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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9621 판결
[손해배상(기)][공1996.7.15.(14),1999]
판시사항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사실판단이 민사재판에서 갖는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는 사유들에 의하여 그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아니하고 그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지명철)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가 1993. 4. 29. 11:00경 피고의 구타행위로 말미암아 요추제1번 압박골절상 등의 상해를 입고 이로 인하여 원고의 노동능력을 45% 상실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위 상해를 치료하기 위하여 소요된 치료비, 위 상해로 인하여 상실한 도시일용노동자로서의 수입과 위자료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그의 집에서 위 일시경 피고와의 금전거래 관계를 따지는 원고의 멱살을 잡아 당기고 계속하여 이불을 뒤집어 씌운 채 손과 발로 몇 회 폭행하여 뇌진탕, 다발성타박상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원고에게 요추제1번 압박골절의 상해를 가져올 정도로 폭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판시 증거는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의 폭행으로 인하여 요추제1번 압박골절의 상해를 입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일실수입과 치료비 청구를 기각하고, 다만 원고의 위자료 청구의 일부만을 인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할 것인바( 당원 1991. 1. 29. 선고 90다11028 판결 , 1992. 5. 22. 선고 91다37690 판결 ,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 등 참조), 갑 제9호증(판결)의 기재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1993. 4. 29. 11:00경 진주시 소재 피고의 집에서 원고와 금전 문제로 서로 시비하다가 원고의 멱살을 잡아 당기고 대항하는 원고에 대하여 이불을 뒤집어 씌운 후 손과 발로 수회 때려 원고에게 약 56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제1번 압박골절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구속, 기소된 이후 제1심법원에서 상해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및 위 유죄의 형사판결은 항소기간 도과로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엿볼 수 있으므로, 위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면서, 그 이유로 위 형사판결의 기재 내용은 원·피고의 연령 차이, 신체조건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피고의 신체조건을 비교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1956년생이고, 피고는 1937년생임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불을 뒤집어 씌운 채 손과 발로 수회 구타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구타행위가 원고에게 요추제1번 압박골절의 상해를 가져올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원심이 설시한 이유만으로는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제10호증의 3(소견서), 같은 호증의 4(진료차트)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발생 직후 피고가 병원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의사에게 허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이후 입원하여 1993. 6. 23.에야 퇴원하였음을 알 수 있고, 사건 발생 다음날 작성된 갑 제3호증(상해진단서)에도 그 병명란에 "1. 요추제1번 압박골절, 2. 다발성타박상, 3. 뇌진탕"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특히 위 갑 제10호증의 3에는 원고의 치료 당시 원고의 흉요부동통 및 운동제한의 원인이 진구성이 아닌 'fresh 골절'로 판단되었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이 기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고, 달리 기록상 원고에게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요추제1번 압박골절의 기왕증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러한 사정에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합쳐보면 원고가 입은 요추제1번 압박골절의 상해는 피고의 위 구타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는 사유들에 의하여 그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였음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 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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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창원지방법원 1995.12.7.선고 95나2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