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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살인)·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강도상해·강도·특수절도(일부 인정된 범죄 : 야간주거침입절도)·야간주거침입절도·절도][집51(1)형,676;공2003.7.15.(182),1566]
판시사항

[1] 사형의 선고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2]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필수적 양형자료 및 필요한 양형심리의 방법

[3]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양형조건에 대한 필요한 조사 및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형의 양정을 하였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2]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는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평면적으로만 참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인 양형요소인 성행과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성, 개선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통하여 사형선택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의 변화 등에 대하여서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 보는 등 깊이 있는 심리를 하여 본 다음에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나아가야 한다.

[3]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양형조건에 대한 필요한 조사 및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형의 양정을 하였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송호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연령, 불우한 성장배경과 생활환경, 반성태도 등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참작할 사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한편 피고인이 특수강도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 등으로 인한 형의 집행을 마치고 출소한 후 누범기간 내에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유흥비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거나 연약한 부녀자들을 상대로 흉기 등을 이용하여 손쉽게 금품을 강취하였고 나아가 자신의 가학적이고도 변태적인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피해자들을 강간하였으며 또한 강간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살인에 이르게 되었던 것으로서 그 범행동기에 있어서 비난 가능성이 높은 점,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약 7개월 여의 단기간 동안에 강간등살인(미수) 3회, 특수강도강간 3회, 강도상해 5회, 강도 2회 등을 저지른 사건으로서, 피고인의 범행수법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주로 야간에 술에 만취하여 피고인에게 물리적으로 거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강도범행 등을 자행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에 사용할 도구인 망치를 오토바이 안장 속에 넣어 둔 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등 그 범행이 대담하고 용의주도하며, 피해자를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때리고 짓밟은 후 실신한 채 신음소리를 내면서 죽어 가는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 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방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실신한 채 신음소리를 내면서 죽어 가는 피해자를 강간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얼굴을 보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신음소리를 내 아직 완전히 사망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실신한 피해자들의 얼굴을 축구공을 차듯이 힘껏 걷어차고 복부와 가슴 등을 마구 짓밟아 무참히 살해하는 등 이는 너무나도 잔인하여 인간의 탈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범행들이라는 점,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으로, 피해자 1은 복부 등의 가격으로 인한 복부동맥손상에 의한 실혈로 사망하였으며, 피해자 2는 피고인의 망치로 인한 가격 등으로 좌측측두골함몰골절로 사망하였고, 피고인이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생명을 건지긴 하였으나 피해자 3은 중상을 입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특수강도강간 범행을 당한 충격으로 피해자 4는 심한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그 범행들의 결과가 너무나도 중대하고 참혹하다는 점,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 본인은 물론이고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유족들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피해변상조치도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특히 피고인은 경찰에 검거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범행을 계속하여 저질렀을 것이라고 그 스스로 진술하고 있어 재범의 위험성도 상당히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피고인의 죄책이 심히 중대하고 죄형의 균형이나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에서도 피고인에 대하여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425 판결 참조), 이를 위하여는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평면적으로만 참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인 양형요소인 성행과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성, 개선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통하여 사형선택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의 변화 등에 대하여서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 보는 등 깊이 있는 심리를 하여 본 다음에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763 판결 참조).

그런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이나 항소이유서 등에서 자신의 환경에 대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 번민하다가 일종의 범죄에 대한 환영과 망상에 사로잡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 사건 일련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성장과정과 현재 상태에 대한 심리가 필요함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가, 피고인이 저지른 이 사건 범행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이 어떤 성적 충동과 환상에 빠진 상태에서 충동조절능력에 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등의 죄에 대한 형의 집행을 마치고 교도소를 출소한 1999. 12. 21.부터 1년간은 포항에서 부친과 같이 생활하였고 2001. 1.경부터는 울산에서 자신의 자형과 같이 생활하면서 자형의 일을 도와 생업에 종사하던 끝에 2001. 11.경 최초로 특수절도 등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근 2년간에는 종교에 귀의한 상태에서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등의 별다른 문제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 왔는데, 피고인이 2001. 12. 14. 교통사고를 당하여 2002. 3. 4.까지 뇌좌상 등으로 울산병원, 태화병원 등지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바로 그 직후인 같은 달 중순 이 사건 명동다방 여종업원 강도강간 범행을 비로소 저지르기 시작하여 검거되기까지 불과 석달 정도의 기간 사이에 일련의 연속적인 이 사건 범죄들을 저지르게 되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더 그 범행의 수법이 대담·흉포하게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해 왔던 피고인이 갑자기 어떤 연유로 이처럼 끔직한 범행들을 단기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저질렀고 또한 시간이 갈수록 더욱 대담·흉포한 범행을 하게 되었던 것인지에 관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일련의 범행 전후에 걸친 정신상태나 심리적 상태의 변화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객관적 조사를 해 볼 필요도 있다고 판단되며, 피고인의 교통사고로 인한 병력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에 이른 피고인의 심리상태나 정신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피고인이 20대의 젊은 나이이고 수사기관 이래 그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과 피고인의 성장환경 등을 더하여 보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주관적인 양형요소인 성행과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성, 개선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통하여 사형선택 여부를 심사하였어야 할 것임은 물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전후에 걸친 정신상태나 심리적 상태에 관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으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깊이 있고 철저하게 심리하여 명확하게 밝혀 보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어머니의 증언을 듣는 외에는 달리 피고인의 양형조건에 대한 조사나 심리를 별도로 해 봄이 없이 수사기록에 나타난 양형자료만을 토대로 하여 간이한 심리만을 끝으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버린 제1심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사형의 양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의 양정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그러한 심리미진상태에서 이루어진 원심의 형의 양정에는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이규홍(주심)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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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3.1.29.선고 2002노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