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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6. 30. 선고 2002헌바83 결정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91조 제1호 등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박○식 외 17인

대리인 법무법인 대구하나로

담당변호사 정재형 외 3인

당해사건

대구지방법원 2002노694 집단에너지사업법위반등

대구지방법원 2002노698 집단에너지사업법위반등

주문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노동쟁의의 배경

(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은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법인으로, 반월공단과 구미공단에서 대형보일러를 가동해 고온·고압의 증기를 생산하여 공단 내 수용가에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반월열병합발전소와 구미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던 업체이다.

(나) 2001년경 정부는 구미열병합발전소와 반월열병합발전소를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방침을 확정하였고 공단이 정부방침에 따라 위 발전소들의 민영화를 추진하자, 이를 둘러싼 여러 문제로 공단과 공단 노동조합(이하 ‘공단노조’라고 한다) 사이에 이견이 대립되던 중, 공단노조는 2001. 7. 24. 안산시장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파업을 위한 쟁의행위신고를 하였다.

(다) 구미지방노동사무소장은 2001. 7. 31. 공단노조 구미지부장에게 구미열병합발전소의 전기 및 증기 생산시설, 용수처리시설 등은 안전보호시설로 판단되니 이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쟁의행위제한고지를 하였고, 안산지방노동사무소장은 2001. 8. 1. 공단노조 위원장에게 보일러 및 터빈발전기, 수송관로, 수처리시설, 전기집진시설 및 폐수처리시설 등의 유지·운영이 쟁의행위로 인하여 정지·폐지되거나 방해될 경우 직접 인명·신체에 위해를 줄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그러한 결과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시설은 안전보호시설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서면을 보냈으며, 이에 공단노조는 파업에 돌입하지 아니하고 노사협상을 계속하였다.

(라)한편 공단에서는 매년 주로 추석연휴기간을 이용하여 증기 등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정기점검 및 보수작업을 실시하여 왔는데, 2001년도에도 보일러정기보수점검을 추석연휴기간 중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공단 내 수용가들과 협의를 거쳐 2001. 9. 10.경 반월열병합발전소는 6일간(2001. 9. 30.~10. 5.), 구미열병합발전소는 4일간(2001. 9. 30.~10. 3.) 각 보일러정기보수점검을 위하여 증기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부문별로 10여 개 외부 전문업체와 노후시설의 교체 및 보수를 위한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위 교체보수공사의 감독 등을 위한 당직근무조를 편성하였으며, 구미열병합발전소는 2001. 10. 4.부터 다시 정상근무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마) 위 (다)와 같이 노사협상을 계속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공단노조는 정기보수점검을 위하여 보일러 가동이 일시 중지되는 추석연휴에 파업에 돌입하기로 하고, 2001. 9. 29. 구미열병합발전소 내에서 파업출정식 및 전야제를 개최하였다.

(바) 공단은 2001. 9. 29. 김○수를 2001. 10. 1.자로 중부지역본부장으로 발령하였고, 김○수는 2001. 9. 29. 오후 공단노조의 파업으로 추석연휴 기간 중 보수작업이 불가능하고 수용가 중 하나인 주식회사 ○○이 전화로 추석연휴 중 증기공급을 요청하였다는 이유로 구미열병합발전소의 보일러 4기 중 1기를 정상운전한다는 내용으로 발전소설비 운전계획을 변경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통보하였으나, 공단노조는 위 김○수가 2001. 10. 1.자로 본부장이 되는 것이므로 김○수에 의한 위 운전계획변경은 적법한 업무지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하였으며, 이에 공단은 위 전보발령일자를 2001. 9. 29.로 정정한다는

인사발령을 다시 하고, 그 인사발령문을 다음날 게시하였다.

(사) 공단노조는 2001. 9. 30. 08:00경 전면파업돌입을 선언하고, 공단노조 구미지부의 노동조합원과 반월지부 노동조합원이 그 날 아침 각 발전소를 떠나 춘천시 남면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모여 함께 투숙하면서 집단농성을 벌이는 한편, 춘천시에 있는 ○○호텔에서 노사협상을 계속하였다.

(아) 그런데 2001. 10. 4. 08:00경 경찰이 위 유스호스텔에 진입하여 파업에 참여한 전 조합원이 연행되었는데, 공단노조 간부 일부는 구속되었으나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조사 후 석방되어 2001. 10. 8.경까지는 전원 근무지에 복귀하였다.

(2) 청구인들에 대한 형사재판

(가) 청구인들은 구미열병합발전소에 근무하던 공단 사원들로서 공단노조 간부들이었는데, 위 파업과 관련하여 집단에너지사업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었다.

(나) 청구인 1.~7.에 대하여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2. 1. 31. 선고 2001고단1376, 1551(병합) 판결로, 청구인 8.~18.에 대하여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2. 1. 31. 선고 2001고단1683 판결로 각 유죄가 선고되었다.

(다)위 판결들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들은 공단노조의 간부 및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① 추석연휴기간(2001. 9. 30.~10. 3.) 동안 구미열병합발전소의 보일러 4기 중 4호기를 정상가동하여 구미공단 내 증기 수용업체에 증기를 공급하도록 하는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1. 9. 30. 08:30경 구미열병합발전소 중앙제어실에서 청구인들은 위 발전소 보일러 4호기를 운전하던 공단노조 조합원 임○정, 신○주 등에게 위 보일러의 가동을 중단하고 파업에 동참하도록 지시하고, 위 임○정 등은 임의로 집단에너지 발전설비인 보일러 4호기를 조작하여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집단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하고, 안전보호시설인 보일러 4호기 등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함과 동시에 위력으로써 위 공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② 위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구미열병합발전소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관리감독자를 포함한 전 조합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하여 그 때부터 2001. 10. 7. 17:00경까지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집단에너지 공급시설인 구미열병합발전소의 안전관리업무를 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집단에너지 공급에 장애를 일으키고 구미열병합발전소의 안전보호시설인 전기시설, 스팀시설 등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방해함과 동시에 위력으로써 위 공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였다.

(라) 위 판결들은 위 인정사실 ① 중 ‘안전보호시설인 보일러 4호기 등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한 행위 및 ② 중 ‘안전보호시설인 전기시설, 스팀시설 등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방해’한 행위에 대하여 각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노법’이라 함은 이 법을 가리킨다) 제91조 제1호, 제42조 제2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마) 위 판결들은 모두 항소되었는데, 청구인 1.~7.에 대하여는 대구지방법원 2002. 9. 18. 선고 2002노694 판결이, 청구인 8.~18.에 대하여는 대구지방법원 2002. 9. 18. 선고 2002노698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들은 열병합발전소의 보일러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규정하는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제1심 판결들과 같이 유죄를 인정하였다.

(바) 위 항소심 판결들은 모두 상고되어, 대구지방법원 2002노694 사건은 대법원 2002도5428 사건으로, 대구지방법원 2002노698 사건은 대법원 2002도5429 사건으로 각 대법

원에 계속중이다.

(3)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과 헌법소원

(가)청구인들은 위 항소심 계속중 노노법 제42조 제2항제91조 제1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대구지방법원 2002. 9. 18.자 2002초기570 결정(대구지방법원 2002노694 사건 관련), 대구지방법원 2002. 9. 18.자 2002초기569 결정(대구지방법원 2002노698 사건 관련)].

(나)이에 청구인들은 2002. 10. 2. 위 노노법 조항들에 대한 위헌선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42조 제2항제91조 제1호 중 ‘제42조 제2항’ 부분의 위헌 여부이고, 위 법률조항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후자의 조항에 관하여 위헌제청심판청구서, 위헌제청기각결정,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는 노노법 ‘제91조 제1호’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그 중 ‘제42조 제2항’ 부분으로 한정함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를 종합하면 노노법 제91조 제1호 중 ‘제42조 제2항’ 부분만을 심판대상조문으로 삼고 있다고 이해되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폭력행위 등의 금지)②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제91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제38조 제2항, 제41조 제1항, 제42조 제2항, 제43조, 제45조 제2항 본문, 제46조 제1항 또는 제63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i) 범죄의 객체로 규정된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의 의미에 관하여 일의적인 해석이 불가능하여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고, (ii) 위 안전보호시설의 운전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지 아니한 사람도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으며, (iii)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더라도 안전조치를 취하면서 그러한 행위를 하여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져오지 아니하는 경우는 제외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이를 포함하고 있어 형벌의 적정성, 필요성, 겸억성(謙抑性)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근거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 헌법조항 및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원으로서 안전보호시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이 범죄의 주체로 될 수 있으며, 이들이 안전보호시설을 정지함에 있어 안전하게 정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만이 범죄로 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이러한 제한 없이 처벌함으로써,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3)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11조 제1항이 보장한 평등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 헌법조항 및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안전보호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이기만 하면

위험발생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라도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고 처벌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안전보호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그러하지 않은 근로자를 불합리하고 과도하게 차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등권을 침해하는 무효의 규정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다. 노동부장관의 의견

(1) 노노법의 쟁의행위 제한 규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안전보호시설’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으며, 설령 입법기술상 불가피하게 다소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는 ‘안전보호시설’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와 관련된 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관련 행정청인 노동부의 일관된 유권해석이고 다수의 학설에 의하여 정립된 해석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형량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관에게 무한한 재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위헌이 아니다.

(2)비록 안전수칙에 따라 ‘안전보호시설’의 가동을 정지하는 경우에도 그 가동이 정지됨으로써 사람의 생명 및 신체에 위해를 끼칠 위험성은 여전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를 포함하여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적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쟁의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 및 신체에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고, 그 제한도 쟁의행위 영역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안전보호시설’에 한정하는 것이어서, 단체행동권 중 필요·최소한에 대하여만 제한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법리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노노법상 쟁의행위의 주체는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조합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제한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향유하는 단체행동권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안전보호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그 밖의 시설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쟁의권에 있어서의 형평의 문제로 이해함을 전제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전라남도지사의 의견

노동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은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i)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는 ‘안전보호시설’은 물건을 보호하려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의 예방 또는 보건상 필요한 시설을 의미하고, (ii) 범죄의 주체는 안전보호시설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 한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안전보호시설은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시설’을 의미하므로, 안전조치를 하고 정지시키는 경우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적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단체행동권의 제한이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과잉된 제한도 아니다.

(4) 안전보호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만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가사 처벌의 대상을 위 사람들에게만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판 단

가.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 공보 99, 1295, 1298).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 공보 99, 1295, 1298).

(2) 명확성 판단의 기준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성원칙의 근거와 관련하여 찾을 수 있다. 명확성원칙은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하므로(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6 참조), 당해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당해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이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법률해석을 통하여 행정청과 법원의 자의적인 적용을 배제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얻는 것이 가능한 경우(헌재 2004. 7. 15. 2003헌바35 등, 판례집 16-2상, 77, 88 참조), 즉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합리적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의미내용을 알 수 있는 경우(헌재 2002. 4. 25. 2001헌바26 , 판례집 14-1, 301, 322; 2004. 6. 24. 2004헌바16 , 판례집 16-1, 759, 766 참조)는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법규범의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이하 이를 ‘합리적 해석기준’이라고 한다)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3)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한 합리적 해석기준의 존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명확성 문제

이 사건 법률조항들 중 “노노법 제91조 제1항 제1호 중 ‘제42조 제2항’ 부분”은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사람을 그 소정 형에 처하는 처벌조항으로서 문언 자체에 아무런 불명확한 점이 없다. 다만, 노노법 제42조 제2항 자체가 불명확하다면 이를 조문의 한 내용으로 하고 있는 노노법 제91조 제1항 해당 부분도 전체적으로 불명확한 규정이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명확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명확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다르지 아니하다.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의미내용을 파악함에 있어 일견 명백하지 아니하여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위 조항의 문언,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살펴 볼 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다.

(나) 입법연혁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률은 1953. 3. 8 법률 제279호로 제정되었던 구 노동쟁의조정법을 폐지하고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된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폐지되고 다시 제정된 법률이다.

1953. 3. 8. 법률 제279호로 제정된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6조 제1항은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지시설의 정상한 유지운행을 정폐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는데, 이에 위반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고, 이에 관한 같은 조 제2항의 중지명령에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만 같은 법 제26조에서 처벌규정을 두었다.

1963. 4. 17. 법률 제1327호로 전문개정된 구 노동쟁의조정법제13조 제2항에서 위 1953년 제정 노동쟁의조정법 제6조 제1항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면서, 다만 “안전보지시설”을 “안전보호시설”로, “정폐”를 “정지, 폐지”로 개정하고, “행할 수 없다” 앞에 “이를”을 추가하는 개정을 하였는데, 위 1953년 노동쟁의조정법과 달리 제47조에서 그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조항을 두었다. 위 개정은 행위의 효과에 형벌이 추가된 것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 금지행위의 내용 자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 후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된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은 위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 제2항 중 “정상한”을 “정상적인”으로 변경하였으나 그 외에는 같은 문언으로 이루어졌고,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은 위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 중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호시설”을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로 바꾸었을 뿐 그 밖의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입법목적

1) 노노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노법의 입법목적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는 노노법 전체의 개괄적 입법목적을 규정한 것으로서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특수한 입법목적을 규정한 것은 아닌바,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입법목적은 위 조항과 다른 관련규정들을 종합하여 전체적 규범체계에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갖는 의미를 고려함으로

써 그 구체적 내용을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다.

2)사업장에는 통상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고 그러한 위험은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그 강도와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경향에 있다. 따라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하여야 할 필요성은 점점 더 강하게 요청되고 있다. 사업장에 안전보호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그러한 예방조치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24조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 및 건강장해의 유형을 열거하여 이에 대하여는 사업주에게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어 이러한 경우의 안전보호시설 설치는 위 법에 의한 의무의 이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노노법의 다른 규정과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노법 제38조 제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하여 이른바 ‘보안작업’ 중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과 관련이 없는 작업을 따로 규율하고 있고, 노노법 제42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하여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에 대한 보호를 따로 규율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에 관한 조항으로서 이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중지명령까지 발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장치를 두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그 침해에 대한 사전예방이 고도로 요구되는 것이고, 이러한 보호법익이란 바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외에 다른 것이 아니어서, 이 점에서도 그 입법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선원법 제27조는 명문으로 “인명 또는 선박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는 경우” 쟁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물적 시설의 안전보호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물적 시설’을 법문에 포함하고 있지 않은데, 이 점과 앞서 본 입법목적을 모아 보면, 물적 시설의 안전보호는 노노법 제42조의 입법목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라) 해석기준의 필요성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문언은 그 의미내용을 어느 정도 확정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모든 의미내용이 의문의 여지없이 파악되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 첫째, 행위의 객체인 안전보호시설의 개념과 관련하여, ① ‘안전보호시설’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만을 의미하는지, 이에 더하여 물적 설비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도 포함하는지, ②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이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함은 명백한바, 이 때 안전의 주체인 사람에 (i) 사업장의 구성원, (ii) 사업장을 이용하는 사람, (iii) 사업장 내에 있는 사람, (iv) 사업장과 무관한 제3자 중 어느 범위까지 포함되는지, ③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안전보호시설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본래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데 가동을 중단할 경우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설까지 포함하는

지, ④ 안전보호시설이 물적 시설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인적 시설(인적 조직)도 포함하는지, 둘째, 행위태양과 관련하여 ⑤ 형식적으로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인지, 셋째, 행위주체와 관련하여 ⑥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담당하는 근로자만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가 되는지 등에 관하여 일응의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문언, 앞서 본 입법연혁과 입법목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으로부터 위 조항의 의미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하여 일응의 의문이 있을 수 있는 위 각 쟁점에 관한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 해석기준

1)앞서 본 바와 같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입법목적은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인바, 이는 위 각 쟁점에 대한 목적론적 해석기준을 제공한다. 따라서 “안전보호시설”의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서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발생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 위반의 요건인지를 판단하고 행위주체의 범위를 획정함에 있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라는 입법목적이 가능한 한 최대로 달성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앞서 입법연혁에서 본 바와 같이 1997년에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되면서 제42조 제2항의 “안전보호시설”에 관하여 종래 구법에서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호시설”로 규정되어 있던 것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로 변경되었다.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호시설”은 그 문언만을 살필 때 (i)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의 물적 설비에 대한 안전보호를 포함하는 것이 아닌지, (ii) 공장·사업장 기타 직장과 관련 없는 제3자는 그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i) 위 조항의 입법목적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에 있으므로 사람의 안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입법목적에 부응하며, (ii) 위 입법목적을 최대로 실현하기 위하여서나 생명·신체가 보호되어야 할 사람에는 제한이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의 주체인 사람에 사업장 관련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현행법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이라고 변경함으로써 이러한 취지가 보다 명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업장”은 안전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안전보호시설의 설치장소 또는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의 발생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보다 명백하여졌다. 이와 같이 현행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그 입법연혁과 법문을 함께 살펴 볼 때 종전보다 더욱 명확한 해석기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핵심적 입법목적이다. 이 입법목적만을 고려한다면 가급적 위 조항의 요건을 완화시켜 해석함으로써 그 금지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요청된다. 그러나 한편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형벌의 구성요건임과 동시에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요건규정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이 점에서 가급적 위 조항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그 금지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요청이 있다.

위 두 요청을 비교하여 볼 때, 양자 사이에는 서로 반대방향의 긴장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긴장관계는 서로 융화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화점을 찾을 수 있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위 양자의 요청을 조화하는 해석기준으로써 그 의미내용을 파악하여야 하며, 여기에 위 조항의 진정한 입법목적이 있다. 노노법

제1조가 입법목적으로서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조화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헌법규범은 법률의 해석기준이 되므로, 하나의 법률조항에 대하여 그 문언상 위헌적인 해석과 합헌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경우 위헌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합헌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법률조항을 유효하게 유지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이 요구된다. 따라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목적에만 경도되어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나 근로자의 단체행동권만을 강조하여 지나치게 제한해석하는 것은 노노법의 진정한 입법목적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라고도 할 수 없어 허용되지 아니한다.

4) 위와 같은 조화로운 해석기준은, 어떠한 시설이 그 가동을 중단할 경우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으로 그 시설이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는 해석을 지양하는 방향의 해석을 요구한다. 위와 같은 광범한 해석은 “안전보호시설”이라는 문언에도 어울리지 아니한다.

또,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 확보되면 그것으로 그쳐야 하고 이에 나아가 필요 이상으로 금지행위의 범위를 넓히지 않는 것이 위 해석기준에 맞는 해석이 된다. 따라서 위 해석기준은 형식적으로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 대하여 제한적인 해석방향을 제시한다.

나아가 인적 조직이 안전보호시설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위 해석기준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다. 위 해석기준에 더하여 노노법 제42조 제2항과 함께 물적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도모하는 노노법 제38조 제2항제42조 제1항과의 체계적 연관성, 이로부터 추론되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입법취지, 법문의 문언 등은 인적 조직이 안전보호시설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제한적인 해석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5) 한편, 안전보호시설을 담당하는 근로자만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가 되고 그러하지 아니한 근로자는 주체가 되지 아니한다고 하면, 단체행동권의 제한을 받는 근로자의 범위가 축소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은 그 시설의 담당자가 아닌 사람에 의하여도 중단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 위반행위의 주체가 아니라고 하여 금지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은 근본적으로 좌절되고 말 것이므로,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도 위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더구나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법문에 주체를 제한하는 아무런 문언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바) 합리적 해석기준의 존재

위와 같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대하여는 법규범의 문언, 입법목적, 입법연혁 및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으로부터 그 의미내용을 확정하는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고, 이로부터 앞서 본 각 쟁점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

한편, 노노법 제42조 제2항이 보호하려는 ‘안전’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그 위험형태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어떠한 행위가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하는 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즉 위 조항을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는 판단은 시설이나 행위의 종류에 따라서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업장의 성질, 당해 시설의 기능, 쟁의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구체적·종합적으로 검토하

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적용판단은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작업을 통하여 유권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때 구체적 경우에서의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가 위 조항의 적용외연을 확정함에 있어 요구되므로, 결국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구체적인 의미는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하는 법원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확정하게 된다.

앞서 살펴 본 해석기준들은 법원이 개별 사안에서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구체화하기에 충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4) 소 결

이처럼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대한 합리적 해석기준이 존재하므로 이를 포함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 전부에 대하여 합리적 해석기준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합리적 해석기준의 존재는 한편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수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해석·집행하는 기관들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물론 위와 같이 파악되는 구체적 의미내용을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명시하거나 안전보호시설을 예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법이 불가능하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00. 2. 24. 99헌가4 , 판례집 12-1, 98, 105 참조). 명확성원칙이 언제나 최상의 명확성을 요구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부터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그 구체적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예측가능성과 자의적 법집행 배제를 확보할 수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문언을 보다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책임주의 내지 비례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서 책임주의 내지 죄형균형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청구인들이 주장하는바 형벌의 적정성, 필요성, 겸억성은 이와 관련된다).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헌재 2004. 4. 29. 2003헌바118 , 판례집 16-1, 528, 53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보호하려는 보호법익인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은 그 자체 질적으로 중대한 법익일 뿐만 아니라 특히 구조와 기능이 복잡하고 영향력이 큰 산업시설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 산업사회에 있어서 일단 안전보호시설의 장애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그 효과 또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 법익의 양 또한 매우 크다 할 수 있으며, 앞서 가.(3)항에서 본 해석기준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이해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는 범죄는 위와 같은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을 창출하는 행위로서 그 죄질이 약하다 할 수 없는데, 한편 이에 비추어 볼 때 위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한 형벌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은 과도한 형벌이라 할 수 없고, 이는 안전보호시설 담당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다르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점 및 이 범죄에 부과된 형벌에 책임주의 내지 비례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책임주의 내지 비례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한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여부

(1) 단체행동권의 제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은 쟁의행위중에도 계속되어야 함을 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적어도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인원만큼은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또 안전보호시설의 가동중단을 쟁의행위의 방법으로 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2) 과잉제한인지 여부

(가) 비례성 심사

첫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이고, 이 법익은 쟁의행위를 이유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내용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 방법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셋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쟁의행위가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로 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것이고, 이러한 제한이 가해지는 행위의 의미내용을 위 가.(3)항에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한, 위 제한은 안전보호시설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완화된 방도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최소한의 제한으로 평가되므로, 피해의 최소성도 갖추었다.

넷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공익은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제한되는 사익은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이다. 위 양자를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보호되는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법익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제한되는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에 비하여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

(나)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33조 제1항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라.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평등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안전보호시설 담당자인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고 그를 처벌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가.(3)에서 본 바와 같이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그 위반행위의 주체를 안전보호시설을 담당하는 사람만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안전보호시설 담당자인 근로자와 그러하지 아니한 근로자를 차별한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안전보호시설 담당자는 부작위범의 형태로도 노노법 제42조 제2항을 위반할 수 있어, 그러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비하여 단체행동권 제한과 처벌의 범위가 넓은 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안전보호시설 담당자는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하여야 할 직무상의 작위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4. 결 론

이상에서 살펴 본 쟁점에 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달리 헌법에 위반되는 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상경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다의성

(1) 입법목적의 불명확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것만이 과연 유일한 입법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명백하지 아니하다.

우선 노노법 및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문언 어디에도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만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고, 입법연혁에 비추어 보아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06호로 폐지) 제42조 제2항은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안전보호시설이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 안전보호의 대상은 사람의 생명·신체뿐만 아니라 이를 포괄하는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으로서 물적 시설도 보호의 객체로 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위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을 이어받은 규정으로 비록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그 의미는 구법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나아가 노노법의 다른 규정 등을 고려하여 법규범 전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물적 시설 보호에 관한 다른 규정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반드시 사람의 생명·신체만에 관한 규정이라고 제한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 입법목적에서부터 명확성이 결여되어 있다.

(2) 불명료한 해석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함에 있다고 한정하더라도, 위 입법목적에서 오는 완화된 해석의 요청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기본권 제한성에서 오는 엄격한 해석의 요청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 무엇인지도 불명료하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첫째, 노노법 제42조 제2항의 ‘안전보호시설’의 의의에 관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물적 설비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이 불명확하여 어느 쪽의 해석도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안전보호시설로써 보호하려는 생명·신체의 주체에 관하여 제한이 없어 일반적인 제3

자를 포함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업장에 관련되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본래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은 사업장 구성원이나 적어도 사업장과 관련된 사람을 보호하는 시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이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이라고 규정하였던 점도 위와 같은 제한적 해석의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셋째, 안전보호시설이 안전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비록 안전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은 아니라도 그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하는 시설에 대하여 그 계속적인 유지·운영이 요구됨은 본래 안전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노노법 제42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문언이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이를 범죄성립의 요건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다섯째, 노노법 제42조 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 노노법 제42조 제2항은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그 위반행위의 주체도 근로자에 한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나. 명확성원칙에 위배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문언, 입법목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 어느 것도 위와 같이 서로 다른 해석들 중 어느 하나가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입법자로서는 법률이 의도하는 내용을 보다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명시하거나 적어도 안전보호시설을 예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었다. 보다 명확한 입법이 가능함에도 불명확한 입법을 함으로써 위와 같이 다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불명확함이 어느 하나의 해석이 합리적이라고 평가를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서로 다른 해석들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택하여 자의적으로 집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수범자에게는 이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명확성원칙, 보다 정확하게는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다. 결 론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 위반되는 규정으로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퇴임으로 서명날인 불능)이공현(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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