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누42469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원고, 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상
담당변호사 오범석
피고, 피항소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피고보조참가인
B대학교 총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임지영, 전주혜, 홍기태
환송전 판결
변론종결
2018. 7. 18.
판결선고
2018. 9. 12.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5. 7. 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C 해임처분취소 청구 사건에 관하여 한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결정의 경위 등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문 제4면 아래에서 10행과 11행 사이에 다음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추가하는 부분
『라. 원고는 대구지방법원 2016고단1247호로 E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제1-3 징계사유 등) 및 폭행(제1-1 징계사유) 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이하 '관련 형사 사건'이라 한다). 위 법원은 2017. 2. 9.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가 E을 포함한 다수의 여학생들에 대하여 다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하였을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적극적인 추행행위를 하였다고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 부분에 대하여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가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2017. 8. 25. 항소가 기각되었고 상고기간 도과로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갑 제34, 43호증의 각 기재).』
2. 이 사건 결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와 같이 피해자들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행위를 반복하여 한 사실이 없고, 설령 표면상으로 유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언동은 학생들에 대한 친밀감의 표시나 지도 과정에서 성적인 의도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관련 법리
1) 성희롱의 정의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2) 성희롱의 성립 요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성희롱의 성립에는, 상대방이 행위자의 성적 언동에 의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족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 성적 수치심의 유무가 성희롱의 판단 기준이 되거나 상대방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오히려 수치심은 행위자가 양성평등을 표방하는 현 시대와 사회공동체가 요구하는 건전한 상식으로 돌이켜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았을 때 느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3) 성희롱의 입증책임과 입증의 정도
성희롱을 사유로 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사립학교측(이 사건에서의 참가인) 내지 교원의 소청심사청구를 기각한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4) 성희롱 사건의 심리에서의 유의점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하고,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 태도 등을 이유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
이처럼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라. 판단
1) 피해자 E에 관한 징계사유의 존부
가) 일부 징계사유의 부존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1 징계사유, 제1-5 징계사유, 제1-6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은 이유 있다.
(1) 제1-1 징계사유
원고가 2014. 12. 17. 이 사건 대학교 컴퓨터계열 학과 사무실에서 E에게 "여기서 뭐하냐?", "왜 남자랑 붙어서 있냐?"라고 말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갑 제22호증의 3, 갑 제23호증의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당시 E과 함께 위 학과 사무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H은 관련 형사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E이 뺨을 맞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H은 2014. 12. 17. 이후 같은 학과 학생인 I에게 위 증언과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가 2014. 12. 17. E의 뺨을 때렸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5호증의 2, 갑 제17호증의 6, 7, 9, 갑 제22호증의 1, 을나 제10호증의 2, 3의 각 일부 기재는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제1-1 징계사유 중 원고가 2014. 12. 17. E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말을 한 행위만이 남는데, 이러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기는 어렵다.
(2) 제1-5 징계사유에 관하여
제1심 증인 E의 증언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학교의 복도에서 학생들을 마주치면 팔을 벌리고 계속 서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E에게 포옹을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제1-5 징계사유 중 원고가 이 사건 학교의 복도에서 학생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서 있던 행위만이 남는데, 이러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3) 제1-6 징계사유에 관하여
E은 관련 형사 사건의 경찰 수사 단계(갑 제17호증의 6 참조)와 이 법정에서 '원고가 연구실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고 진술하였을 뿐이고, 이 법정에서 원고가 수업시간에 자신의 엉덩이를 토닥거린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따라서 제1-6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 일부 징계사유의 존재
(1) 제1-2, 3, 4 징계사유
(가) 인정사실
갑 제2호증의 5, 갑 제4호증, 을나 제3, 14, 1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갑 제5호증의 2, 갑 제17호증의 6, 7, 갑 제22호증의 1, 을나 제10호증의 2, 3의 각 일부 기재, 제1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 E에게 제1-2 징계사유, 제1-3 징계사유, 제1-4 징계사유의 기초가 된 행위들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갑 제2호증의 3, 갑 제3호증의 1, 12, 갑 제17호증의 1, 4, 6, 7, 갑 제7, 9, 10, 22, 23, 24, 26, 29, 54, 5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 중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아니한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나 제11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위 사실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나)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학생들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곁에 가서 지도해주었고 학생들로 구성된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였던바, 원고의 행동을 성희롱으로 여겼음에도 E이 지도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비좁은 실습실에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신체접촉이 일어난 것일 뿐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시도하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점, 학생들에 의한 강의평가에서 원고가 최고의 평가를 받아 왔고 성희롱 등 불만사항이 지적된 바 없었던 점, E 역시 익명의 강의평가에서 성희롱에 대한 언급 없이 원고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을 뿐 아니라 여러 학기 동안 원고가 강의하는 과목을 연달아 수강한 점, E은 원고에 대한 복수심으로 F 등 다른 학생들을 부추겨 허위의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E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과 을나 제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E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며 다른 학생들의 일부 진술을 종합하여 추단되는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 점, 제1-3 징계사유가 발생한 장소(정보통신실, 디지털콘텐츠실)가 의도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쾌한 신체접촉이 발생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라고 볼 수 없는 점, 학생들로 구성된 멘토링 제도가 운영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이 다른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원고의 지도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공개된 장소라고는 하나 학생들이 실습에 집중하는 시간이라 원고의 행위에 주목하기 어려운 점, 원고가 다른 교수들에 비하여 학생들로부터 더 좋은 강의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2014년도 1학기의 경우 오히려 강의평가가 하위에 속하는 점, 학생들로서는 강의평가 시 응답자의 실명이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할 여지도 있는 점, E이 졸업을 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강의하는 전공 필수과목을 수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스스로도 E 등에 대하여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던 점(갑 제2호증의 5) 등에 비추어 보면, E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달리 E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2) 성희롱 해당 여부
앞서 본 성희롱의 정의와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제1-2, 3, 4 행위들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한편, 제1-4 징계사유에 관하여, E과 함께 원고의 연구실에 방문하였고 E과 같은 처지에 있던 F은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으나, 단지 장난말로 들렸을 뿐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E의 진술과 상반되는 데다가, F의 진술은 원고로부터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서 작성을 요청받은 후 나온 것으로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며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성희롱의 성립에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F의 진술은 원고의 위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위 행위들은 피해자 E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
(3)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해자 E에 대한 성희롱 행위들을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1-2 징계사유, 제1-3 징계사유, 제1-4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해자 F에 관한 징계사유의 존부
가) 제1심 증인 F의 증언에 의하면, 원고가 수업시간에 F의 의자에 같이 앉거나 마우스를 잡은 F의 손을 잡고 수업을 진행한 사실, F이 길을 가고 있으면 원고가 뒤에 가서 어깨동무를 한 사실, 원고가 F의 가슴 부분에 있는 남방 단추를 만진 사실, 원고가 F에게 "어머니를 소개해 달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위와 같은 행위들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다만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F은 2015. 3. 5.자 확인서를 작성한 때부터 관련 형사 사건의 수사 단계를 거쳐(갑 제3호증의 2, 4, 갑 제17호증의 1, 3 참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이러한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였고 이로 인하여 성적 수치심 등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성희롱의 성립에 있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요하지는 아니하나, F의 경우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 역시 느끼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의 위 행위들을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또한 F이 2015. 3. 5.자 확인서를 작성한 때부터 관련 형사 사건의 검찰 수사단계를 거쳐(갑 제3호증의 2, 4, 갑 제17호증의 1 참조) 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F에 관한 징계사유 중 위 1)항에서 인정된 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5호증의 5의 일부 기재는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이처럼 제2-1, 2, 3 각 징계사유 중 일부 행위는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2-1, 2, 3 각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해자 G에 관한 징계사유의 존부
가) 인정사실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3, 갑 제22호증의 2, 을나 제3, 14, 1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을나 제10호증의 2, 3의 각 일부 기재, 제1심 증인 G의 서면증언(앞서 본 성희롱 사건 심리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G이 수사기관이나 제1심 법원의 소환에 불응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신빙성을 배척하여서는 아니되며, 기타 원고가 주장하는 다른 사유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 G에게 제3-1 내지 5 각 징계사유의 기초가 된 행위들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파기 환송 후 제출한 갑 제52, 54호증의 각 기재는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원고의 주장 중 제3-1 징계사유에 관하여 비좁은 실습실에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신체접촉이 일어난 것일 뿐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시도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은 E에 대한 제1-3의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부분과 공통되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성희롱 해당 여부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G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하는 원고의 행위들을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3-1 내지 5 각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1) 사립학교 교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두20997 판결 등 참조). 또한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두1914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11호증, 갑 제5호증의 6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제1-2, 3, 4 각 징계사유와 제3-1 내지 5 각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해임처분을 유지하고 원고의 소청심사를 기각한 이 사건 결정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달리 이 사건 결정이 참가인의 징계재량권 일탈·남용을 시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원고의 징계 재량 일탈·남용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원고는 일정 부분 국·공립학교 교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사립학교 교원이자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므로 사기업의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의 품위유지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나) 원고는 피해자 E, G 등 학생들에 대하여 학점 부여, 취업시 추천서 작성 등과 관련하여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치에 있다. 원고는 이러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소속 학과 여학생들을 상대로 반복적,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상당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 및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대학교 소속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권을 침해하고 면학 분위기와 건전한 교풍을 현저하게 어지럽혔다. 이처럼 원고의 성희롱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그 내용 및 경위 등에 비추어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및 별표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면, 원고의 행위와 같은 성희롱 사실이 징계사유가 되는 경우 비위의 도가 무겁고 고의가 있다면 '해임 내지 파면'이 가능하다.
라) 원고는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는 징계 절차가 개시되자 자신의 비위를 축소하기 위하여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만나 회유하며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의 진술서의 작성을 종용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였다. 피해자 G은 이 사건의 파기환송 후에도 원고의 요구로 두 차례에 걸쳐 탄원서와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고는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초기에 피해자 E 등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발언을 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는 제자인 E을 거짓말장이로 매도하였다. E은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 말미에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때문에 자해하였고 어디 취업도 못한다.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됐는데 왜 뒤에서 사람을 괴롭히고 그러세요'라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였다.
바) 원고로서는 징계절차 및 소송의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그리 행동하였다면 이는 징계양정에 있어 감경사유로 작용할 수 있고 피해자들의 상처도 상당 부분 치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이러한 기회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위 라)항 및 마)항 기재의 행위를 하였는바, 이는 사립학교 교원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성과 품위유지의무마저 저버린 것으로서, 교원의 직을 수행할 자질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
사) 원고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피해자들을 매도하거나 회유하며 변명만을 거듭하는 점을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대학교에서 계속 근무할 경우 소속 대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다시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를 미리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
바. 소결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되므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른 피고의 이 사건 결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형남
판사 김진석
판사 이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