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 부속서 3의 부록1(원산지 규정을 위한 원산지 증명 운영절차) 제19조에서 정한 증빙서류들을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 조항 가호에서 정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의 직접운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여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납세자가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제10조 에 따라 수입신고 시 또는 그 사후에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하여 세관장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수리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이하 ‘한·아세안 FTA’라고 한다) 부속서 원산지 규정의 이행을 위한 절차적 사항을 담은 부록 ‘원산지 규정을 위한 원산지 증명 운영절차’ 제19조의 문언, 체계, 경위, 한·아세안 FTA 부속서를 비롯한 관련 법령의 직접운송에 관한 규정들의 취지와 목적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위 조항은 한·아세안 FTA 부속서 3(원산지 규정) 제9조의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가호의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라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하여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고, 단지 위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한·아세안 FTA 직접운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여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
[2] 조세법률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은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경위와 그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나, 납세자가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에 따라 수입신고 시 또는 그 사후에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하여 세관장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수리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조조문
[1]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 제5조,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 부속서 3(원산지 규정) 제9조, 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 부속서 3의 부록1(원산지 규정을 위한 원산지 증명 운영절차) 제19조,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2항 제2호 (현행 제7조 제2항 참조),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6. 7. 1. 기획재정부령 제5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항 (현행 제5조 제2항 참조) [2]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현행 제8조 참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누12159 판결 (공1995하, 2640)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누13746 판결 (공1996상, 699)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두25060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두1115 판결 (공2008하, 990)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4059 판결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두42559 판결 (공2019상, 515)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마레스에스에스아이코리아(변경 전: 주식회사 대웅슈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정기돈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구세관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가. 원고는 2010. 2. 17.부터 2013. 8. 8.까지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잠수복 등(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을 베트남을 경유하여 수입하면서「대한민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정부 간의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하의 상품무역에 관한 협정」(이하 ‘한·아세안 FTA’라고 한다)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하여 수입신고하였다(일부는 사후적용 신청에 따른 것이다).
나. 피고는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4. 11. 7.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하여 원고에게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하였고, 이후 원고의 심판청구에 따라 개시된 조세심판 과정에서 각 가산세 부분이 취소되었다(남은 부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다. 원심은,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통과 선하증권’이 반드시 제출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스스로 공적 견해 표명에 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관련 법령 규정
2007. 6. 1. 발효된 한·아세안 FTA의 부속서 3(원산지 규정) 제9조는 ‘직접운송’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수출 당사국과 수입 당사국 영역 간에 직접 운송된 상품으로서 부속서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협정에 따른 특혜 관세의 대상으로 정하면서,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품이 수출 당사국 및 수입 당사국 영역이 아닌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경유하는 제3국을 경유하여 운송되더라도, 다음의 조건으로 직접 운송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 제2항의 요건은 ‘그 경유가 지리적 이유로 또는 오직 운송 요건에만 관련된 고려에 의하여 정당화될 것’(가호), ‘그 상품이 경유국에서 거래 또는 소비되지 아니하였을 것’(나호), 그리고 ‘그 상품이 하역, 재선적 또는 그 상품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요구되는 공정 외의 어떠한 공정도 거치지 아니하였을 것’(다호)으로 규정되어 있다.
위 부속서 원산지 규정의 이행을 위한 절차적 사항을 담은 부록「원산지 규정을 위한 원산지 증명 운영절차」(이하 ‘이 사건 운영절차’라고 한다)는 제19조에서 위 부속서 제9조의 이행 목적상, 수출 당사국과 수입 당사국의 영역이 아닌 중간 경유국의 영역을 통하여 운송이 이루어지는 경우, 수입 당사국의 관련 당국에 제출되어야 하는 서류들로서,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가호, a through Bill of Lading issued in the exporting Party), ‘원산지증명서 원본’(나호), ‘물품의 상업송장 원본의 부본’(다호), 그리고 ‘그 밖에 부속서 3 제9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증거인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그 서류’(라호, other relevant supporting documents, if any, as evidence that the requirements of Rule 9 of Annex 3 are being complied with)의 4가지를 들고 있다.
3. 해석 및 적용
가.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에 한·아세안 FTA에 따른 협정세율의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지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1) 직접운송의 원칙은 무역협정의 수출 당사국에서 발송된 물품이 수입 당사국에 도착한 물품과 동일함을 확인하고,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원산지 물품이 운송과정에서 추가로 가공되거나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없는 물품과 뒤바뀌게 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역협정에서 이러한 직접운송의 원칙을 규정할 때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비수출입 당사국 경유 시에도 직접운송을 간주하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국제물품거래에 따른 운송 시 지리적 이유나 운송상의 편의 등으로 인하여 제3국을 단순 경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러한 물품에 대해서는 협정 당사국 간의 직접운송으로 인정하여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무역협정의 원산지 규정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45813 판결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 제2항에서는 물품이 제3국을 경유하여 운송된 경우에도 직접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밝히면서 그 요건으로 가호부터 다호까지 실체적 요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에 관하여 반드시 어떤 특정한 서류로만 증명하도록 제한하고 있지 않다. 관련 국내법에서도 같은 취지로 원산지 확인 시 직접운송 간주 규정을 두면서 실체적 요건 이외에 구체적 증빙서류의 종류 등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2항 제2호 ,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6. 7. 1. 기획재정부령 제5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항 등 참조].
2) 위 직접운송 간주 규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에서는 제3국을 경유한 물품 운송 시에는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가호) 등을 수입 당사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운영절차 제19조 라호에는 ‘그 밖에 부속서 3 제9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증거인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그 서류’가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마지막에 포괄적인 증명서류에 관한 문구를 둔 것은 개별적인 물품 운송의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적합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증빙서류는 실체적 요건의 구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빙성 있는 자료를 가리킨다.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 가호부터 다호까지 정한 ‘통과 선하증권’, ‘원산지 증명서’, ‘상업송장’은 한·아세안 FTA 부속서 3의 제9조 제2항 가호부터 다호까지 규정된 직접운송 간주의 실체적 요건에 하나씩 대응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가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제출되어야 하는 필수서류들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호에 규정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은 관세당국에서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운송에 관한 대표적인 증빙서류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대체 자료를 제출하여 전적으로 운송상의 이유로 인한 단순 경유 등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3) ‘통과 선하증권’의 개념 정의나 인정 기준에 관하여 이 사건 운영절차나 관련 법령 어디에서도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이를 필요적 서류로 보아 미제출 시에 곧바로 원산지를 인정하지 않고자 하는 취지였다면 협정 당사국들이 이에 관해서 명확한 요건이나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나아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지리적 위치, 무역 현황 및 운송방법의 다양성, 선하증권 등 운송서류의 발급 실무,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등에 의한 물품 동일성의 확인 정도, 무역협정의 목적과 앞서 본 협정상 원산지 및 직접운송 관련 규정의 취지 등 관련되는 그 밖의 모든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협정 당사국들이 수입자들에게 언제나 전체 운송구간에 대해 한 장의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신빙성 있는 증거 방법에 의한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증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취지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위와 같은 문언, 체계, 경위, 한·아세안 FTA 부속서를 비롯한 관련 법령의 직접운송에 관한 규정들의 취지와 목적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는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의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가호의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라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하여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고, 단지 위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한·아세안 FTA 직접운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여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 .
나.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대상으로서 공적 견해 표명
한편 조세법률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은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경위와 그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나, 납세자가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에 따라 수입신고 시 또는 그 사후에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하여 세관장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수리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4059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에 대한 적용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물품의 수입신고 또는 협정관세의 사후적용 신청 시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 가호의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한·아세안 FTA에 따른 특혜관세가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통과 선하증권’ 이외의 다른 증명서류에 의하여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 제2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들고 있는 협정관세 사후신청에 따른 감액경정 등만으로는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특혜관세를 적용한다는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한 직접운송 간주 요건 충족에 관한 심리 없이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한·아세안 FTA에서 직접운송으로 간주하기 위한 요건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