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사실판단이 민사재판에서갖는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한 사실판단은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유의 설명도 없이 그 형사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가볍게 배척하고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택수
피고, 상고인
김임묵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일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소외 1과 공동계주가 되어 1990.6.23. 계좌수 21개의 순번계를 조직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7번과 8번 계좌에 가입한 사실, 피고는 7번 계좌에 대하여는 6회에 결쳐, 8번 계좌에 대하여는 7회에 걸쳐 매회 계좌당 금 250,000원씩의 불입금을 불입하였으며, 원고는 7번 계금 5,250,0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으나, 8번 계금에 대하여는 소외 2가 그 계좌의 불입금 중 절반씩 5회분을 부담하여 피고의 명의로 불입하고 원고에 대하여 계금의 절반을 직접 지급할 것을 요청함으로써 1991.1.23.(원심의 1990.12.23.은 오기로 보인다) 소외 2의 동의를 얻어 그의 채권자인 소외 박영재에게 금 500,000원을 지급하고, 금 1,400,000원은 소외 2에 대한 원고의 채권과 상계처리한 외에 1991.1.27.경 피고에게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그 이후 피고는 계금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불입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원고도 계금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여 거래관계가 종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사실을 기초로 하여 피고의 상계 의사표시에 따라 피고의 계불입금 채무액에서 원고에 대한 나머지 계금 채권액을 상계하여 정산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채무액은 원심 판시와 같이 금 4,761,927원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취사의 과정을 거쳐 원고가 1991.1.27.경 피고에게 8번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갑 제8호증의 9(판결)의 기재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8회 계모임이 1991.1.23. 강릉시에 있는 평양식당에서 열린 바 없고, 원고 등이 소외 2에게 8번 계금의 일부를 지급하거나 1991.1.27. 피고에게 8번 계금의 일부로 금 2,000,000원을 지급한 사실도 없음에도, 소외 2, 3에게 이 사건을 심리중이던 제1심법원의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교사함으로써, 소외 2는 8회 계모임을 1991.1.23. 위 평양식당에서 가졌고, 자신은 그날 소외 1로부터 계금 2,500,000원(실수령금 500,000원)을 수령하였으며, 피고가 1991.1.27. 8번 계금으로 금 2,000,000원을 수령하였음을 피고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위증하고, 또한 소외 3도 피고가 1991.1.27. 8번 계금 2,000,000원을 받은 사실을 피고에게서 들었다고 위증하였다고 하여 위 4인 전원이 위증교사 또는 위증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소외 2, 3에 대한 유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원고와 소외 1은 이에 항소하였으나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제1심 법정에서 원고가 1991.1.27. 피고에게 금 2,000,000원을 지급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 최순녀도 별도의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한 사실판단은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이유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은 모두 위 형사재판에서 현출된 피고인들과 계원 등 관계자들의 진술내용과 이 사건 증인들의 진술로서, 그 증인들 중 위 3인은 이미 위증의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그 증거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는 위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이 가지는 증거력을 번복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소외 2는 원고와 소외 1로부터 수 차례 부탁을 받아 계금을 탈 목적으로 위증하기에 이른 경위를 일관하여 자백하고 있고(을 제7호증의 16, 30, 을 제8호증의 1, 9, 갑 제8호증의 5), 평양식당의 주인이며 계원인 강영자도 8회 곗날인 1991.1.23.에는 평양식당에서 계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을 제8호증의 13), 그 이전 7회 계모임 당시부터 계불입금이 제대로 불입되지 아니하여 7번 계금도 피고가 3차례에 걸쳐 1991.1.21.경에야 완불받았고 8회 이후의 계모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을 제7호증의 13, 24, 27, 기록 제127쪽 등), 계주가 영수증 등 아무런 자료도 없이 계금을 지급하였다고는 선뜻 믿기에 어려운 점 등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아무런 사유의 설명도 없이 위 형사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가볍게 배척하고 그 채용증거들만에 의하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필경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