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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손해배상(기)][공2011상,319]
판시사항

[1]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당한 후 간첩방조 등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고 형집행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사실심 변론종결 당일)

[4]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하는 예외적인 경우,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증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5]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하였음에도 불법행위 시부터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위자료 원금에 관한 부분을 함께 파기환송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경찰 수사관들이 갑을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함으로써 갑이 구속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형집행을 당하도록 하였으므로, 그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갑과 그 가족이 입은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위자료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갑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고, 피해자인 갑을 보호할 필요성은 심대한 반면 국가의 이행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하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그 손해를 입은 법익을 계속해서 온전히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자료를 산정할 때에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 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하는바,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와 가까운 무렵에 통화가치 등의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위자료 액수가 결정된 경우에는 위와 같이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으나,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왜냐하면, 이때에는 위와 같이 변동된 통화가치 등을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의 수액을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무렵의 위자료 산정의 기초되는 기존의 제반 사정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고, 변론종결의 시점에서야 전적으로 새롭게 고려되는 사정으로서 어찌 보면 변론종결 시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처럼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통화가치 등의 요인이 변론종결 시에 변동된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가 증액된 부분에 대하여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됨으로써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한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논리상 변론종결시 이전에는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없는 결과, 위자료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이는 원칙적인 경우와는 달리,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상당한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된다는 사정까지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적절히 증액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5] 경찰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34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였음에도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한편 이러한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할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위자료 원금에 관한 부분을 함께 파기환송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방두원)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소속 공무원인 경찰 수사관들이 원고 1을 불법구금 고문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함으로써 그가 추후 구속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형집행을 당하도록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바, 피고는 그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위자료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원고 1에 대한 위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그에 따른 형집행이 종료한 때로부터 기산하더라도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훨씬 경과한 2008. 4. 23.에서야 비로소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즉 ① 원고 1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비로소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진실규명결정을 통하여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고문행위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법원에 의하여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른 점, 과거의 유죄판결이 고문 등으로 조작된 증거에 기초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을 밝히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그 원인된 수사와 공소제기 및 판결의 전과정에 이르는 수사관, 검사, 법관 등 관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기타 여러 다른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빨라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8. 3. 18.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자료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고, ② 불법구금과 고문 등은 수사기관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로서 그 불법의 정도가 매우 중한 점, 원고 1은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당한 뒤에 간첩방조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형기를 전부 마친 이후로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면서 심대한 피해를 입었고, 나머지 원고들도 간첩의 처자식들이라는 그릇된 낙인 아래 사회와 국가로부터 온갖 차별과 냉대, 편견을 견뎌내야 했던 점, 그럼에도 피고가 소속 공무원들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하여 크나큰 고통과 불이익을 당한 원고들을 위로하고 그 피해를 보상해줄 적극적인 대책을 찾아보지 아니한 채 오히려 이 사건과 같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원고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통하여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통로조차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심대한 반면 피고의 위자료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이 부분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관하여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에게 인정된 각 위자료 원금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경찰 수사관들의 최종 불법행위일로 볼 수 있는 검찰송치일인 1975. 4. 1.부터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그 손해를 입은 법익을 계속해서 온전히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 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하는바,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와 가까운 무렵에 통화가치 등의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위자료 액수가 결정된 경우에는 위와 같이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으나,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왜냐하면, 이때에는 위와 같이 변동된 통화가치 등을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의 수액을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무렵의 위자료 산정의 기초되는 기존의 제반 사정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고, 변론종결의 시점에서야 전적으로 새롭게 고려되는 사정으로서 어찌 보면 변론종결 시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처럼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통화가치 등의 요인이 변론종결 시에 변동된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가 증액된 부분에 대하여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원고 1에 대한 불법구금이 개시된 1975. 2. 13.로부터 원심의 변론종결일인 2009. 9. 25.까지 34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몇 곱절 상승함으로 말미암아 이를 반영하여 증액된 위자료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가 저질러진 시기와 가까운 무렵인 1975. 4. 1.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현저하게 과잉된 지연배상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됨으로써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위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논리상 변론종결 시 이전에는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없는 결과, 위자료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이는 원칙적인 경우와는 달리,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상당한 장기간(이 사건에서는 34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된다는 사정까지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적절히 증액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위와 같은 점을 함께 고려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위자료 원금을 다시 산정하게 하기 위하여 위자료 원금에 관한 부분을 함께 파기하기로 한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위자료 원금 및 지연손해금에 관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박시환(주심) 안대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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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4.22.선고 2008가합37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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