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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두26401 전원합의체 판결
[전역처분등취소][공2018상,723]
판시사항

[1] 군인이 상관의 지시와 명령에 대하여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구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25조 를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 내지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 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구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에서 금지하는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의 의미 및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상명하복에 의한 지휘통솔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인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은 그와 같은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군인이 일반적인 복종의무가 있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재판청구권이 군인의 복종의무와 외견상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나 명령 그 자체를 따르지 않는 행위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은 준수하면서도 그것이 위법·위헌이라는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구별되어야 한다.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법적 판단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직접 위반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으며, 재판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법·위헌 여부가 판가름 나므로 재판청구권 행사가 곧바로 군에 대한 심각한 위해나 혼란을 야기한다고 상정하기도 어렵다.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준수하는 이상 그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 종래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청구하는 행위를 무조건 하극상이나 항명으로 여겨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태도 역시 모든 국가권력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허용하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마땅히 배격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것이 위법·위헌인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목적이 있을 뿐, 군 내부의 상명하복관계를 파괴하고 명령불복종 수단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외형만을 빌리거나 그 밖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정당한 기본권의 행사이므로 군인의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군인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가짐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재판청구권이 절대적, 무제한적인 권리는 아닐 뿐만 아니라, 재판청구권의 행사 의도나 목적 또는 방법에 따라서는 사후에 그 행사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도 하고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군 지휘관의 직무상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것이 아닌 이상 부하인 군인은 복무규율에 따라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으로 참을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부하로서는 우선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내부적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여야 하고, 그에 따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 다른 구제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이와 달리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에 대해, 군인들이 언제라도 자유로이, 일반 법령이 정한 군대 밖의 국가기관의 구제절차를 통해 불이익의 해소를 시도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국군의 조직력은 와해되고, 그로 인한 위험은 전체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2] [다수의견] 구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복무규율’이라 한다) 제24조 제25조 는 건의와 고충심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들은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부하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고( 구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건의 또는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구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1항 )는 내용이므로, 이를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 나아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 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구 군인복무규율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좁게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도 동의하는 것처럼, 군인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군조직의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이 가중될 수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법집행권자에게 널리 독자적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하여 법률유보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군인복무와 관련한 구체적 행동규범들이 모두 군인복무규율에 명시될 수는 없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규정이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때 건의와 고충심사와 같은 사전절차를 거치도록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군인복무 관련 불이익의 해소에 관한 것인 이상, 외부의 힘을 빌리려 하기 전에 그 해소를 위해 마련된 건의나 고충심사를 이용해야 함은, 복무규율들의 내용상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해석이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다수의견]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복무규율’이라 한다) 제13조 제1항 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를 말한다.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하고 이를 규범위반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단체의 결성단계에는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행위가 계속적일 필요도 없고, 또 통솔형태를 갖출 정도로 조직화된 행위일 필요도 없다.

여기에 구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 의 복무 관련 고충사항에 대한 외부 해결요청 금지, 제24조 제1항 의 지휘계통에 따른 의견 건의 규정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군인이 공동으로 하는 진정·집단서명 나아가 재판의 집단 제기는 집단적 항명으로 보일 수 있고, 군의 기강에 직접적인 저해가 될 우려가 있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군인의 헌법소원 제기 등 사법적 쟁송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더라도, 사법적 쟁송이 집단적으로 행사되게 된 의도와 경위, 내용, 쟁송이 군 기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도, 그러한 결과를 사전에 예상할 수 있었거나 알고 있었는지 등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 집단적 쟁송행위도 구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을 위반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국방부장관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주요 경위

가. 피고 국방부장관은 2008. 7. 15. 국군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 장병들에 대한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23종의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

피고 국방부장관은 2008. 7. 22. 각 군 참모총장과 직할 부대장에게 23종의 도서가 부대 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군 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이하 ‘이 사건 지시’라 한다)를 하달하였고, 피고 육군참모총장은 2008. 7. 24. 같은 내용의 지시를 예하부대 지휘관들에게 하달하였다.

나. 원고를 비롯한 군법무관 6인(이하 이들을 통칭할 경우 ‘원고 등’이라 한다)은 2008. 10. 22. 이 사건 지시 및 그 근거 법령인 구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사법’이라 하고, 현행 군인사법은 ‘군인사법’이라 한다) 제47조의2 ,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군인복무규율’이라 한다) 제16조의2 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 헌법재판소 2008헌마638 , 이하 ‘이 사건 헌법소원’이라 한다)을 청구하였고, 이 사실이 언론에 널리 보도되었다.

다. 원고 등은 2009. 3. 18.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지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군 기강을 문란케 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중 헌법소원제기에 주도적 역할을 한 원고는 파면처분을 받고 제적 및 보충역편입되었다.

라. 원고 등이 2009. 4. 15. 제기한 징계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취소되었고(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4781 ), 항소심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10누15614 ). 피고 육군참모총장은 2011. 10. 20. 원고에게 동일한 징계사유로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피고 국방부장관은 2012. 1. 18. 원고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4호 에 따라 현역복무부적합자 조사를 거쳐 ‘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아니한 전역’을 명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전역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과 이를 전제로 한 전역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군인복무규율 제23조 제1항 , 제24조 제1항 , 제25조 제1항 , 제4항 의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군인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지휘계통을 통하여 상관에게 이를 건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지휘계통을 통하지 아니하고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지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 등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그에 대한 논의와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곧바로 군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군인복무규율 제4조 , 제2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첫 번째 징계사유).

나. 원고 등이 공동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두 번째 징계사유).

다. 원고는 피고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헌법소원 청구를 위하여 선임한 소송대리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헌법소원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켰다. 이는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군인복무규율 제17조 와 구 국방홍보훈령(2016. 2. 15. 국방부훈령 제188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방홍보훈령’이라 한다) 제22조 위반 및 군인의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한 군인복무규율 제9조 위반에 해당한다(세 번째 징계사유).

3.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복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1) 이 사건 헌법소원 제기 이후 이루어진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위 세 번째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들은 원고 등이 이 사건 지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한 행위가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와 아울러 첫 번째 징계사유는 절차적 측면에서 사전건의의무를 준수하지 아니하였음을, 두 번째 징계사유는 다수의 군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군무 외 집단행위에 해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군인이 상관의 지시와 명령에 대하여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순차로 위 징계사유별로 적법 여부를 판단한다.

2) 헌법 제27조 제1항 은 헌법재판을 청구할 권리를 포함한 재판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 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인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함을 직접적인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군조직의 구성원인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으므로, 그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권이 더 제한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등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3) 상명하복에 의한 지휘통솔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인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군인복무규율 제23조 제1항 은 그와 같은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군인이 일반적인 복종의무가 있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재판청구권이 군인의 복종의무와 외견상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나 명령 그 자체를 따르지 않는 행위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은 준수하면서도 그것이 위법·위헌이라는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구별되어야 한다.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법적 판단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직접 위반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으며, 재판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법·위헌 여부가 판가름 나므로 재판청구권 행사가 곧바로 군에 대한 심각한 위해나 혼란을 야기한다고 상정하기도 어렵다.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준수하는 이상 그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 종래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청구하는 행위를 무조건 하극상이나 항명으로 여겨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태도 역시 모든 국가권력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허용하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마땅히 배격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것이 위법·위헌인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 군 내부의 상명하복관계를 파괴하고 명령불복종 수단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외형만을 빌리거나 그 밖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정당한 기본권의 행사라 할 것이므로 군인의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지시는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 국방부장관이 반입을 금지한 책들은 대체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거나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책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학술단체나 언론기관에서 양서로 선정되는 등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가 군인의 정신적 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원고 등은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방법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고 보이고, 그 밖에 다른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이 사건 지시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 장병들에게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원고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인하여 군 내부 지휘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등이 이 사건 지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는 그것이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허용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 있고,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

나. 사전건의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1)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에 따른 기본권의 제한방식으로서 법률유보를 선언한 법치주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군인에 대한 징계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였음을 그 사유로 하는 때에는 그러한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또한 그러한 법률 규정은 군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형사처벌에 못지않은 불이익이 뒤따르는 점을 감안할 때 징계권자의 자의를 방지하고 수범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사전에 예측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아니함에도 이를 징계의 근거가 되는 의무규범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군인사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25조 는 건의와 고충심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들은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부하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고(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건의 또는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1항 )는 내용이므로, 이를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 나아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 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3) 원심이 사전건의의무의 근거 중의 하나로 삼은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 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군인으로 하여금 복무와 관련한 불이익한 처분 등 고충사항을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복무와 관련된 사항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령에 의한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의 행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4) 따라서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25조 의 규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사전건의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원고가 사전건의의무 등을 위반하였음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다. 군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 여부에 관하여

1)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를 말한다 (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참조).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하고 이를 규범위반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등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군법무관인 원고 등이 공동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볼 수 없다.

3) 결국 원고가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를 통하여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1) 원심은, 원고가 직접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및 방송 출연을 요청받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자신이 군인이어서 언론 접촉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소송대리인이 언론과 인터뷰한 행위를 곧바로 원고가 피고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대외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하여 군인복무규율 제17조 및 국방홍보훈령 제22조에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 헌법소원의 소송대리인이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관하여 언론 인터뷰에 응한 행위를 원고의 행위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인터뷰 등 언론 접촉 행위를 직접 하지도 않았으므로 이를 두고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대외적으로 국방부의 조치를 폄하하는 의견을 발표하였다거나, 군 수뇌부를 비방·모욕하는 내용을 군 외부에 공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그러한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하였더라도 이를 두고 원고의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마. 소결

원심은 군인복무규율의 관련 규정으로부터 헌법소원 제기에 앞서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법령준수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가 군무 외의 집단행위로서 복종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헌법소원 청구 이후에 소송대리인이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행위를 두고 언론 접촉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군인사법상의 징계사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이 사건 전역처분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4호 ,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2호 , 제57조 제2호 , 제7호 에 따라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한다)에 회부된 사실, 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기초가 되었던 징계사유를 ‘부적합 세부내용’으로 그대로 인용한 사실, 조사위원회는 ‘부적합 세부내용’이 전부 인정되므로 원고에게 현역복무부적합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하였고, 결국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사건 전역처분이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징계사유와 동일한 부적합 세부내용 사실도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부적합 세부내용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전역처분 역시 그 처분사유가 없으므로 위법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역시 정당하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6.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고, 나아가 이 사건 전역처분의 ‘부적합 세부내용’도 징계사유와 동일한 내용이어서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군인사법상의 징계사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 등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하고, 다수의 힘을 빌려 불복종할 의사로, 동참할 군인들을 규합한 후 집단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군무 외의 집단행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언론 등 군 외부로 알리는 과정에서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였으므로,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 헌법상 국군의 사명과 군인의 지위

우리 헌법 전문(전문)에 명시한 대한국민의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법 제5조 제2항 은 국군에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할 사명을 부과하면서, 제66조 제2항 에서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도록 하고, 제39조 제1항 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명하고 있다.

이처럼 국군은 국가 존립의 기초이므로 엄정한 군기 확립을 통하여 최적의 전력을 유지하면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사명을 수행해야 하고, 군무 외의 행위에 절대 그 힘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군인은 이러한 헌법적 요청에 따른 사명의 수행을 직접적인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군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권이 더 제한될 수 있다. 그 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하거나 상이를 입은 군인에 대하여, 국가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그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하고 있다.

다. 복종의무와 사전건의의무 위반에 관하여

1) 헌법 제74조 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하고( 제1항 ),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다. 국군의 조직과 편성을 정하고 있는 국군조직법은 제8조 에서,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등은 국군을 통수하고 지휘·감독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 책무의 수행을 위해서는 국군이 통일성, 단결성을 이루어 조직적이고도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군은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한 엄격한 상명하복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 군조직에서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는 군의 임무수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군의 존립 자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는 군의 헌법적 임무의 달성을 위한 것으로 군 내부에서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한다.

2) 군형법 제44조 , 제47조 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위반한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고, 군인사법 제47조의2 의 위임에 따른 군인복무규율제4조 제4호 에서 군인의 복무상 강령의 하나로 “군기를 세우는 으뜸은 법규와 명령에 대한 자발적인 준수와 복종이고, 따라서 군인은 정성을 다하여 상관에게 복종하고 법규와 명령을 지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3조 제1항 에서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며, 명령받은 사항을 신속·정확하게 실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에서 “부하는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으나 상관이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항상 상관의 의도를 존중하고 기꺼이 이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5조 제4항 에서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군인사법 제51조의3 제1항 은, 장교·준사관 및 부사관은 근무여건, 인사관리 및 신상문제 등에 관하여 인사상담이나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복무규율 등은 군인에게 헌법상 부여된 의무와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필요한 규정들이다. 그러므로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복무 관련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하는 등 군 내부에서 우선 해결하도록 시도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지시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권한을 가진 피고 국방부장관이 포괄적인 지휘권에 터 잡아 예하 부대장으로 하여금 소속 군인에게 불온서적의 영내 반입을 금지하는 행정작용을 발동할 것을 명하는 상관의 명령이다.

피고 국방부장관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 추진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시를 하달하였지만, 이는 군인복무규율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제한사항을 확인하고 그 준수를 독려하는 취지에 불과할 뿐, 군인들에게 특별히 새로운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이 아니다.

즉, 이 사건 당시 시행 중이던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에 의하면, 군인은 불온유인물·도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또한 구 국군병영생활규정(1998. 8. 6. 국방부훈령 제600호로 개정되고, 2009. 5. 19. 국방부훈령 제1056호로 폐지된 것) 제47조 제1항, 제2항 본문에 의하면, 군인은 외출·외박 및 휴가로부터 귀영할 때, 허가되지 아니한 물품, 특히 불량하거나 불온한 도서 등을 영내에 반입할 수 없고, 군에서 지급된 보급품에 한하여 영내에서 개인물품으로 소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가 아니더라도 군인들이 불온서적을 영내에 반입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지시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군인의 정신적 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이 사건 지시에서 반입을 금지한 도서 중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라고 볼 수 없는 대중적인 도서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지시는 제16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법원은 이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제5기에서 제15기까지를 이적단체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도3346 판결 등 참조)이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의 일환으로 그 선정도서를 조직적으로 반입하려 한다는 이례적인 상황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지시는, 위 도서를 일반적·항구적으로 불온도서로 지정하여 이를 취득하고 소지하거나 읽거나 열람하는 행위를 완전히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내 반입만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지시는 군 기강과 군 정신전력을 보존할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는 피고 국방부장관이 군인복무규율의 관련 규정과 지휘권에 기초하여 내린 필요최소한의 정당한 명령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지시가 정당한 이상 원고는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4) 군인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가짐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재판청구권이 절대적, 무제한적인 권리는 아닐 뿐만 아니라, 재판청구권의 행사 의도나 목적 또는 방법에 따라서는 사후에 그 행사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도 하고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사건 헌법소원 제기 이전, 군법무관들은 군법무관의 봉급 등을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아니한 데 대한 행정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2004. 2. 26. 선고 2001헌마718 전원재판부 결정 ), 각종 인사위원회 등의 위원이 될 자격을 규정하면서 군법무관의 경력을 판사·검사·변호사 경력보다 불리하게 취급하고 있는 구 국가공무원법 제8조 제2항 등의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2007. 5. 31. 선고 2003헌마422 전원재판부 결정 ),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한 군법무관들에게 군법무관시보로 임용된 때부터 10년간 근무하여야 변호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단서의 위헌확인( 헌법재판소 2007. 5. 31. 선고 2006헌마767 전원재판부 결정 ) 등을 비롯하여, 군법무관들의 급여나 처우에 관한 다수의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헌법재판소 2008. 5. 29. 선고 2006헌마170 전원재판부 결정 ,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5헌마1156 전원재판부 결정 , 헌법재판소 2010. 6. 24. 선고 2009헌마17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이러한 헌법소원들의 제기에 대해 군의 사전적 제한이나 사후적 제재는 없었다.

그러나 원고 등의 이 사건 헌법소원 제기는 그 의도 또는 목적과 방법에서 위와 같은 헌법소원들의 제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은, 헌법상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통해 전군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사건 지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국방부장관이 관계 법령과 지휘권에 기초하여 내린 필요최소한의 정당한 명령으로 원고 등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집행지휘에 의한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었다.

군법무관에게 자신의 기본권이 아닌 제3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권한이나 의무를 부여한 법령은 찾을 수 없다. 다만 구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2010. 7. 21. 대통령령 제222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제17호 부터 제22호 에 의하면, 군 법무 조직을 총괄하는 법무관리관의 업무 중에 군 내 인권정책 및 장병기본권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이러한 업무는 원고에 부여된 임무와 별다른 관련도 없다.

그런데 원고는, 이미 이 사건 지시가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군 내부에서 지휘계통에 따른 의견건의 등 내부적인 시정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채, 다른 군법무관들과 집단으로 위 지시에 반대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령 규정들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의 위와 같은 행위는 비록 재판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헌법군인사법 등에 근거한 군인복무규율상의 명령복종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5) 다수의견은, 군인복무규율 제24조 , 제25조 등에 규정된 건의와 고충심사는 권리일 뿐 의무로 해석할 수 없고, 그 제도의 취지상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이를 거치지 않은 헌법소원의 제기가 금지되는 행위임을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의 헌법소원 제기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 군인복무규율의 의미를 다수의견과 같이 좁게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도 동의하는 것처럼, 군인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군조직의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그 제한이 가중될 수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법집행권자에게 널리 독자적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하여 법률유보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마6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군인복무와 관련한 구체적 행동규범들이 모두 군인복무규율에 명시될 수는 없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규정이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때 건의와 고충심사와 같은 사전절차를 거치도록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군인복무 관련 불이익의 해소에 관한 것인 이상, 외부의 힘을 빌리려 하기 전에 그 해소를 위해 마련된 건의나 고충심사를 이용해야 함은, 앞서 본 복무규율들의 내용상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해석이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군 지휘관의 직무상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것이 아닌 이상 부하인 군인은 복무규율에 따라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으로 인하여 참을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부하로서는 우선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내부적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여야 하고, 그에 따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 다른 구제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이와 달리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에 대해, 군인들이 언제라도 자유로이, 일반 법령이 정한 군대 밖의 국가기관의 구제절차를 통해 불이익의 해소를 시도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국군의 조직력은 와해되고, 그로 인한 위험은 전체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라. 군무 외 집단행위금지 위반에 관하여

1) 군대는 다수의 병력이 집결하여 무기를 소지·사용하는 조직이므로 군인의 군무 외 집단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이에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단체의 결성단계에는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행위가 계속적일 필요도 없고, 또 통솔형태를 갖출 정도로 조직화된 행위일 필요도 없다 (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참조).

여기에 앞서 본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 의 복무 관련 고충사항에 대한 외부 해결요청 금지, 제24조 제1항 의 지휘계통에 따른 의견 건의 규정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군인이 공동으로 하는 진정·집단서명 나아가 재판의 집단 제기는 집단적 항명으로 보일 수 있고, 군의 기강에 직접적인 저해가 될 우려가 있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군인의 헌법소원 제기 등 사법적 쟁송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권리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법적 쟁송이 집단적으로 행사되게 된 의도와 경위, 내용, 쟁송이 군 기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도, 그러한 결과를 사전에 예상할 수 있었거나 알고 있었는지 등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 집단적 쟁송행위도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을 위반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2) 원고는 신문기사, 육군 내부통신망 등을 통하여 이 사건 지시와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음을 알고, 소외인과 의견교환을 한 후, 2008. 8. 말경 소외인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하였으며, 소외인에게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작성해 보도록 하였다. 소외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군법무관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이메일 등으로 접촉하여 동참자를 모집하는 한편, 2008. 10. 초순경 인터넷 사이트의 군법무관 동기 모임방에, 이 사건 지시에 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동참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원고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대리할 변호사를 정하고, 2008. 10. 17. 소외인과 함께 변호사를 만나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원고와 소외인의 주도에 따라 위와 같은 경위로 동참한 군법무관들은 이 사건 지시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의사표시와 아울러 그 영향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집단청구의 형태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법원에 제기하는 각종 소송과 달리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의 성격뿐만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의 보장기능도 겸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대세효로 인하여 다수의 청구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고가 굳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다른 군법무관들인 동참자들을 모집한 후 집단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집단적 힘을 빌려 그 뜻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서 ‘동참’ 형태의 규합과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군법무관들이, 피고 국방부장관의 이 사건 지시가 헌법에 위반되어 따르지 못하겠다고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항명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를 둘러싼 언론보도 등으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늘어나고, 군의 신뢰와 명예가 적지 않게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사정과 내부적 해결 노력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헌법소원 제기가 명령복종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정, 원고가 군법무관으로서 이 사건 지시 관련 법령의 내용, 이 사건 헌법소원의 성격이나 그로 인한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앞서 본 집단행위금지의무에 관한 법령 규정과 그 취지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헌법소원의 제기는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군무 외의 집단행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그 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다수의견은, 헌법소원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권리의 행사이고, 이 사건 지시는 일반 교양도서를 포함하고 있어,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의 제기는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금지되는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지시에 따라 금지된 도서에는, 다수의견도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불온도서가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이 사건 지시는 원고가 일반 교양도서를 읽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국방부장관이 군의 지휘관으로서, 전투력의 유지·발휘를 위해 특정 서적의 영내 반입을 금지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를 두고 다수의견과 같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는 경우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원고가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은 채 다른 군법무관들과 함께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해치는 것이고, 군무의 본질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고는 금지되는 군무 외의 집단행위를 한 것이다.

마.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1) 군인복무규율 제17조 제1항 전문은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의 군 외부 발표 또는 그에 관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국방홍보훈령 제22조는 언론 인터뷰 및 방송출연을 요청받은 경우 홍보담당부서 경유 안내의무와 국방정책 등 주요사항에 대해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경우 관련 부서장에 사전 검토를 받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 제3호 는 군인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을 위반한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군인복무규율 제9조 는, 군인은 군의 위신과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복무규율 등도 국군의 헌법적 의무와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필요한 규정들이다. 군인은 대외활동에 대한 일정한 제약을 감수하여야 하고, 군인으로서 법과 명령을 준수하고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2) 원고와 소외인이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한 후, 소외인은 2008. 9. 초순경 개인적 친분이 있던 ○○신문 기자를 만나, 이 사건 지시에 관하여 강하게 비판하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였고, ○○신문에 ‘소외인이 이 사건 지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원고는 2008. 10. 17. 소외인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대리할 변호사와 만나, ‘원고 등이 직접 언론과 접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소송대리인만 언론과 접촉한다’는 등의 논의를 하였다. 원고 등을 대리한 변호사는 2008. 10. 22.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한 직후부터 신문·방송 등 언론과 직접 또는 전화로 인터뷰를 하였고, 이 사건 지시에 대한 원고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나 주장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원고 등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이러한 보도들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군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군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령 규정들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다수의견은, 원고가 직접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라 소송대리인이 한 것이고, 원고는 소송대리인에게 자신이 군인이어서 언론접촉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원고의 행위로 볼 근거가 없고, 소송대리인의 언론 인터뷰를 원고의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원고와 논의 후에 언론과 한 인터뷰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는 본인인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일 뿐 원고의 소송대리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원고가 자신은 언론접촉을 할 수 없다면서 소송대리인으로 하여금 언론접촉을 담당하게 하였다면, 이는 언론 관련 군인복무규율 등을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군인복무규율을 형식적으로만 준수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위반하는 행위가 정당화된다면 군기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바. 원심판단의 타당성

이상에서 본 것처럼, 원고는 이 사건 지시의 정당성에 의심을 품고서, 군 내부에서 지휘계통에 따른 의견 건의 등 내부적인 시정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채, 이미 이 사건 지시가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인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다른 군법무관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뜻을 알리고, 이에 응한 군인들을 규합하여 집단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자신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로 하여금 자신들의 비판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군 외부에 발표하도록 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군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비록 재판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헌법군인사법 등에 근거한 관련 군인복무규율 규정들과 국방홍보훈령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에게 각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에, 군인사법상 징계사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 다수의견에 대한 걱정과 우려

다수의견에 따르면, 앞으로 군인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대한 항의와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다수의 동참자를 규합하여 집단으로 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소송대리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언론을 접촉하는 것이 별다른 제한 없이 허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대 내부의 건의와 고충심사는 그 의미를 잃게 되고, 지휘관의 명령은 그 당부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순간, 사병에서부터 장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세력을 형성하여 그에 저항하고, 집단으로 각종 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명령을 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군대 외부의 힘을 빌려 지휘관의 명령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

군대 내에서도 명령 전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고와 고민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명령의 형태로 정해지면, 명백히 위법한 것이 아닌 한 그 명령에 대한 복종과 감수가 선행되어야 하고, 통일적 군기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통해 명령이 실현됨으로써, 군대의 강력한 조직적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 군은 군기가 생명이다. 우리 군은 남북이 분단되어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는 현실적 안보상황에서,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은 살상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군기를 통해 그 엄정한 사용이 확보되지 않을 때 젊은 장병들, 우리 국민의 생명, 신체는 지켜질 수 없다. 군기가 허물어지고, 군의 전력이 약화되면, 헌법에서 우리 대한국민이 바라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의 계승,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은 확보될 수 없다.

특히 군무 외 집단행위는 그 위험성이 너무 커서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자칫 군인들에게 재판청구권 행사라는 명목을 빌려 불순한 의도의 모임을 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우려가 크다.

국군이 헌법적 사명의 수행을 위해 헌신을 다할 것으로 믿고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전역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주심) 박정화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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