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로 사채권의 가치평가를 그르쳐 사채권 매입으로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민법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손해액 산정 방법과 기준 시점(=사채권 매입 시)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채무 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 에서 정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발생 시기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의 경우와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제1항 ,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참조판례
[1][2][3]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211032 판결 (공2016상, 29) [1]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90647 판결 (공2008하, 1065) [2]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공2011상, 319) [3]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32215 판결 (공1998상, 1446)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희)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신한회계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윤홍근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가 주식회사 제일저축은행(이하 ‘제일저축은행’이라 한다)의 제42기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하여 회계감사를 시행한 후 작성한 감사보고서(이하 ‘이 사건 감사보고서’라 한다)에는 제일저축은행의 분식회계로 인하여 자기자본비율(BIS)과 자산 총계, 자본 총계, 당기순이익(손실) 등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기재가 있다. 원고는 이를 신뢰하여 이 사건 후순위사채를 취득하였으며, 자기자본비율이나 부실대출비율 등은 후순위채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에 중요하게 참작하는 사항이라는 사정과 위 분식회계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70조 ,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0. 5. 17. 법률 제10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외부감사법’이라 한다) 제17조 에 따라 이 사건 감사보고서를 신뢰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그런데 피고는 회계감사를 하면서 제일저축은행이 부실 여신을 정상 여신으로 가장하기 위하여 이용한 소액명의도용 허위대출에 대해서 채권채무 조회서를 발송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제일저축은행은 위 허위대출에 관하여는 대출신청서도 작성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는 단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산시스템(IBOS) 화면과 전산출력자료만을 확인하였을 뿐 대출신청서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표본으로 추출된 원심 판시 채무자들에 대한 명의도용 허위대출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계좌별 잔액이 적고 입출금 거래가 빈번하여 계좌 잔액의 변동이 낮은 개인 소액대출채권이라 하더라도 대출채권의 실재성을 확인하기 위해 표본을 추출하여 외부조회절차를 취하는 것이 통상적인 감사절차라 보이고, 소액대출이 많은 상호저축은행의 특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절차는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법에 따른 정상적인 감사과정을 통해서 위 분식회계를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외부감사법이나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회계감사를 수행하여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및 외부감사법 제17조 제5항 에 의하여 책임이 면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해당 법률 규정에 기초한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외부감사 범위의 한계, 외부감사의 내용 및 절차, 외부감사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5항 에서 정한 외부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면책사유에 관한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하므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다20662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소외인 일가를 비롯한 제일저축은행 임원들의 거액의 횡령과 부실대출 등의 범죄행위와 시장의 경제상황 변화 등이 원고가 이 사건 후순위사채를 취득한 후에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거쳐 파산에 이른 데에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다고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을 비롯한 원심 판시 사정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을 자본시장법에 의한 추정에 기초하여 산정한 판시 손해액의 60%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인 피고가 분식회계를 밝히지 못한 과실로 외부감사법에 의한 책임을 진다 하더라도, 횡령·부실대출·분식회계 등의 범죄행위 또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소외인을 비롯한 제일저축은행 임원들이나 제일저축은행의 책임과는 그 발생 근거 및 성질에 차이가 있고, 원심 인정과 같이 피고의 회계감사 후에 이루어진 소외인 등의 거액의 횡령과 부실대출 등의 범죄행위가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기여하였다면 그 부분 손해는 피고와 무관하므로 이에 대하여 피고에게 원심 인정과 같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의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원심이 이에 어긋나는 사정 등을 이유로 들어 피고의 책임제한액을 60%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책임제한 사유 및 그 비율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의 부대상고이유 제4점을 판단한다.
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로 사채권의 가치평가를 그르쳐 사채권 매입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민법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손해액은 사채권의 매입대금에서 사채권의 실제가치 즉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사채권의 가액을 공제한 금액으로서,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시인 사채권의 매입 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906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불법행위로 그 채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므로(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참조),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의 중요사항에 관한 부실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도 이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211032 판결 참조).
한편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26조 제1항 은 그 손해액에 관하여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에서 정한 이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는 별도로 인정되는 법정책임이지만 (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32215 판결 등 참조) 그 실질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다르지 아니하고, 제126조 제1항 은 증권의 취득자가 입은 손해액의 추정 규정에 불과하므로,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 에서 정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 시기에 대하여도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의 경우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위 대법원 2013다211032 판결 참조).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봄이 타당하다.
나. 앞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자본시장법 제170조 , 외부감사법 제17조 에 따라 이 사건 감사보고서의 기재를 믿고 이 사건 후순위사채를 취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 법리에 의하면 원고의 이러한 손해는 원고가 이 사건 후순위사채를 매수하면서 그 매수대금을 지급한 날인 2009. 10. 22. 곧바로 발생하며, 나아가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그와 동시에 발생한다고 해석된다.
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의 손해가 제일저축은행에 대한 파산선고일인 2012. 9. 7.에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이때부터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 에 의한 손해의 발생시기와 그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부대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부대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