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12. 3. 29. 선고 2010헌바83 판례집 [의료법 제89조 등 위헌소원]
[판례집24권 1집 392~40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직접 진찰한 의료인이 아니면 진단서 등을 교부 또는 발송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제17조 제1항 본문의 ‘직접 진찰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접’의 사전적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의료법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대면하여 진료를 한’으로 해석되는 외에는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의료인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통상적인 법감정과 직업의식을 지닌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내용이 대면진료를 한 경우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의료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ㆍ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법 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의 가능성 또한 예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접 진찰한’이라는 부분의 의미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인지, 아니면 ‘진찰행위의 방식’까지 한정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 비추어 보면, 법정의견과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찰의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기보다는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해석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 진찰’이란 문구가 반드시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법정의견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진찰방식을 ‘대면 진찰’로만 제한하여 해석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면 진찰’ 이외의 모든 진찰을 전면적으로 금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면 진찰에 준하는 정도의 진찰’은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원격진료를 하는 경우에도 진찰의 정확성이 보장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질병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서는 최초 대면 진찰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대면 없는 진찰을 통하여 2회 이후의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타당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진찰행위가 금지되고 처벌되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벌칙) 제15조 제1항, 제17조 제1항ㆍ제2항(제1항 단서 후단과 제2항 단서는 제외한다), 제56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57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

되기 전의 것) 제17조(진단서 등) 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 또는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ㆍ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②~④ 생략

참조판례

헌재 2001. 6. 28. 99헌바34 , 판례집 13-1, 1255, 1265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당사자

청 구 인신○식대리인 법무법인 충정담당변호사 김진환 외 3인

당해사건서울동부지방법원 2009노757 약사법위반 등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청구인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2006. 1. 4.부터 2007. 5. 18.까지 총 672회

에 걸쳐 자신의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전화로 통화한 다음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가 위임하는 약사에게 교부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약식명령이 고지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8고정1375).

(2) 이에 청구인은 항소를 제기하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09노757), 그 소송 계속 중 구 의료법 제89조, 제17조 제1항 본문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그런데,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위 구 의료법 제89조의 구성요건 조항이고, 청구인 또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벌칙조항의 구성요건 조항임을 전제로 이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을 다투고 있으므로,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은 구 의료법 제89조제17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당해 사건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중 ‘직접 진찰한’ 부분과 관련이 있을 뿐, ‘검안한’ 부분 및 그 단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청구인도 이에 대해서는 위헌성을 다투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중 ‘직접 진찰한’ 부분만이 문제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제17조 제1항 본문의 ‘직접 진찰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의 내용은 다음 밑줄 친 부분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89조(벌칙) 제15조 제1항,제17조 제1항, 제2항(제1항 단서 후단과 제2항 단서는 제외한다), 제56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57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7조(진단서 등) ① 의료업에 종사하고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이

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찰하지 아니하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 또는 발송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면진료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료인이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 또는 발송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처방전 등 발급주체의 범위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또, ‘직접 진찰한’이라는 구성요건이 의료인이 반드시 대면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전화, 인터넷 및 기타 매체를 통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포함되는지 여부도 명백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호하고 다의적이어서 그 해석 여하에 따라 구성요건 해당성의 여부도 달라지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3.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판단기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원칙이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범자에게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당해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 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 판례집 16-2하, 381, 391 참조).

그런데 형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그것도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일반적이거나 불확정된 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는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과 당해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야 한다(헌재 1996. 2. 29. 94헌마13 , 판례집 8-1, 126, 137; 헌재 2001. 6. 28. 99헌바34 , 판례집 13-1, 1255, 1265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접 진찰을 하지 아니하고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직접 진찰한’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가진 용어를 구성요건 요소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2)먼저, 사전적인 의미로 ‘직접’은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 또는 ‘중간에 아무것도 게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를 의미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인적·물적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어 진찰한’ 즉,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규정은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하였는바, 진찰의 방법과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를 동일한 조항에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내용상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직접 진찰한’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를 의미하는 것일 뿐, 진찰의 방법을 대면진료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이라는 문구만으로도 충분하고, 구태여 위와 같이 대체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금지하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직접 진찰한’은 ‘자신이 진찰한’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규정은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의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법의 관련규정들을 살펴보면, 의료인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하고(제33조 제1항), 일정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경우에 정보통신기술

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다른 의료인에 한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을 뿐이며(제34조 제1항), 원격의료를 하는 자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제34조 제3항), 직접 대면진료를 원격의료의 상대개념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입법의 연혁이나 의료법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대면하여 진료를 한’ 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4) 또한 의료법 제17조 제2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조산한 의사·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아니면 출생·사망 또는 사산증명서를 내주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진찰의 경우는 대면진료 이외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조산의 경우는 대면조산 이외의 방법을 상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 규정에서 굳이 ‘직접 조산한’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견주어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5)뿐만 아니라, 의료인은 국민보건의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사명을 지니고 있으므로(의료법 제2조 제2항), 진료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환자를 치료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의료법의 취지와 현재의 의료수준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환자를 대면하지 아니하고 전화통화에 의한 문진 등 일부 방법만으로 병상 및 병명을 규명·판단하는 것은 진료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또 현재의 일반적인 의료수준이 대면진료를 하지 않고도 이와 동일한 정도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달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 이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6)끝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의료인을 수범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통상적인 법감정과 직업의식을 지닌 의료인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내용이 대면진료를 한 경우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의료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형사소송에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ㆍ적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므로, 법 집행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의 가능성 또한 예상되지 않는다.

(7)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와 형벌조항에 대한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벌조항에 대해서는 명확성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헌재 2010. 12. 28. 2008헌바157 , 판례집 22-2하, 684, 694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1)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직접 진찰한 의사(이하 “치과의사, 한의사”를 포함한다)가 아니면 진단서나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행위(이하 “진단서 등의 발급”이라 한다)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규정 중 “직접 진찰한”이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가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만을 한정한 것인지, 아니면 “진찰행위의 방식”까지 한정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가)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가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만을 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진단서 등의 발급은 환자를 진찰한 의사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환자를 진찰한 바 없는 의사는 그 환자에 대한 진찰 결과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더라도(예컨대, 환자를 진찰한 다른 의사를 통해 그 진찰 결과를 전달받아 알게 되는 경우 등) 진단서 등을 발급할 수 없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진찰한”이란 의사들 중에서 진단서 등을 발급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할 뿐 진찰의 구체적인 방식을 한정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면, 의사 자신이 환자를 진찰한 이상 그 진찰의 방식은 반드시 “대면하여 진찰할” 필요는 없고, 의사는 대면하지 않은 진찰에 관하여도 자신이 진찰한 환자에 대한 진단서 등을 발급할 수 있게 된다.

(나)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를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뿐 아니라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의 방식”까지 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진단서 등의 발급은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한” 의사만이 할 수 있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의사는 물론 비록 환자를 진찰한 의사라 하더라도 그 진찰이 “대면 진찰”이 아니었다면 진단서 등을 발급할 수 없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진찰”이란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면, 진단서 등의 발급은 그 발급을 위하여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한 의사만이 할 수 있게 된다.

(다) 법정의견은, 입법연혁이나 의료법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 대하여 그 단서에서 “직접 진찰한 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 등을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찰의 방식”을 제한하고 있다기보다는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만을 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구 의료법조항은“자신이진찰한”이라고규정되어있었고(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구 의료법 제18조 본문) 그 의미는 “직접 진찰한”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었으므로(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 판결) “직접 진찰”이란 문구가 반드시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만일 입법자가 “자신이 진찰한”이라고 규정된 구 의료법조항을 개정하여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의 방식을 “대면 진찰”로 제한하고자 하였다면, “직접 진찰한” 대신 “대면하여 진찰한”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뿐 아니라 그 진찰 방식도 “대면 진찰”로 한정한 것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수범자인 의사로 하여금 대면하지 않은 진찰을 통한 진단서 등의 발급이 일률적으로 금지되고 처벌되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2)한편 법정의견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찰 방식을 “대면 진찰”만으로 제한한다고 해석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면 진찰” 이외의 모든 진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면 진찰에 준하는 정도의 진찰”은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오늘날 원격진료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학기술의 발달로 기술적 장비를 동원하여 대면 진찰에서와 같은 진찰의 정확성이 보장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질병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서는 최초의 대면 진찰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않은 진찰을 통하여 2회 이후의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타당한 경우가 있다. 이에 관하여 보건복지부는 “자신이 진찰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던 구 의료법 조항에 관해서는 물론 “직접 진찰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해서도 대면 진찰에 의하지 않고서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보호자나 가족에게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 예외가 허용된다고 질의회신한 반면〔의료자원팀 869호(2007. 2. 5.), 의료정책팀 2687호(2007. 6. 11.), 의료정책팀 5096호(2007. 12. 10.), 대한의사협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대면 진찰에 대한 예외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로서, “대면 진찰” 이외의 모든 진찰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면 진찰 이외의 진찰 방식도 허용하는지, 허용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이 불명확하다고 할 것이다(법정의견은 “대면 진찰” 이외의 모든 진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 하나, 이러한 해석은 의료실무상 타당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고, 앞의 보건복지부의 질의회신도 그와 같은 의료계 실무현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단서 등의 발급을 위한 진찰 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진찰 행위가 금지되고 처벌되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