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도16948, 2016전도156 판결
[강간(예비적죄명:강제추행)·부착명령][공2017하,2156]
판시사항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폭행·협박의 정도 및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 강간죄에서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나,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진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에 관하여

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등 참조). 또한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나,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1)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6. 2. 7. 17:00경 동거하던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였는데, 피해자가 생리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피해자에게 성기삽입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엎드리게 한 후 피해자의 뒤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피해자의 팔과 함께 몸을 세게 끌어안은 채 가슴으로 피해자의 등을 세게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여 1회 강간하였다’라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성기삽입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고, 피고인도 성기를 삽입하지 않기로 약속하였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함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제1심과 원심의 각 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5. 9. 초경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하여 2015. 9. 말경부터 피해자의 집에서 동거를 해오다 2016. 1. 말경 성격 차이로 인해 피해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도 이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② 피고인은 2016. 2. 7. 17:00경 피해자의 집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였으나 피해자는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싫다며 이를 거부하였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위행위만 하겠다며 자신이 있는 매트리스 위에 올라오도록 요구하였고, 피해자는 ‘내 몸에 손대지 말고 알아서 자위행위를 하라’고 말하면서 매트리스 위로 올라가 피고인의 옆에 눕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둔부를 쓰다듬으면서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고, 피해자는 싫다며 바닥으로 내려갔다.

④ 그러자 피고인은 다시 피해자에게 몸만 만지며 자위행위를 하겠다고 말하며 매트리스로 올라오도록 요구하였고, 피해자는 짜증을 내면서 몸에 손을 대지 않는 조건으로 피고인의 요구에 다시 응하였다.

⑤ 피고인은 자신의 성기에 보디로션을 바른 후 무릎을 세우고 앉은 채로 자위행위를 하다가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팬티 속으로 넣으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싫다면서 피고인을 밀치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⑥ 이에 피고인은 재차 피해자에게 절대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지 않겠다며 그냥 있어만 달라고 사정하였고, 마지못한 피해자가 다시 응하면서 뒤로 엎드리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둔부 쪽으로 올라탄 상태에서 자신의 성기와 피해자의 둔부에 보디로션을 바른 후 피해자의 둔부를 스치면서 자위행위를 하였다.

⑦ 그러다가 피고인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갑자기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였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일어나면서 이를 벗어나려고 하자, 피고인은 양팔로 피해자의 팔과 몸통을 세게 끌어안은 채 가슴으로 피해자의 등을 세게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상태에서 5분간 간음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등에 사정하였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기습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고,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반항을 억압한 다음 간음행위를 계속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간음행위를 시작할 때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간음행위와 거의 동시 또는 그 직후에 피해자를 폭행하여 간음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강간죄를 구성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할 당시에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될 수밖에 없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하여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김신 박상옥(주심) 박정화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