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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10.12.15. 선고 2010노501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약취·유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강간상해,강간,감금,주거침입,사체은닉,야간건조물침입절도부착명령
사건

2010노501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약취·유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 강간상해, 강간, 감금, 주거침입, 사체은닉, 야간건조물침입절도

2010전노26 부착명령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A

항소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검사

심재계

변호인

변호사 B(국선)

원심판결
판결선고

2010. 12. 15.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FRP 파란색 물탱크 1개(증 제96호), 포장용 붉은색 비닐끈 2개(증 제97호), 이와김 검은색 물매트 가방 1개(증 제98호), 백색 타일 9개(증 제105호), 시멘트 블록 2개(증 제106호), 대리석 1개(증 제107호), 합성수지 대야 1개(증 제137호), 플라스틱 바가지 1개(증 제138호), 삽 1개(증 제139호)를 각 몰수한다.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공개한다.

2. 부착명령사건 부분에 대한 피부착명령청구자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사건

가. 항소이유의 요지

(1) 사실오인

원심 판시 제1항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길에서 폭행한 것은 맞지만 그 밖의 범행은 한 사실이 없고, 원심 판시 제2항과 관련하여, 각 범행을 한 기억이 없다.

(2) 심신장애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측두엽 간질, 망상장에, 해리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원심 판시 제2항 범행 당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

(3)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사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판단

(1)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 판시 제1항에 대하여

1) 원심은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자세하게 인정하고, 피고인의 진술이 믿을 수 없는 반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며 C의 진술, 진단서, 통화내역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에 대한 원심 판시 제1항의 각 범행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원심 판시 제2항의 범행에 대하여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이 부분 범행에 대하여는 범행에 이른 과정은 기억나지 않으나 폭행이후의 부분은 기억이 나고, 폭행 외에는 범행을 적극 부인하고 있는데 이 부분 범행이 이전의 범행과 그 범행수법 및 피고인의 변명이 매우 유사할 뿐만 아니라,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감금당했다고 주장하는 2010. 1. 23. 15:36:03부터 34분간 지인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였음에도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그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심 공판기록에 첨부된 피해자의 2010. 1. 20.부터 같은 달 30.까지의 통화내역과 당심의 SK텔레콤 부산마케팅본부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끌려간 시각인 2010. 1. 23. 04:40경부터 감금당하였다가 풀려난 시각인 같은 날 16:00경까지 자신의 휴대전화로 발신기지국란에 HS16, SMS라고 표시된 4회 수신이 있고, 그 중 발신시각 15:36:03, 통화시간 00:34:00, 발신 기지국란에 HS16이라고 표시된 수신내역이 있으나, 발신기지국란에 표시된 HS16, SMS는 음성통화가 아닌 문자메시지의 송수신을 의미하는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로 음성통화를 한 내역이 전혀 없고, 4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수신한 사실만 있으며 15:36경 통화시간이 '34분'이라고 표시 되어 있는 것도 문자메시지를 발신할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거나 기지국의 전파가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에 있는 등의 사정으로 발신한 때로부터 34분이 경과된 후에 비로소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수신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나) 원심 판시 제2항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자세하게 인정하고, 피해자가 약취된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의 족적 및 그 부수 정황, 피해자의 음부 주위, 질 내용물 및 피해자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휴지뭉치 등에서 검출된 정액 등이 피고인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점, 피해자의 시신의 상태와 사인, 사체은닉 방법 및 그 목격자 등 고도의 개연성을 담보하는 객관적인 증거와 사정을 모두 고려함과 아울러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나 신빙성이 없어 그 주장대로 믿기 어려운 점까지 종합하여 피해자에 대한 원심 판시 제2항의 각 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2) 심신장애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정신과적 진단 및 치료 내역

1)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기 전에는 타인에게 정신질환을 호소하거나 정신과적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2) 피고인이 안양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인 2005. 1.경 "사람을 찔러버리고 싶다, 밤에만 환청이 들린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여, 2005. 4. 6.경 D병원 정신과 전문의 E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의심에 찬 면담태도, 환청, 환시, 관계사고, 충동조절장애 등을 보이고 있으며, 해리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 증상 행동조절을 위한 정신과적 치료, 경과 관찰 그리고 진단적 재평가를 요합니다. 병명 : 기타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로 진단받고 할로페리돌 1.5mg을 투약 후 약물 복용을 하다가 같은 해 4. 26.경 진주교도소로 이감되어 수용 중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어 같은 해 6. 13.경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었다.

3) 피고인은 이후에도 안양교도소에서 간헐적으로 E으로부터 '기타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 진단과 D병원 정신과 전문의 F의 '정신분열병(배제진단)' 진단 하에 에피렙톨, 페리돌 등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받았다.

4) 피고인은 이후 2005. 12. 12.경 진주교도소로 이감되어 환청, 오심, 두통을 호소하며 간헐적으로 페리돌 등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받다가, 진주교도소 정신과 전문의 G으로부터 "정신과적 투약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어 환소 조치함이 좋을 것으로 판단됨, 정신분열병(배제진단)" 진단을 받았다.

5) 피고인은 2008. 4. 21.경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어 출소 무렵까지 간헐적으로 페리돌 등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받았다.

6) 피고인은 2009. 6. 26.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하였고, 이후에는 타인에게 정신질환을 호소하거나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았다.

(나) 피고인에 대한 이 법원의 정신감정 결과

1) 제1차 정신감정

제1차 감정인은 피고인에 대한 위와 같은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 내역 및 피고인이 호소하는 "갑자기 허무한 느낌이 들고 멍하고, 움직이면 매스꺼운 듯이 불쾌하다, 갑자기 사고치고 난 뒤 걷다가도 정신이 돌아올 때도 있다"는 등의 증상이 있고, 확진을 위하여는 '24시간 모니터링 뇌파검사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단적 수단'을 통한 진단을 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검사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제진단) 측두엽 간질'의 증상과 '암흑대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자기를 지배하려고 하는 현상의 정신병 증상이 있고, 이는 '망상장애'에 해당하므로 범행 당시 피고인이 위 두 질환으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아울러 피고인에게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다고 감정하였다.

2) 제2차 정신감정

제2차 감정인은 피고인에 대한 위와 같은 정신과적 진단 및 치료 내역과(제1차 정신감정자료도 송부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뇌자기공명영상, 뇌양성자방출단층촬영, 48시간 Video-EEG 모니터링검사 등의 특수검사를 시행하고, 심리검사와 정신 과적심층면담 등을 거친 다음 피고인에 대한 각종 검사결과가 정상범위에 속하고, 피고인이 호소하는 환청, 환각 등의 증상이 정신병적 수준의 심각한 장애와는 거리가 있어 피고인이 위 증상을 경험할 당시에도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측두엽 간질, 망상장애, 해리장애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부친과 망상적 대상에 대한 비난과 책임전가, 반사회적 태도로 인한 편집증 성향을 가진 반사회적 인격장애만 있을 뿐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감정하였다.

(다) 판단

1)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도3391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05년경부터 2008년경까지 사이에 수형생활을 할 당시 환각, 망상, 해리장애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였고,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기타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 '정신분열병(배제진단)'의 진단 하에 간헐적으로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고, 제1차 감정인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병력과 호소 등을 감안하여 범행 당시 피고인이 측두엽 간질, 망상장애 질환으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한 사실이 있으나, ① 제2차 감정인은 제1차 감정인이 확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 이상의 각종 특수검사를 시행하고 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고인에 대한 각종 검사결과가 정상범위에 속하고, 피고인이 호소하는 환청, 환각 등의 증상이 정신병적 수준의 심각한 장애와는 거리가 있어 피고인이 위 증상을 경험할 당시에도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여 측두엽 간질, 망상장애, 해리장애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수형생활 당시 피고인의 정신과 증상을 진료한 G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서 당시 호소했던 증상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정서반응 내지 이상행동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확정진단이 아닌 배제진단을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며, 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에서도 피고인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서 형사책임능력은 있는 것으로 진단된 점, ② 피고인이 수형생활 전후로는 타인에게 정신질환을 호소하거나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고, 피고인은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면서도 주위를 의식하면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아니하였고, 친구 등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여자의 말을 듣고 그 여자의 친아버지를 찾아가 그를 폭행하기도 하여 주위로부터 정의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의 가족이나 친구 등도 대부분 피고인의 정신질환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은 그 주장의 증상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어 2000년경부터 심화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형생활을 하면서 작업을 태만히 하는 반면 권투 등 운동을 하면서 동료 재소자나 교도관들과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고, 2001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당시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 다거나 정신과적 문제를 전혀 제기함이 없이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30여 회에 걸쳐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였는데, 이 사건 조사에서는 경우에 따라 이전 범행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다른 존재'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 점, ④ 이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기관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진술내용이나 태도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이 아니다'라는 유보를 달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범행과정에서 피해자가 한 단편적인 말이나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 이용하여 주장하는 등 치밀하고도 교묘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다가 이 사건 범행이 피해자가 자신의 집에서 다락방 창문을 넘어 들어온 피고인으로부터 약취당하여 끌려간 후 강간을 당하였으며, 피고인이 사체를 은닉하기 위해 시체를 플라스틱 물탱크에 넣고 시멘트를 그 위에 부은 다음 타일, 벽돌 등으로 덮는 등 교묘한 위장방법까지 사용한 것 등 범행 전후에 걸친 피고인의 행동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제2항 각 범행 당시 피고인이 그 호소하는 환청, 환각 등의 일부 증상을 경험하였다 하더라도 당시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증상이 정신병적 수준의 심각한 장애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사형의 선고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므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나이,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2007. 6. 15. 선고 2007도2900 판결 등 참조).

이에 더하여 문명국가의 사법제도가 형벌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그 선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정과,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2조가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15년, 가중하는 때에는 상한을 25년까지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개정형법 제42조에서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30년, 가중하는 때에는 상한을 50년까지로 변경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인 무기징역형은 유기징역형과 현저한 차이가 있어 앞으로는 50년의 유기징역형으로는 부족하다고 인정될 때 비로소 선고하여야 하고,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시켜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의 선고는 수형자가 불특정 다수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살인이나 연쇄살인, 계획적인 살인범죄와 같이 극도의 포악한 범죄 등을 저질러 종신자유형인 무기징역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형자가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유지, 존립과 도저히 양립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양형의 조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의 나이, 가정환경 및 성장과정

피고인은 H 생으로 3살 무렵(1979년경) 딸만 둘이 있고 아들이 없는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모친은 1975년경 셋째 자녀를 사산한 후유증으로 더 이상 출산이 불가능하고, 남편이 편모슬하에 독자로 자라 '양자를 들여서라도 대를 잇기'를 원하는 시어머니의 요구로 남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을 입양하였다(이전에도 남편의 동의 없이 I를 입양하였다가 친모의 요구로 파양하였으나 사망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부친은 수입이 적은 노동일에 종사하는 사람이었고, 피고인이 자란 부산 사상구 J, K 일대는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등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피고인은 중학교 2학년 때 입양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으나 이를 스스로는 부정하려 애썼다고 조사과정에서 진술하였고, 어릴 적부터 양부가 체벌 등을 하는 경우 자신에 대한 학대라고 여기면서 양부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져왔으며, 피고인과 나이가 7살 및 10살 차이인 두 명의 누나 들과는 자라면서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어 주로 모친을 통해 가정적 안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초등학교(1986년 IQ 98)와 중학교(1993년 IQ 86) 시절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중학생 무렵부터 옥탑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가족과의 유대가 더욱 약화되었으며, 모친이 1991년경 구토, 설사 등의 증상과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로 입원하여 가족들이 피고인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비행 교우들과 어울리며 소소한 일탈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 싸움을 잘 하기 위하여 권투를 배웠다고 진술하였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학교 선배들이나 교사와의 갈등 등으로 1학년 때 자퇴를 하였다. 피고인은 고등학교 자퇴후 유흥주점에서 일을 하면서 무분별한 음주 습벽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친밀감이나 애정이 전제된 관계보다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일회적이고 자극적인 성적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2) 피고인의 범죄 전력

피고인은 1994. 11. 30. 절도, 주거침입으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1995. 12. 28.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소년보호처분(단기보호관찰, 사회봉사 30시간)을 받았으며, 1996. 7. 10. 도로교통법위반으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고, 1996. 9. 10. 부산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교사, 상해, 재물손괴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위 집행유예 기간 중인 1997. 7. 27. 09:20경 당시 9세인 피해자로부터 돈을 빼앗고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안으로 구속된 뒤 1998. 1. 14. 부산고등법원에서 강도강간미수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출소한 지 한 달 보름만인 2001. 5. 30. 04:50경 피해자를 약취하여 감금, 강간한 사건으로 2002. 3. 21.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09. 6. 26. 출소하였다.

위 1997년에 발생한 강도강간미수 사건은 피고인이 노상에서 9세 피해자를 약취하여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돈을 강취한 뒤 바지를 벗기고 강간하려 하였으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것으로 당시 피고인은 강간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범행을 일부 부인하였고, 2001년도에 발생한 약취, 감금 및 강간 사건은 교회를 가던 32세 유부녀를 길거리에서 흉기로 위협하여 친구의 집 및 자신의 집옥탑방으로 끌고 간 뒤 9일 동안 감금하면서 여러 차례 강간한 것으로 당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피해자와 대질조사 시에는 범행을 인정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피해자와 길거리에서 눈이 맞아 같이 잔 것일 뿐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려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30여 회에 걸쳐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였다.

3) 피고인의 직업, 수형생활 및 출소 이후의 생활

피고인은 6개월 이상 직장에서 근무를 유지한 경험이 없고, 중학생 때부터 군고구마 판매 등의 장사를 하면서 용돈을 벌다가 부친이 운영하는 유리가게나 빵공장, 유흥업소 등을 전전하였으나, 대부분 며칠에서 몇 달간 일하다가 중단하였다.

피고인은 위 2001년도 사건으로 수형생활을 하면서 교도소 내에서 17여 회에 이르는 폭행, 작업거부, 규율위반 등으로 다른 재소자나 교도관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켰고, 2005년경에는 환청, 망상 등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면서 진주교도 소로 보내달라고 요구하여 안양교도소에서 진주교도소로 이감되어 치료를 받기도 하였으나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고 증상이 호전되어 환소 조치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한편, 당시의 접견기록 등을 통해 보면 피고인은 위 2001년도 사건의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면회 온 사람에게 출소 후에 피해자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등 보복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피고인은 수형생활 중 기술을 익히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출소 이후 안양교도소에서 복역 중 알게 된 L의 소개로 경기도 의왕시 소재 이삿짐센터에서 2009. 8. 18.경부터 같은 해 9. 26.경까지 일하다가 그만두고 그 무렵 부산으로 내려왔다. 피고인은 여러 명의 친구와 어울렸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M이고 권투사범이라고 소개하는 등 자신의 신분을 숨겼고, 친구들은 피고인의 범죄전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부산에서 특별히 직업 없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던 중 출소 후 불과 7개월여 만에 또다시 이 사건 첫 범행을 저질렀다.

4) 범행의 경위,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가) 원심 판시 제1항의 범행

피고인은 새벽에 귀가중인 피해자의 뒤에서 한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회 때린 후 흉기가 있다고 위협하여 인근 건물 옥상으로 끌고 가 강간하고, 다시 자신의 집 옥탑방으로 끌고 가 강간한 후 10시간이 넘는 동안 피해자의 몸을 양팔로 안고 잠을 자는 등 도망치지 못하게 하여 감금하였다. 피고인은 강간 과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과 협박으로 겁에 질려 있는 상태임을 이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옷을 벗게 하고 피고인의 성기를 빨도록 시키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감금 당시 500만 원의 빚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음을 이용하여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빚을 갚기 위해 500만 원의 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허위 고소를 했다고 주장하였다. 피해자에 대한 위 범행수법은 길가는 여자를 약취하여 감금, 강간한 점에서 앞서 본 2001년도 유부녀 피해자에 대한 범행수법과 매우 흡사하고, 범행 이후에는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성관계를 맺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것 역시 동일하다.

나) 원심 판시 제2항의 범행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12세의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인근에 있는 빈집으로 끌고 가 강간한 뒤 살해하고 시체를 근처에 있는 물탱크 속에 은닉하였다. 성인인 강간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피고인을 달래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고 피고인으로 벗어난 것과는 달리, 피해자는 오빠와 함께 집을 지키다가 오빠가 PC방에 놀러가는 바람에 혼자집에 남았다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는데, 평소 활달한 성격에다가 부당한 처사에는 항의도 곧잘 하였다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주위의 평가와 더불어 부검 결과에 나타난 피해자의 상해부위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피해자가 고통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적극적으로 반항하거나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아니하자 피고인이 나이 어린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기 위해 폭행을 가하고 피해자를 강간한 후 살해하였으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사체를 은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범행 이후에도 도피생활을 계속하던 중 빈 집 등을 수색하던 경찰관에게 검거되었는데,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다가 술을 마시고 기억이 없다가 정신이 들어 보니 옆에 아이의 시체가 있어서 사체를 은닉했고, 과학적인 증거가 나왔다니 어쩔 수 없이 강간은 내가 한 것 같다며, 다소 반성하는 모습 보이기도 하였으나, 이후 이를 번복하여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고,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존재'가 나를 덮어 씌워서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다) 원심 판시 제3항의 범행

피고인은 원심 판시 제1, 2항의 범행 후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중 야간에 미용실에 침입하여 현금 등을 절취하였는데, 다른 범행과는 달리 이 부분은 순순히 그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5) 피고인의 성행 등

가) 성격 및 태도

피고인은 자존감이 낮아 타인의 비난이나 지적에 상처받기 쉬우나 그에 대한 반동형성으로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고 자신감,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치소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외부 세상을 냉혹하게 보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양상을 지나치게 착취적·적대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이 부당하게 대우받는다는 식의 피해의식이 뿌리 깊이 내재해 있다. 피고인은 위 2001년도 사건으로 재판받을 당시 자신에게 전과가 있고 집안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였다고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해 수십 차례 주장한 바 있고, 원심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나 법원의 재판 과정이 자신을 지나치게 괴롭힌다는 식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나) 성폭력에 대한 인지적 왜곡

피고인이 저지른 각 범행 및 그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다른 범죄에 대하여는 비교적 순순히 범행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성폭력 범행을 적극 부인하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며 성폭력의 책임과 원인을 피해여성에게 전가하는 등 성폭력을 합리화, 정당화하려는 인지적 왜곡 성향을 현저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 폭력 성향

피고인은 싸움을 잘하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권투를 시작했고,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중에도 꾸준히 권투 연습을 하였다고 스스로 진술한 바 있는데, 피고인은 교도소 내에서도 10여 회에 이르는 폭행 사건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비롯하여 과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들은 대부분 피고인이 폭력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라) 재범의 위험성

청구전조사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왜곡된 성의식, 이전의 성폭력범죄의 내용과 수법, 이 사건 각 범행내용과 회수, 수법 및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성폭력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6) 기타

원심 판시 제1항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반성하면 합의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으나, 청구전조사 시의 면담 과정이나 원심 법정에서는 대인공포증 등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원심 판시 제2항의 피해자 유족들 중 부친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아니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하였고, 모친은 딸을 잃은 슬픔이 극심하고 불면증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정신질환 운운하는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달라고 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이 강간살인 피해자가 실종된 직후부터 신문, 방송 등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수사과정 및 재판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되기에 이르러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피고인의 이름과 범행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원심 판결 선고 직전에는 피고인 및 피해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 사람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다)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과거 무겁게 처벌받은 성폭력 범죄의 수법과 거의 유사하게 혼자 길을 가던 피해자를 폭행한 후 강간하고, 다시 끌고 가 감금한 뒤 강간하였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집을 지키고 있던 12세 피해자를 납치해서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피고인의 범행은 그 자체로 매우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범행을 거듭할수록 그 수법이 더 담대·잔인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젊은 20대 여성인 피해자가 느꼈을 두려움과 분노, 수치심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2세 피해자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당한 끝에 끝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 또한 그녀를 지키지 못하였다는 비통함과 고통을 평생 안고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검거된 이후 원심 법원에서의 심리를 모두 마칠 때까지 피해자들과 유족들에 대하여 일말의 미안한 감정조차 내보이지 아니하였다.

모든 인간의 생명의 가치에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희생당한 피해자의 생명은 물론 피고인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제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 하였는데, 12세라는 어린 나이에 참혹한 범죄로 세상을 등지고 만 사정이나 사회에서 여성 등 약자를 폭력 등으로부터 적극 보호하는 것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33년여를 살아오면서 9세부터 30대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명의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을 시도하여 그들에게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하고, 급기야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어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피고인의 생명보다는 피해를 당한 어린 소녀의 생명이 더 값진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이 과거 범행에서 혹은 이 사건에서 보이는 행태, 과거 범행전력이나 범행수법 등에서 알 수 있는 것 즉, 교묘하게 자신을 변명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범행 이후 자신의 잘못보다는 합의에 응해주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태도,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앞으로도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과거 출소 후 단기간 내에 재범에 이른 점이나 범행수법이 점차 잔혹, 대담해진 점을 고려하면,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소지도 충분하다.

물론 피고인을 극형에 처한다 하여 죽은 피해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에게 자신이 한 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당위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온전히 보전하는 방안이 될 것이며, 그것은 이 법원이 지고 있는 책무이기도 하다.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 할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사정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범죄에 대한 응당한 징벌, 사회보호 및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경고 등 여러 견지에서 볼 때 피고인을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극형의 선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당심의 판단

(가) 앞서 본 이 사건 양형의 조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연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원심 판시 제2항의 각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의 추악하고 왜곡된 성적 욕구 때문에 불과 12세의 어린 피해자가 무참히 살해되어 범행결과가 너무나 중대하며, 원심 판시 제1항의 각 범행도 용서 받기 어려운 범행인 점, 범죄의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의 피해감정 및 여론을 통하여 나타난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벌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범죄에 대한 억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일반 예방적 기능도 여전히 유효한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을 마땅히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① 피고인이 길에서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피고인의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성장과정에서 부친으로부터 당한 학대를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단정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삐뚤어진 사회인식, 가난하게 살면서 가족과의 유대도 거의 단절되고, 소외된 전과자로 살면서 당한 사회적 냉대 등을 가족과 사회가 제대로 지원하고 보살피지 못하여 결국 피고인이 우리사회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중범죄자가 되었는바,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전혀 도외시한 채 이를 온전히 피고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한 점, ② 당심은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을 배척하였지만 여기에는 현대의 정신과학 및 의학의 불완전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측두엽 간질, 망상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는 감정인의 감정결과도 있는 데다가, 피고인이 수형생활 중 여러 차례 환청, 망상 등의 문제를 호소하면서 정신과적 투약을 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법률상 심신미약의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정신상태였다고 쉽사리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의 성행과 이전 범죄의 전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였거나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아니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이 이전에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이 사건에 있어서도 생명권의 침해가 한 사람에 그친 점,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이 신문, 방송 등 언론에 지나치리 만큼 많이 보도되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으며 급기야 피고인 및 피해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조차 원심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상황으로 보아 이와 같은 점도 원심의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은 이 사건 양형을 함에 있어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정이다.

(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과 아울러 앞서 본 사형의 형벌로서의 특수성 및 엄격성이나, 다른 유사사건에서의 일반적인 양형과의 균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인 무기징역형에 처함이 상당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유지, 존립과 도저히 양립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므로 원심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그 형의 양정이 너무 부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2. 부착명령사건

피고인이 피고사건에 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상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의하여 부착명령사건에 관하여도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되나, 피고인이 부착명령사건에 관하여 적법한 항소이유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판결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 파기할 사유를 찾아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부착명령사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약취유인)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죄 상호간, 죄질이 더 무거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 강간상해죄, 감금죄, 주거침입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을 선택하되, 유기징역형과 징역형의 법정형의 상한은 형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구 형법 제42조 본문에서 정한 징역 15년으로 한다.

1. 누범 가중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3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죄에 대하여, 구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형법 제35조{강간상해죄(2010. 3. 31.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것이 아닌 단순 강간상해죄의 경우에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강간죄, 감금죄, 주거침입죄, 사체은닉죄,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에 대하여, 다만 강간상해죄, 강간죄에 대하여는 구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성폭력범죄의처벌 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죄에 정한 형인 무기징역형으로 처벌}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압수된 FRP 파란색 물탱크 1개(증 제96호)에 대하여는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였다}

1. 공개명령(원심 판시 제2의 가. 나. 다.항 범죄에 대하여)

1. 신상정보 제출의무

피고인에 대한 원심 판시 제2의 가. 나. 다.항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되므로 같은 법 제34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용빈

판사 김홍기

판사 권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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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