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효력과 기간을 정하여 채용된 근로자일지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이 채용된 근로자로 보기 위한 요건
[2]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다만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비록 기간을 정하여 채용된 근로자일지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
[2]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규정에 의하여 1년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30일 전 임용계약을 갱신체결하지 않는 경우 계약기간의 만료에 의하여 당연히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 임용계약서에도 계약 갱신을 위하여서는 임용기간 만료 전에 별도의 갱신절차를 거치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1년간 계약기간이 종료할 때마다 그 즉시 1년분 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때마다 종전의 근로관계를 정산하여 온 점과 근로자가 외국인으로서 행정당국으로부터 단기간의 체류허가를 받아 국내에 거주하면서 재임용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그에 맞추어 체류기간의 연장허가를 받아 온 점들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임용계약이 반복되어 갱신되었고 그 동안 재계약 신청을 거부당한 강사가 없으며, 임용계약서에 기존의 근로자가 기간 만료 전 2개월 전까지 재계약 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임용계약이 갱신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시간강사가 수강생의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소 큰 목소리로 다툰 적이 있고, 이에 대한 사용자 측의 화해와 사과의 권고를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이 해임의 사유인 중대한 비행을 저지르거나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5인)
피고,상고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92. 1. 9. 피고의 부속 교육기관인 연세어학원의 일본어과 시간강사로 임용된 이래 같은 해 12. 31.까지는 학기 단위로, 1993. 1. 9.부터 1995. 12. 31.까지는 연 단위로 각 임용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재직하여 오다가 1995. 12. 초경 당시 위 어학원의 원장인 소외 고소웅 사이에 그 기간을 1996.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로 정한 1996년도 연 단위 시간강사 임용계약을 갱신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위 어학원의 시간강사에관한규정 제9조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30일 전 임용계약을 갱신체결하지 않는 시간강사는 계약기간의 만료에 의하여 당연히 퇴직하며 원장은 임용계약서에 위 취지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와 위 어학원 사이에 정형화된 계약서 양식에 따라 작성된 1995년도 임용계약서(을 제5호증) 제10조에서는 "원고가 위 임용계약을 갱신하려고 할 경우에는 본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주임을 통하여 서면으로 피고에게 신청하고 그와 동시에 갱신이 인정되지만 그 신청이 없는 경우에는 계약 갱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본 계약기간 만료시에 본 계약은 종료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 원고를 비롯한 다른 연 단위 시간강사들이 그 동안 임용계약을 갱신함에 있어서 그 임용기간이 만료되기 2개월 전에 재계약을 신청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 아니라 위 시간강사에관한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계약을 갱신하는 별도의 재계약을 체결하여 온 점을 엿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1996년도 재임용 여부는 1995년도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30일 전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상황하에 있었다고 보이고, 한편 위 어학원 원장이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하는 공적인 서면의 하나로 계약기간을 1996.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로 하고 그 작성일자를 앞서 본 임용계약 갱신의 최종시한이 지난 1995. 12. 4.자로 한 원고에 대한 고용계약서(갑 제1호증의 1)와 함께 원고의 신원을 1996.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보증한다는 내용의 신원보증서의 인증서를 작성하여 주어 원고로 하여금 체류연장허가를 받게 한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전후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피고 사이에는 위 고용계약서의 내용대로 1996년도 재임용계약이 이미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 계약서를 피고측이 재계약의사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단순히 체류연장허가서류의 일부를 준비하여 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서 소론과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임용계약 존속기간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대법원 1996. 8. 29. 선고 95다578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비록 기간을 정하여 채용된 근로자일지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17843 판결, 1995. 7. 11. 선고 95다928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산하의 위 어학원 사이에는 그 연 단위 계약의 갱신이 관례화됨으로써 별다른 하자가 없는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관계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존속되어 왔고, 계약 만료 2개월 전에 서면으로 갱신 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임용계약서상의 규정은 단지 계약갱신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편의규정일 뿐 계약 갱신의 효력규정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달리 원고와의 계약기간 만료시 계약 갱신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는 여전히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연세대학교 연세어학원 외국어학당 일본어과 강사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시간강사에관한규정 제9조는 연 단위 시간강사는 1년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30일 전 임용계약을 갱신체결하지 않는 시간강사는 계약기간의 만료에 의하여 당연히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의 실제 임용계약서에도 계약 갱신을 위하여서는 그 임용기간 만료 전에 별도의 갱신절차를 거치도록 명시되어 있었으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위 어학원 소속 다른 시간강사와 마찬가지로 원고 사이의 1년간 계약기간이 종료할 때마다 그 즉시 1년분 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때마다 종전의 근로관계를 정산하여 온 점, 원고는 외국인으로서 행정당국으로부터 단기간의 체류허가를 받아 국내에 거주하면서 재임용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그에 맞추어 체류기간의 연장허가를 받아 온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여러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원·피고 사이의 임용계약이 3, 4회 반복되어 갱신되었고 그 동안 일어과 강사 중 재계약 신청을 거부당한 강사가 없으며,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사용하여 온 강사용 임용계약서에 기존의 시간강사가 기간 만료 전 2개월 전까지 재계약 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임용계약이 갱신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등의 원심 판시 사정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임용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여 원고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임용계약의 갱신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적어도 1996. 12. 31. 1996년도 임용계약의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 퇴직되어 더 이상 위 어학원 소속 일어강사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할 것인바, 이와 달리 1997. 1. 1. 이후에도 원고가 여전히 위 어학원의 시간강사의 지위에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소론과 같은 근로계약관계의 갱신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나. 임용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피고 사이에서 1995. 12. 초경 1996년도 재임용계약이 다시 체결되었다고 인정하는 이상, 피고가 그 이후의 원고에 대한 강의 배정 중지처분 등에 의하여 원고와의 위 임용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고 그러한 갱신 거절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소론은, 비록 원심이 임용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한 불필요한 판단을 덧붙인 잘못이 있다고 할지라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한편,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95. 7. 14.경 수업 도중 피고의 위 어학원 한국어학당 강사이자 동시에 위 외국어학당 일어과 학생이던 소외 박애림의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소 큰 목소리로 다툰 사실, 위 어학원 원장은 원고와 사이에 위 1996년도 임용계약서를 작성한 후인 1995. 12. 20.경 갑자기 위 박애림 사건을 문제삼아 원고에게 향후 6개월간의 강의 배정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원고에 대하여 따로이 정직처분을 통고하였고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인 1996. 5.경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원고가 면직되었다는 통보를 한 사실, 위 어학원의 시간강사에관한규정 제10조 제2항 제2호는 "임용된 시간강사의 강의 실적이 어학원의 교육 기준에 비추어 미흡하거나 계약서에 명기된 사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학부장 또는 해당 교학과장의 요청에 따라 원장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피고는 위 어학원 소속 시간강사에 대하여 강의 배정 중지 또는 정직 등 징계사유 및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시간강사인 원고가 학생의 수업 태도를 두고 다툰 것만으로는 위 시간강사에관한규정 제10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강의의 실적이 어학원의 교육 기준에 비추어 미흡하거나 계약에 명기된 사항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어학원 원장이 원고에 대하여 내린 6개월간의 강의 배정 중지조치는 그에 대한 취업규칙상의 근거를 발견할 수 없으며, 설사 그 근거가 있다고 할지라도 위 사유의 성격이나 발생 원인, 조치 과정 등에 미루어 볼 때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이 가고, 다만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1995년도 외국어학당규정 제1.3.2.2.는 "강사가 중대한 비행(gross conduct)을 저지르거나 어학원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한(serious violation of these regulations) 경우에는 즉시 해임될 수 있다. 조기 해임이 결정되면 강사는 최종관리지침이 이행되기 전에 학과장 및 책임자와 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해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가지 아니한 잘못이 있으나 소론과 같이 원고가 위 박애림의 사건 이후에 어학원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화해 및 사과의 권고를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여기에서 말하는 중대한 비행을 저질렀다거나 어학원의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을 터이므로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고, 결국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시간강사의 임용계약의 해지 또는 징계권의 행사에 있어서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다. 강의 배정 등의 규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부동문자로 인쇄된 시간강사임용계약서에는 강사에 대한 강의 배정 및 직책 부여는 어학원 원장이 결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점은 소론과 같으나, 한편 위 어학원 원장인 제1심 증인 고수웅의 증언에 의하면, 일어과 내의 강사에 대한 강의 배정 및 직책 부여에 관하여는 어학원 원장이 일어과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위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일본어과 급주임회의에서 1996년도에는 원고가 월 금 239,000원의 급주임 수당을 지급받는 임기 1년의 일본어과 3급 급주임을 맡기로 결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1996. 1. 1.부터 피고 어학원의 일본어과 급주임의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피고 어학원의 강의 배정 및 직책 부여에 관한 규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