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재노194 국가보안법위반(간첩) )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호영(공판)1)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재심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1984. 6. 27. 선고 84노890 판결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84. 2. 29. 선고 83고합1140 판결
판결선고
2017. 5. 1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피고인에 대하여 1983. 11. 18.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으로 서울형사지방법원(83고 합1140호)에 공소가 제기되었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84. 2. 29.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무기징역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이 판결에 불복하여 이 법원(84890호)에 항소하였다. 이 법원은 1984, 6. 27.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을 배척하되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다시 무기징역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84도1763호)에 상고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1984. 11. 13.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은 경위로 확정된 재심 대상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법원 2015재노194호로 재심청구를 하였다. 이에 이 법원은 2016. 8. 31.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검사가 이결정에 불복하여 대법원(2016모2735호)에 즉시항고를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7. 1. 5.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재심대상판결의 기록은 이미 폐기되었고, 현재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도 이를 복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기록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한 이상 판결서 등 수집한 잔존 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판결의 증거들과 재심 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판결의 원심인 제1심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2154 판결 참조).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의 증거들과 재심 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은 대한민국을 출입한 이후 대한민국의 실상에 관한 D의 설명을 의심함과 아울러 북한의 선전이 허위인 점을 인식하고서 D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리하면서 대한민국을 출입하는 과정에서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4, 6, 11, 14, 17, 23, 26, 31항의 내용을 보고 들었을 뿐, D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이를 탐지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은 간첩죄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목적수행의 의사가 없었고, 탐지한 내용도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알고 있는 것이어서 국가 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간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공소장변경에 따른 직권파기
검사가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제16항을 별지 공소사실 제16항과 같은 내용으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이로써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를 아래에서 살펴본다.
4.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의 유죄증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의 유죄증거의 요지는 ① 피고인의 원심법정진술, ②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고인 또는 E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③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F, G, H, I, J, K, L, M, N, O에 대한 각 진술조서, ④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각 수사보고, ⑤ 압수된 알루미늄 판 전화번호부수첩 1권(증 제1호) 및 여권 1권(증 제2호), ⑤ 법무부장관이 작성한 출입국사실조회회보의 사본이다.
나. 피고인 또는 E 진술 관련 증거들의 증거능력 존부
1)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과 E은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이하 '보안사 수사관'이라 한다)에게 강제연행을 당하여 구속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보안사 수사관의 각종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보안사 수사관의 요청대로 진술하였다. 그 이후 피고인은 검찰과 원심 단계에서도 그 협박이나 강요 상태가 지속되어 허위로 자백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원심법정 진술과 피고인과 E에 대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2) 관련 법리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며,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및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진술의 임의성을 부인하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면,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그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그 진술이 임의로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70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피고인이 비록 검사 앞에서 조사받을 때에는 자백을 강요당한 적이 없더라도검사 외의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에 고문에 의하여 임의성 없는 허위자백을 하였고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까지 계속된 경우에는 검사 앞의 자백도 임의성이 없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도2409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말미암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도446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등 참조).
3) 이 법원이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근거한 인정사실
보안사 수사관 P은 보안사 수사가 끝나고 피고인을 검찰에 송치할 때 피고인에게 "부인하면 사형, 시인하면 3년 안에 나올 거다."라고 말하여 허위 자백을 강요하였다. 그 검찰 송치 후에도 보안사 수사관들은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과 E을 찾아가 보안사에서 한 대로 진술할 것을 여러 차례 강요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피고인에게 "부인하면 다시 한 번 보안사로 보내버리겠다. 그때는 어떻게 될지 각 오해라."라고 말하여 피고인을 협박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검찰 단계에서도 보안사에서한 자백이 허위였음을 밝히지 못한 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보안사에서 수사 받은 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정식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는 적이 없어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도 재판은 통역 없이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피고인은 재판장이 나공판검사의 질문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 채 보안사 수사관들이 시킨 대로 "예, 예"라고 답변하여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더구나 원심법정에서는 보안사 수사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은 보안사에서 수사 받은 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는 압박감을 계속하여 느꼈다.
4) 피고인 진술 관련 증거들의 증거능력 존부에 관한 판단
먼저 피고인 또는 E에 대한 각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살핀다. 피고인과 E은 보안사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후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당하거나 영장 없이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거나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또는 E에 대한 각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진술의 임의성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 또는 E에 대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살핀다. 비록 검찰에 송치된 이후 피고인과 E이 직접 검사 앞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안사 수사관이나 검사의 겁박하는 말을 들은 피고인과 E은 자신들이 보안사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면 다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 등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고 보이므로, 보안사에서의 임의성 없는 상태가 검찰 단계에서도 계속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그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검사의 입증이 없다(피고인의 경우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협박을 당하였다는 점은 앞서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인과 E에 대한 검사 작성 각 피의자 신문조서도 그 진술의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원심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을 살핀다.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진술할 당시까지도 그 전의 장기간 불법구금, 협박이나 강요 등 때문에 갖게 된 심리적, 정신적 압박상태가 계속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임의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원심 법정 진술도 증거능력이 없다.
다. 사법경찰관 작성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존부
1) 관련 법령
구 군법회의법(1987. 12. 4. 법률 제3993호 군사법원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군법회의는 "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자"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구 군형법(1983. 12, 31. 법률 제369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조 제4항에서는 구 군형법 제13조 제3항의 죄(요새지 등에서의 간첩, 간첩방조 또는 군사상 기밀누설행위) 등을 범한 내외 국인에 대하여도 구 군형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국군보안부대령(1994. 5. 13. 대통령령 제1425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1조에서 "군사보안 및 군방첩에 관한 사항, 군법회의법 제44조제2호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에 관한 사항과 군 및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 처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국방부에 국군보안부대(이하 "보안부대"라 한다)를 둔다."고 규정하면서, 제2조에서 "보안부대는 보안사령부(이하 "사령부"라 한다)와 각군본부 보안부대 부대지원 보안부대 통신보안부대 및 보안교육대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구 군법회의법 제43조 제2호, 제44조에서는 법령에 의한 보안부대에 소속되어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장교, 준사관, 하사관은 군사법경찰관으로서 군법회의 관할사건만을 수사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2) 이 법원이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근거한 인정사실
보안사 수사관들은 1983. 8. 15. 피고인을 강제로 연행하여 보안사 분실에 강제구금한 후에, 압수·수색·검증, 참고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 검찰 송치 전의 수사 일체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참고인들에 대한 모든 진술조서 용지 좌측 하단에는 "1-4-9 육군 양식 1983. 1. 12."라고, 우측 하단에는 "육군인쇄공장"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으며, 조사 장소도 "국군보안사령부"라고 명시되어 있다.
3) 사법경찰관 작성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존부 등에 관하여 참고인 F, G, H, I, J, K, L, M, N, O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각 진술조서는, 일반인에 대하여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그뿐 아니라, 그 내용 역시 아래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간첩하였다는 공소사실을 포함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
① 피고인의 모친 F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은 피고인의 성장 과정에 대한 것이 대부분으로 피고인이 대학교 재학 시절 한국학생동맹(이하 '한학동'이라 한다)에 가입하여 Q 구원활동 등에 가담하고 유럽이나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② 피고인의 친동생 G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피고인이 대학교 재학 시절 한학동에 가입하고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을 여행 하였다는 내용이 주로 기재되어 있다.
③ 피고인의 처남 H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피고인이 일본에서 한복 입은 처녀들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이라 한다)계 학교 여학생들이고 단결이 잘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주로 기재되어 있다.
④ 피고인의 처 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은 1981. 5. 22. 피고인과 결혼한 이후의 생활에 관한 진술이 대부분이다. 특히 '피고인을 만난 이후 피고인이 대한민국을 비방하거나 북한을 찬양하거나 간첩활동을 한 사실을 전혀 듣거나 본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은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⑤ J, K, L, M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주로 '연세대학교 국문과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경 재일동포 유학생 E을 알게 되어 대학생 데모 등에 관하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취지이거나 'E을 순수한 재일동포 유학생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이다.
⑥ 제주도에서 R을 운영하던 N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은 E이 일본 대학교 모국방 문단에 참여하여 제주도에 갔을 때 E을 알게 되었고 그 후 E과 몇 차례 만나서 제주도에 대한 대화를 하였다는 것이 주요 취지이다.
I S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은 S이 고향 선배인 N을 통해 E을 소개받아 그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누었다는 취지이다.
라. 그 밖의 증거들의 증거능력 또는 증명력
1) 사법경찰관 작성 수사보고의 증거능력 존부 등 사법경찰관 작성 수사보고는 피고인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그뿐 아니라, 그 내용 역시 진해 군항제 개최시간 및 출입허용시간에 관한 보고 (1983. 10. 12.자 수사보고), '북한 노동당 T 담당비서 U 입회하에 노동당에 입회하였 다'는 진술과 관련하여 U의 인물사진을 제시하겠다는 보고(1983. 10. 12.자 수사보고)로, 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간첩하였다는 공소사실을 포함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압수된 알루미늄 판 전자번호부수첩 1권, 여권 1권 피고인에 대한 아무런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하여 압수된 것으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그뿐 아니라, 그 내용 역시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간첩하였다는 공소사실을 포함한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인다.
3) 법무부장관 작성 출입국사실조회회보 사본의 증명력 법무부장관이 작성한 출입국사실조회회보의 사본의 내용은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 간첩하였다는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마. 소결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거능력이 있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또는 받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였다는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간첩하였다는 공소사실을 포함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할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판결은 이와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고 그 증거들을 포함한 증거의 요지 기재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자백의 임의성, 증거능력 및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기재와 같다. 그러나 위 제4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함상훈
판사정재오.
판사이영창
주석
1) 형사소송법 제40조 제3항은 "판결서에는 기소한 검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의 관직, 성명과 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한
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결이유에서 기재하는 바와 같이 재심대상판결의 기록은 이미 폐기되었고, 현재 가능한 노력
을 다하여도 이를 복구하기가 불가능하여, 기소한 검사를 밝힐 수 없어 이를 적지 못하고 공판에 관여한 검사만을 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