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먼저 소멸하는 부분(=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
판결요지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 적용되고,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과실상계를 한 결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중개보조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중개보조원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공1994상, 1078)(변경)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공1994하, 2275)(변경)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공1995상, 1571)(변경)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6246 판결(변경)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공1995하, 2773)(변경)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55706 판결(공1998하, 2206)(변경)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55154 판결(공1999상, 536)(변경)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0521 판결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12362 판결(변경)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공2004상, 712)(변경)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1893 판결(변경)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49748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공2012하, 1290)(변경)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26947 판결(변경)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원고승계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상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홍윤 담당변호사 정성일)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승계참가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이 사건 판단의 전제가 되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제1심 원고인 소외 1은 개업공인중개사인 피고의 중개로 이 사건 아파트를 소외 2에게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 2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수령할 권한을 피고의 중개보조원인 소외 3에게 위임하였다.
(2) 이에 따라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잔금 198,000,000원을 수령하였고, 한편 소외 1로부터 위 임대차보증금 잔금으로 자신의 대출금을 변제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출금상환수수료로 5,406,000원을 지급받았다.
(3) 그러나 소외 3은 위 임대차보증금 잔금과 대출금상환수수료를 횡령하였다.
(4) 그 후 소외 3은 소외 1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 중 97,222,343원을 변제하였다.
나. 제1심은, 소외 3은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전체 손해액 218,432,332원(임대차보증금 잔금 198,000,000원, 대출금상환수수료 5,406,000원 및 제때에 대출금이 변제되지 않음으로써 그 후 원고가 추가로 지출한 대출금 이자 15,026,332원을 합한 금액이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피고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에 따라 소외 3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나, 다만 소외 1 측에게도 과실이 있으므로, 과실상계에 의하여 그중 50%인 109,216,166원에 대하여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은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변제된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 중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48,611,171원(= 97,222,343원×0.5)은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그 범위에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 쟁점은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이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피고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멸시키는지 여부이다.
2.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변제로 인하여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하는지 아니면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멸하는지에 관하여 상반된 판결들이 있다.
가. 우선 다액채무자의 일부 변제금 중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들이 있다.
(1)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은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관한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피용자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와 같이 과실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는 궁극적으로 피용자 본인이 손해를 배상할 자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와 사용자 사이에 그로 인한 손해를 공평 타당하게 분담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는 이유로,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변제금 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 은 피용자 또는 피용자와 공동불법행위 관계에 있는 다른 불법행위자가 불법행위 성립 후에 피해자에게 변제약정을 체결한 다음 그에 따라 일부 돈을 지급한 경우에도 자신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망하려는 수단으로 변제약정을 한 것이라면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도 소멸한다고 판시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
(2)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은 사용자책임뿐만 아니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에 다액채무자가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중 소액채무자의 채무는 그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이와 달리 다액채무자의 일부 변제금은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먼저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들이 있다.
(1)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0521 판결 은 제3자의 대출금채무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고 대출금채무자로서 다액채무자인 제3자가 일부 상계한 사안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다액채무자의 상계로 인하여 소멸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판시하였다.
(2) 그리고 제3자의 약정금채무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가 문제 된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았다. 즉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49748 판결 은 금융기관에 예탁된 고객의 금원을 횡령하여 구속된 피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피용자의 처가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배상해 주기로 약정한 후 그 일부를 변제한 사안에서,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다액채무자인 약정금채무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판시하였다.
3. 이와 같이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이른바 ‘과실비율설’에 입각하여,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먼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등 참조). 이처럼 과실상계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되는 법리이므로, 피해자의 손해액 중 자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액수를 책임지게 함으로써 과실상계를 인정하는 취지는 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실상계의 법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의 분담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과실상계를 중복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나. 부진정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부에 대하여 각자 독립하여 전부를 급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를 말한다.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생긴 사유 중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변제 등과 같은 사유 이외에는 다른 채무자에게 그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하여 채권자는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점에서 부진정연대채무는 연대채무와 비교하여 채권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부진정연대채무의 대외적 관계로서 채권자는 채무자들 가운데 누구에게라도 그 책임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일부 변제 후 일부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위험부담의 문제는 채무자들 사이의 내부 구상관계에서 문제 될 뿐 채권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의 일부를 채권자인 피해자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채권자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부진정연대채무의 성질에 반하기 때문이다.
다. 당사자의 의사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종래 대법원이 과실비율설을 적용한 유형과 그 밖의 다른 유형의 부진정연대채무가 다르지 아니하므로 동일한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당사자를 피해자(채권자,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 소액채무자와 다액채무자로 보면, 피해자와 소액채무자의 의사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어느 유형에서나 유사하다. 즉, 피해자는 단독 부담부분이, 소액채무자는 공동 부담부분이 소멸될 것을 원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액채무자의 의사 또한 명시되지 않는 한 그 의사가 단독 부담부분이 소멸되기를 원할 것인지, 공동 부담부분이 소멸되기를 원할 것인지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용자책임 사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단독 부담부분이 소멸된다고 보는 것이 다액채무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의 범위는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로 제한된다( 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1045 판결 ,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등 참조). 피용자의 일부 변제 이후에 사용자가 자신의 나머지 채무를 모두 변제한 후 피용자를 상대로 구상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전체 채무액에서 사용자가 변제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을수록 앞서 본 구상권 범위 제한으로 인하여 피용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되어 피용자에게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피용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단독 부담부분에 충당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변제 비율을 높이는 것이 되어 피용자에게 유리하므로 피용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라. 과실비율설에 의하면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 후 무자력이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로서는 채권 전액을 변제받을 수 없다. 소액채무자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그 일부 변제로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하여는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와 달리 소액채무자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는다면 소액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 전액을 변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누구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느냐에 따라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한다.
더구나 과실비율설을 따르게 되면, 피해자는 다액채무자로부터 일부 변제를 받은 경우 소액채무자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하여 그 부분 금액은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으므로 소액채무자에게 그 나머지 부분을 청구하여 변제를 받더라도 결국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었던 금액을 언제나 다액채무자에게 다시 청구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도록 할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마. 앞서 본 것처럼, 대법원 2007다49748 판결 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의 처가 손해배상약정을 한 다음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약정금 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고 보았다. 반면에 대법원 2010다73765 판결 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 자신이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망하려는 수단으로 변제약정을 한 다음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도 소멸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안이 과실비율설을 적용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구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이미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판시된 경우 이외의 사안에 대하여는 예견가능성이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모든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바. 대법원은 일부보증과 관련하여 주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보증인은 보증한도 내에서 일부 변제되고 남은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다카1261 판결 참조), 채무액이 다른 연대채무의 경우에도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그 변제자가 부담하는 채무 중 공동으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의 채무 변제에 우선 충당되고 그 다음 공동 부담부분의 채무 변제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85281 판결 참조). 과실비율설은 이러한 판결들의 취지에 배치된다.
사. 사용자책임 유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도 들 수 있다. 즉 사용자책임은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인정된 것인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까지 피해자에게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책임의 제도적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은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되는데, 사용자의 구상권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피용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피해자의 실제 분담비율이 과실비율설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아. 공동불법행위책임 유형과 관련하여, 공동불법행위자들 사이에서는 구상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공동불법행위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은 그들 내부관계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피해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4. 그러므로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 적용되고,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과실상계를 한 결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중개보조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중개보조원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달리 사용자책임 또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다액채무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도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6246 판결 ,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55706 판결 ,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55154 판결 ,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12362 판결 ,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1893 판결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2694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5.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다액채무자인 소외 3이 지급한 돈은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변제로 소멸시킨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소외 3의 변제에 의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소멸되는 부분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일부 변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승계참가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각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위 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기 위하여, 편의상 공동채무자 갑과 을 중 갑의 채무액이 1,000만 원, 을의 채무액이 600만 원인 사례를 예로 든다.
가. 이 사례에서 채권자는 갑에 대하여 1,000만 원까지, 을에 대하여 600만 원까지 각각 변제받을 수 있고, 다만 그 합계액이 1,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갑은 자신의 채무액인 1,000만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고, 다만 을의 변제액과 합하여 1,000만 원을 넘어 변제할 의무는 없다. 을은 자신의 채무액인 600만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고, 다만 갑의 변제액과 합하여 1,000만 원을 넘어 변제할 의무는 없다. 이것이 채무액이 다른 공동채무의 법률관계의 본질이다.
이러한 공동채무의 법률관계는, 갑과 을이 공동으로 600만 원의 공동채무를 부담하고, 갑이 단독으로 4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와는 다른 법률관계이므로 그러한 경우의 법률관계를 이 사건에 유추적용할 것은 아니다.
나. 위 4.항에서 변경하기로 한 판례의 법리, 즉 이른바 과실비율설에 따를 때 나타나는 문제점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갑과 을이 각각 500만 원씩을 준비하여 채권자를 찾아가는 경우를 가정한다. 을이 먼저 500만 원을 변제한다면 갑의 채무는 500만 원이 남게 되어 채권자는 갑의 돈 500만 원도 변제받을 수 있게 되어 채권 전액을 변제받게 된다. 그러나 갑이 먼저 500만 원을 변제한다면 그 순간 을의 채무는 300만 원(= 500만 원×0.6, 채무액에 따라 안분한다)이 소멸하고 300만 원만 남게 되어 채권자는 을이 준비한 돈 중 300만 원만을 변제받고 200만 원은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채권자는 다시 갑에게 200만 원의 변제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공동채무관계에 있어서 공동채무자들의 각각의 일부 변제의 시간적 순서가 그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는 채무액을 좌우하는 하나의 법률요건이 된다고 하는 파탄적인 법질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 위 의견과 이 보충의견의 논거를 종합하여 보면, 위 의견이 취한 법리는 채무액이 다른 공동채무관계의 모든 유형에 적용됨이 마땅하다.
8.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의 쟁점은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하 ‘단독 부담부분’이라 한다)부터 소멸하는지 아니면 다른 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하 ‘공동 부담부분’이라 한다)도 그 채무액에 비례하거나 과실비율에 따라 소멸하는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정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7조 를 유추적용하여 해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이와 같이 법정변제충당 규정은 수개의 채무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하나의 채무 중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으로 구분되는 경우에는 법정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채무를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수개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와 유사하기 때문에, 위 규정을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이라고 한다. 유추는 법규범이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적용되는 것으로 법률의 흠결 보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해석을 통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
부진정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같은 내용의 채무에 대하여 각자 독립하여 채권자에게 전부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민법상의 연대채무에 속하지 않는 채무이다. 대법원은 종래 민법상의 연대채무와 구별되는 부진정연대채무 개념을 인정하면서 채권자의 채권 만족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변제 등에 대해서만 연대채무와 같이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한 것은 채권자 보호를 위해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자들의 자력 여부와 관계없이 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보장하려는 데 있다.
민법 제477조 의 법정변제충당은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해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고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은 때 적용되는 변제충당의 순서를 정한 것이다. 이는 주로 채무자의 추정적 의사를 고려해서 충당의 순서를 정한 것으로서 변제자인 채무자의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법정변제충당에서는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의 변제충당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민법 제477조 제1호 ),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않은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에 법정충당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민법 제477조 제2호 ). 또한 민법 제477조 제4호 는 채무자의 변제이익, 이행기의 도래 여부나 선후가 같은 경우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때에도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를 기준으로 어느 채무가 변제이익이 많은지를 선행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일부 변제를 한 경우 이행기의 도래 여부나 이행기의 선후는 문제 될 여지가 없고 오로지 변제이익만이 문제 된다. 이 경우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 중 어느 쪽이 먼저 소멸한다고 볼 것인지는 채권자, 그리고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다른 채무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진정연대채무는 채권의 담보력을 강화해서 채권의 현실적인 만족을 얻도록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채무자의 일부 변제 효과를 판단할 때에도 고려되어야 한다.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채권자를 기준으로 해서는 단독 부담부분이 변제이익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채무자를 기준으로 해서는 경우에 따라 변제이익이 달라질 수 있어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 중 어느 쪽도 변제이익이 많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에 법정충당의 우선권을 부여한 민법 제477조 제2호 를 부진정연대채무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
민법 제477조 제4호 는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의 변제이익을 기준으로 법정변제충당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채권자의 채권 만족을 확보하기 위한 부진정연대채무와는 규범목적이 상반된다.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여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이 그 금액에 비례하여 소멸한다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하는 취지가 몰각된다. 그 결론이 채무자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부진정연대채무에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면 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온다.
사안의 유사성만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유추의 정당성까지 긍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경우 일부 변제의 상황이 수개의 채무에 대한 일부 변제에 따른 법정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범적 차원에서 유추적용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부진정연대채무의 여러 유형 사이에 다른 결론이 도출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을 없애고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규율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477조 의 유추적용으로 해결할 수 없고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라. 그러므로 민법 제477조 에서 정한 법정변제충당을 부진정연대채무에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그중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단독 부담부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