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1두22808 판결
[파면처분등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25조 를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 내지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 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구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에서 금지하는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의 의미 및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육군참모총장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27조 제1항 ),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따라서 군인에 대한 징계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였음을 그 사유로 하는 때에는 그러한 재판청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또한 그러한 법률 규정은 군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형사처벌에 못지않은 불이익이 뒤따르는 점을 감안할 때 징계권자의 자의를 방지하고 수범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사전에 예측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아니함에도 이를 징계의 근거가 되는 의무규범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구 군인복무규율(2009. 9. 29. 대통령령 제2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군인복무규율’이라고 한다)은 군인사법 제47조의2 의 위임에 따라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부하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고(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 군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건의 또는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1항 ).

그런데 이를 두고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

나아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 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군인으로 하여금 복무와 관련한 불이익한 처분 등 고충사항을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복무와 관련된 사항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령에 의한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법소원 청구를 포함한 재판청구권의 행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군인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지휘계통을 통하여 상관에게 이를 건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지휘계통을 통하지 아니하고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지되어 있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들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그에 대한 논의와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바로 군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군인복무규율 제4조 , 제2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군인사법상 징계사유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를 말한다 (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등 참조).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하고 이를 규범위반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당시 원고들은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방법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고 보이고, 그 밖에 다른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이 사건 지시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 장병들에게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원고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인하여 군 내부 지휘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군법무관인 원고들이 공동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들이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를 통하여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군인사법상 징계사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상옥 이기택(주심) 박정화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