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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6다203315 판결
[위약배상금][공2016하,853]
판시사항

어떤 사람이 대리인의 외양을 가지고 행위하는 것을 본인이 알면서도 이의를 하지 아니하고 방임하는 등 사실상의 용태에 의하여 대리권의 수여가 추단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는 불요식의 행위로서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함이 없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할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이 대리인의 외양을 가지고 행위하는 것을 본인이 알면서도 이의를 하지 아니하고 방임하는 등 사실상의 용태에 의하여 대리권의 수여가 추단되는 경우도 있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태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위대훈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리권을 수여하는 수권행위는 불요식의 행위로서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함이 없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할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이 대리인의 외양을 가지고 행위하는 것을 본인이 알면서도 이의를 하지 아니하고 방임하는 등 사실상의 용태에 의하여 대리권의 수여가 추단되는 경우도 있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소외인은 위임장,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았는데, 원고는 피고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 없이 거액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피고도 거액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에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소외인에게 전화통화만으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② 소외인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매매대금을 절충하는 등 중개인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와 피고 사이에 매매대금 등에 관하여 대략적인 의사의 접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가적인 협의를 통하여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하고 매매계약을 완성할 것을 예정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위와 같은 단계에서 피고가 소외인에게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서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금을 송금한다면 받아두어도 무방하다는 정도로 생각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서울에 거주하는 피고는 서귀포시에 소재한 이 사건 토지를 33억 원에 매도하려고 몇 년간 매수인을 찾던 중 제주에 거주하는 소외인을 알게 되었고, 피고의 부탁으로 소외인 역시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을 찾다가 매수의사가 있는 원고를 만나게 되었다.

② 소외인은 2014. 8. 6. 마침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피고와 세 차례 통화하여 원고의 매수의사를 알렸고, 피고는 계약금 수령을 위해 자신의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었다. 또한 피고는 소외인에게 매매대금에서 1,000만 원까지는 깎아줄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③ 소외인은 2014. 8. 7. 자신을 피고의 대리인으로 하여 원고와 사이에 매매대금을 32억 9,000만 원으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원고는 계약금 3억 3,000만 원을 피고가 알려준 위 계좌로 송금하였다.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는 특약사항 중 하나로 ‘중도금 및 잔금 일정은 매도인과 협의하에 차후 다시 정하기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④ 소외인은 같은 날 피고에게 ‘계약금 3억 3,000만 원이 입금되었고, 한국에 귀국하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피고와 약 7분 26초간 통화하기도 하였다.

⑤ 피고는 귀국한 다음 날인 2014. 8. 11. 소외인을 만나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교부받았는데, 당시 매매대금의 액수나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소외인이 대리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매매목적물에 착오로 기재된 토지가 있어 이를 제외하여야 함을 지적하고, 중도금 액수 및 그 지급시기를 조율하기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는 2014. 8. 12. 소외인을 통해 원고에게 계약해제 의사를 전달하였고, 원고로부터 계약금의 배액 상환을 요구받자 자신은 소외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가 소외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거나 매매계약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를 32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매매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 의사합치의 정도, 대리권의 수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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