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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대법원 1997. 3. 20. 선고 95누18383 전원합의체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집45(2)특,389;공1997.4.1.(31),1005]
판시사항

[1] 무효인 매매계약에 의한 재산의 양도가 양도소득세 내지 증여세 과세대상인지 여부(소극)

[2] 조세소송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 기준

[3] 매매 부동산에 관하여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정을 잠탈하여 증여 원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자가 무효 등기의 원상복구 없이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투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매매계약이 무효인 이상 그 매매대금이 양도인에게 지급되었다 하여도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한다거나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었다 할 수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아니며, 또한 증여받은 것이 아니므로 증여세 부과처분도 위법하다.

[2] 조세소송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조세소송 절차법과 관련한 적용 및 실체법과 관련한 적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조세소송의 절차법과 관련한 적용은 민사소송에서의 그것과 특별히 구분된다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 실체법과 관련한 적용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법에서보다는 제약을 받으며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대하여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세법상 조세감면 등 혜택의 박탈, 신고불성실·기장불성실·자료불제출가산세 등 가산세에 의한 제재, 각종 세법상의 벌칙 등 불이익처분을 받게 될 것이며,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등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서 조세과징권을 행사하고 있고,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이를 확대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3] [다수의견] 실질과세의 원칙 하에서는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서 과세함이 원칙인 바, 등기원인이 매매라 하여도 실질이 증여이면 증여로 과세하여야 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데, 거래당사자가 법령상의 제한 등의 이유로 실질에 따라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실질과 달리 등기를 한 후 소송에서 그 실질이 등기부 상의 등기원인과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여 이를 모순되는 행태라고 하기는 어렵고, 또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하고 있는데 적절한 실지조사권 행사를 하지 아니한 과세관청에 대하여 납세의무자 스스로 등기원인을 달리하여 등기하였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부과처분이 있은 후 뒤늦게 다툰다는 것만으로 심한 배신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도 없고, 과세관청이 등기부상의 등기원인만을 보고 이를 그대로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도 없다.

한편 등기를 말소하는 등 문제된 행위가 있기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하였는지의 여부는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이 될 수 없고, 무효의 등기에 근거하여 부과한 과세처분은 그 등기의 말소 여부와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하는 대법원의 종래의 견해와, 1994. 12. 22. 국세기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감액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아니하여서 사후의 사정변경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구제절차가 미비하였으므로 원상복구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일단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하면 이후에 원상회복을 하더라도 이미 적법하게 확정된 과세처분을 다툴 수 없었던 점, 등기된 내용과 실질이 다를 경우 그 등기를 말소하고 실질에 일치시키지 않는 한 등기된 원인대로 과세하여야 하고 실질에 의한 과세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면 실질과세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상복구 여부가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대상이라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아니하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면 그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무효이어서 그에 대한 증여세 납부의무도 없다 할 것이므로, 그 무효 등기의 원상복구 여부와 관계없이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툰다 하여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별개의견]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정을 잠탈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그러한 외관을 제거하지 아니한채 그에 따른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소송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실체법적으로 위 토지를 증여받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과는 달리 이러한 소송은 권리보호의 자격이나 이익이 없는 부당한 소송으로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견] 신의칙 또는 금반언칙이라 함은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의하여 어떤 사실을 표시한 자는 그 사실의 존재를 믿고 어떠한 행위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그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법의 근저를 이루는 정의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단지 사법(사법)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공법(공법)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타당한 법원칙이다. 이에 국세기본법 제15조 도 사법의 기본원리인 신의칙 등이 공법인 조세법에서도 적용됨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 원칙을 납세의무자에게 적용하기 위하여는 첫째 납세의무자에게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둘째 그에 의하여 야기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과세관청의 신뢰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반드시 이 양자가 엄격한 의미에서의 요건은 아니며(따라서 그 어느 하나를 결한다고 하여서 이 원칙의 적용이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매매 농지에 관하여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정을 잠탈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증여세가 부과되자 그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투는 경우, 먼저 스스로 증여의 언동을 취하였다가 그 증여의 언동이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가 존재함이 명백하고, 다음 스스로 강행법규인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잠탈하기 위하여 위법적인 법률상태(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작출하였다고 자인하면서도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즉 전에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법적 지위만을 악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이 극히 무겁다고 할 것이며, 또한 토지를 매수하고도 그 거래 상대방과 통모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등기를 경료한 사안에 있어서 그 등기부상 등기원인을 신뢰한 과세관청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등기의 적법추정의 법리에 비추어 보아 이는 우리 법체계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다수의견을 취한다면 오히려 국토이용관리법 잠탈행위를 용인하게 되어 투기거래를 방지하고자 하는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고 토지거래허가를 적법하게 받은 경우보다 오히려 유리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그와 같은 경우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투는 자의 주장은 조세법상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신의칙 등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에 모두 해당하고, 나아가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신의칙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이를 배척함이 마땅하다.

참조판례
원고,상고인

김기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백영)

피고,피상고인

진주세무서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0. 12. 경 소외 이정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아니하자 1991. 3. 8.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토지거래에 관한 규제를 잠탈하기 위하여 매도자와의 사이에 증여증서를 작성하고 이를 원인증서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피고의 이 사건 증여세부과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취득한 것이고 증여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여 다투는 것은 전에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자기에게 유리한 법지위를 악용함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가. 강행법규를 위반한 거래는 그 규정의 취지, 윤리적 비난가능성의 정도, 거래의 안전 및 당사자의 신의, 공평을 실질적으로 평가하여 그 효력을 달리하고 있는바, 국토이용관리법상의 규제지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결한 매매계약은 허가를 받기까지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으나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면 이 때로부터는 그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원인이 없어 무효이고(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 , 1993. 12. 24. 선고 93다44319, 44326 판결 , 1994. 12. 27. 선고 94다4806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매매계약이 무효인 이상 그 매매대금이 양도인에게 지급되었다 하여도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한다거나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었다 할 수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아니며 ( 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누8361 판결 참조), 또한 증여받은 것이 아니므로 증여세 부과처분도 위법하다 함(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누2915 판결 참조)이 이 법원의 견해이다.

나. 조세소송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조세소송 절차법과 관련한 적용 및 실체법과 관련한 적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조세소송의 절차법과 관련한 적용은 민사소송에서의 그것과 특별히 구분된다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 실체법과 관련한 적용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법에서보다는 제약을 받으며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대하여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세법상 조세감면 등 혜택의 박탈, 신고불성실·기장불성실·자료불제출가산세 등 가산세에 의한 제재, 각종 세법상의 벌칙 등 불이익처분을 받게 될 것이며,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등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서 조세과징권을 행사하고 있고,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이를 확대해석하여서는 안 될 것이므로 ( 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7239 판결 , 1993. 6. 8. 선고 92누12483 판결 등 참조), 납세의무자의 배신행위를 이유로 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그 배신행위의 정도가 극히 심한 경우가 아니면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과 동열시되거나 한 적용례로 통용되는 금반언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의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다. 한편, 국토이용관리법상의 규제지역 내의 토지거래에 대하여 허가를 받도록 한 취지는 규제지역 내의 개인간의 토지거래가 위 법의 투기거래 방지 목적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관할 관청이 검토한 후 허가하게 하고, 이와 같은 허가 없이는 당사자를 구속하는 계약의 효력 자체가 발생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거래한 당사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투기거래 계약의 효력발생을 금지하려는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어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함이 사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한 이 법원의 견해이다( 위 93다44319, 44326 판결 ,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20532 판결 , 1995. 2. 28. 선고 94다51789 판결 등 참조).

3. 가. 돌이켜 이 사건을 보면, 원고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아니하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그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원인이 없어 무효라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없게 된 이상 이에 대한 증여세 납부의무도 있다 할 수 없다.

나. 그런데 이러한 경우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를 살펴 보기로 한다.

원고의 위 주장은 증여세 납부의무가 없다는 조세 실체법상의 주장을 소의 제기로써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조세소송 절차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라 할 수는 없고, 조세 실체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실질과세의 원칙 하에서는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서 과세함이 원칙인바, 등기원인이 매매라 하여도 실질이 증여이면 증여로 과세하여야 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거래당사자가 법령상의 제한 등의 이유로 실질에 따라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실질과 달리 등기를 한 후 소송에서 그 실질이 등기부 상의 등기원인과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여 이를 모순되는 행태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은 경우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그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하고 있는데 적절한 실지조사권 행사를 하지 아니한 과세관청에 대하여 납세의무자 스스로 등기원인을 달리하여 등기하였음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부과처분이 있은 후 뒤늦게 다툰다는 것만으로 심한 배신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이 등기부상의 등기원인만을 보고 이를 그대로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도 없다 .

한편 등기를 말소하는 등 문제된 행위가 있기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하였는지의 여부는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이 될 수 없고, 무효의 등기에 근거하여 부과한 과세처분은 그 등기의 말소 여부와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하는 이 법원의 종래의 견해와, 1994. 12. 22. 국세기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감액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아니하여서 사후의 사정변경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구제절차가 미비하였으므로 원상복구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일단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하면 이후에 원상회복을 하더라도 이미 적법하게 확정된 과세처분을 다툴 수 없었던 점, 등기된 내용과 실질이 다를 경우 그 등기를 말소하고 실질에 일치시키지 않는 한 등기된 원인대로 과세하여야 하고 실질에 의한 과세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면 실질과세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상복구 여부가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대상이라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

결국 이 사건에서 원고가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툰다 하여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 .

다. 또한 사법관계에서조차도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거래한 당사자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배척하지 않고 있는데 조세법상으로는 그 무효의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한다 하여 배척한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앞서 본 법리에 어긋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바 없는 원고에게 실질과 달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법률의 규정도 없이 증여를 의제하는 것이 되어 조세법률주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에 관한 규제의 잠탈행위에 대하여는 벌칙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토지를 증여에 의하여 취득한 것이 아니라 하여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용훈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박만호,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지창권의 반대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이용훈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아 토지거래에 관한 규제를 잠탈하기 위하여 매도자와 사이에 증여증서를 작성하고 이를 원인증서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피고가 이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여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도 원심변론종결 당시까지 국토이용관리법위반으로 당연무효가 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이와 같이 원고가 무효인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소송에서 실체적 법률관계가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증여세의 납부의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조세 실체법상의 과세처분취소청구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과 과세관청이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등 조세법상 우월한 지위에서 조세과징권을 행사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타당치 않다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옳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같은 당연무효인 등기라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그 무효인 외형을 제거하지 않고 있는 동안은 의연 등기부상 원고의 소유로 등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매도인과 매수인이 국토이용관리법의 토지거래에 관한 규제를 잠탈하기 위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인 원고 명의로 등기한 것이므로 원고는 매도인과의 위와 같은 불법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 토지를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게 될 것이고, 그 등기로 인한 소유권취득의 효과는 생기지 않았으나 경제적 실질은 원고에게 귀속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누8361 판결 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당사자사이의 부동산의 양도계약이 무효인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그 매매대금이 먼저 지급되어 양도인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두고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도 토지의 매도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토지거래허가의 규제를 잠탈하기 위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하고 당사자가 그 외형을 제거하지 않은 경우에도 매도인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되고, 경제적 실질이 원고에게 귀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도 부과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는 것이 일응 부당한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이 사건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같은 등기는 언제라도 매도인이나 심지어 매도인의 채권자가 나서서 그 말소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말소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일반원칙에 따라 원고의 증여세부과처분취소를 구하는 실체법상 청구권까지 부정한다면, 그 판결 결과에 의하여 원고는 실체법적인 법적 사실과 달리 토지를 증여받은 것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결과를 그대로 용인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나, 원고가 이 사건과 같이 증여세취소처분을 구하면서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스스로 저지른 불법적이며 당연무효인 외형을 제거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러한 소송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정의의 구현을 지향하여야 할 재판의 기본적 요청은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 자신에 의하여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종래 우리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경영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이사직의 사임을 승인하고 그 후 현 이사진이 학교법인을 인수·경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학교법인의 양도에 전혀 이의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현 이사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의 분배금을 받지 못하자 학교법인의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의사는 없으면서 오로지 학교법인이나 현 이사들로부터 다소의 금원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이사회 결의부존재확인을 구한 소송( 대법원 1974. 9. 24. 선고 74다767 판결 참조), 회사의 경영권을 양도하기 위하여 구 상법 당시 주권발행 전에 주식양도를 하고 후에 그 주식양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대법원 1983. 4. 26. 선고 80다580 판결 , 1987. 7. 7. 선고 86다카2675 판결 ), 1인회사의 주식을 전부 타에 양도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함과 동시에 회사를 어떠한 형태로 처리하여도 이의하지 않기로 한 후 상법 제389조 등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권리의무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다45141 판결 ) 등에서 이러한 소권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러한 소송은 권리보호의 자격이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이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피력한 이러한 견해는 이 사건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정을 잠탈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자가 사실심 변론종결당시까지도 그러한 외관을 제거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과 같은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소송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실체법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과는 달리 이러한 소송은 권리보호의 자격이나 이익이 없는 부당한 소송으로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재판이라 함은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실체법상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궁극적 수단이다. 그러나 재판을 통한 이러한 실체법상의 권리행사는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온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어떠한 불법적 수단과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이를 실현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법률의 규정을 불법적으로 잠탈한 자가 그 외형을 제거하기를 거부하면서 그의 권리만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태도는 존중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가진 당사자의 권리가 재판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실현된다면 재판을 통한 정의의 구현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훼손되고, 법원은 불법을 행한 자의 손을 들어 주게 되어 결국 재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다수의견과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당사자가 위와 같은 불법적인 외형을 제거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하는지, 이를 거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더 나아가 심리하여 그 소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합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함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6. 대법관 박만호,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지창권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쟁점의 소재

원고 스스로 이 사건 농지를 증여받았다 하여 증여증서를 작성하고 이를 원인증서로 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등 그 농지를 증여받은 자로서 행세하다가, 그 등기부상 등기원인을 신뢰한 과세관청이 원고에 대하여 위 농지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자, 이번에는 그 주장대로라면 무효인 위 소유권이전등기를 유지한 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위 농지를 매수하였으나 토지거래허가를 얻지 못하여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에 관한 규제를 잠탈하기 위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을 뿐이고 이를 증여받은 것이 아니므로 실질과세의 원칙상 위 증여세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이하 신의칙 등이라 한다)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다수의견은 조세 실체법상 신의칙 등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하였으며, 그에 의하여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 요건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무효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배척하는 것은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칙의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어긋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조세법률주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이 신의칙 등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이러한 견해는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와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신의칙 등을 적용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고,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찬성할 수 없다.

다. 신의칙 또는 금반언칙이라 함은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의하여 어떤 사실을 표시한 자는 위 사실의 존재를 믿고 어떠한 행위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그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법의 근저를 이루는 정의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단지 사법(사법)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공법(공법)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타당한 법원칙이라 할 것이다 .

이에 우리 국세기본법 제15조 에서도,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세무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또한 같다."고 규정함으로써, 원래 사법의 기본원리인 신의칙 등이 공법인 조세법에서도 적용됨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이 원칙을 납세의무자에게 적용하기 위하여는, 첫째 납세의무자에게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둘째 그에 의하여 야기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과세관청의 신뢰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반드시 이 양자가 엄격한 의미에서의 요건은 아니며(따라서 그 어느 하나를 결한다고 하여서 이 원칙의 적용이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다만,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합법성의 원칙이 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납세의무자의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이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보다 무거워야 하므로, 다수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칙 등의 적용은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의 정도(배신의 정도)가 극히 심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라.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주장이 신의칙 등을 적용하기 위한 위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1) 먼저 원고에게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그 스스로 이 사건 농지를 증여받았다 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그에 따른 증여세가 부과되자, 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절차에서는 위 농지를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증여의 언동을 취하였다가 그 증여의 언동이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가 존재함이 명백하다 . 따라서 다수의견에서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모순되는 행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2) 다음 원고에게 주관적 귀책가능성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스스로 강행법규인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잠탈하기 위하여 위법적인 법률상태(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작출하였다고 자인하면서도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즉 전에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법적 지위만을 악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이 극히 무겁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

이는 조세법상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신의칙 등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련한 종래 대법원의 태도와 비교하여 보아도 알 수 있다.

즉 종래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전에 그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주장)를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으로 인하여 전에 그 스스로 작출한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사실상태나 법률상태(진실과 다른 회계처리나 세무신고 등)는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 남아있게 되자 그 과세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려고 한 사안( 대법원 1986. 4. 8. 선고 85누480 판결 , 1993. 6. 8. 선고 92누12483 판결 , 1993. 9. 24. 선고 93누6232 판결 , 1995. 11. 7. 선고 95누10525 판결 , 1996. 3. 22. 선고 95누15261 판결 등)에 있어서는 신의칙 등의 적용을 불허하였음에 비하여,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자 전에 그 스스로 작출한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농지개혁법에 저촉되는 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지한 채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을 제거하려고 한 사안( 대법원 1990. 7. 24. 선고 89누8224 판결 )에 있어서는 그 적용을 허용한 바가 있다. 이는 대법원이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의 정도에 있어서 후자의 사안이 전자의 사안보다 무겁다고 보았기 때문이고, 이 사건의 사안은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의 정도에 있어서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칙 등의 적용을 허용한 후자의 사안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① 무효의 등기에 근거하여 부과한 과세처분은 그 등기의 말소 여부와 관계 없이 위법하다고 한 이 법원의 종래의 견해와 ② 원상복구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일단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한다면 이후에 원상회복을 하더라도 이미 적법하게 확정된 과세처분을 다툴 수 없는 점, ③ 이를 허용하게 되면 실질과세의 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들어 등기를 말소하는 등 원상복구 여부가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무효의 등기에 근거하여 부과한 과세처분은 그 등기의 말소 여부와 관계 없이 위법하다고 한 대법원 1964. 11. 24. 선고 64누84 판결 등은 신의칙 등의 적용이 문제될 수 없는 사안에 관한 것이고, ② 이 사건의 경우 신의칙 등의 적용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당해 소송절차의 사실심 변론종결일까지 그 등기를 말소하는 경우에는 신의칙 등의 적용을 허용하지 아니하겠다는 것이어서 다수의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정변경(원상회복)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구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③ 등기된 내용과 실질이 다른 경우 실질에 의한 과세의 주장은 그 등기를 말소하지 아니하는 한 어떠한 경우에도 신의칙 등의 적용을 허용하여 이를 배척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자기에게 유리한 법적 지위만을 악용하려고 하는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그 적용을 허용하여 이를 배척하여야 한다는 것이므로, 실질과세의 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가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을 제거하려고 소송까지 제기하면서도 그 매수인과의 불법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 사건 농지에 대한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한편, 등기부상 이 사건 농지에 대한 유효한 소유권자로서 남아있으려고 하는 원고의 행태가 그 주관적 귀책가능성 내지 배신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다수의견의 주장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3)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토지를 매수하고도 그 거래 상대방과 통모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등기를 경료한 이 사건에 있어서 그 등기부상 등기원인을 신뢰한 과세관청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등기의 적법추정의 법리에 비추어 보아 이는 우리 법체계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 따라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과세관청의 이러한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주장도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4) 이와 같이 원고의 위 주장은 조세법상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신의칙 등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에 모두 해당하고, 나아가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원고의 위 주장은 신의칙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이를 배척함이 마땅하다 고 할 것이다.

라. 또한 다수의견은 사법관계에서조차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거래한 당사자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배척하지 않고 있는데, 조세법상으로는 그 무효의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된다 하여 배척한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칙의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법관계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스스로 국토이용관리법 잠탈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하여 그 말소등기청구를 배척한다면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무효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함은 다수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대법원 1993. 12. 24. 선고 93다44319, 44326 판결 등 참조), 세법관계에서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대하여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오히려 국토이용관리법 잠탈행위를 용인하게 되어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킬 뿐만 아니라, 토지거래허가를 적법하게 받는 경우보다 오히려 유리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배척하여야 하는 것이다 .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잠탈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대법원이 원상회복 여부에 관계 없이 신의칙 등의 적용을 불허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취한다면, 증여와 같이 대가 없는 이전은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제대상이 아니므로, 투기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거래자들은 토지를 매매하고도 일단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양수인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면 실질적으로 매매이지 증여가 아님을 주장하여 그 취소를 받은 다음, 양도인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 그 매매가 무효임을 주장하여 그 취소를 받을 수 있는 한편( 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누8361 판결 참조), 매매 당사자끼리는 서로 조세포탈의 이익이 되고 외형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위 양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실질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취급하여 그대로 유지시키더라도 달리 제3자가 이를 말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결국 매매 당사자는 그 소기의 목적을 이루게 됨으로써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잠탈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투기거래가 아니어서 토지거래허가를 적법히 받는 경우(양도인은 최소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여야 한다)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을 취한다면 투기거래자는 물론 투기거래자가 아닌 경우에도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것을 기피하게 될 것이므로, 투기거래를 방지하고자 하는 국토이용관리법의 입법 취지는 완전히 몰각되고 말 것이다.

위와 같은 탈법행위와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양수인으로 하여금 그 스스로 작출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때에는 신의칙 등에 의하여 실질에 의한 과세의 주장을 배척함으로써 증여세를 부담하게 하든지(이 경우에는 양도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아니할 것이므로 대체로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을 전제로 당사자간에 매매대금이 결정될 것이다), 증여세를 부담하지 아니하고자 하는 때에는 늦어도 사실심 변론종결일까지는 그 스스로 작출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를 제거하든지 양자택일을 하게 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결방법이 정의의 관념에도 부합함은 다언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위 농지개혁법 제19조 제2항 의 위반보다는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 의 위반이 그 귀책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도 형평의 원칙상 신의칙 등을 마땅히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마. 다수의견은 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바 없는 원고에게 실질과 달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법률의 규정도 없이 증여를 의제하는 것이 되어 조세법률주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하나, 신의칙 등의 적용을 허용하는 견해에서는 스스로 작출한 위법적인 법률상태를 제거하지 아니하는 한 신의칙 등을 적용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여야 한다는 것일 뿐 증여를 의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를 훼손한다는 다수의견의 위 주장도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바. 다수의견은 이 사건과 같은 국토이용관리법 잠탈행위는 형사처벌로 대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잠탈행위가 수사기관에 의하여 인지될지도 의문이거니와 그 처벌을 무릅쓰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범죄행위는 단속법규 위반이 아닌 한 법체계에 있어서 통일적으로 이를 불리한 법적 지위로 규율하여야 마땅한 것이지 어느 법역에서도 이를 용인하거나 외면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사. 도대체 스스로 강행법규를 불법적으로 잠탈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자인하면서도 그 범법행위에 따른 위법적인 법률상태는 제거하지 아니한 채, 재판을 통하여 그 구제를 바라는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재판을 통한 법의 정의 구현이라는 그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의의 관념에도 심히 반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주장은 바로 그 정의의 관념에 바탕을 둔 신의칙 등에 의하여 농지개혁법 잠탈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땅히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조세법률주의, 실질과세의 원칙,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 없으며, 따라서 상고를 기각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박만호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주심)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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