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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6. 7. 27. 선고 2004헌바46 판례집 [형법 제123조 위헌소원]
[판례집18권 2집 68~7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직권”이란 직무상 권한을, “남용”이란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언상 이해되는데,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경우에도 그것이 곧바로 “직권”의 의미 자체의 불명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직권남용의 의미에 대해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해석기준을 확립하고 있으며 여러 법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와 같은 의미로 “직권 남용” 또는 “권한 남용”과 같은 구성요건을 사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유형과 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으로도 곤란하다. 또한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법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의무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임은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직권남용”과 “의무”는 그 의미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며 추상적인 개념으로 법원의 해석 역시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할 뿐 직권남용의 의미를 파악해 내기가 쉽지 않아, 수사기관이 그 규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를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를 남기고 있

어,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거나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에 이용될 위험성도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239조(직권남용에 의한 선거의 자유방해죄) 선거에 관하여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직원,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또는 선거인명부작성에 관계있는 자나 경찰공무원(사법경찰관리 및 군사법경찰관리를 포함한다)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1. 선거인명부의 열람을 방해하거나 그 열람에 관한 직무를 유기한 때

2. 정당한 사유없이 후보자를 미행하거나 그 주택·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에 승낙없이 들어가거나 퇴거요구에 불응한 때

② 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 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

국가정보원법(1999. 1. 21. 법률 제5681호로 개정된 것) 제11조(직권남용의 금지) ① 원장·차장 및 기타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의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생략

기금관리기본법(2005. 1. 27. 법률 제7385호로 개정된 것) 제15조(기금자산운용에 부당개입한 공무원에 대한 벌칙 등) ① 기금의 자산운용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기금관리주체 그 밖에 기금의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생략

선원법(1984. 8. 7. 법률 제3751호로 전문 개정된 것) 제131조(벌칙) 선장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해원 또는 배 안에 있는 자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키거나 그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4조(강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참조판례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83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공1992, 806)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공2004하, 1110)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공2005상, 773)

당사자

청 구 인 박○원

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김주원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노3403, 899(병합)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등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문화관광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자로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인 청구외 이○호와 공모공동하여, 이○호가 한국산업은행

총재인 청구외 이○영, 한국산업은행의 법인대출 실무 총괄자인 청구외 박○배에게 “○○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검토하라”, “○○상선에 대한 대출을 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이○영과 박○배가 ○○상선에 대해 그 자금상황, 대출금의 회수가능성 등에 대해 거의 검토하지 아니한 채 무담보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4,000억 원을 대출하여 주도록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위 이○영과 박○배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내용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공소제기되었다.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2003노3403, 2004노899(병합)〕계속중에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 제123조가 “직권”이나 “의무”와 같은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여부심판의 제청신청(2004초기102호)을 하였으나 2004. 6. 11. 그 신청을 기각하고, 같은 날 판결로 청구인의 유죄를 인정하자 청구인은 위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한편 2004. 6. 3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형법 제123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형법 제123조 전체에 대해 심판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청구인이 청구외 이○호와 공모하여 직권을 남용하여 청구외 이○영, 박○배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것으로 형법 제123조 중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부분은 당해 사건에 적용되지 않으며, 청구인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과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직권”과 “의무” 부분의 불명확성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 달리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형벌로써 처벌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거나 법정형과 관련된 위헌 주장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23조 중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으로서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위헌 주장을 하고 있는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 의견의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직권”이 ‘단순한 지위’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법률상의 지위’에 상응해야 하는 것인지, 일반적인 행정감독권 및 지시권한 등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해야 하는 것인지 또는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하는 것인지 그 개념이 불명확하며, “의무”라 함은 ‘법률상의 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이나 도덕적 의무도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권”과 “의무”라는 지나치게 막연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직권”, “의무” 등이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권이라 함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에 관한 권한을 의미하므로 단순한 지위와 구별되고, 의무란 법률상의 의무를 뜻하는 것이어서 단순한 심리적 또는 도덕적 의무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프랑스 형법에서 유래하여 일본 형법인 구 형법 규정을 통해 우리 형법에 계수된 것으로 공무원에 의한 인권 침해를 막고 국가기능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근거로 하는 등 정당한 해석방법을 통해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고, 그 결과 그 형사법규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와 금지되는 행위의 태양, 그 위반에 대한 국가의 대응 등을 예견하여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권을 남용하여’의 의미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례가 확립되어 있고 ‘의무’는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에서의 ‘의무’와 같은 의미로서 단순한 심리적 또는 도덕적 의무를 포함하지 않는 법률상의 의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83;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그리고 처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때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법률조항의 문언, 입법목적, 입법연혁,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련 법조항 전체를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입법목적 및 입법연혁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규정되어 있다. 직권남용을 통한 범죄는 뇌물에 관한 범죄와 함께 공무원의 대표적인 직무관련 범죄인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작용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원이 공무 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권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형법 제123조의 입법목적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비난

이 공무원 개인에 대해서만 그치지 않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이 직권남용에 의한 개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일본 형법을 의용한 구 형법에서부터 현행 형법에 이르기까지 제목이나 법정형의 변경 및 일부 자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성요건의 내용은 동일하게 존속해 오고 있다.

(2) “직권을 남용하여”

(가)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핵심적인 불법의 표지는 “직권남용”이다. 비록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라 하더라도 그 직권을 남용한 바 없다면, 설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는 처벌할 수 없으며, 다만 그 수단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하거나 사실상의 세력을 이용하는 경우는 물론, 공무원의 직무와는 관련 없는 단순한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나) 사전적 의미로 직권(職權)이란 “직무(職務)상 권한(權限)” 또는 “공무원·법인 등의 기관이 그 지위나 자격으로 행할 수 있는 사무나 그 범위”를 의미한다. 그리고 남용(濫用)이란 “함부로 쓰는 것” 또는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난 부당한 사용”을 의미하므로 “직권을 남용한다”고 함은 직무상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언상 이해된다.

여기서 직무상 권한이란 직무에 부여된 권한으로서 현실적으로 직접 수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 뿐 아니라, 그 공무원이 현재 직접 수행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정당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직무에 관한 권한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무상 권한의 내용과 범위는 법치주의의 원리에 따라 헌법과 법률 기타 법령에 의해 정해지지만,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이 반드시 법령의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규정에 의해서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조직법상의 근거를 둔 위임이나 지시 또는 명령 등을 통해 법령의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되

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결과의 발생을 요구하고 있음을 들어 법률상 강제력이 수반되는 성질의 직무상 권한으로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권의 종류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직권남용을 방지하여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의 종류와 관계없이 요구되는 것이고, 법률상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직권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그것을 남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직권의 의미를 굳이 그 문언적 의미보다 축소하여 법률상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으로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다만 직권남용 행위를 통해 실제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인과관계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개별적인 공무원의 직권의 내용과 범위는 그 직무의 내용과 범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데, 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사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내용의 직무를 수행하는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 직무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그 직무에 부여되는 직권의 내용과 범위 또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되는바, 이러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직권의 의미가 불명확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이 곧 직권이라는 의미 자체의 불명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비록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더라도 공무원은 그 직권을 부여한 법령의 명시적인 규정 또는 위임이나 지시, 명령 등을 통해 직권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 그것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에 속하는 것이어서 직무상 권한을 이용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이는 그 공무원에게 직권을 부여한 법령의 규정이나 지휘 권한을 가진 상급 공무원의 위임 또는 지시, 명령 등의 내용이 불명확하기 때문이거나 공무원 자신이 그에게 부여된 직무상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의한 것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직권”의 의미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살펴보더라도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에 있어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

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공1992, 806);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공2004하, 1110)], 그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고 판시하고 있어[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공2005상, 773)] 위에서 살펴본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도 여러 법률에서 “직권 남용” 또는 “권한 남용”과 같은 구성요건을 통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국가정보원법 제11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239조, 기금관리기본법 제15조 제1항, 국가보안법 제12조 제2항, 선원법 제131조 등) 그 의미는 위에서 본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의미와 다르지 않게 해석되고 있다.

나아가 공무원의 직권의 내용과 종류는 공무원의 숫자만큼이나 존재할 수 있고 남용 행위 또한 남용이라는 행위의 속성상 항상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과 태양을 벗어난 것들일 가능성이 커 직권을 남용하는 유형과 태양을 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곤란하다고 하겠다.

(3) “의무”

“의무”란 “마땅히 하여야 할 일” 또는 “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지지만, 의무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그 일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일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개인의 진정한 의사에는 반한다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할 수는 없다. 의무의 존재는 곧 자유의 제한과 강제의 부과가 정당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의무는 개인이 도덕적인 가치판단이나 종교적 신념 또는 양심 등으로 인해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느끼는 심리적 차원에서의 의무가 있는가 하면, 헌법과 법률 기타 법규범이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법적 의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규정이다. 그런데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보호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내면

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법적 의미에서의 자유이다. 이것은 법규범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단지 법적 의미에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 뿐, 개인의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자유는 제한할 수도 없고 제한하고자 하지도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의무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이며 개인의 도덕적 가치판단이나 종교적 신념 또는 양심 등에 의한 내면적, 심리적 차원에서 의무로 느끼지 않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없음은[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공1992, 806) 참조]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4)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연혁, 관련조항의 규정 및 법원의 확립된 해석 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살펴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직권”이나 “의무”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고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관 권 성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가.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처벌규정의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의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여 불명확하고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먼저 직권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직권이란 직무상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령의 근거를 가지며 그 내용과 범위는 법령에 의해 개별적인 직무의 내용과 범위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해지기는 하지만 반드시 법령의 명시적인 규정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을 근거로 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언제나 법령의 규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권의 종류나 성격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공무원의 모든 직무상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협조요청이나 권고, 단순한 사실의 통지 등과 같은 단순한 사실행위도 모두 직무상 권한의 행사로 엮어 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범위는 사실상 무한정 넓어지게 된다.

특히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직무의 성질상 그 직권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부여될 수밖에 없고 그 권한의 행사는 정책적 재량에 속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공사(公私)의 모든 활동이 모두 직권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직권을 이용하는 것과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이용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남용”의 의미에 대해 보더라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부당한 사용”이라는 문언적 의미만으로는 과연 어떠한 행위가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용이라는 표현 역시 추상적이고 막연하며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별다른 해석기준이 되지 못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법원은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에 있어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공1992, 806);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공2004하, 1110)], 위와 같은 법원의 해석 역시 여전히 추상적인 기준만을 다시 제시할 뿐이어서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도 ‘직권을 남용한다’는 의미를 파악해 내기가 쉽지 않다.

“의무없는 일” 역시 규범적인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의무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의 의무를 법적인 차원에서의 의무로 제한한다 하더라도 의무의 존재 여부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법적인 의무는 법령이 직접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

과 관련해서는 관계된 다수의 법령이나 계약 등의 해석과 적용을 통해서만 비로소 의무의 존재 여부가 확정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무없는 일” 역시 그 의미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이와 같은 모호성과 광범성은 수사기관이 그 규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여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를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결국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의 실정(失政)과 비리(非理)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하여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고 때로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행하여진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악화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서,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에 이용될 위험성도 매우 크며 그러한 위험성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라.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의미가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고 그 적용범위 또한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형벌조항의 이러한 불명확성과 광범위성은 결과적으로 형사소추권자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허용하게 되고 직무를 맡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가 처벌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하여 책임 있는 행동의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한편 정책적 재량에 대하여 까지 부당하게 형사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공무원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침해하는 폐단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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