은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 당시 공소사실을 자백하였으나, 이를 제외하고는 피해자를 고소한 이후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에 명판이나 직인을 날인하거나 서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유에 따라 부도난 1996. 8. 26. 저녁 점포에 있던 자동차 부품 일부를 피해자의 점포 창고로 옮기고 그 다음날 명판과 직인을 맡겨 두었을 뿐이고, 피해자가 공소외 정하상을 시켜 그 자동차 부품을 팔아 피고인 명의로 발행된 수표를 회수한 뒤 피고인이 자기 소유 자동차 부품을 헐값에 팔았다는 말을 듣고 이를 구입한 점포들에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하고, 이에 대하여 구입처에서 피해자에게 항의하자 피해자가 민·형사책임을 받을까 염려하여 사후에 보관 중이던 피고인의 명판과 직인을 도용하고 서명을 위조하여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3.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1) 피해자는 한국자동차부품상가에서 '경성상사'라는 상호로, 공소외 1은 같은 상가에서 '대화상사'라는 상호로 각 자동차 부품상을 경영하여 왔는데( 피해자는 소형자동차용 부품을, 공소외 1은 대형자동차용 부품을 취급하였다.), 공소외 1이 1994년 12월 초순경 부도를 내어 자기 명의로는 영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사업자등록을 피고인 명의로, 상호를 '태광산업'으로 변경하고, 조흥은행에 피고인 명의로 가계수표 계정을 개설, 피고인 명의로 수표를 발행하여 사업자금을 융통하여 왔고(피고인은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

(2) 이와 같이 공소외 1이 태광산업을 경영하여 오다가 사업부진으로 1996. 8. 26. 피고인 명의로 발행한 가계수표를 부도내었는데, 부도 직전인 같은 달 24일 피고인, 공소외 1, 피해자는 태광산업의 점포 및 복도에 있던 자동차 부품 일체와 태광산업의 명의상 사업주인 피고인의 직인 및 도장을 피해자의 점포 창고로 옮겨놓았으며,

(3) 당시 공소외 1은 피고인 명의로 수표를 발행하여 피해자로부터 액면 합계 1,350만 원, 정하상으로부터 액면 500만 원을 각 할인받고도 수표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고(명의상으로는 피고인이 수표금 채무자이다.), 그 밖에 다액의 수표들이 피고인 명의로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었으며, 피고인은 당시 공소외 1의 명의대여자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명의로 피해자에게 원금 2,000만 원 정도의 대여금채권이 있었고,

(4) 피해자는 1996. 10. 15.부터 같은 해 11월 11일 사이에 인근에서 대형차 부품을 취급하는 공소외 황치일을 통하여 경성상사 창고에 보관중인 공소외 1의 대형차 부품 중 상당 부분을 합계 18,431,000원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공소외 1이 피해자 및 정하상으로부터 할인받은 합계 1,850만 원의 가계수표를 회수하여, 같은 해 11월경 피고인 및 공소외 1에게 그 거래명세표를 보여 주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 및 공소외 1은 피해자가 권한 없이 태광산업의 물품을 팔았다는 취지의 항의는 하지 않고 다만 물품을 시세보다 싸게 매각한 데 대하여 아쉬움을 표시하였으며,

(5) 황치일이 1996년 10월경 피해자에게 태광산업의 물품을 판매하는 데 대한 위임장을 보여 달라고 하자, 피해자는 즉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사본을 팩스로 송부하였고, 정하상은 같은 달 15일경 황치일로부터 이 사본을 교부받아 그 무렵 피고인 및 공소외 1에게 보여 주었는데, 이를 본 피고인은 정하상에게 자신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해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에게 항의한 사실은 없고,

(6) 피해자는 1997년 2월 초순경 피고인과의 합의로 자신의 피고인에 대한 채무를 일부 감액받아 1,750만 원으로 확정하면서 이를 전액 변제하고, 이로써 피고인과 사이의 채권 채무관계를 정산하였는데, 여기서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태광산업의 물품을 매각한 사정은 문제로 삼지 않았으며,

(7) 피고인은 1997년 5월경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위임 없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고 태광산업의 물품을 매각한 데 대하여 항의하면서 피해자를 상대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고소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 원심은 이러한 인정 사실에 터잡아,

(1) 공소외 1이 피고인 명의의 수표를 부도낸 상황에서는 공소외 1 소유인 태광산업의 물품을 팔아서 수표를 회수하여야 할 것이고, 피해자로서도 부도가 임박한 공소외 1에게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물품을 팔아서 자신의 채권에 충당한다는 합의 없이 물품을 그냥 보관해 줄 리도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수표금채권과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상계하면 되므로, 수표가 부도나더라도 피해자에게 태광산업의 물품을 처분시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가진 수표금채권은 공소외 1이 실질적인 채무자인 반면,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은 실제로도 피고인 자신의 채권이므로, 공소외 1 소유의 물품이 남아 있는 한 두 채권은 서로 상계시킬 성격은 아니다.

(2) 그 밖에 피고인이 직인과 인장을 피해자에게 보관시켰다든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태광산업의 물품이 매각된 사실 및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존재를 알고도 이 사건 고소 이전까지는 피해자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후인 1997년 2월 초순경 피해자에게 자신의 채권을 일부 감액까지 하여 주면서 그와의 채권 채무관계를 1,750만 원으로 정산한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 및 공소외 1이 1996. 8. 24. 태광산업의 물품을 피해자의 점포로 옮길 당시 피해자에게 그 물품을 팔아서 피고인 명의의 수표를 회수할 권한을 주었음을 넉넉하게 추단할 수 있다.

(3) 한편 피해자가 위와 같이 처분권을 위임받았다면, 타인의 물품임이 명백해 보이는 대형차 부품을 매각하기 위하여 처분의 권한을 증명하는 위임장도 교부받았을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부합하는 공소외 김철수의 진술도 지엽적인 부분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차이점이 있다고 하여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4)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필적감정의뢰 회보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인의 필적이 모용당하거나 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들어 유죄의 직접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하였으나, 이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피고인 및 공소외 1로부터 물품의 처분권한을 수여받았으므로 자신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더라도 굳이 피고인의 서명을 흉내까지 낼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앞서 본 이 사건 물품의 보관경위, 김철수의 진술 등을 합쳐보면, 그 신빙성은 크다.

(5)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대질신문 이후 갑자기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검사로부터 자신의 무고 혐의에 대한 추궁을 받자 곧바로 자신의 서명을 ' 피고인(난)'에서 ' 피고인(란)'으로 바꾸면서 자신은 평소에 ' 피고인(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제1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서명하였다는 일계표를 제출하면서 일계표상의 필적에 비추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피고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가, 원심 제2, 3회 공판기일에 이르러서는 일계표에 서명한 사실을 부인하다가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 다시 자신이 서명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진술을 번복하였는바(그러나 일계표 상에 작성된 ' 피고인(난)'이라는 서명은 수사기록 74, 83, 100쪽에 작성된 피고인의 자필서명과 동일한 필적이 아님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석연치 않은 수사과정 및 공판에서의 태도로 미루어 보면, 피고인의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의 자백이 단지 양형상 유리한 처분을 기대하고 한 허위자백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다.

(6)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채권액,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액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거나,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상 인장 압날과 서명의 순서가 부자연스럽다는 사정 등 제1심에서 들고 있는 이유들은 위와 같은 유죄의 증거들을 배척하는 단서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에 대한 확신을 요하는 것이고, 피고인에 대하여 의심이 간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피고인의 원심에서의 일부 진술, 증인 공소외 1, 정하상, 피해자의 각 원심 증언( 공소외 1은 일부), 제1심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제1심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 정하상, 피해자의 각 진술기재( 공소외 1는 일부),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 정하상의 각 진술기재,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 황치일, 김철수의 각 진술기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필적감정의뢰 회보를 들고 있으므로, 이를 차례로 본다.

나. 피고인의 원심 및 제1심에서의 각 일부 진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997. 5. 6.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은 피고인이 시인하므로, 그 점에 대한 증거로 될 수는 있으나, 고소내용의 허위 여부가 쟁점인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에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수사기록 103쪽, 이하 '수 몇쪽'으로 표기한다)를 작성하여 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허위고소하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는 허위자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 피고인이 자백하게 된 과정을 보면, 피고인은 1997. 5. 6. 피해자를 사문서위조, 그 행사죄 등으로 고소한 이후 1998. 4. 17. 검사의 피해자에 대한 제4회 피의자신문 과정까지 5차의 대질신문을 거치면서 줄곧 고소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하여 왔고, 검사가 1998. 6. 25. 피고인을 무고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같은 날 피고인에 대한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과 같은달 30일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도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같은 해 7월 1일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여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였다고 자백한 뒤 그 다음날 피해자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였다.

(2) 피고인은 1년 넘게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한 바 없다고 주장하여 왔고, 검찰 수사 도중 무고 혐의로 구속된 뒤에도 같은 주장을 관철하여 오던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자백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자백하고 고소를 취소하는 이유에 대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선처를 받기 위해서라고 하고는(수 197쪽), 이어 1998. 8. 5.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 이르러서는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의 진술을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면회 온 시동생이 "계속 부인하면 구속기간만 길어져 고생하게 된다. 고소를 취소하고 잘못을 시인하면 며칠 이내에 나갈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권유하기에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2남 1녀)을 혼자 키워 온 어머니의 입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가정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시동생의 말대로 허위자백한 것이라고 변소한다(공판기록 26쪽, 이하 '공 몇쪽'으로 표기한다).

시동생이 면회시 허위자백을 권유하였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기록상 없지만, 피고인이 주장하는 고소경위를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사업자 명의를 빌려주고 가계수표를 발행하게 하여 자동차 부품상을 운영하도록 도와 주다가 1억 원이 넘는 가계수표가 부도나게 되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면하고자 가계수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제적 손해를 보고, 공소외 1에게 7,0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부도 직전 피해자의 권유에 따라 부품 일부 약 2,900만 원 어치를 그의 창고로 빼돌려 그 판매대금으로 가계수표를 일부 회수하려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정하상을 시켜 액면 합계 1,850만 원인 가계수표 4매를 회수하여 주기는 하였으나, 빼돌린 부품을 헐값에 팔아 1,0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고,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빌려 준 사채를 정산하고 변제받을 때에도 직접적으로 이를 문제삼지 않고 형사고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피고인의 자동차 부품이 반값에 팔렸다는 것을 알고 어찌된 일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위임장을 써 주지 않았음에도 판매처를 소개한 황치일이 위임장이 있다는 피해자의 말을 듣고 팔아 주었다고 하고, 그런 소문이 부품상가에 퍼지자 사람들이 위임장을 써 주고도 다른 말을 한다면서 피고인을 비난하기에 이를 밝히기 위하여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고(수 192쪽), 1년 넘게 지지부진하게 계속되던 수사 끝에 오히려 자신이 무고 혐의로 구속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루라도 빨리 석방되는 것이 낫겠다 싶어 허위자백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소하였다가 거꾸로 무고 혐의로 구속된 뒤에도 계속 그 혐의를 부인하다가 6일 만에 자백을 하였는데, 그 때까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바도 없고, 여기에 기록에 나타난 바와 같은 피고인의 학력(초등학교 졸업), 경력(카페를 경영한 것 이외 별다른 경력이 없다) 등에 비추어 보면, 허위자백하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는 설득력이 없지 않다.

(3) 나아가 그 자백내용을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작성되었다는 것인데(수 199쪽), 그 자리에 공소외 1도 함께 있었다는 공소사실과도 어긋나는 데다가, 공소외 1이 함께 있었다는 피해자의 최초 경찰 진술(수 33쪽) 및 공소외 1 이외에 김철수도 함께 있었다는 피해자의 그 뒤 경찰 및 검찰 진술(수 80, 93쪽)과도 어긋나고, 또한 피고인이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자백하는 처지라면,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작성된 배경으로 중요하게 거론되어 다투어 온 점, 즉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한 3,300만 원의 채권액을 인정하는지 여부와 그 내역에 대하여 아무런 진술이 없다는 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문점이 남아 있는 한 피고인이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 한 자백은 허위자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원심은,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대질신문 이후 갑자기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 검사로부터 자신의 무고혐의에 대한 추궁을 받자 곧바로 자신의 서명을 ' 피고인(난)'에서 ' 피고인(란)'으로 바꾸면서 자신은 평소에 ' 피고인(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한 점, 제1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서명하였다는 일계표를 제출하면서 일계표 상의 필적에 비추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피고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가, 원심에 이르러서는 일계표에 서명한 사실을 부인하다가 다시 자신이 서명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진술을 번복한 점을 들면서, 이러한 석연치 않은 수사과정 및 공판에서의 태도로 미루어 보면, 피고인의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에서의 자백이 단지 양형상 유리한 처분을 기대하고 한 허위자백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다르거나, 피고인에게 일부 석연치 않은 태도가 있다고 하여 피고인의 검찰 자백이 허위자백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 대질신문 후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대질신문이 이루어진 뒤 갑자기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그 근거로 보이는 검찰주사보가 작성한 1998. 1. 12.자 수사보고(수 101쪽)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행방을 감춘 것도 아니고 전화연락이 되었고, 단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하기 어렵다는 것에 불과하여 피고인이 출석을 기피하였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고, 피고인은 이미 경찰에서 피해자와 한 차례 대질신문을 하였고(수 78쪽), 검찰에서 다시 대질신문이 이루어진 것은 1997. 12. 13.이고 그 뒤 추가조사할 필요를 느낀 수사관이 수사지연의 사유를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또한 같은 검찰주사보가 작성한 수사보고(수 102쪽)를 보면, 피고인이 실제 출석은 하지 않았으나 1998. 1. 21. 스스로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하였음을 알 수 있고, 검사가 같은 달 31일 참고인(피고인)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결정을 하자, 피고인이 같은 해 2월 10일 곧바로 재기수사신청서를 제출한 점(수 104쪽)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검찰 대질신문 직후 갑자기 검찰 소환에 불응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 서명을 바꾼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대질신문을 마치고 조서말미에 자신의 서명을 ' 피고인(란)'이라고 기재하였고(수 100쪽), 기소중지사건 재기수사신청서에도 ' 피고인(란)'으로 서명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고, 이는 그 이전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각 조서 말미에 ' 피고인(난)'이라고 서명하였던 것(수 17, 83쪽)과 다르고, 그 뒤 피해자에 대한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이를 추궁하자, 자신은 평소 ' 피고인(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변명하였음은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러나 그 진술 뒤에 곧바로 두 개 다 사용한다고 진술하고(수 117쪽), 그 조서 말미에도 ' 피고인(난)'이라고 서명하였으며(수 125쪽), 그 대질내용을 보면, 당시 수사검사는 피고인에게 무고 혐의를 추궁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뒤로도 피고인은 ' 피고인(난)'(수 147쪽)과 ' 피고인(란)'(수 168, 170, 173, 195, 196, 200쪽)을 혼용한 사실이 기록상 인정되며, 피고인이 평소 ' 피고인(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변명은 피고인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어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으나, 피고인의 한자 성명 ' 피고인(란)'에 비추어 ' 피고인(난)'과 ' 피고인(란)'을 모두 사용한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무시할 것도 아니어서, 이러한 점을 들어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 한 자백이 허위자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다) 일계표의 서명에 대한 진술 번복

기록에 의하면, 제1심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의 서명이 들어 있는 공소외 1 작성의 메모에 일계표라고 이름 붙여 제출하면서(공 72, 73쪽) 그 필적에 비추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피고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개인적으로 의뢰한 필적감정서를 제출한 바 있고(공 97쪽), 원심 제2, 3회 공판기일에서 "일계표에 서명한 사실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거듭된 신문에 피고인이 서명한 사실을 부인하였음은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으나(공 179, 184, 185쪽), 피고인이 서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문서가 매일의 매출 매입내역을 기재하는 통상적인 일계표(상고이유서에 첨부된 것)를 염두에 둔 것이고, 변호인이 제1심에서 증거(증제1호)로 제출하면서 임의로 일계표라고 이름 붙인 것, 즉 공소외 1이 부도난 뒤 태광산업의 뒤처리를 하면서 받은 외상대금 등의 입출금 내역과 사용처를 메모형식으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피고인의 답변이 사실관계에 들어맞는다.

원심은 피고인이 제5회 공판기일에서 일계표에 서명하였다고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다고 하나, 이는 피고인이 제2, 3회 공판기일에서 서명사실을 부인한 이유에 대하여, 재판장이 매일의 매출 매입을 기재하는 일계표에 서명한 사실 여부를 묻는 것으로 착각하였고, 부도전까지 태광산업은 실제 공소외 1이 운영하고 평소 피고인은 그러한 일계표에 서명한 일이 없기 때문에 부인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서 종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볼 수 없고(공 212, 213쪽), 피고인은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원심 제4회 공판기일까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탓으로 재판장이 새로 문제삼은 일계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1999. 5. 12. 제4회 공판기일에 법정구속되자, 같은 달 29일 변호인을 선임하여 1999. 6. 2. 제5회 공판기일에서는 종전 제2, 3회 공판기일에 서명한 사실을 부인한 것은 통상적인 일계표를 묻는 것으로 착각한 때문이고, 공소외 1이 메모형식으로 작성한 일계표(공 73쪽)에 서명하였을 뿐이라고 상세하게 밝히고 있으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에 이르러 공판기록 73쪽의 일계표에 자필 서명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으나, 거기에 있는 ' 피고인(난)'이라는 서명은 수사기록 74쪽(경찰에서 필적감정을 의뢰하기 위하여 한 시필), 83쪽( 피해자에 대한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의 서명), 100쪽( 피해자에 대한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의 ' 피고인(란)'이라고 한 서명)의 각 자필 서명과 동일한 필적이 아님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단정하고 있으나, 수사기록에 있는 피고인의 자필 서명과 육안으로 볼 때 다르므로,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어떤 근거에서 육안상 다르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라. 공소외 1의 원심 및 제1심에서의 각 일부 증언

공소외 1의 제1심 증언을 보면, 피고인이 부도난 날인 1996. 8. 26. 태광산업의 명판과 직인을 가져가 피해자에게 맡겼고, 피고인은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여 준 바 없다고 하고, 공소외 1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처음 본 것은 피해자가 빼돌린 부품을 모두 처분한 뒤인 1996년 11월 중순이나 말경이라는 것이어서 피해자의 진술에 터잡은 공소사실, 즉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부도나기 이틀 전인 1996. 8. 24. 피해자의 사무실에서 작성되었다는 것과 어긋나고, 피해자가 정하상을 시켜 부품을 처분한 뒤 피고인이 부품을 구입한 점포를 돌면서 위임장 확인도 없이 헐값에 샀다고 항의하였다는 진술내용은 판매권한을 위임하였다는 공소사실과 부합하기보다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며, 나아가 원심 증언을 보면, 대체적으로 제1심 증언과 같은 내용이고,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실제 부도나기 이틀 전에 작성된 것이라면, 피해자가 황치일에게 판매처를 소개하여 달라고 부탁하면서 보여 주었을 것인데, 피해자가 1996. 11. 20.경 정하상에게 보내준 팩스 사본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으로, 이 또한 피고인의 변소나 황치일의 진술과 부합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언내용이 없으므로, 이러한 공소외 1의 증언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마. 정하상의 원심, 제1심 증언 및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대질부분

정하상의 검찰 진술을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 작성 현장에 김철수가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사뭇 다르며(수 108쪽), 그 진술의 요지는, 피해자로부터 부품을 처분하라는 지시를 받고 황치일을 통하여 시가의 절반 정도에 처분하였고, 피고인이 당시 도피중이라 처분을 승낙하였는지 물어보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며, 다만 피고인과 사전에 처분하기로 합의하였다는 피해자의 말을 믿고 처분하였고, 두 사람 사이에 서로 상의가 있었다고 보지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부도 직전 빼돌린 부품을 처분하여 피고인의 가계수표를 회수하기로 하였으나, 피고인이 그가 작성해 주지 않은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피해자이 제시한 것을 괘씸하게 생각하여 고소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고, 적어도 피고인이 부도 이틀 전에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아님은 명백하다.

또 제1심 증언을 보면, 피고인의 가계수표가 부도난 1996. 8. 26.에 부품을 피해자의 창고로 빼돌린 것이고, 당일 김철수는 피해자의 사무실에 없었으며, 그 당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본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정하상 자신에게 보관시켰다는 진술은 사실과 다르고, 황치일에게 판매를 의뢰할 때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제시한 바 없으며, 공소외 1이 물건을 너무 싸게 팔았다고 항의하였고, 부속품을 처분한 뒤 피고인이 구입처를 돌면서 위임장 확인도 없이 헐값에 샀느냐고 항의하자, 황치일이 위임장을 받아 둔 것이 있느냐고 확인하기에 모른다고 하였더니, 황치일이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하여 그 내용을 알리자, 피해자가 며칠 지나(이틀 정도 뒤) 팩스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보내면서 복사하여 쓰라고 하여 황치일에게 사본을 건네주었으며, 피해자에게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에 왜 피해자 외에 정하상 본인의 이름까지 넣었느냐고 묻자, 500만 원 받을 것이 있지 않느냐고 하였고, 피고인에게 사본을 보여주니 피고인은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였다는 내용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터잡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다르고,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들어맞으며, 원심 증언도 대체적으로 같은 내용이어서 이 증언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

바.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황치일의 진술기재

황치일의 진술 요지는, 피해자가 정하상을 데려와 부품을 처분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인이 부도나 못 나온다고 하여 본인이 없어 곤란하다고 하며 위임장을 가져오라고 하자, 피해자가 위임장을 준비하여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고, 처음 팔아달라고 부탁할 때 위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위임장을 준비하여 준다고 하여 위임장을 보지 않은 채 구입처를 소개하여 팔아 주었고, 물건을 팔던 중 피고인이 물건의 출처를 묻고 다녀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하였는데, 그 때 전화상으로 피해자가 "황사장이 위임장 이야기를 하여 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하였다."고 말하였다는 것으로(수 140쪽 이하), 피해자가 사후에 피고인이 맡긴 명판과 직인으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위조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사.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김철수의 진술기재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김철수의 진술기재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사실이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김철수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인데, 김철수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그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진술한 바 없고, 달리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해당하는 사유를 발견할 수 없음에도 이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된다.

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필적감정의뢰 회보

필적감정의뢰 회보 역시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는 한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인 감정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가지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한 것이다.

자. 피해자의 원심, 제1심 증언 및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제2, 3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진술기재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만이 남게 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정하상, 공소외 1, 황치일의 각 진술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각 진술을 비교하여 보면, 피고인이 부도날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받을 채권액이나 그 정산 내역,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작성된 구체적인 과정과 입회인 및 보관경위, 그 이후 명판과 직인의 보관과정 등에 관한 진술이 각각 달라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의심되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1)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액 및 부품을 옮기게 된 경위

피해자는 경찰 제1, 2회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피고인에게 수표를 빌려주는 등 약 3,300만 원의 채권이 있는 상태에서 부도를 내게 된 피고인이 점포에 있는 자동차 부품을 양도하여 채무정리를 하여 주겠다면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고 진술하였고(수 34, 80쪽),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이러한 경찰 진술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검찰에서 채권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추궁을 받자 계산이 잘못되었다면서 2,850만 원이라고 진술을 바꾸고(수 96쪽), 피고인이 맡긴 부품을 처분한 돈으로 피고인에 대한 채권이 모두 정산되었다고 주장하였는데(수 97쪽), 피해자가 주장한 채권액 2,850만 원과 부품 판매대금 1,860만 원의 차이를 지적하며 채권이 전부 정산되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추궁에 대하여 당시 어떻게 채무관계를 계산하였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으며(수 97, 98쪽), 그 뒤 피고인이 부도날 당시 받을 채권이 2,850만 원 정도였으나 피고인이 일부를 갚아 피고인의 부품을 처분할 당시에는 1,800만 원 정도가 남아 있었다고 하면서, 채권액을 부품 판매대금에 짜맞추고 있고(수 116쪽), 제1심에서는 검사의 신문에 답하면서 피고인이 부도날 당시 피고인에게 받을 채권이 3,300만 원이라고 진술하여 최초 경찰 진술로 돌아갔다가(공 120쪽),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2,850만 원이라고 번복하였으며(공 122쪽), 피고인이 부도난 뒤 부품을 팔아 정산할 때는 채권액이 약 1,800만 원으로 줄었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이 갚았다는 채무변제 내역에 대하여는 정하상이 처리하여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하는(공 124쪽) 등 피해자는 상황에 따라 진술내용을 짜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작성과정과 입회인

피해자는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는 피고인이 명판과 직인을 직접 찍고 서명하였다고 하고(수 34쪽),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는 공소외 1이 명판과 직인을 가져와 피고인이 직접 날인하였다고 하다가(수 80쪽),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는 피고인이 서명하고 공소외 1이 명판과 직인을 가져와 서명 옆에 찍었다고 순서를 바꾸었고(수 93쪽),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는 다시 피고인이 직인과 명판을 가져와 직접 찍었고 의심스러워 직인이 날인된 위에 이름을 기재하라고 요구하여 피고인의 서명을 받았다고 다시 번복하여(수 123쪽)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한편 제1심 증언에서 이러한 진술의 차이를 지적받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신경을 쓰지 않아 모르겠다(공 128쪽)고 변명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할 당시 입회한 사람에 대하여,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 당시 공소외 1이 함께 있었다고 하면서(수 33쪽) 다른 목격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정하상을 거론하면서도 김철수는 거론한 적이 없는데(수 36쪽),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에 당시 수금하러 온 김철수가 함께 있었다고 한 뒤(수 80쪽),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도 김철수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명확하게 진술하였다가(수 93쪽), 제1심에서는 공소외 1은 있었는데 김철수는 중간에 나가 작성하는 것을 보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여 김철수에 대한 진술을 달리하고(공 126쪽), 최초 경찰 진술에서 김철수를 거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경찰관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공 127쪽), 피고인이 주장하는 작성 당일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보지도 못하였다는 공소외 1이나 정하상의 일관된 진술과도 어긋나고, 진술 자체 일관성이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김철수는 검찰 대질과정에서 날짜는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피고인의 부품을 피해자의 창고로 옮기기 전후한 시점에 피해자가 아직 명판과 직인 및 서명이 없는 상태의 문서를 보여주며 이렇게 작성하면 되느냐고 묻기에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하였고, 도장을 가져 온 뒤 사무실이 비좁아 자리를 피하여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에 피고인이 서명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여(수 133쪽 이하), 피해자의 진술과 일부 부합하지만,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데다가, 김철수가 수사과정에서 입회인으로 등장하게 된 경위도 의심스럽고, 피해자가 보여준 문안을 보았다는 시기도 불분명하며, 결국 피고인이 서명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임은 명백하다.}.

(3)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보관경위

피해자는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가 피고인이 부도나기 이틀 전인 1996. 8. 24.에 작성되었다고 진술하다가, 당시 종업원으로 근무하다가 점포를 인수하기로 하여 실제 운영 중이던 정하상이 '위임장 및 각서'를 본 사실이 없다고 하자, 작성 당일 정하상에게 보여주고 서랍에 보관시키기까지 하였고, 정하상을 믿을 수 없어 1주일 만에 돌려 받았다고 주장하였고(수 118쪽), 제1심에서는 정하상에게 보관시켰다가 정하상이 피해자 자신의 물건을 싼 값에 먹으려고 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여 10여 일 후 1층 점포 안 금고에서 가져왔다고 주장하였는데(공 129쪽), 이러한 진술은 종전에 없던 내용으로 피해자는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는 작성일자로 기재된 1996. 8. 24. 자신의 점포에서 피고인과 함께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오다가 정하상과 대질신문에서 정하상이 부품을 처분하고 난 뒤인 1996년 10월 또는 11월 초순에 처음 보았다고 하여(수 115쪽) 자신의 진술과 다르자, 나중에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까 염려하여 정하상에게 보관시키기까지 하였다는 주장을 새롭게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뿐만 아니라, 되찾아 온 이유에 대한 설명도 피해자와 정하상의 관계에 비추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채권관계가 얽혀 있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지만(수 118쪽), 정하상의 각 진술을 보면,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처음 본 시점에 일부 차이는 있으나, 부품을 모두 처분하여 수표를 회수한 뒤 피해자가 팩스로 보내왔을 때 처음 보았다는 점에서 일관되어 그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4) 명판과 직인의 보관경위

피해자는 제1심에서 피고인의 '태광산업'의 명판과 직인을 보관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부도 이틀 전인 1996. 8. 24. 명판과 직인을 가지고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에 날인한 뒤 그냥 두고 간 것이라고 진술하고(공 129쪽), 피고인은 부도나게 되어 피해자에게 상의하자 피해자가 채권자들이 오면 물건이 다 없어지니 부품 일부를 자기 점포로 옮기라고 하여 부도 당일인 1996. 8. 26. 저녁 부품 일부를 옮겼고(수 13쪽), 또 피해자가 공소외 1이 해먹을지 모르고 자식들하고 먹고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냐며 점포 명판과 직인도 맡기라고 하여 그 다음 날 피해자에게 보관시켰으며(수 14쪽), 1996년 12월경 정하상의 직원인 남기수를 통하여 돌려받았다고 진술하여 서로 다른데, 1996년 12월경 명판과 직인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은 정하상의 제1심 증언에 부합하고(공 52쪽), 부도난 날 피해자가 부도수표 회수 등 일처리를 하여 주겠으니 모든 일을 맡기라고 한다면서 명판과 직인을 달라고 하기에 봉투에 담아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공소외 1의 증언(공 63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술이 더 설득력 있으며, 피고인이 수표 부도로 일시 피신하여야 할 처지가 되었다 하더라도, 남의 사무실에 자신의 명판과 직인을 몇 달 동안이나 방치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차. 그 밖에 원심이 유죄라고 판단한 근거로서

(1) 원심은, 공소외 1이 피고인 명의의 수표를 부도낸 상황에서는 공소외 1의 소유인 태광산업의 물품을 팔아서 수표를 회수하여야 할 것이고, 피해자로서도 부도가 임박한 공소외 1에게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물품을 팔아서 자신의 채권에 충당한다는 합의 없이 물품을 그냥 보관해 줄 리도 없다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가진 수표금채권은 공소외 1이 실질적인 채무자인 반면,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은 실제로도 피고인 자신의 채권이므로, 공소외 1 소유의 물품이 남아 있는 한 그 두 채권은 서로 상계시킬 성격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피고인의 수표가 부도나기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우호적인 관계였다는 점과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이라는 것이 공소외 1이 사용하던 피고인의 수표를 맞교환하여 사용하면서 생긴 것이고, 공소외 1에게 맡겨 부도난 가계수표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피고인이 온전히 부담하게 된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피해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제쳐두고 피해자가 배서하여 사용한 가계수표만을 우선 회수하도록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 원심은, 피고인 및 공소외 1이 태광산업의 물품이 매각되고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존재를 알고도 이 사건 고소 이전까지는 피해자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후인 1997년 2월 초순경 피해자에게 자신의 채권을 일부 감액까지 하여 주면서 그와의 채권 채무관계를 1,750만 원으로 정산한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인 및 공소외 1이 1996. 8. 24. 태광산업의 물품을 피해자의 점포로 옮길 당시, 피해자에게 그 물품을 팔아서 피고인 명의의 수표를 회수할 권한을 주었음을 넉넉하게 추단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분권을 위임받았다면, 타인의 물품임이 명백해 보이는 대형차 부품을 매각하기 위하여 처분의 권한을 증명하는 위임장도 교부받았을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의 진술은 물론, 정하상, 공소외 1, 황치일의 각 진술과도 어긋나는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제의를 받아들여 일부 부품을 피해자의 점포 창고로 옮겨 둔 뒤 팔아서 그 대금으로 부도난 가계수표를 회수하려고 하였으므로, 원심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부품을 처분하여 수표를 회수할 권한을 주었다고 못 볼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처분의 권한을 증명하는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는 추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의 문안을 피해자가 독자적으로 기재하였다는 점은 피해자가 자인하고 있는바, 명판과 직인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건넨 날짜에 대하여 피해자는 부도 이틀 전 '위임장 및 각서'상의 작성일자인 1996. 8. 24.이라고 하고, 피고인은 부도 다음날인 1996. 8. 27.이라고 하여 서로 다르지만, 적어도 명판과 직인을 피해자가 맡아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은 일치하므로, 피해자가 정하상을 시켜 황치일을 통하여 부품을 팔고 난 뒤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매수한 부품상들을 찾아가 헐값에 처분한 것을 문제삼고 다니자, 그 이후에 피고인의 위임을 받았다는 근거로 삼으려고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를 작성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맞교환하여 타인에게 배서한 피고인 명의의 가계수표가 부도처리될 것이 예상되자, 태광산업의 부품으로 자신이 입게 될지도 모를 손해를 보전하려는 의도에서 피고인에게 일부 부품을 자기 점포에 옮겨 놓으라는 제의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실제 판매한 날짜는 부품을 옮긴 뒤 50여 일이 지난 1996. 10. 15.부터 같은 해 11월 11일까지 사이인데(수 7쪽 이하), 피고인이 상가 근처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여주인으로서 피해자와는 단골손님으로 알게 되어 사채를 빌려쓰기도 하고, 피고인의 딸이 1996년 5월경 결혼하기 전까지 피해자의 점포에서 경리직원으로 5년 동안 근무하기도 하는(수 91쪽) 등 피고인이 부도나기 직전 가장 먼저 상의할 정도로 평소 가깝게 지내온 두 사람의 관계로 볼 때, 다른 채권자들에 앞서 물품을 빼돌리면서 처분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필요하더라도, 굳이 물건을 빼돌리는 당일,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나아가 민·형사상 책임추궁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서까지 받아낼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점포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정하상에게 이미 1996년 5월경 사실상 점포를 양도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정하상과는 직접적인 채무도 없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처분권한을 위임할 여지는 있으나 정하상에게 위임할 필요는 없는데, 피고인이 빼돌린 부품을 피해자가 정하상을 시켜 판매한 뒤, 피고인이 헐값에 처분하였다는 등 문제를 삼자, 피해자 자신은 물론 정하상에게 돌아올지 모를 민·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정하상까지 포함하여 기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리고 '위임장 및 각서' 전반부의 '모든 물품에 대한 권한을 위임한다.'는 부분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돕는다는 명분과 자신의 손해를 줄이려는 의도에서 부품을 빼돌린 당일에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그 뒤 '추후 발생되는 문제에 관하여 수임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기로 확약하며, 민·형사상 제소 등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부도 이틀 전 우선 급한 마음에 부품 일부를 피해자의 창고에 옮겼다가 이를 팔아 피고인이 발행한 가계수표를 회수하는 데 도와주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추후 발생되는 문제'라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의아스럽고, 나아가 실제 판매도 하기 전에 민·형사상 제소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제1심에서 '부품판매상가에서 부도내고 또 다른 사람 명의로 경영하는 나쁜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서고, 누구에게 물어 보았는지 이야기할 수 없으나, 여러 사람과 의논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공 128쪽), 이 사건 '위임장 및 각서'는 부도나기 이틀 전 급박하게 작성된 것이라면서 사전에 여러 사람과 의논하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정하상을 시켜 피고인이 보관시킨 부품을 팔아 버린 뒤 피고인이 그 구입처를 찾아 다니면서 위임장도 없이 헐값에 산 것을 항의한다는 말을 황치일로부터 전해 듣고 민·형사상 문제가 야기될 것을 염려하여 여러 사람에게 문의하여 사후에 이러한 표현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카. 결국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는 것들은 공소사실과 무관하거나, 신빙성이 없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 없거나, 또는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주심) 윤재식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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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9.8.20.선고 98노1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