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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84353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이 민사재판에서 갖는 증명력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연 담당변호사 권정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미숙)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2. 9. 15. 선고 2021나5273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2. 2. 22.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1가단5776호 대여금 사건에서 소외인을 상대로 24,000,000원 및 그에 대한 2001. 7. 5.부터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하 ‘이 사건 판결금’이라고 한다)의 지급을 명하는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2012. 3. 9. 확정되었다.

나. 원고는 2013. 8. 29. 고려신용정보 주식회사(이하 ‘고려신용정보’라고 한다)에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의 추심을 위임하면서 위임의뢰서의 채권내역 란에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원금 24,000,000원’을 채권금액으로 각 명시하였고, 채권추심위임계약서에 따라 위임채권의 감면허용 여부 등에 대하여는 고려신용정보가 원고와의 협의를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다. 소외인은 고려신용정보로부터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의 원금 24,000,000원과 이자 72,000,000원이 명시된 채권추심수임 및 변제최고서를 받게 되자, 변제계획 승인요청서 양식 제1항 ‘변제계획’란에 2013. 9. 13.부터 2014. 6. 20.까지 원금을 분할 변제할 것을 기재하고 그 하단에 서명·무인하여 고려신용정보에 송부하였는데, 위 승인요청서 제2항에는 부동문자로 ‘상기 변제계획을 준수하여 변제 시 채무원금에 대한 이자는 감면하고 종결한다.’는 기재가 있었다.

라. 고려신용정보는 소외인으로부터 분할 변제 약정에 따른 원금 24,000,000원 등 총 29,024,606원을 회수하였고, 소외인의 변제의사와 상환능력이 없어 채권 조정을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채권자 측의 답변이 없어 종결처리하겠다는 내용으로 2018. 4. 2. 자 채권추심 위임계약 종결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마. 한편 소외인은 ‘○○김밥’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운영하던 중 원고가 2017. 4. 27. 이 사건 판결금 채권에 기해 소외인의 신용카드매출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는 등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하자, 2017. 5. 10.경 위 ‘○○김밥’의 임차인 명의를, 5. 15.경 사업자등록 명의를 각 자신의 배우자인 피고로 변경하였다.

바. 소외인은 2021. 2. 5.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단2179호 강제집행면탈 사건에서 마항 기재 범죄사실로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을, 2022. 6. 10. 그 항소심인 수원지방법원 2021노991호 사건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각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2. 원심은, 고려신용정보가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인과의 사이에 원금 분할 변제 조건부 이자면제 약정을 체결한 것이고, 소외인이 원금의 분할 변제를 모두 이행함으로써 그 이자지급의무가 면제된 것이며, 고려신용정보가 이자면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바 없다고 하더라도 소외인이 그 권한 있음을 믿은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결국 원고의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함을 이유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래 민사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그 채용 증거들만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62. 8. 30. 선고 62다207 판결 , 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32757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소외인에 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은, 소외인이 이 사건 판결금 채권을 집행권원으로 한 원고의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김밥’의 임차인 및 사업자 명의를 배우자인 피고 앞으로 변경해 주어 재산을 은닉하였다는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대로 원고의 피보전채권이 원금변제 및 이자면제에 따라 존재하지 않는다면 소외인의 강제집행면탈행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이미 확정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과 명백히 모순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확정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과 달리 원고의 채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원심은 위와 같이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이유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특히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이나 판시 사유들은 이미 형사재판에서 증거조사를 거쳐 범행을 부인하는 소외인의 진술을 배척함으로써 유죄를 확정한 사실판단의 증명력을 번복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여 그 사실인정과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외인이 원금 분할 변제계획을 기재해 고려신용정보에 송부한 변제계획서 승인요청서만으로 곧바로 상호간에 이자면제의 약정이 체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와 고려신용정보 사이의 채권추심위임계약서, 위임의뢰서 및 채권추심 위임계약 종결보고서 등 내용 자체로 고려신용정보가 소외인과의 사이에 유효한 이자면제의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에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확인될 뿐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형사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배척하고 그 채용증거들만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민사재판에서 관련 형사재판 사실인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주심) 노정희 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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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판례

- 대법원 1962. 8. 30. 선고 62다207 판결

- 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32757 판결

참조조문

- 민사소송법 제202조 위헌조문 표시

본문참조판례

2012. 2. 22.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1가단5776호

2021. 2. 5.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단2179호

수원지방법원 2021노991호

대법원 1962. 8. 30. 선고 62다207 판결

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32757 판결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22. 9. 15. 선고 2021나5273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