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누76 전역 처분등취소
원고항소인
A
피고피항소인
1. 국방부장관
2. 육군참모총장
변론종결
2018. 6. 14.
판결선고
2018. 7. 19.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에 대하여 피고 국방부장관이 2012. 1. 18.에 한 전역처분과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2011. 10. 20.에 한 징계처분(정직 1월)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여기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서 중 해당 부분(제2면 제3행 내지 제5면 제5행)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여기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서 중 해당 부분(제5면 제7행 내지 제6면 제18행 및 별지 관계 법령)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3.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1) 복종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가) 이 사건 헌법소원 제기 이후 이루어진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징계사유 ③을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들은 원고 등이 이 사건 지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한 행위가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와 아울러 징계사유 ①은 절차적 측면에서 사전건의 의무를 준수하지 아니하였음을, 징계사유 ②는 다수의 군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군무 외 집단행위에 해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군인이 상관의 지시와 명령에 대하여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순차로 위 징계사유별로 적법 여부를 판단한다.
나) 헌법 제27조 제1항은 헌법재판을 청구할 권리를 포함한 재판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인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함을 직접적인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군조직의 구성원인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으므로, 그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권이 더 제한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등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다) 상명하복에 의한 지휘통솔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인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군인복무규율 제23조 제1항은 그와 같은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군인이 일반적인 복종의무가 있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재판청구권이 군인의 복종의무와 외견상 충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나 명령 그 자체를 따르지 않는 행위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은 준수하면서도 그것이 위법·위헌이라는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구별되어야 한다.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법적 판단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직접 위반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으며, 재판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법·위헌 여부가 판가름 나므로 재판청구권 행사가 곧바로 군에 대한 심각한 위해나 혼란을 야기한다고 상정하기도 어렵다.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준수하는 이상 그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 종래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청구하는 행위를 무조건 하극상이나 항명으로 여겨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태도 역시 모든 국가권력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허용하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마땅히 배격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것이 위법·위헌인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 군 내부의 상명하복관계를 파괴하고 명령불복종 수단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외형만을 빌리거나 그 밖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정당한 기본권의 행사라 할 것이므로 군인의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지시는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 국방부장관이 반입을 금지한 책들은 대체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거나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책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학술단체나 언론기관에서 양서로 선정되는 등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가 군인의 정신적 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당시 원고 등은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방법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고 보이고, 그 밖에 다른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이 사건 지시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 장병들에게 반정부·반미 의식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양도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원고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인하여 군 내부 지휘명령체계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마)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등이 이 사건 지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는 그것이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허용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 있고, 군인의 복종의무에 위반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
2) 사전건의 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37조에 따른 기본권의 제한방식으로서 법률유보를 선언한 법치주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군인에 대한 징계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였음을 그 사유로 하는 때에는 그러한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또한 그러한 법률 규정은 군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형사처벌에 못지않은 불이익이 뒤따르는점을 감안할 때 징계권자의 자의를 방지하고 수범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사전에 예측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아니함에도 이를 징계의 근거가 되는 의무규범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군인사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군인복무규율 제24조와 제25조는 건의와 고충심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들은 군에 유익하거나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 부하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고(군인복무규율 제24조 제1항),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휘계통에 따라 상담, 건의 또는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1항)는 내용이므로, 이를 군인에게 건의나 고충심사를 청구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 나아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 제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 · 집단 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군인으로 하여금 복무와 관련한 불이익한 처분 등 고충사항을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복무와 관련된 사항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령에 의한 방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헌법소원 등 재판청구권의 행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라) 따라서 군인복무규율 제24조와 제25조의 규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이 사건 현법소원 청구에 앞서 사전건의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원고가 사전건의 의무 등을 위반하였음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3) 군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 여부에 관하여
가)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은 "군인은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함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누4839 판결 참조).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권리행사로서의 실질을 부인하고 이를 규범위반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등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군법무관인 원고 등이 공동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복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군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 결국 원고가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를 통하여 복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4)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가)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대리할 소송대리인으로 D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하고 위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초안을 검토한 후 2008. 10. 17. 위 D 변호사와 B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청구인인 군법무관들이 직접 언론과 접촉할 경우 국방홍보훈령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소송대리인만이 언론과 접촉한다"는 등의 논의를 한 사실, D 변호사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한 직후부터 이 사건 헌법소원과 관련하여 신문·방송 등 언론과 직접 또는 전화로 인터뷰를 하였고, 이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접수 당일 저녁부터 며칠 간 방송과 신문, 인터넷매체 등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사실이 인정된다.
나) 그러나 이 사건 헌법소원의 소송대리인이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 관하여 언론인터뷰에 응한 행위를 원고의 행위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인터뷰 등 언론 접촉 행위를 직접 하지도 않았으므로 이를 두고 홍보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대외적으로 국방부의 조치를 폄하하는 의견을 발표하였다거나, 군 수뇌부를 비방·모욕하는 내용을 군 외부에 공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러한 이상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그러한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하였더라도 이를 두고 원고의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5) 소결
결국 원고가 군인복무규율 등의 규정에 따라 헌법소원 제기에 앞서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게 건의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에서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법령 준수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가 군무 외의 집단행위로서 복종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헌법소원 청구 이후에 소송대리인이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행위,를 두고 언론 접촉에 관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다.
나. 이 사건 전역처분에 대하여
1) 을 제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가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4호,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2호, 제57조 제2호, 제7호에 따라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한다)에 회부된 사실, 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기초가 되었던 징계사유를 '부적합 세부내용'으로 그대로 인용한 사실, 조사위원회는 '부적합 세부내용'이 전부 인정되므로 원고에게 현역복무부적합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하였고, 결국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사건 전역처분이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된다.
2)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징계사유와 동일한 부적합 세부내용 사실도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부적합 세부내용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전역처분 역시 그 처분사유가 없으므로 위법하다. 이는 징계처분과 현역복무부적합심사에 따른 전역처분이 그 취지를 달리 하는 제도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4. 결론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주현
판사민정석
판사이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