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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2. 6. 15. 선고 2012구합2658 판결
[전역처분등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피고

국방부장관 외 1인

변론종결

2012. 5. 25.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에 대하여, 피고 국방부장관이 2012. 1. 18.에 한 전역처분과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2011. 10. 20.에 한 징계처분(정직 1월)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 국방부장관(이하 ‘피고 장관’이라고 한다)은 2008. 7. 15.경 국군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라 한다)이 장병들에 대한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현역 장병에게 ‘교양도서(23권)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보고받고,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라고 판시한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도서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국군의 정신전력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 등에 근거하여 2008. 7. 22. 각군 참모총장과 직할 부대장에게 위 23권의 도서가 부내 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이하 ‘이 사건 지시’라 한다)를 하달하였고, 이를 받은 피고 육군참모총장(이하 ‘피고 총장’이라고 한다)은 2008. 7. 24. 국방부장관의 지시 내용과 같은 내용의 지시를 예하부대의 지휘관들에게 하달하였다.

나. 원고는 2000. 12. 제14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2003. 4. 군법무관으로 임용된 이래 이 사건 지시 당시까지 군법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다. 원고는 소외 1(대판: 소외인) 등 다른 군법무관 5인(이하 이들을 ‘원고 등’이라 한다)과 함께 2008. 10. 22. 이 사건 지시의 근거법령인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7조의 2 ,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 가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되고, 이 사건 지시와 위 군인복무규율은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피고 총장은 2009. 3. 18. 원고의 아래의 징계사유 ① 내지 ④에 대하여, 소외 1의 아래의 징계사유 ① 내지 ⑤에 대하여, 각 파면처분을 하였다(이하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을 ‘이 사건 원징계처분’이라 한다).

본문내 포함된 표
[징계사유]
① 원고 등은 피고 장관의 이 사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의사로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경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군의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 군기와 단결을 저해한 것으로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4조) 위반.
②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지시에 불복종할 목적으로 전화, 인터넷, 이메일 및 직접 접촉을 통하여 동참자를 모으고, 소외 2 등 4인은 이에 가담하여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함으로써, 군법질서 확립 등 엄정한 군율, 군 기강 확립의 최후보루인 군법무관의 본분을 망각한 채 개인의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군무 외의 일을 집단으로 한 군기강 문란행위로 복종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위반.
③ 원고, 소외 1은 피고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언론매체에 이 사건 지시를 폄하하는 의견을 발표하였고, 군 수뇌부를 비방·모욕하거나 자신의 의견·주장을 군 외부에 공표함으로써,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7조, 국방홍보훈령 제22조) 및 품위유지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9조) 위반.
④ 소외 1은 국선변호자료수집 명목의 허위 출장명령을 신청하고 실제로는 그와는 무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대리할 변호사를 만나고 인사소청서를 접수하는 등 사적인 용무를 수행하였고, 원고는 소외 1에게 이를 지시함으로써, 성실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1호, 제3호, 제47조, 군인복무규율 제7조 제1항) 위반.
⑤ 소외 1은 신문기자를 직접 접촉하거나 법무병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 사건 지시를 비방하는 등 피고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함으로써, 품위유지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9조) 및 복종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제3호, 헌법 제5조, 군인복무규율 제9조, 제18조) 위반.

마. 원고는 피고 총장의 이 사건 원징계처분에 불복하여 국방부에 징계항고를 제기하였으나, 피고 장관은 2009. 4. 30. 국방부 군인징계 항고심사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2009. 4. 24.자 항고기각 의결에 따라 원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바. 원고 등은 이 사건 원징계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10. 4. 23. 2009구합14781호 로 ‘원고의 징계사유 ① 내지 ③은 인정되고, 징계사유 ④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징계양정에 있어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은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하 ‘종전 1심 판결’)을 주1) 선고하였고, 원고와 피고 장관 및 피고 총장은 각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사. 서울고등법원은 2011. 8. 6. 2010누15614호 로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위 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리면서 항소기각판결(이하 ‘종전 항소심 판결’)을 주2) 선고하였다. 위 항소심 판결 중 원고와 소외 1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나머지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아. 원고는 2011. 9. 8. 복직하였는데, 피고 총장은 2011. 10. 20. 원고에 대한 판결 결과를 반영하여 위 징계사유 ① 내지 ③에 대하여(다만, 종전 징계사유 ③ 중 1행 ‘직접 또는’ 부분만 삭제되었다)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자. 원고에 대하여 중징계처분이 이루어지자, 2011. 12. 12. 장교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가 개최되어 원고가 ‘배타적이고 화목하지 못하고 군의 단결을 파괴하는 자’에 해당하여 현역복무부적합자임을 의결하였다.

아. 피고 총장은 2012. 1. 12. 전역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12. 1. 18. ‘2012. 1. 20.자’로 원고의 전역을 명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전역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2(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관계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가. 행정심판절차 미경유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전역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51조의 2 에 의한 필수적 전치절차로서 소청심사위원회(징계처분의 경우)나 항고심사위원회의 결정(전역처분의 경우)을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본안 전 항변을 한다. 먼저 원고는 이 사건 전역처분에 대하여 2012. 1. 17.경 국방부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한 사실이 있으므로(을 제5호증), 피고의 위 주장은 이 사건 징계처분에 한하여 의미가 있다.

행정소송법 제18조 제3항 제1호 는 행정심판을 제기함이 없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로서 ‘동종사건에 대하여 이미 행정심판의 기각재결이 있은 때’를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 징계처분은 이 사건 원징계처분의 징계사유와 대부분 공통되므로, 이 사건 원징계처분에 대한 항고심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징계처분과 동일한 사실상·법률상 쟁점에 대하여 이미 판단을 내린 이상,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다시 전심절차를 거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권리보호이익의 존부

피고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원고 스스로 계속 복무 불희망의사를 표시한 바 있고, 이 사건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제출한 소청심사청구서에도 ‘소청심사를 청구한 이유는 의원전역을 희망한다’고 함으로써 이 사건 전역처분에 대한 취소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의원 전역 의사가 분명한데, 군인사법 제37조 에 의한 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 전역과 제35조 에 의한 본인의 의사에 따른 전역 사이에 아무런 법률상 효과에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부분 취소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고 본안 전 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① 군인사법 시행령 제45조 에 의하면, 전역을 원하는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전역일로부터 1년 전까지의 기간에 지휘계통을 거쳐 전역권자에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의원전역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2012. 1. 1. 원고에 대한 육군 본부 전역심사위원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는 통고서에 ‘계속 복무 불희망’을 표시하였을 뿐, 군인사법 시행령 제45조 에 정한 방식에 의한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전역처분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연히 의원전역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는 주3) 점, ② 의원전역에 대해서는 전역장이 수여되고( 군인사법 시행령 제45조의 2 ), 전역자가 전역일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강제전역에는 전역장이 수여되지 않고, 전역자가 전역일을 선택할 수 없는 등 법률상의 효과에도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전역처분의 취소로 달성할 원고의 권리보호이익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징계사유 ① 내지 ③은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징계사유 ③과 관련하여, 종전 소송의 1심 및 2심 판결에서는 “원고가 2008. 10. 17. 소외 1, 소외 3 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청구인인 군법무관들이 직접 언론과 접촉할 경우 국방홍보훈령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소송대리인만 언론과 접촉한다’는 등의 논의를 하였다”는 사실인정을 전제로 이 부분 징계사유를 인정하였는데, 원고가 이와 같은 논의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종전 판결들은 이 부분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이 사건 징계처분의 당부에 관하여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쟁점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진 끝에 종전 1심 판결 및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어 원고에 대하여 그대로 확정되었으므로, 사실심의 최종심인 위 항소심 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 이와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종전 항소심 판결에서 채용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판단하기로 한다.

가) 군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법리

군법무관을 포함한 모든 군인도 국민으로서 재판청구원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국군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사명을 부여하고 그러한 특수한 사명을 수행하는 군인을 일반인과 달리 취급하고 주4)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 의 이른바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면서 헌법 제75조 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한다면 위임입법에 의하여도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의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행정부에 널리 독자적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하여 법률유보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와 같은 요구를 따르지 못한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마63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또한 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의하여 유지된다. 따라서 군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는 군의 지휘통솔을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군의 존립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군의 통수권 확립을 위하여 군 내부에서의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는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1995. 5. 25. 선고 91헌바2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징계사유 ①에 대하여

⑴ 이와 같이 군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군인의 기본권은 특별한 제한을 받게 된다고 할 수 있는데, 군인복무규율 제23조 제1항 은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며, 명령받은 사항을 신속·정확하게 실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 제1항 은 ‘부하는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상관이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항상 상관의 의도를 존중하고 기꺼이 이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5조 제1항 은 ‘군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거나 질병 기타 일신상의 사정으로 업무수행이 곤란할 경우에는 이를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또는 건의하거나, 군인사법 제51조의3 같은 법 시행령 제60조의5 에 따라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5조 제4항 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문언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군인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지휘계통을 통하여 상관에게 이를 건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지휘계통을 통하지 아니하고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금지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군인의 기본권 제한 또는 침해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도 그 지시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시나 명령을 한 상관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고 이를 함부로 거부할 수 없으며, 그 지시나 명령에 대한 권리구제의 방법으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먼저 지휘계통을 통하여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군 내부에서 스스로 문제를 시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내부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비로소 군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으로써 군의 지휘·통솔체계에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⑵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장관의 이 사건 지시는 국군 장병들의 지휘관으로서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보내려고 하는 23종 도서의 부대 내 반입을 차단시켜 군인들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고, 군인의 전투력 중 정신전력도 매우 중요하므로 군인의 사명의식과 전투의지를 높이기 위하여 정신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신전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 장관이나 피고 총장이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특정 도서를 보낼 경우에 군인의 정신전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군인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러한 도서의 영내 반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사건 지시는 23종 도서가 과연 불온서적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심사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이고, 23종의 도서 중에 양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현역 장병에게 23종의 도서를 보내려고 한다는 특별한 상황에서 그 23종의 도서를 일괄적으로 반입차단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고, 23종의 도서 중에는 군인의 정신전력을 해칠 우려가 있는 도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5) 보여서, 국군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지시가 불온서적으로 정한 23종의 도서를 부대 안에 반입되지 못하게 하는 한도에서만 장병들에게 현실적으로 자유의 제한으로 작용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지시에 의하여 장병들의 알 권리 기타 기본권이 침해되는 정도가 본질적인 부분에까지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가 명백히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는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설사 이 사건 지시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먼저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군 내부에서 스스로 시정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등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기에 앞서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상관에게 건의를 하여 그에 대한 논의와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바로 군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이는 앞서 본 군인복무규율의 제반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나) 징계사유 ②에 대하여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 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단체의 결성단계에는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행위가 계속적일 필요도 없고, 또 통솔형태를 갖출 정도로 조직화된 행위일 필요도 없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참조), 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은 부하의 의견 건의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단독’으로만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25조 제4항 에서는 고충사항에 대한 집단서명 등을 금지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은 군 조직의 특수성에 따른 군의 지휘체계 확립과 군 내부에서의 엄격한 상명하복관계, 그로 인한 군인의 기본권 제한의 특수한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정당한 것인지 또는 부당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 부하들이 이에 불복종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군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곧바로 그 지시나 명령의 위법성 여부의 심사를 구하는 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하는 행위는 그 상관의 지시나 명령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하게 된 동기나 경위, 그 과정에서 상관의 의사에 대한 존중 등 참작 정도에 따라 군의 지휘체계와 군 내부에서의 상명하복관계를 무시하여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는 다수인의 행위로서 위 규정상 금지되는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지시가 명백히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 등은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이 사건 지시의 시정 등을 건의한 바 없었으며, 공동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였고, 소외 1은 인터넷에 글을 게재하여 동참자를 모집하였으며, 그 결과 원고 등이 공동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소외 1 등이 이 사건 지시를 내린 피고 장관을 비난하는 언행을 하여 이 사건 지시에 불복종하려는 의도를 보였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등이 공동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것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징계사유도 인정된다.

다) 징계사유 ③에 대하여

군인복무규율 제17조 제1항 , 국방홍보훈령 제22조 제1항, 제3항에 의하면, 군인은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언론으로부터 국방정책 등 주요사안에 대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홍보담당부서를 경유하도록 안내하여야 하며, 인터뷰에 응할 경우에는 관련부서장에게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검토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은 국방정책 등 주요사안에 관하여 군을 대표하지 못하는 군인이 개인자격으로 무분별하게 군 외부에 직접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거나 언론의 인터뷰에 응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군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는 군인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징계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군인복무규율 제9조 에 의하면 군인은 군의 위신과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되며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군대는 일반 사회와는 구별되는 특수한 신분·권력관계가 인정되는 조직이므로 비록 사회에서 허용되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군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고 선동적·모욕적이며 무절제·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상관의 명령에 반발하는 듯한 언행을 하여 군의 위신이나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군의 지휘체계를 문란하게 하는 것은 위 규정상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⑵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소외 1이 이 사건 지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결심한 이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유력 일간신문 기자를 만나 이 사건 지시를 비판·폄하하고 그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점, 이후 위 기자가 소속된 신문에 소외 1이 이 사건 지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이를 비난하면서 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된 점, 원고와 소외 1이 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대리할 변호사와 만나 원고 등이 언론과 접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변호사가 언론 접촉을 담당할 것 등에 관한 논의를 하였고, 이후 원고 등을 대리한 변호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 지시에 대한 원고, 소외 1의 비판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그대로 발표함에 있어서 원고나 소외 1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주6) 점, 그밖에 원고 등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소외 1이 이 사건 지시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군 외부에 직접 발표하거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접 군 외부에 이 사건 지시를 비판하고 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발표한 것과 같은 상황이 조성되었고, 그로써 이 사건 지시의 정당성 여부를 정치 쟁점화하고, 일반 국민은 물론 장병들에게 이 사건 지시가 명백히 위헌인 것처럼 생각하게 할 여지를 제공하였으며, 국민들에게는 그 내용의 진위나 당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군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군 전체의 공정성·정치적 중립성·신중성 등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 할 것이며, 이는 군의 위신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징계사유도 인정된다.

라) 소결론

위와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의 개별 징계사유들은 모두 인정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적법하다.

나. 이 사건 전역처분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징계처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전역처분사유도 인정할 수 없는 점,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63조 에 의하면, 현역복무부적합자 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군인사법 제35조 에 의한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전역처분은 위법하다.

2) 판단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4호 , 같은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면, 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현역 복무 부적합자로서 강제 전역 대상자로 정하고 있고,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에 의하면, 중징계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필수적으로 현역 복무 부적합자 기준에 부합하는지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 피고 장관은 중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원고가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2호 (배타적이고 못하고, 군의 단결을 파괴하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의 의결을 따라 이 사건 전역처분을 하였음을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군인사법상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두10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징계처분이 적법한 이상, 위 징계처분의 하자가 이 사건 전역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63조 는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 또는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을 당할 위험이 있는 군인에게 조사나 심사 이전에 본인의 의사에 따른 전역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일 뿐, 전역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의원전역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은 아니라 할 것인데, 원고는 조사위원회나 전역심사위원회 절차가 열리는 것을 통보받았음에도 이에 불참하면서(을 제3호증의 1, 3, 4 참조), 군인사법 시행령 제45조 소정의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전역처분에 이르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전역처분은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인형(재판장) 정재희 손철

주1) 다만, 피고 장관의 보충역편입 명령과 피고 총장의 제적 및 보충역편입 명령, 교육기간 변경 및 원복 명령에 대한 취소청구 부분은 각하하였다. 한편, 소외 1과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주2) 다만, 1심이 인정하였던 징계사유 ③ 중 ‘원고와 소외 1이 직접 이 사건 지시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군 외부에 직접 발표하거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1심이 인용하였던 피고 장관의 원고에 대한 2009. 3. 20.자 제적처분에 대한 취소청구를 각하하였다. 한편 위 항소심판결에서는 소외 1의 청구를 받아들여 소외 1에 대한 파면처분을 취소하였으나,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주3) 다만, 원고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장래 현역으로 복귀를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는 사정은 원고의 복무의사를 추단케 하는 사실상의 사정에 불과하다.

주4) 헌법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설치하고(제5조 제2항, 제74조 제2항), 이를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며(제39조 제1항),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수호할 책무를 지우면서(제66조 제2항) 국군통수권을 부여하는(제74조 제1항) 한편,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고(제37조 제2항), 군인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에 대해서는 특별취급을 할 수 있도록 하며(제29조 제2항),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제32조 제6항), 군인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허용하고(제27조 제2항, 제110조), 비상계엄 하에서 군인에 대한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110조 4항) 있다.

주5) 이 사건 지시로 인하여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23종의 도서 중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핵과 한반도’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4. 21. 선고 2008고합1165 등 사건에서 북한의 활동을 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내용의 이적표현물로 판단되었으며, 이와 같은 판단은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노1100 사건의 판결 및 대법원 2009도11875 사건의 판결 등을 통하여 확인되었다.

주6) 원고는 이 부분 사실관계를 부정하면서 그 근거로 갑 제3호증을 들고 있으나, 위 증거만으로 종전 항소심 판결에서 인정된 이 부분 사실관계를 뒤집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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