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계약의 합의해제를 위한 요건
나. 묵시적 합의해제가 인정되는 경우
판결요지
가. 계약의 합의해제는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과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서 당사자 간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된다.
나.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쌍방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이를 방치하였다면, 그 계약은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열래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및 제1심 공동원고인 소외 1 등이 재종질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쟁 임야에 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의 제1심 계속중인 1991.9.12. 주위 친족들의 권유에 따라 피고의 숙부인 소외 2를 참여시킨 가운데, 위 임야 중 원·피고의 선대들의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부분 400평은 원·피고의 공동소유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피고와 위 소외 2 등 3인의 공동소유로 각 인정하되, 원고는 이 내용의 합의서 작성과 동시에 이 사건 소를 취하하고, 피고는 이 합의서 작성직후 원고 및 위 소외 2에게 위 임야에 관한 공유지분권이전등기 절차를 마쳐 주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면서 이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 합의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그 다음날 이 합의서에 대한 사서증서인증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 그런데 그 달 13. 사서증서인증을 받기 위하여 원·피고 및 위 소외 2와 원고의 처인 소외 3, 피고의 누나인 소외 4 등이 다방에서 합석하였으나, 위 소외 3이 피고에게 전날의 위 합의내용에 불만을 표시함에 따라 그들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게 되자 원고와 위 소외 2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위 소외 2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피고도 원고와 위 소외 2가 전날의 위 합의를 무효화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모든 것을 그만 두자고 말하면서 자리를 떠나 거주지인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에 터잡아 원·피고 및 소외 2 사이의 위 인정의 1991.9.12.자 합의는 그 다음날인 13일 합의 해제된 것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계약의 합의 해제는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또 다른 계약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당사자간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 해제 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2.6.23. 선고 92다4130,4147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피고 및 위 소외 2 등은 1991.9.13. 전날의 합의사항을 담은 합의서의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새로이 의견다툼이 생겨 뜻대로 인증을 받지 못하였던 것에 불과하고, 더 나아가 그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원래의 계약인 위 합의약정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그 약정이 성립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명시적인 의사표시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피고 등 사이에 1991.9.13. 위 합의약정에 관한 해제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본 원심의 조치는 잘못이라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계약의 합의해제는 위와 같이 명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 이루어질수도 있는 것으로,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쌍방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이를 방치하였다면, 그 계약은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87.1.20.선고 85다카2197 판결, 1988.10.11. 선고 87다카2503 판결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피고 및 위 소외 2 등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소를 취하하고 위 임야중 1/3지분권이전등기를 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후 그 이튿날 이 합의서의 사서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족들의 불만으로 사서인증을 받지 못하였음은 물론 위 계약이 장래 계속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명백한 의사표시를 함이 없이 오히려 위 계약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소를 취하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여 소송을 속행하고, 또 원고나 위 소외 2가 피고에 대하여 위 지분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전혀 최고하지 않았음은 물론 피고도 위 소송에서 원고와의 소취하합의 사실을 적극 주장하지 않은 채 계속 응소하고 원고와 위 소외 2에게 위 지분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로, 위 소송의 제1심을 거쳐 원심에 이르기까지 무려 1년반이 넘도록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위 합의약정 후의 여러가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원·피고 등은 위 합의약정이 성립된 후 그 실현을 포기하려는 의사로 이를 방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합의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 합의약정이 합의해제되었다고 판단한 조치는 이유는 다르나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이와 상반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것이 못된다.
그 밖에 상고이유에서 내세우는 주장은 원심이 가정적으로 판단한 사항에 대하여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음을 들어 불복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할 것이므로 더 나아가 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