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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3. 31. 선고 2009헌가12 판례집 [군형법 제47조 위헌제청]
[판례집23권 1집 200~21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거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의미는 헌법재판소의 선례와 같이 “군의 특성상 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어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군통수기관이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하는 일반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나 규칙 중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 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해지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도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동조로서 위임한 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이나 규칙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적용하여 옴으로써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범위에 관하여 자의적인 확대해석에 의한 법집행을 방지하고 있다.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한편 위 조항의 수범자인 군인 또는 준군인이 위 조항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

인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의 군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군통수를 위하여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은 특정되어 존재하는 한 그 형식에 관계없이 준수되어야 하고, 명령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조건을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명령의 제정권자를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도 없으므로 명령·규칙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는 위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에 대한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구체적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고 있어 피적용자들이 금지된 행위와 처벌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 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다. 즉, 위 법률조항의 규정 자체에서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인 명령·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그 범위조차 모호한 군의 명령·규칙 제정권자에게 맡겨놓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형사처벌법규의 범죄구성요건의 형성을 명령·규칙에 위임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위임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으로 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령·규칙’은 불특정 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하여지는 규범이고, 구체적 상황에서 특정인에게 발하여지는 개별적 명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군 통수 및 지휘·감독에 있어서 탄력성·유동

성·긴급성·기밀성 등의 필요성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별적 명령이 발령될 때 요구되는 것이고 이를 규율하는 것은 군형법 제44조의 항명죄에 관한 조항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것과 같이 군이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일반적·추상적 규범을 제정할 경우에는 탄력성·유동성·긴급성·기밀성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구성요건을 실질적으로 명령·규칙에 위임할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령 또는 규칙’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내용의 것인지에 관하여 군형법 어디에도 설명이 없고 그 구체적 형성을 하위규범에 위임하지도 않음으로써, 위 ‘명령 또는 규칙’이 무엇을 말하는지 매우 모호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명령·규칙의 제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형벌법규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수범자인 군인·군무원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알 수 없게 하고, 나아가 범죄의 성립 여부를 수사, 공소제기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김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명령위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구 군형법(1994. 1. 5. 법률 제4703호로 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항명)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전시, 사변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기타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헌재 1994. 7. 29. 93헌가4 , 판례집 6-2, 15, 32-33

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판례집 7-1, 615

헌재 1995. 10. 26. 93헌바62 , 판례집 7-2, 419, 428-429

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232

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판례집 9-2, 312, 323

헌재 1999. 2. 25. 97헌바3 , 판례집 11-1, 122, 138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822

헌재 2010. 3. 25. 2009헌가2 , 판례집 22-1상, 407, 415

당사자

제청법원육군 제22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

당해사건육군 제22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 2009고17 허위공문서작성 등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유○한은 육군 제22사단 소속 해안소초 부소초장으로서 2009. 7. 31.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에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명령위반, 군무이탈 등으로 기소되었는바(2009고17), 그 공소사실 중 명령위반의 점은 “피고인은 해안소초 부소초장으로서, 육군 제8군단장에 의하여 해안경계근무지침의 형식으로 발하여진 해안경계임무에 관한 명령을 준수하여 해안 백사장 및 철책에 대한 수제선 정밀정찰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작업이 있다는 이유로 2009. 6. 25. 03:40경부터 05:20경까지 수제선 정밀정찰을 실시하지 아니하여 순찰근무에 관한 정당한 명령을 위반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2009. 7. 5.까

지 사이에 순찰근무시간에 부대를 무단이탈하는 등 9회에 걸쳐 순찰근무에 관한 정당한 명령을 위반하였다.”라는 것이다.

(2)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2009. 9. 18. 직권으로 위 사건의 적용 법조인 군형법 제47조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7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명령위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관련규정]

구 군형법(1994. 1. 5. 법률 제4703호로 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항명)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전시ㆍ사변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 기타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가. 명령이나 규칙은 제정주체, 제정목적, 규율대상, 규율내용에 따라 다양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명령 또는 규칙이라고만 규정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행동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항명죄와 명령위반죄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 군통수작용상 중요한 명령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군통수작용상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실제 어떠한 명령이 이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 명령위반죄의 ‘명령 또는 규칙’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 차원을 넘어서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도무지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를 알 수 없도록 하여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법원의 확정판결시까지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불명확한 개념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형벌법규는 원칙적으로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의 형태로 제정되어야 하고 예외적으로 법규명령 등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인 처벌대상 행위가 어떠한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상한 및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되어 있을 뿐 그 규정 자체에서 명령 또는 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어 그 피적용자인 군인은 위 규정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를 예측할 수 없고,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을 정할 권한을 법률상 명문의 제한도 없이 범위가 불명확한 군통수권자에게 위임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및 외국의 입법례

군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의하여 유지된다. 따라서 군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는 군의 지휘통솔을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군의 존립 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군의 통수권 확립을 위하여 군 내부에서의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는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명령위반죄로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으로서,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나 불준수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군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계급제도와 그에 따른 명령의 강제적 실현을 통한 명령복종관계를 유지하여 군의 통수권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다. 그리고 법 제44조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항거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행위를 항명죄로 처벌하도록 하여 특정인에게 발하여지는 개별적 명령의 불복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특정 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하여지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군형법이 계수한 미국통일군사법전(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 제92조는 명령 또는 규칙의 불이행(Failure to obey order or regulation)이라는 제목 아래 합법적인 일반 명령이나 규칙을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않은 자(violates or fails to obey any lawful general order or regulation)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위 제92조가 명확성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Scott v. Schledinger, 498 F.2d 1093). 영국 군사법(The Army Act) 제36조도 일반적, 추상적 명령에 대한 위반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육군 군법 개정에 관한 1928. 3. 9. 법률’ 또한 개별적, 구체적 명령에 대한 위반과 일반적, 추상적 명령에 대한 위반의 경우를 나누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판례집 7-1, 615).

법정의견은 “명령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는 위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명령에 대한 준수의무를 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구체적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명령위반죄의 입법목적, 구성요건과 적용대상의 특수성 및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규정에서 정한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범위가 명확하게 제한되고, 실제로도 그와 같이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없다.”라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한 명령’을 상위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발령권자를 일정한 범위의 지휘관으로 제한하고 명령의 내용 및 범위를 군통수상 중요한 군사상 의무에 관한 구체적 사항으로 한정하며 형식도 명령의 수범자가 그 명령의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발령된 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한 헌법에 합치된다.”는 재판관 1인의 한정합헌의견, ②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및 규칙의 내용이 그 명령 및 규칙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사실상 이중으로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 ③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핵심내용

인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3인의 위헌의견이 있었다.

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1)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 판례집 16-2하, 381, 391).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822). 또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232).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가진 용어를 구성요건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은 군의 특성상 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어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군통수기관이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하는 일반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나 규칙 중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 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해지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판례집 7-1, 615).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거듭하여 하고 있다. 즉, “죄형법정주의와 군통수권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군형법 제47조 소정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라 함은,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군형법 제47조로 위임한 것으로 해석되는 군통수작용상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을 뜻하고, 군인의 일상행동의 준칙을 정하는 사항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판시를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1969. 2. 18. 선고 68도1846 판결; 대법원 1971. 2. 11. 선고 69도11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2. 7. 27. 선고 82도399 판결; 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1329 판결 등 참조). 게다가 “군형법상 명령위반죄의 명령 또는 규칙은, 특정 지역에 있는 일정한 범위의 자에 대하여 특정 상황 하에서 당해 군부대의 명령권자가 특정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작위 또는 부작위 명령을 내린 것과 동일시할 수 있어야 이에 대한 위반행위를 형법법규인 명령위반죄에 포섭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극히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82 판결).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출입문 초소경비에 대하여 초소경비대는 반드시 장교를 포함, 편성해야 한다는 사단의 야전예규’(대법원 1982. 7. 27. 선고 82도399 판결), 해안경계순찰 근무자는 소총과 실탄을 휴대하여야 한다는 육군제31사단장의 ‘해안경계실무지침’(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도1667 판결), 보병사단의 ‘지피/지오피(GP/GOP) 근무내규’(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1329 판결), 육군참모총장의 ‘군무이탈자 복귀명령’(대법원 1968. 7. 16. 선고 68도660 판결; 대법원 1969. 2. 18. 선고 68도1846 판결)은 군통수작용상 중

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정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본 반면, ‘음주를 할 때 소속 중대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령’(대법원 1970. 12. 22. 선고 70도2130 판결), 구 군인복무규율 제153조 ‘안전준수사항’(대법원 1971. 2. 9. 선고 70도2540 판결), ‘예비군보급지원규정, 총기안전관리규정, 예비군교육 및 훈련장관리내규’(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도3260 판결), 휴전선 부근에 위치한 부대 내에서 개인 이동전화를 무단으로 소지·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군사보안업무시행규칙(1999. 8. 23. 국방부 훈령 제633호) 제102조 제6항 제3호’(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82 판결)는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지 않고 통수작용상 필요하고도 중요한 구체성 있는 특정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와 같이 해석·적용하여 옴으로써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범위에 관하여 자의적인 확대해석에 의한 법집행을 방지하고 있다.

3) 군형법의 제정경위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입법연혁, 즉 군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의하여 유지되므로 군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는 군의 지휘통솔을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군의 존립 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 군의 통수권 확립을 위하여 군 내부에서의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는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나 불준수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군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계급제도와 그에 따른 명령의 강제적 실현을 통한 명령복종관계를 유지하여 군의 통수권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 군형법 제44조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항거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행위를 항명죄로 처벌하도록 하여 특정인에게 발하여지는 개별적 명령의 불복행위에 대하여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임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규정은 불특정 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하여지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인 점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의미는 위 헌법재판소의 선례 및 대법원 판례와 같이,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군형법 제47조로 위임한 것으로 해석되는 군통수작용상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

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을 뜻한다고 볼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한편 위 조항의 피적용자는 일반국민이 아니라 군인 또는 준군인으로서 이들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의하여 유지되는 군조직의 일원으로서 업무수행과정이나 교육 등을 통하여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 무엇인지를 잘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상식을 가진 군인 또는 준군인이라면 위 조항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헌재 1999. 2. 25. 97헌바3 , 판례집 11-1, 122, 138 참조).

한편, 어떤 행위가 법적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가 하는 것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형벌규범의 일반성과 추상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것이며,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벌규범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2010. 3. 25. 2009헌가2 , 판례집 22-1상, 407, 415).

(다)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라는 다소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군인 또는 준군인 등 수범자가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하여 이미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법집행기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여부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헌재 1995. 10. 26. 93헌바62 , 판례집 7-2, 419, 428-429; 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판례집 9-2, 312, 32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되어 있을 뿐 그 규정 자체에서는 명령 또는 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투에서의 승리를 주된 목표로 하는 군에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하여지는 통수작용은 광범위한 유동성, 긴급성, 기밀성 등을 요구하며 특히 6. 25. 이후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의 군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절실하므로 군통수를 위하여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은 특정되어 존재하는 한 그 형식에 관계없이 준수되어야 하며, 명령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조건을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군에서의 명령은 지휘계통에 따라 군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범위 내에서 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명령을 제정할 수 있는 통수권 담당자는 대통령이 국군의 통수권자임을 규정한 헌법 제74조와 국군의 조직 및 편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국군조직법의 규정 등에 의하여 결정되나, 구체적인 명령의 제정권자를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도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취지는 군 내부에서 명령의 절대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명령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의 종류와 내용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그 피적용자들이 위 규정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와 처벌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명령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는 위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명령에 대한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구체적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거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이 아래 5.와 같이 위헌의견을 표시하였다. 그 밖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원칙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도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다만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 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규정할 수 없으므로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하며,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특히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별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 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헌재 1998. 3. 26. 96헌가20 , 판례집 10-1, 213, 219-220).

한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만일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2-793).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1) 법률주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 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다. 즉, 위 법률조항의 규정 자체에서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인 명령·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그 범위조차 모호한 군의 명령·규칙 제정권자에게 맡겨놓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형사처벌법규의 범죄구성요건의 형성을 명령·규칙에 위임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위임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으로 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법정의견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주된 목표로 하는 군에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하여지는 군통수작용은 광범위한 유동성·긴급성·기밀성 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명령·규칙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조건을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따라서 위임의 필요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의견도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령·규칙’은 불특정 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하여지는 규범이고, 구체적 상황에서 특정인에게 발하여지는 개별적 명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군 통수 및 지휘·감독에 있어서 탄력성·유동성·긴급성·기밀성 등의 필요성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별적 명령이 발령될 때 요구되는 것이고 이를 규율하는 것은 군형법 제44조의 항명죄에 관한 조항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것과 같이 군이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일반적·추상적 규범을 제정할 경우에는 탄력성·유동성·긴급성·기밀성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구성요건을 실질적으로 명령·규칙에 위임할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형벌법규는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범죄구성요건의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인 명령·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그 형성을 명령·규칙에 위임하였고, 그 위임의 필요성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2)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령위반’이라는 표제 아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라고만 규정할 뿐, 그 ‘명령 또는 규칙’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내용의 것인지에 관하여는 군형법의 어디에도 설명한 바가 없고 그 구체적 형성을 하위규범에 위임하지도 않음으로써, 위 ‘명령 또는 규칙’이 무엇을 말하는지 매우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명령’은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명령’과 같이 법규명령, 즉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권이 정립하는 일반적·추상적 규정으로서 법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하명(下命)과 같이 명령적 행정행위로서 개별 법규정에 명시적·구체적으로 ‘명령’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규칙’도 헌법 제107조 제2항의 ‘규칙’과 같이 행정권이 정립하는 일반적·추상적 규정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행정규칙, 즉 법령보충적 행정규칙과 같이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법규명령적 효력을 갖는 것 또는 재량권 행사의 준칙으로서 자기구속적 행정관행을 이루게 되어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할 뿐 아니라, 단순히 행정기관 내부관계를 위하여 제정된 일반·추상적 규정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규칙을 일컫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의 선례와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령 또는 규칙’은, “군의 특성상 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어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군통수기관이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하는 일반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나 규칙 중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해지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특정한 사항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라든지(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군형법 제47조로 위임한 것으로해석되는 군통수작용상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을뜻하고, 군인의 일상행동의 준칙을 정하는 사항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71. 2. 11. 선고 69도1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나 관련조문만으로 위와 같은 해석이 추출되는지

도 의문일 뿐 아니라, 위와 같은 해석으로도 피적용자가 충분히 예측할 만큼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군은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의하여 유지되는 특수한 조직이고, 무수한 명령이 내려지고 그 명령 속에서 살아가는 단체이다. 군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규제를 가하고 있는 명령·규칙 중 어느 것이 헌법재판소의 선례나 대법원 판결이 설시하는 명령·규칙에 해당하는지 그 수범자인 군인·군무원은 물론 법률전문가 조차 예측하기 힘들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명령·규칙의 제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법정의견은, 명령·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통수권 담당자는 대통령이 국군의 통수권자임을 규정한 헌법 제74조와 국군의 조직 및 편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국군조직법의 규정 등으로 결정되나, 구체적인 명령·규칙의 제정권자를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군조직법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자임을 선언하면서(제6조), 국방부장관, 합동참모의장, 각군 참모총장, 각군의 부대 또는 기관의 장의 순서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고 있을 뿐(제7조 내지 11조), 누가 명령·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또한 대법원 판결이 거시한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을 법규명령인 대통령령이나국방부장관의 부령 이외에 다른 군지휘권자가 발령하는 명령·규칙에 의하여 규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명령·규칙의 형식, 내용, 제정권자 등이 모호하다 보니, 실제 법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혼란스러운 현상이 나타난다. 대법원은, 사격장 통제 명령(대법원 1968. 3. 19. 선고 68도121 판결), 지오피(GOP) 근무내규 위반(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1329 판결)의 경우 명령위반죄를 인정한 반면, 예비군보급지원규정이나 총기안전관리규정(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도3260 판결), 육군참모총장의 음주에 관한 명령(대법원 1971. 3. 23. 선고 70도2735 판결) 등은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는바, 이러한 구별이 선뜻 이해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군인·군무원이 이러한 판단기준을 예견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형벌법규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수범자인 군인·군무원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알 수 없게 하고, 나아가 범죄의 성립 여부를 수사, 공소제기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김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반할 뿐 아니라,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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