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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보험금][공2003.6.15.(180),1256]
판시사항

[1] 보험계약의 성립과 보험증권의 증거증권성

[2] 기평가보험으로 인정되기 위한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의 보험가액에 관한 합의의 인정 기준

[3] 공장화재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증권이나 보험청약서에 보험가입금액의 기재만 있고 보험가액의 기재나 보험가액에 해당하는 다른 유사한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도 첨부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이를 보험가액을 협정한 기평가보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4]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시에 지출한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가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건물수리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5] 화재로 손상된 중고의 기계·기구의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규의 부품을 구입하여 수리한 경우, 수리비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함에 있어서 감가액을 고려하여야 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낙성계약으로서 별도의 서면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보험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라든가 보험계약의 내용 등은 그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2] 기평가보험으로 인정되기 위한 당사자 사이의 보험가액에 대한 합의는,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보험증권에 협정보험가액 혹은 약정보험가액이라는 용어 등을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제반 사정과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보험가액을 미리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3] 공장화재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증권이나 보험청약서에 보험가입금액의 기재만 있고 보험가액의 기재나 보험가액에 해당하는 다른 유사한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도 첨부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이를 보험가액을 협정한 기평가보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4]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시에 지출한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건물수리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손해액에 산입되지 아니하는 별도의 비용으로 볼 것은 아니다.

[5] 화재로 손상된 중고의 기계·기구의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규의 부품을 구입하여 수리를 한다면 그 복원된 기계·기구의 가액이 손상 이전의 가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위의 경우에 수리비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함에 있어서는 재조달가액의 산정시와 마찬가지로 감가액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신규의 부품으로 교환하더라도 기계·기구의 전체 가치가 손상 이전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감가공제를 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상고인

그린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변경 전 상호 :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서초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상기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이 인정한 기초 사실

가. 원고는 '성림산업'이란 상호로 자동차, 농기계의 고무부품 제조·판매를 해 오던 중 1998. 6. 28. 피고(변경 전 상호는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① 보험기간 : 1998. 6. 28.부터 1999. 6. 28.까지 1년, ② 보험목적물 : 대구 달서구 (주소 생략) 지상 2층 공장건물 3개동(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과 기계·기구 및 동산 일체, ③ 보험가입금액 : 이 사건 건물 251,100,000원, 기계·기구 일체 570,400,000원, 동산 일체 200,000,000원, 도합 1,021,500,000원, ④ 보험료 : 4,015,000원(일시납)으로 하는 내용의 공장화재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그 후 원·피고는 1998. 12. 29. 이 사건 보험의 목적물에 자동고무사출성형기, 진공프레스 등 기계·기구를 추가하면서 보험가입금액을 252,000,000원 증액하고 보험료도 539,520원 증액하였다.

다. 그런데 1999. 4. 18. 19:17경 이 사건 건물 중 A동(원심은 1동으로 표기하였으나 오기임, 을 제5호증) 2층 부품 조립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이 사건 건물 일부(A동 일부)와 기계·기구 및 동산 일부가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제1점(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1)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직전인 1998. 6. 8.경 대구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보험목적물 중 이 사건 건물과 기계·기구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으려 한 사실, 대구은행은 1996. 하반기 감정가를 토대로 이 사건 건물은 251,100,000원(부동산 시세 하락 등을 고려하여 1996. 감정가액에서 30% 감액), 기계·기구는 570,400,000원으로 그 가액을 결정·심사하고 원고로 하여금 그 물건 일체를 화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사실(위 심사가액은 위 보험목적물들에 대한 보험가입금액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리하여 원고와 피고는 대구은행의 위 심사가액 전액을 보험가액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이르게 된 사실(다만, 동산에 대하여는 감정을 거치지 않고 대략 2억 원으로 그 가액을 정하였다.), 그 후 1998. 12. 26. 위 보험목적물에 자동고무사출성형기, 진공프레스 등 다른 기계·기구들을 추가하면서 새로 감정을 하여 그 감정가인 252,000,000원 전액을 피보험이익으로 하여 당초 보험계약을 변경한 사실, 한편 대구은행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질권자가 되었는데 이 사건 보험증권 및 변경된 보험증권(갑 제1호증의 2)상에 그 질권설정금액을 위 심사가액 및 감정가액(추가로 증액한 부분) 전액으로 기재한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증권에는 '보험가입금액'에 대한 기재만 있고 '보험가액'에 대한 기재는 없는 사실('보험가액'을 기재할 난이 없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 보험증권에 보험가액이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계약 체결 당시 그 심사가액 및 감정가액 전액을 보험가입금액으로 하는 동시에 보험가액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기평가보험이자 전부보험이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미평가보험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비례보상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낙성계약으로서 별도의 서면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보험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라든가 보험계약의 내용 등은 그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019 판결 참조), 기평가보험으로 인정되기 위한 당사자 사이의 보험가액에 대한 합의는,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보험증권에 협정보험가액 혹은 약정보험가액이라는 용어 등을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제반 사정과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보험가액을 미리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다6312 판결 참조)고 함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

그러나 상법 제685조 제3호 는 화재보험에 있어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보험가액을 정한 때에는 그 가액을 화재보험증권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편,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증권이나 보험청약서에는 '보험가입금액'의 기재만 있을 뿐 '보험가액'의 기재나 보험가액에 해당하는 다른 유사한 가액의 기재는 없는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화재보험약관(갑 제11호증) 제16조 제2항에 의하면, 공장물건에 생긴 손해에 대하여 지급할 보험금은, ① 보험가입금액과 보험가액이 같은 때에는 손해액 전액, ② 보험가입금액이 보험가액보다 많을 때에는 보험가액을 한도로 손해액 전액, ③ 보험가입금액이 보험가액보다 적을 때에는 '손해액 × 보험가입금액/보험가액'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약관에는 위 제16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내용의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이 첨부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화재보험에서 기평가보험은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에 의하여 인수하여 전부보험으로 처리되고 있고, 그러한 특별약관이 없는 경우에는 미평가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이 보험 실무의 관행인 사실(원심법원의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상법의 규정과 보험증권이나 보험청약서, 보험약관의 기재 내용 및 실무 관행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서 보험가액을 협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원심이 든 사정은 보험가입금액을 결정하게 된 경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제1심 증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시 보험가액의 협정을 하였다는 취지로 각 증언하고 있으나, 이는 보험가입금액과 보험가액을 혼동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이 내세운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다6312 판결 은, 자동차 자손보험에 관하여 보험증권에 보험가입금액과 별도로 기재된 '차량가액'을 협정보험가액의 기재로 본 것으로서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할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평가보험이라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기평가보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제3점

(1) 원심은,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이 미평가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의 이 사건 보험목적물들에 대한 보험가액이 합계 2,395,572,968원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을 제4호증(손해사정보고서)과 을 제11호증의 1 내지 5(평가내역)는, ① 대구은행이 1998. 6. 8. 및 같은 해 12. 29. 심사·결정한 가액이 합계 1,273,500,000원인데 그로부터 약 1년 정도 지난 1999. 6. 25. 평가한 보험가액이 도리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건물과 기계는 감가상각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액이 증가될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보험목적물 중 대구 달서구 (주소 생략) 지상 A동 1층 공장 657㎡, 2층 창고 540㎡에 관하여, 제1심 감정인 소외 3의 감정 결과에 의하면 1999. 4. 18. 당시 그 평가액이 235,305,000원인바, 대구은행이 의뢰한 감정평가(갑 제13호증)에 의하면 1996. 6. 20. 당시 218,808,000원으로(건물 3동 전부의 평가액은 354,508,900원이다.) 위 감정가에 근접하는 데 반하여, 위 을 제4호증 및 을 제11호증의 2에 나타난 평가액은 570,601,483원(건물 3동 전부의 평가액은 840,052,195원이다.)으로 위 감정가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점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보험사고 발생시의 보험가액이 피고의 주장과 같은 금액이라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의 보험가액, 즉 목적물들의 사고 발생 당시의 가액이 그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비례보상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런데 기평가보험이 아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이 사건 보험약관 제16조 제2항에 의하면, 공장 물건에 생긴 손해에 대하여 지급할 보험금은, 보험가입금액이 보험가액보다 적을 때에는 비례보상('손해액 × 보험가입금액/보험가액')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보험금액을 산정하기 위하여는 전제문제로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의 보험가액을 정확하게 평가, 확정한 다음 보험가액과 보험가입금액을 비교하여 비례보상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의 보험가액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보험가액이 합계 2,395,572,968원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피고 제출의 증거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보험가액이 당초의 보험가입금액과 동일하거나 저액이라는 전제에 서서 보험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화재보험에 있어서 보험가액의 평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대한손해보험협회의 '보험가액 및 손해액 평가기준'(을 제11호증의 4) 제5항에 의하면, ① 건물의 보험가액은 원칙적으로 원가방식(복성식평가법)에 의하여 평가대상물건과 동일한 구조, 용도, 질, 규모의 건물을 재건축하는 데 필요한 재조달가액을 구하여 사용손모 및 경과연수에 대응하여 감가공제를 함으로써 현재가액(시가액)을 구하고, ② 기계·기구의 보험가액은 평가대상물건과 동일한 용도, 구조, 형식, 시방능력의 기계를 재조달하는 데 필요한 재조달가액을 구하여 사용손모 및 경과연수에 대응하여 감가공제를 함으로써 현재가액(시가액)을 구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제1심 감정인의 감정과 피고측의 손해사정 모두 위와 같은 이른바 복성식평가법 즉 원가법에 의하여 평가를 하였으므로 그 방법상의 차이는 없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평가방법에 따라 감정 등의 방법으로 보험가액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에 보험가입금액과의 비교를 통하여 비례보상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선 이 사건 건물의 경우, ① 원심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가입금액은 피고측의 보험가액 평가 결과(을 제4호증 및 을 제11호증의 2)와 비교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제1심 감정인 소외 3의 감정 결과와 비교하더라도 저액임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②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드는 대구은행 의뢰 감정 결과의 감정인인 ○○감정평가법인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1996. 6. 20. 현재 그 시가를 358,828,900원으로 감정하였으나(갑 제13호증), 대구은행은 담보물 심사시 1998. 6. 8.경의 부동산 시세 하락 추세와 담보물의 평균경락비율을 감안하여 위 감정가에서 30%를 임의로 감액한 251,100,000원으로 심사·결정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대구은행의 심사가액 251,100,000원을 보험가입금액으로 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251,100,000원이 이 사건 화재 당시의 이 사건 건물의 시가 즉 보험가액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이 드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건물의 보험가액이 보험가입금액보다 높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음 이 사건 기계·기구와 동산의 경우에도, ① 피고측의 보험가액 평가 결과(을 제11호증의 3, 을 제15호증의 1 내지 4)는 그 조사자의 신분과 조사절차와 방법 등에 비추어 별도의 감정 등 합리적인 근거 없이 가볍게 그 증거가치를 부정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반면, ②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계·기구에 관하여 ○○감정평가법인은 1996. 9. 10. 현재 그 시가를 1,265,749,000원으로 감정하였으나(갑 제14호증의 1 내지 4), 대구은행은 1998. 6. 8. 담보물 심사시 담보가치 및 수요를 감안하여 기계 4점은 제외하고 나머지 기계는 위 감정가에서 50%를 임의로 감액하여 570,400,000원으로 평가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대구은행의 심사가액인 위 570,400,000원을 보험가입금액으로 정한 사실, 그 후 원고가 1998. 12. 29. 새로 구입한 기계·기구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인 252,000,000원(갑 제14호증의 5)을 보험가입금액으로 정하여 이 사건 보험에 추가한 사실, 이 사건 동산에 대하여는 별다른 감정절차 없이 대구은행 대출직원이 임의로 그 가액을 대략 200,000,000원으로 평가·심사하고 그 금액을 보험가입금액으로 정한 사실을 알 수 있어, 이 사건 기계·기구와 동산의 담보물 심사가액이 이 사건 화재 당시의 이 사건 기계·기구와 동산의 시가 즉 보험가액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기계·기구와 동산의 보험가액이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금융기관이 담보 설정 목적으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여 보험가액 평가기준에 따른 객관적인 시가 평가자료라고 볼 수 없는 심사가액을 기준으로 정한 보험가입금액이 보험가액과 일치하거나 고액이라는 전제에 서서 이 사건 보험가액이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제5점 및 제6점

(1) 원심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수리 작업은 건물 자체의 훼손 부분을 새로운 자재로 고치는 외에 훼손된 부분을 철거하고 그로 인하여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도 모두 포함된다고 봄이 사회관념상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건물의 수리비에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상법 제683조 는 '화재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화재로 인하여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 보험약관 제3조 제1항도 '화재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재보험자는 보험가액과 보험금액의 범위 내에서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고, 화재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는 이 사건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건물수리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손해액에 산입되지 아니하는 별도의 비용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수리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기계·기구의 손해를 그 수리비 상당액으로 산정하면서, 수리에 사용된 새로운 부품에 대하여 감가공제를 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수리에 사용된 새로운 부품이 수리된 기계·기구의 수명기간이 지난 뒤에도 그 모체와 분리하여 다른 기계·기구에 사용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수리시 새로운 부품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통상의 수리비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화재로 손상된 중고의 기계·기구의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규의 부품을 구입하여 수리를 한다면 그 복원된 기계·기구의 가액이 손상 이전의 가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위의 경우에 수리비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함에 있어서는 재조달가액의 산정시와 마찬가지로 감가액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신규의 부품으로 교환하더라도 기계·기구의 전체 가치가 손상 이전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감가공제를 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규 부품의 사용으로 인하여 기계·기구의 가치가 증대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신규 부품 구입비에 대하여 감가공제를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손해액으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감가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손지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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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2.10.10.선고 2000나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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