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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53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2012하,1258]
판시사항

[1]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및 증인에게 증언 내용을 번복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죄에서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알선의 대가를 형식적으로 체결한 고용계약에 터잡아 급여의 형식으로 지급한 경우, 알선수재액과 필요적 몰수·추징액(=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알선수재자가 실제 지급받은 금액)

판결요지

[1]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7조 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검사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소환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추궁한 다음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대신 그로 하여금 본인의 증언 내용을 번복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법원에 제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3조 , 제13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7조 , 제10조 제2항 , 제3항 의 내용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알선의뢰인이 알선수재자에게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알선의 대가를 형식적으로 체결한 고용계약에 터잡아 급여의 형식으로 지급한 경우에, 알선수재자가 수수한 알선수재액은 명목상 급여액이 아니라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알선수재자가 실제 지급받은 금액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위 금액만을 특가법 제13조 에서 정한 ‘ 제3조 의 죄를 범하여 범인이 취득한 해당 재산’ 또는 특경법 제10조 제2항 에서 정한 ‘ 제7조 의 경우 범인이 받은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으로서 몰수·추징하여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순성 외 6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변호인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7조 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 대법원 2000. 6. 15. 선고 99도11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검사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소환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한 다음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대신 그로 하여금 본인의 증언 내용을 번복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법원에 제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 1 작성의 진술서는 공소외 1이 제1심 공판기일에서의 증언 직후에 검사의 소환을 받고 그 증언 내용을 추궁받은 다음 2008. 9. 5.경 ○○호텔까지 운전해 간 경로에 대한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 중 일부를 번복하는 취지로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서, 그 진술서의 내용과 작성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의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추궁하여 종전의 증언 내용을 번복하는 내용으로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아니한 이상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증거능력 없는 공소외 1의 진술서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조치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2008. 9. 5. ○○호텔에서 공소외 2를 만나 10억 1,06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등 참조), 증인의 진술이 그 주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외 2, 1, 3의 각 진술이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으나 그 주요 부분에 대한 진술은 대체로 모순 없이 일치하고 일관성이 있으므로 이를 모두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한 다음, 공소외 2, 1, 3의 각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이 2008. 4. 16. 공소외 2로부터 현금 11억 원을 수수한 사실 및 2008. 9. 5. 공소외 2를 ○○호텔에서 만나서 10억 1,06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2008. 9. 5. △△호텔에 계속 있었기에 ○○호텔에서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었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현장부재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 내지 현장부재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공판중심주의 또는 직접주의 원칙 등을 위반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 4점에 대하여

금품수수의 명목이 단지 알선행위를 할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는 것으로 국한되는 경우에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아니하지만, 반드시 알선상대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그에게 직접 청탁·알선할 것을 금품수수의 명목으로 하여야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청탁할 알선상대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 영향력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간인물을 통하여 청탁·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도 알선수재죄는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 등 참조).

또한 공소사실의 특정은 공소제기 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등 참조).

한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고만 한다) 제7조 같은 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금융기관의 업무가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가의 경제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그 임·직원의 직무관련 수재( 제5조 )나 그들에 대한 증재( 제6조 ) 이외에도, 그 직무에 개입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함에 입법 취지가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알선’이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이에 해당하고, 그 알선행위가 과거의 것이나 정당한 직무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이에 포함되며, 위와 같은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였다면 실제로 어떤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위 죄는 성립한다(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당해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족하고, 나아가 알선자가 수수한 금품에 그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외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706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검사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될 수 있을 만큼 공소사실을 특정하였고, 피고인이 단순히 한국산업은행 임·직원에게 알선을 하여 줄 제3자인 공소외 4의 소개만을 한 것이 아니라, 전직 한국산업은행 부총재로서 한국산업은행 임·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간인물인 공소외 4를 통해 한국산업은행 임·직원에게 직접 알선행위를 하였으며, 피고인의 산업은행에 대한 알선행위와 피고인이 수수한 26억 1,060만 원 사이에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고, 위 26억 1,060만 원에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알선행위의 대가로서의 성질 이외에 다른 도움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이상 그 전부가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며, 피고인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면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여 알선수재의 범의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나 알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앞서 본 법리에 관한 판례 이외에 피고인이 상고이유에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상고이유 제5, 6점에 대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만 한다) 제3조 소정의 알선수재죄는 반드시 담당 공무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그에게 직접 청탁·알선할 것을 금품수수의 명목으로 하여야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청탁할 공무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 영향력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간인물을 통하여 청탁·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으며, 중간인물은 반드시 공무원일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청탁·알선의 대상이 반드시 그의 직무에 속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2도360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2가 직접 피고인에게 감사원 등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알선을 명시적으로 부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5를 통해서 피고인에게 공유수면매립분쟁과 관련된 공무원들에게 알선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고인은 2008. 7.경 공소외 2의 알선의뢰를 승낙하였을 뿐 아니라 공소외 2의 부탁에 따라 중간인물인 공소외 6 및 공소외 6의 영향력이 미치는 다른 국정원 직원을 통해 알선행위에 나아가기까지 하였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4과의 특별세무조사에 관한 공소외 2의 알선의뢰와 피고인의 승낙이 있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알선수재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7점에 대하여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알선할 사항이 공무원 내지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고, 금품 등 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단지 금품 등을 공여하는 자가 금품 등을 수수하는 자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 속에 금품 등을 교부하고, 금품 등을 수수하는 자 역시 공여자가 그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금품 등을 교부하는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이를 수수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565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2008. 7.경 공유수면매립분쟁과 관련하여 감사원, 거제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알선의뢰와 승낙이 있었기에, 공소외 2가 2008. 7.경 이후 지급한 급여 및 상품권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의 알선에 관하여 공여한 금품이고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공여한 금품이라고 볼 수 없고, 2009. 12.경 하나은행, 우리은행 대출과 관련하여서도 구체적인 알선의뢰와 승낙이 있었기에, 공소외 2가 2009. 12.경 이후 지급한 급여는 구체적인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의 알선에 관하여 공여한 금품이고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공여한 금품이라고 볼 수 없으며,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부분 각 알선청탁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전체적,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알선수재의 범의가 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알선수재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5. 상고이유 제8점에 대하여

특경법 제7조 소정 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 함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자의 사건 또는 사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지만, 피고인이 청탁을 명목으로 법인의 대표이사로부터 금원을 받고 로비활동을 하여 오던 중, 그 활동상의 편의를 위하여 그 법인의 통상업무에는 전혀 관여함이 없이 형식적으로 그 법인의 이사로 등기를 경료하고 그 법인의 이사 등 직함을 사용하면서 청탁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이는 피고인 자신의 사무라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357 판결 등 참조).

특경법 제7조 에서 말하는 ‘알선'이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그 알선행위가 정당한 직무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이에 포함되며, 위와 같은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였다면 실제로 어떤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위 죄는 성립한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649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공소외 7 주식회사로부터 월급 명목의 금품을 수수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신이 월급 명목의 금품을 수수하는 회사도 아닌 공소외 8 주식회사의 대출을 알선해 주는 업무를 피고인 자신의 업무라고 볼 수 없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하나은행에 대한 알선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 대출과 관련하여 실제로 어떤 알선행위를 하였는지는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이 아니기에 하나은행 대출과 관련하여 실제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특경법 제7조 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6. 상고이유 제9점에 대하여

특가법 제3조 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3조 는 “ 제3조 또는 제12조 의 죄를 범하여 범인이 취득한 해당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특경법 제7조 는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0조 제2항 은 “ 제5조 부터 제7조 까지 및 제9조 제1항 · 제3항 의 경우 범인 또는 정황을 아는 제3자가 받은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한다.”고 규정하며, 같은 조 제3항 은 “ 제1항 또는 제2항 의 경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특가법 제13조 특경법 제10조 제2항 ,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금품 기타 이익을 범인 또는 제3자로부터 박탈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다(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도167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특가법 제3조 , 제13조 특경법 제7조 , 제10조 제2항 , 제3항 의 내용과 그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알선의뢰인이 알선수재자에게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알선의 대가를 형식적으로 체결한 고용계약에 터잡아 급여의 형식으로 지급한 경우에, 알선수재자가 수수한 알선수재액은 명목상의 급여액이 아니라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알선수재자가 실제 지급받은 금액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위 금액만을 특가법 제13조 소정의 ‘ 제3조 의 죄를 범하여 범인이 취득한 해당 재산’ 또는 특경법 제10조 제2항 소정의 ‘ 제7조 의 경우 범인이 받은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으로서 몰수·추징하여야 한다 .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공유수면매립분쟁 조정, 세무조사 무마, 금융기관 대출 알선의 대가로 공소외 7 주식회사와 사이에 형식적으로 체결한 고용계약에 터잡아 실제 지급받은 283,899,230원뿐만 아니라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포함한 명목상 급여 4억 원 전액에 대하여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다음, 합계 32억 1,060만 원(한국산업은행 워크아웃 알선 명목 수수금품 26억 1,060만 원 + 공유수면매립분쟁 조정, 세무조사 무마, 금융기관 대출 알선 명목 수수 상품권 2억 원 및 급여 4억 원)을 추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알선수재액 및 추징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7.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공유수면매립분쟁 조정, 세무조사 무마, 금융기관 대출 알선 명목 금품수수로 인한 특가법 위반(알선수재)죄 및 특경법 위반(알선수재)죄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와 나머지 유죄 부분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인정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일환 민일영 박보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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