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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6. 24. 선고 2004헌바16 판례집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16권 1집 759~76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치자금 규제의 필요성

2.음성적 정치자금 수수를 지칭하여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라고 표현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3.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에 대한 법정형이 다른 개별·구체적 구성요건 위반의 경우보다 더 중한 것이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 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2.“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 정치자금에관한법률(1997. 11. 4. 법률 제5413호로 신설되고,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방법 이외의 모든 방법이라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으므로, 거기에는 불확정개념의 사용으로부터 오는 문언적 불명료성의 문제는 없다. 또, 정치자금을 수수하고자 한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방법대로 하지 아니하면 처벌된다는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명백하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의 각 개별조항에 의하면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방법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어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은 능히 인식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과 연관을 맺게 되는 사람은 위에서 말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보다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법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이 불명료하다고 할 수 없다.

3.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집단과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집단이 하나의 집단 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개별적 구성요건 위반과 포괄적 금지규정 위반은 그 불법의 실질이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있어서, ‘같은 것을 다르게’ 처우하는 문제는 없다. 또,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개별적 금지 또는 제한의 위반보다는 아예 정치자금법의 규율영역 바깥에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정치자금법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의 불법이 더 큰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법정형의 상한만을 더 중하게 규정해 두었을 뿐이므로,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 포괄적 금지규정위반의 불법이 매우 가볍다면, 법관에 의해 불법의 정도에 적합한 형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양형의 불균형 문제는 생기지 아니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정치자금에관한법률(1997. 11. 14. 법률 제5413호로 신설되고,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벌칙)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③ 생략

정치자금에관한법률(1997. 11. 14. 법률 제5413호로 신설되고,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기본원칙) ①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②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

③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575-576

2. 헌재 1995. 9. 28. 93헌바50 , 판례집 7-2, 297, 307

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6-797

3. 헌재 1997. 8. 21. 93헌바60 , 판례집 9-2, 200, 207

당사자

청 구 인 구○일

대리인 변호사 문현돈

당해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2고단4346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의원을 운영하던 중 2002. 8. 8. 실시된 ○○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입후보하였던 자로서, 그 후원회 등록전인 2002. 6. 25.부터 2002. 8. 3.까지 사이에 151회에 걸쳐 합계 72,217,777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기소(2002고단4346)되었고, 그 소송계속 중에 공소사실에 적용된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제1항에 대해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2003초기127)하였으나 기각되자,

2004. 2.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30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0조(벌칙)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조(기본원칙) ①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첫째,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이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 부분은 지극히 애매한 표현으로 되어 있어, 일반시민이면 누구나 그 문언의 의미를 이해하고 무엇이 범죄이고 그에 대한 형벌은 어떠한 것인지를 법률로써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둘째, 포괄적·선언적 규정인 이 사건 법률 제2조 제1항을 위반하는 것이, 구체적 금지규정인 정치자금법 제5조, 제6조 위반의 경우보다 더 중하게 처벌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나.서울남부지방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 문언 자체에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개념이 사용되고 있지 아니하고, 정치자금의 수수와 관련된 정치자금법의 조항들을 살펴보면 정치자금 수수의 방법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벌금형의 상한이 정치자금법 제5조, 제6조 위반시 처벌조항인 이 사건 법률 제30조 제2항의 그것보다 무겁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처벌되는 정치자금의 수수행위에는 그 위법성 내지 비난가능성 측면에서 이 사건 법률 제30조 제2항의 그것보다 무거울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를 감안하여 위와 같은 법정형을 정하였다고 하여 그 형평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정치자금의 규제

(1) 규제의 필요성

정치활동이라 함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투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다. 근대국가를 거쳐서 현대국가에 이르러 정치활동이 고도로 조직화되어 감에 따라 불가피하게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증가하였다. 헌법 제8조 제3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재정적 제약아래에서 충분한 자금을 보조하기는 어렵다. 선거에 있어서는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선거운동 법정주의와 기회균등원칙을 천명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밖에 정치인 개인의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정당 또는 정치인은 정치자금 조달도 중요한 정치활동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2) 정치자금법의 규제

정치자금법제1조에서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제2조 제2항에서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정치자금의 공개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정당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하여 현저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 그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으나, 누가 정당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지, 즉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연계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유권자는 정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세력에 관하여 알아

야 하고, 정치자금의 제공을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회적 세력의 실체가 정당의 방향이나 정책과 일치하는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정치자금공개의 당위성을 논한 바 있다(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575-576).

정치자금법 제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신설된 것은 1980. 12. 31. 정치자금법이 전문개정되면서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위와 같이 금지규정을 두면서도 이에 대한 벌칙조항은 두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정치인 개개인의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뇌물, 알선수재 등의 범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처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후 정치자금을 둘러 싼 비리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끌게 되자, 1997. 11.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를 처벌함으로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담보하는 규정이다.

나.“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에 대한 판단

(1)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한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며(명확성의 원칙), 만약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그 내용과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헌재 1995. 9. 28. 93헌바50 , 판례집 7-2, 297, 307)”고 하여 그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과연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인 행사가 가능’할 정도로 불명료한가 하는 점을 살펴본다.

(2)정치자금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자금’의 문제이다. 수수되는 돈이 정치자금이 아니라면 그 돈은 아예 정치자금법의 규율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아니한다. 즉,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라 하고 있으므로 법문을 살펴보아서도 명백하지만, 대법원도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행위

와 관련하여 금전이 수수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된 것이 아니라면, 정치자금법 제30조 제2항 제5호 위반죄가 될 수 없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9도404 판결)고 판시하여 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통상의 관념으로, 정치자금이라 함은 ‘정치활동에 필요한 돈’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지만, 정치자금법 제3조 제2호는 정치자금을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이라고 입법적으로 정의해 두고 있다. 위 정의 중에서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부분은 예시에 속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의의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 부분이라 할 것이어서 통상적 이해와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정치자금법에 있어서 규율대상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의 불명료성은 없다.

(3)정치자금법이 정하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을 살펴본다. 정치자금법은 첫째,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 의하여 정당의 당원이 부담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제3조 제4호)에 해당하는 당비, 둘째, 후원회의 회원이 후원회에 납입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제3조 제5호)에 해당하는 후원금, 셋째, 후원회가 회원이 아닌 자로부터 모집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에 해당하는 후원회의 모집금품(제6조 제1항), 넷째,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한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제3조 제6호)에 해당하는 기탁금, 다섯째, 정당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제3조 제7호)에 해당하는 보조금, 여섯째,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을 합법적인 정치자금의 원천으로 정해 두고 있다.

정치자금법 제12조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자를 열거하고 있고, 그 밖의 정치자금법 각 조항들에서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는 방법,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대한 회계보고 등을 상세히 규정해 두고 있으며, 제30조 제2항과 제31조, 제32조, 제33조는 정치자금법의 각 개별조항 위반에 대한 벌칙을 정해 놓고 있다.

(4)“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그 내용과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거나 불명확한’가 하는 점을 살펴본다.

우선 문언적으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 불명료한가 하는 점을 본다. 정치자금법은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한 방법 이외의 모든 방법이라는 의미로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으므로, 거기에는 불확정개념의 사용으로부터 오는 문언적 불명료성의 문제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불법내용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검토해서는 확정할 수 없고, 다른 법률규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시인된다. 그러나, 개별 형벌법규가 전부 독자적으로 구성요건을 정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므로 다른 법률조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6-797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고자 하는 바의 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행위는 그 개별적 구체적 행위를 일일이 나열하는 방법으로는 규제가 불가능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음성적 정치자금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어서,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방법을 나열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법을 잠탈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입법형식이 아니라면 입법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소극적인 방법으로 구성요건을 정할 이유가 충분하다.

또, 어떤 사람이 정치자금을 수수함에 있어서 법적인 제한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법률의 부지’문제이지, ‘법률의 불명확성’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을 수수하고자 한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방법대로 하지 아니하면 처벌된다는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명백하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의 각 개별조항에 의하면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방법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어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은 능히 인식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과 연관을 맺게 되는 사람은 위에서 말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보다는 정치자금의 수수방법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본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방법 이외의 것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 “이 법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이 불명료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고자 하는 내용이 불명료하여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분에 대한 판단

(1)청구인은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자를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자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한다.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법정형을 비교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를, 그들 사이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가 아닌 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개별적 구성요건에 대한 형을 정한 제30조 제2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제31조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제32조의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제33조의 법정형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즉, 개별적 금지에 관한 제30조 제2항부터 제33조까지의 법정형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그것보다 가볍다.

(2)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과잉처벌인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2001. 10. 25. 2000헌바5 사건에서 이미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있다.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결정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의 성격,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그 범죄의 실태와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라고 할 것이므로(헌재 1997. 8. 21. 93헌바60 , 판례집 9-2, 200, 207),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 제30조 제1항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내의 제한이라 할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당시에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치자금법의 다른 규정위반의 경우에 대비한 불균형의 문제가 판단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본다.

우선,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집단과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집단이

하나의 집단 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개별적 구성요건 위반과 포괄적 금지규정 위반은 그 불법의 실질이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있어서, ‘같은 것을 다르게’ 처우하는 문제는 없다.

나아가, 포괄적 금지규정을 위반한 불법이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그 형벌이 더 중한가 하는 점을 살펴본다.

정치자금법의 목적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정치자금법 제1조)함에 있고,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정치자금법 제2조 제2항)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정치자금공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목적과 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개별적 금지 또는 제한의 위반보다는 아예 정치자금법의 규율영역 바깥에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정치자금법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의 불법이 더 큰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악습 또는 병폐로써 정치자금이 문제되는 것은 각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자금을 밀실에서 주고받으면서 정치권력과 금력이 야합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정치자금법 상의 구체적,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경우는 그 불법의 정도가 음성적 정치자금의 수수보다는 가벼운 것이 일반적이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법정형의 상한만을 더 중하게 규정해 두었을 뿐이므로,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 포괄적 금지규정위반의 불법이 매우 가볍다면, 법관에 의해 불법의 정도에 적합한 형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양형의 불균형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개별적 구성요건을 위반한 경우와 비교하여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분은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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