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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1996 판결
[정산금][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 내용의 해석 방법

[2] 상사질권설정계약에 있어서 유질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 별도의 약정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채무자가 상행위로서 금원을 차용하면서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의약품의 보관 및 처분 등에 관한 약정의 내용에 비추어, 채권자가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위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하고 별도의 정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거나, 담보물의 처분에 있어 그 실제 처분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담보물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 평가금액을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한 사례

[4]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 요건

원고, 상고인

조선무약 합자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권광중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락)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2000. 5. 4. 원고와 피고 1 사이에서 원고가 위 피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차용금의 이자 및 상환방법과 그 담보로 제공하는 이 사건 의약품들(이하 ‘이 사건 담보물’이라고 한다)의 보관 및 처분 등에 관하여 정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위 피고가 이 사건 담보물을 처분하여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경우 실제 처분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담보물의 담보제공 당시 도매시가의 2분의 1 가격으로 이 사건 담보물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그 평가금액을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질권의 경우에는 이른바 유질계약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상법 제59조 , 민법 제339조 ), 그렇다고 하여 모든 상사질권설정계약이 당연히 유질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상사질권설정계약에 있어서 유질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그에 관하여 별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약정이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질권 설정 및 그 행사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 1이 이 사건 대여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담보물을 처분하여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나 약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담보물을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으로 처분하여야 하고 그에 따른 처분비용 등을 공제한 처분가액을 그 피담보채무액(이 사건 대여원리금)에 충당한 후 그 부족액 또는 잔여액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정산의무가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위 피고가 이 사건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하거나, 이 사건 담보물의 실제 처분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담보물의 담보제공 당시 도매시가의 2분의 1 가격으로 이 사건 담보물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그 평가금액을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것으로 하기 위하여서는 그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약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러한 약정의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담보권자로서는 담보설정자에 대하여 담보물을 정당한 가격으로 처분할 의무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피고 1로부터 금원을 차용함에 있어 위 피고에게 이 사건 담보물과 유가증권을 분할 발행하여 이를 보관시키기로 하되, 담보물 평가금액은 현재 도매시가의 1/2 가격에 준하는 것으로 하고(이 사건 약정 제1항), 차용금에 대한 이자 납입이 7일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기일까지 변제 또는 연장이 불가할 시에 위 피고는 이 사건 담보물을 임의처분할 수 있으며, 원고는 이에 대하여 민, 형사상의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하고(이 사건 약정 제4항), 원고의 형편에 따라 제3자에게 현금을 차용하기 위하여 제품 보관 및 덤핑 처리로 인하여 가격인하조치가 되는 경우 위 피고는 보관된 제품을 원고에 통고 후 바로 임의처분할 것이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하는(이 사건 약정 제6항) 내용의 약정을 한 사실, 이에 따라 원고는 2000. 5. 4.부터 2000. 6. 12.까지 사이에 7회에 걸쳐 위 피고로부터 합계 13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위 피고에게 원심판결문의 [별표 1] 기재와 같이 당좌수표 7매(이하 ‘이 사건 당좌수표’라고 한다)를 발행·교부하고, 원심판결문의 [별표 2] 기재와 같이 2000. 5. 2.부터 2000. 8. 18.까지 원고가 제조한 의약품들을 이 사건 담보물로서 피고 민국약품 주식회사 및 태영약품의 창고에 보관시킨 후 그 창고의 직원으로부터 거래명세서, 인수증, 주문서 등(이하 ‘이 사건 물품보관증’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은 사실, 원고는 2000. 8. 19. 최종 부도처리된 사실, 피고 1은 2000. 8. 30.경 원고에게 이 사건 담보물을 임의처분하겠다는 통보를 한 후 그 무렵부터 2000. 12.경까지 이 사건 담보물을 대부분 처분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들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약정에 기하여 원고가 피고 1로부터 금원을 차용함에 있어서 그 차용금액의 2배에 상당하는(담보제공 당시의 도매시가 기준) 의약품을 담보로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이 사건 약정 제1항은 이 사건 담보물의 담보제공시 그 담보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에 관한 약정이라고 할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시 그 처분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약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시 그 시기, 가격(필요하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는 할인ㆍ덤핑판매도 가능할 것임), 수량, 방법 등에 관하여 위 피고가 원고와 상의 없이 자신의 재량에 의하여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될 뿐, 나아가 원고와 위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위 피고가 이 사건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하고 별도의 정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거나,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 위하여 위 피고가 이 사건 담보물을 처분함에 있어서 그 실제 처분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담보물의 담보제공 당시 도매시가의 2분의 1 가격으로 이 사건 담보물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그 평가금액을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약정에 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해석 및 그와 같은 해석을 근거로 하여 원심이 본건 담보물의 처분가액을 이 사건 대여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함에 있어 본건 담보물의 담보제공 시기의 평균 도매시가의 2분의 1 가격을 기준으로 그 변제에 충당되는 금액을 산정한 데에는 법률행위의 해석이나 상사질권설정계약 내지 유질계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일응 이유 있다.

그러나 아래 상고이유 제3점 및 제4점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1의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과 관련한 원고에 대한 그 처분대금 정산의무는 당사자 사이의 정산완료 합의에 의하여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서 지적하고 있는 원심의 잘못은 결과적으로 이 사건 판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1이 원고에게 통고를 하고 이 사건 담보물을 모두 처분한 이후인 2001. 10. 10. 원고는 이 사건 대여금의 담보조로 위 피고에게 교부하였던 이 사건 당좌수표 7매를 모두 반환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담보물의 교부ㆍ보관을 증명하는 이 사건 물품교환증을 위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 위와 같이 이 사건 당좌수표와 이 사건 물품교환증을 서로 교환하면서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나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과 관련하여 추가 변제나 정산 요구 내지는 그에 관한 협의, 또는 기타 이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 그 후에도 원고는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에 따른 정산금의 지급을 요청하지 않은 채 피고 1 내지 피고 민국약품 주식회사와 사이에 계속하여 정상적인 거래를 하여 온 사실, 원고는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시로부터 3년여가 지난 후 원고의 대표사원인 소외인이 피고 1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실들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고와 피고 1 및 피고 민국약품 주식회사의 관계, 이 사건 약정의 체결 경위 및 내용, 제약업계의 거래 현황과 그 당시의 경제 현황,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 경위 및 내역, 이 사건 담보물 처분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2001. 10. 10. 원고와 피고 1이 이 사건 물품교환증과 이 사건 당좌수표를 상호 교환할 당시에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 및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과 관련한 정산을 완료하는 것으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 1에게 이 사건 물품보관증을 교부할 당시 피고 1과 사이에 이 사건 담보물의 처분과 관련한 정산을 종료하는 합의를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그와 같은 합의에 따라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정산금 지급의무는 모두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논리칙과 경험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 및 제반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2001. 10. 10.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이루어진 위 정산완료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원심이 원고와 피고 1 사이의 위 정산완료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이러한 원심의 판단 누락은 결과적으로 이 사건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판단유탈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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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7.1.19.선고 2006나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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