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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대전지법 홍성지원 2010. 2. 11. 선고 2009고단606,873,2009고정512 판결
[국가공무원법위반] 항소[각공2010상,624]
판시사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소속 교사로서 국가공무원인 피고인들이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시국선언문(제1, 2차)을 발표하고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 등 집회에 참가함으로써,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는 구 국가공무원법 제84조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소속 교사로서 국가공무원인 피고인들이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정책을 비난하고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내용(제1차) 또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징계방침 철회 및 대통령의 자세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제2차)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 등 집회에 참가함으로써,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는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서 같은 법 제66조 제1항 에서 정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며,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검사

이영남

변 호 인

변호사 정연기

주문

피고인 1을 벌금 1,000,000원에, 피고인 2, 3을 각 벌금 7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1, 2, 3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각 유치한다.

피고인 4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범죄사실

1. 피고인들의 공동범행

[ 2009고단606, 2009고정512 : 2009. 6. 18. 제1차 시국선언]

피고인 1은 홍성여고 교사인 국가공무원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한다) 충남지부장, 피고인 2는 아산 동방초등학교 교사인 국가공무원으로 위 지부 수석부지부장, 피고인 3은 천안 성환고등학교 교사인 국가공무원으로 위 지부 사무처장, 피고인 4는 광천제일고등학교 교사인 국가공무원으로 위 지부 정책실장이다. 전교조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 한다)에 따른 교원노동조합이다. 전교조는 본부와 산하에 서울·경기·부산·대구·경북·인천·광주·대전·울산·충남·충북·강원·경남·전남·전북·제주 등 16개 광역별 지부, 구·시·군별 등으로 설치된 252개 지회, 조합원의 소속 학교 단위로 구성된 9,754개 분회를 두고 있다.

전교조는 2009. 6. 9.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개최된 제360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내용의 ‘6월 교사 시국선언’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전교조는 2009. 6. 11.~ 6. 15.경 각 지부에 “시일이 촉박하게 조직할 수밖에 없어 서명을 17일까지 마감하며, 분회에서는 교사명단을 지회, 지부로 팩스를 통해 보내되, 비조합원도 가능하다. 각급 학교 분회장을 상대로 ‘교사 시국선언 실시 알림’ 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팩스로 시달하여 2009. 6. 17.까지 서명기간으로 정해 6. 18. 지부별 선언 참여 인원 및 명단을 본부로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피고인들은 전교조 소속 간부 및 소속 조합원 등과 함께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정책을 비난하고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2009. 6. 12.경 충남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 664 태양빌딩에 있는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위 전교조 본부의 지시에 따라 ‘교사 시국선언 실시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교사 시국선언문을 첨부하여 각 분회장들에게 발송하여 서명을 팩스로 접수하는 등으로 2009. 6. 12.부터 6. 17.까지 교사들의 서명운동을 주도하여 피고인들을 포함한 1,200여 명의 교사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이를 전교조 본부에 제출하였다. 전교조는 2009. 6. 18. 11:00경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대한문 앞에서 전교조 위원장인 정진후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교사 시국선언-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남용으로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 집회, 표현, 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습니다. 공안권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는 구시대적 행태가 부활되고 있습니다. (중략)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선적 정국운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권의 독선은 민생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온 생태와 평화 등 미래지향적 가치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작년 온 나라를 덮었던 촛불의 물결, 올해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시대를 역행하는 현 정부의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에 우리는 오늘 이 선언을 발표하며, 현 정부가 국정을 전면 쇄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를 기리는 정진후 외 16,171명의 교사’ 명의로 발표하고, 2009. 6. 22.경 전교조 소식지인 ‘교육희망’에 서명교사 17,189명의 명단을 게재하였다(이하 ‘제1차 시국선언’이라 한다).

결국, 피고인들은 전교조 간부 및 소속 교사들과 공모하여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

2. 피고인 1, 2, 3의 공동범행

[ 2009고단873 : 2009. 7. 19. 제2차 시국선언 및 집회 참가]

전교조는 2009. 6. 18. 제1차 시국선언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결정하였다. 전교조는 이에 반발하여 2009. 6. 28. 서울에 있는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제361차 임시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피고인 1 등 16개 지부장들이 중앙집행위원으로 참석한 가운데, 2차 시국선언인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피고인들은 2009. 7. 1.경 위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전교조 본부의 지시에 따라 ‘제2차 교사 시국선언 집행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시국선언 교사 탄압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라는 제목의 교사 시국선언문을 첨부하여 피고인들이 결재한 다음, 각 분회장들에게 발송하고, 2009. 6. 30.부터 7. 15.까지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이를 전교조 본부에 제출하였다.

전교조는 2009. 7. 19. 14:00경 서울 중구 태평로 1가에 있는 서울광장에서, 전교조 위원장인 정진후와 전교조 간부 20여 명이 “전교조는 시국선언의 정당함을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고발 및 징계를 철회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위 정진후 외 28,634명의 교사 명의로 된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다(이하 ‘제2차 시국선언’이라 한다). 그리고 전교조는 같은 날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위 기자회견문과 시국선언문을 게시하였다. 위 시국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방침을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 및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징계방침 철회를 요구하면서 제1차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대통령의 자세전환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제1차 시국선언에 대한 정부의 제재방침에 반대하는 취지로 2009. 7. 19. 16:00부터 같은 날 17:00까지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교조 소속 조합원 1,100명, 민공노 소속 조합원 150명, 전공노 소속 조합원 100명, 법원노조 소속 조합원 50명 등이 참가한 가운데 ‘7. 19. 제2차 범국민대회’의 사전행사인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가 개최되었고, 연이어 17:00경부터 19:00경까지 같은 장소에서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는데, 피고인들은 위 규탄대회 및 제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이하 ‘이 사건 집회참가’라 한다)하였다.

결국 이로써 피고인들은 전교조 간부 및 소속 교사 등과 공모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일부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1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1. 공소외 2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사본)

1. 각 교사 시국선언문, 전교조 조직 등 관련 자료, 교사 시국선언 실시 알림 공문, 전교조 충남지부 공문, 시국선언 교사명단, 제360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록, 제361차 비상 임시 중앙집행위원회 관련 자료, 전국사무처장회의 결과(각 사본)

1. 통신사실조회 결과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1. 형의 선택

각 벌금형

1. 경합범가중 ( 피고인 1, 2, 3)

1. 노역장유치

1. 선고유예 ( 피고인 4)

형법 제59조 제1항 (유예된 형: 벌금 500,000원, 노역장 유치 1일 환산 50,000원)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소송법적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 불특정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처벌을 구하고 있는 ‘집단행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각 공소사실의 기재가 장황하고, 그 내용이 범행의 동기, 배경, 과정 기타 정황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기술한 것인지 특정이 이루어져있지 않아 이 사건 공소제기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전교조의 구성조직, 이 사건 주1) 시국선언 을 하게 된 경위, 시국선언의 내용, 집회의 배경 등이 다소 장황하게 기재되어 있긴 하다. 다만,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다(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7도7700 판결 등 참조). 아울러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사건의 배경과 경위와 같은 요소를 공소사실에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허용될 필요도 있는 것인바, 이 사건 공소장의 기재내용을 종합적으로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경위 등의 기재는 국가공무원법상 허용되지 않는 집단행위라는 구성요건적 사실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 적시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재 때문에 공소사실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더구나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공판절차 진행 중 소송지휘권의 행사를 통해 구체적인 구성요건요소로서의 ‘집단행위’는 피고인들이 교사들에게 서명을 받아 제출하여 전교조에서 1, 2차 시국선언을 한 행위 및 집회에 참가한 행위라는 점이 지적된 바 있기도 하다. 판시 범죄사실의 기재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배경설명 부분은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의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1)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장 기재에 있어 피고인들이 ‘정부정책을 비난할 목적을 가지고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취지의 기재는 피고인들이 평소 적극적으로 반정부적 견해를 가지고 있던 중에 이 사건에 이르렀다고 오인될 여지가 있고, 재판부에 예단을 줄 우려가 있는 공소장 기재이므로 이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하지만 ‘정부정책을 비난할 목적을 가지고 시국선언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취지의 공소장 기재는 이 사건 시국선언을 함에 있어 피고인들의 범행동기와 공모한 내용을 표시한 것일 뿐 달리 공소장에 기재된 위와 같은 사실이 피고인들의 기존의 정치적 견해나 반정부적 성향에 관하여 예단을 불러일으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장에 이 사건 시국선언의 행위주체로서 ‘전교조’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사용되고 있는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위반의 행위주체는 공무원 개개인임에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곧 전교조의 행위이고 전교조의 행위가 곧 피고인들의 행위인 것과 같이 표시되어 있어 유죄의 예단을 주는 표현을 하고 있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피고인들이 직접 분담한 실행행위 부분(피고인들의 실행행위는 시국선언을 하기 위하여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어 교사들의 서명을 모집한 후 전교조 본부에 전달하여 시국선언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특정되어 있다)의 기재 이외에는 시국선언을 행한 행위주체가 공무원 개개인이나 그 무리가 아니라 전교조라는 단체인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1만 6,000여 명(1차 시국선언) 및 2만 8,000여 명(2차 시국선언)에 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개개인을 집단행위 가담자로 인적사항을 특정하여 공소장에 기재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하여 단체적 명칭으로 특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측면과 함께 이 사건 시국선언에는 전교조 조합원 중 참여하지 않은 교사도 있을 것이고, 비조합원 중 참여한 교사가 있을 수 있으며, 시국선언의 표제 자체도 전교조 시국선언이 아니라 교사 시국선언으로 되어있긴 하나, 그 실질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시국선언을 기획하고 각 지부를 통해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서명을 모집하도록 한 후 이를 모아 전교조의 위원장 및 집행진이 언론 및 일반을 상대로 발표한 것으로서, 시국선언계획을 수립, 실행하고 수집된 집단의사를 최종적으로 표출하는 주도적인 핵심역할은 단체로서의 전교조가 담당했다는 점, 피고인들도 전교조를 통하여 정치적 집단행위인 이 사건 시국선언에 이르렀다는 점 등을 공소사실에 기재함에 있어 집단행위의 표출기관을 공소사실에 특정하기 위해서 ‘전교조’라는 단체의 명칭을 적시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들에게 단체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집단행위를 처벌하는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범행주체를 집단행위를 주도한 단체로 특정하는 표시가 부득이한 이상 시국선언의 주체를 실제로 이 사건 시국선언을 계획, 주도, 집행한 단체인 전교조라고 표시하였더라도, 이러한 기재만으로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의 기재에 오류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에 대한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국 공소장일본주의에 반한다는 취지의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공소권 남용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이 사건 시국선언에 참여한 다른 교사들도 다수인데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공소제기 된 것은 형평에 반하는 공소권의 남용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는바, 이 사건 수사 및 공소제기는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피고인들을 고발한 것이 단서가 되어 비롯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교조 전임자들만을 고발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점은 엿보이나, 검찰이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이러한 고발의 배경에 있는 정치적인 고려를 하여 시국선언엔 참여한 다른 교사들에는 대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공소제기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변호인의 위 공소권남용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실체법적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구성요건인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판단의 기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같은 법 제84조 에 의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위 법이 정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 함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서 단체의 결성단계에는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말하는데( 대법원 1998. 5. 12. 선고 98도662 판결 참조), 구체적으로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 헌법상의 원리,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축소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 등 참조).

(2)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의 의미

(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존부

(ㄱ) 규범적 의미에서 공익이란 법질서가 추구하고, 보호하며, 조장해야 할 객관적인 공공의 이익이라 할 것이고, 공익과 사익 혹은 공익간에 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 및 관련 법령의 해석에 기초하여 각각의 충돌되는 이익이 고려하는 대상, 각 이익의 중요성과 크기, 어떤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침해되는 다른 이익의 내용과 침해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법질서가 보호하여야 할 이익이 결정되어야 한다. 한편, 집단행위의 해석에 있어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이라 함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목적범의 목적과 같이 볼 것은 아니며, 이는 집단행위의 의미를 위와 같이 객관적·목적론적으로 축소해석함에 있어 그 해석 표지로서의 기능을 하는 개념인바, 결국 피고인들에게 어떤 주관적 내심의 지향점으로서의 목적(이는 집단행위에 가담한 개개인별로 모두 다를 수 있다)이 있었는지보다는 피고인들이 목적한 행위(이 사건 시국선언의 내용과 같은 집단적·정치적 의사의 표출이다)가 객관적으로 공익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헌법적 차원에서 피고인들이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라 주장하는 가치는 결국 헌법 제21조 제1항 에서 정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인바, 구체적으로는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헌법적 가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헌법 제7조 )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헌법 제31조 제4항 )이라 할 것이다.

(ㄴ)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의견과 정치사상을 외부에 표현하는 자유를 의미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으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법률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4다62597 판결 등 참조), 더구나 공무원이자 교사로서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는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정치적 중립성의 유지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있는 공공복리상 필요에 따라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에 의하여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정당성이 존재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정치적 기본권으로서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법률의 유보가 없으면 제한될 수 없는바, 특히 국가공무원이자 교사인 피고인들의 정치적 기본권은 국가공무원법, 교육기본법, 교원노조법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제한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에서는 공무원에 대하여 ① 정당 등 정치단체 결성에 가입하거나( 동조 제1항 ), ②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거나( 동조 제2항 ), ③ 기타 정당의 목적달성을 위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반대하거나, 선거에서 당선·낙선하게 할 목적으로 행하는 시위·출판·의견공표 등 정치적 행위( 동조 제4항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 )를 금지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되며( 동법 제6조 제1항 ),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 동법 제14조 제4항 )고 규정하고 있고, 교원노조법 제3조 에서는 교원의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과 위 국가공무원법, 교육기본법, 교원노조법의 각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으로서 교사 개인은 국가공무원이라는 특수신분과 그 중에서도 특별히 교사라는 직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직무수행(특히 수업권의 행사)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킬 의무가 있고, 법령에서 정한 편파적 정치활동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나아가 집단으로서 교사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집단적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일체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ㄷ) 이에 대하여 피고인 1은 ‘이 사건 시국선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행위가 아니었고, 교원노조법교육기본법의 조항들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i) 교원노조법 제3조 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교원노조법 제3조 의 입법목적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법 및 개정 후의 공직선거법을 모두 합하여 ‘공선법’이라 한다) 제87조 단서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률안 심사보고서의 내용, 교원노조법 제1조 가 정치적 자유제한을 목적하는 조문이 아니라는 점, 교원노조법 제3조 를 위반한 경우 이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같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법규정의 입법목적을 해석함에 있어 주관적·목적론적 해석방법론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작성의 심사보고서에만 기초하여 입법자의 의사를 추단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타당하지도 아니한데다가, 위 심사보고서의 기재내용은 교원노조법 제14조 제3항 의 입법목적에 관한 것이지 제3조 에 관한 것도 아니다. 법문언의 표현 자체도 ‘일체의’ 정치활동이라는 표현을 하여 협의의 정치활동 중 선거개입만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선거개입 방지가 동 조항의 배타적 입법목적이었다면 선거관련 법령에 규정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였을 것이다. 공선법 제9조 에서는 교원노조법 제정 이전부터 이미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교원노조법 제3조 의 입법목적에 교원의 선거개입을 통한 정치행위를 금지하는 고려도 포함되어 있다고는 할 것이나, 유일하거나 주된 입법목적이 선거개입방지나 공선법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교원노조법 전체의 법목적, 관련 법률과의 체계적 연관성 및 헌법정신으로부터 위 조항의 입법목적을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교원노조법의 입법목적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에 따라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공무원들의 근로기본권 중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교원들에 한하여 허용하는 특례를 주는 것(교원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들은 2005. 1. 27. 법률 제7380호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위 근로기본권을 법률상 보장받게 되었다)인바, 노동조합이 노동운동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은 전반적 근로환경 및 사회여건 개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익단체로 입법·행정에 개입하는 등 정치활동 및 선거와 연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다만 교원노동조합에서 이러한 정치활동에 가담하는 것은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는 위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아니하므로 이를 차단할 필요성이 높아서 일반적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나아가 교원노조법 제3조 위반을 이유로 조합원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동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긴 하나,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나 개인이 선거운동을 한 경우에는 공선법 제87조 를 위반하게 되어 같은 법 제255조 제1항 제11호 에 의하여 처벌되며, 같은 취지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공무원이 정당의 발기인이 된 경우에는 정당법 제22조 를 위반하게 되어 같은 법 제53조 위반으로 처벌되고, 더욱이 공무원에게는 누구보다 강력한 법령준수의무( 국가공무원법 제56조 )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두1529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하는데, 교원노조법 자체에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추상적·선언적 의미의 규정이니까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의 검토에 기초해 볼 때 교원노조법 제3조 의 정치행위 금지조항은 법에서 보호해야할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 집단행위의 공익 위반 판단(특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여부)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주요한 요소이다(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와의 이익형량의 측면에서는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ii) 이 사건 시국선언의 내용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하지 아니하였고 교원노조법상 허용되지 않는 정치활동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본다.

정치활동의 범주를 나누어 보면 협의의 정치활동은 직접적으로 정치권력의 획득이나 유지·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이 여기에 해당하고, 광의의 정치활동은 권위나 권력이 매개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당사자 간의 집단적 의사결정 절차에 참여하는 활동으로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공무원이 협의의 정치활동을 할 경우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 공선법 제87조 , 정당법 제22조 등에서 별도로 규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밖의 광의의 정치활동이 이 사건에서 문제된다. 교원노조법에서는 교원노동조합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으나, ‘일체의 정치활동’의 의미가 앞에서 본 광의의 정치행위 모두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이렇게 해석할 경우 정치적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해석이 될 우려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선거개입행위’만으로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도 법문이나 입법목적에 반함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결국 교원노조법에서 금지하는 정치활동의 의미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범위 안에서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들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외연과 내포가 정해져야 할 것이고,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본질적 이유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으려 함에 있는 이상 적어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정책결정절차나 정책집행절차에 집단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비판하고 저지하는 행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교원노조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정치행위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전교조는 정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거나 비판적 영향력을 집단적으로 행사하려는 목적하에서 시국선언에 이른 것이고, 아울러 이는 정부정책에 대하여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다른 정치세력 및 사회집단과 연계하여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려는 의도 하에 행해진 행위라 할 것이어서 정치적 집단행위에 해당한다.

(iii)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 제14조 제4항 은 교육이 정치적 방편으로 이용되거나 특정한 정당·정파를 지지·반대할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교육의 목적에 있어서의, 또한 교사 개인의 직무영역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 수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 조항 위반에 관한 처벌규정이 결여되어 선언적·추상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논변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헌법적 가치와 공무원의 법령준수의무 측면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기본적으로 이 사건에서 교원노조법교육기본법의 해당 조항들의 법목적을 고찰하는 이유는 해당 조항을 직접적, 강제적 규범으로 적용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을 수명자로 하는 위 법조항의 취지를 해석하여 이 사건 집단행위가 공익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고려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백보 양보하여 설령 피고인 1의 주장대로 위 조항들이 모두 선언적·추상적 의미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헌법정신에 따라 제정된 법률에서 선언하고 있는 가치이기에 공익판단의 요소로서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위 교육기본법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의 고찰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표현행위가 공무원 집단의 의사표출로 나타난 경우 이외에 개인적·시민적 차원에서 정치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까지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을 중하게 침해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교육학적 이념, 즉 전통적인 교육이론, 대안적 교육이론, 실용주의 교육이론, 나아가 비판적 교육이론 등 다양한 교육이론과 교육철학에 따라 교사의 정치적 의견 표명과 정치적 사회활동이 학생들에게 순영향을 미칠지 악영향을 미칠지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주제이긴 하나, 교사가 직무로서 학생들에 대하여 수업권을 행사하는 데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공허한 내용의 정치·시민교육을 한다거나, 집권한 정권(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그 정권의 성격과는 관계 없다)이 추구하는 가치만을 교육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려는 교육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 즉, 학생에 대한 정치교육에 있어서는, 합의된 가치의 교육과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는 가치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고, 사회의 가치와 권위에 대한 존중정신과 비판정신의 균형있는 교육도 이루어져야 하며, 결국 사회인이자 지성인으로서 사회지지적인 동시에 사회비판적일 수 있는 온전한 판단력을 구비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목적을 달성하라는 것이 헌법적 요청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사가 개인적·시민적 차원에서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수업권의 행사에 있어서 가지는 정치교육의 권한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이 커서 중대하게 편파적인 결과에 이르지 않는다면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 또한 가치관의 형성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현상에 관하여 자신의 개인적 가치관과 경험에 기초하여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인지적, 감정적, 평가적 지향점을 드러낼 경우 학생들이 비판적 고찰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으므로(교사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정당한 권위는 학생으로부터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사의 지위가 교사 개인의 정치성향에까지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오인할 수 있는 위험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교사는 자신의 개인적·주관적 정치적 소신과 학생들을 교육하는 객관적 교육자로서의 직무상 지위를 혼동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편파적 성향을 스스로 제어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더더군다나 개인적 정치적 소신을 전달할 목적으로 수업을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기초해서 볼 때, 결국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 제14조 제4항 등의 입법목적도 이 사건 집단행위의 공익위반 판단(특히, 교육의 중립성 침해 여부)에 고려하여야 할 요소이긴 하나, 이는 교사 개인의 개인적·시민적 정치적 자유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교사의 수업권, 학생의 학습권, 교육의 진정한 정치적 중립의 실현이라는 가치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ㄹ) 이익의 비교형량

이 사건 시국선언의 기획 및 추진 과정, 목적과 경위, 구체적 표현내용 등 종합적인 정황에 기초하여 피고인들의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교육기본법의 관련 조문에서 추구하는 이익을 형량하여 공익위반 여부를 살펴본다.

(i) ① 제1차 시국선언의 주된 내용은 당시 시국상황에 관하여 공권력 남용 사과 및 정부의 국정쇄신, 정치적 자유권의 보장, 특권층 위주 정책의 폐지, 미디어법 등 강행 중단 및 대운하 추진의혹 해소에 관한 것이다[기타 교육정책에 관한 것(경쟁적 학교정책 중단, 학교운영 민주화 보장, 교육복지 확대, 학생인권 보장)이 다소 있으나 이는 시국선언문의 전체 내용과 취지를 볼 때 주된 것은 아니다]. ② 피고인들 등 서명에 참가한 교사들이 주장하는 이러한 ‘시국상황’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국민 대다수에 의해서 동의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교육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정부의 정책추진사항에 대하여도 과격하고 단정적인 표현이 이루어져있다. ③ 시국선언의 내용 중 정부정책에 관한 부분은 정부·여당과 야당 등 반대 정치세력간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피고인들이 위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파적 주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④ 이 사건 시국선언에 이를 당시의 상황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직후 대략 2009. 5.말경부터 2009. 6.말경까지 시국상황에 관하여 우려와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회적, 정치적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시국선언의 방식을 통해 터져나오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⑤ 제1차 시국선언의 진행과정을 보면, 전교조에서는 2009. 6. 9. 제360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시국선언을 하기로 결의한 후 2009. 6. 11.~ 6. 15.경 각 지부에 6. 17.까지 서명을 촉박하게 수집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2009. 6. 17.까지 팩스로 수집된 교사 1만 6,000여 명의 서명이 시국선언 서명자로 보고되어 2009. 6. 18. 이 사건 시국선언이 이루어졌다. ⑥ 제2차 시국선언은 제1차 시국선언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국선언 참여자에 대한 징계방침이 정해지자 이에 반발하여 이루어졌고 연이어 이 사건 집회에 이르렀으며, 제2차 시국선언의 내용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철회, 표현의 자유 보장’이 주된 내용이고 제2차 시국선언에는 교사 2만 8,000여 명의 서명이 모집되었다. ⑦ 이 사건 시국선언은 모두 전교조 집행진이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매스컴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파되었으며, 전교조의 소식지나 홈페이지에도 그 내용 및 기타 관련 투쟁의 내용이 게재되었다.

(ii) 피고인들이 이와 같이 시국선언이라는 형태로 집단적·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여 공무원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의 가치가 침해된 정도를 본다.

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는, 공무원과 정치와의 관계에서 정치의 공무원에 대한 불간섭 및 공무원의 정치에 대한 불가담의 측면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공무제공에서의 정치적 편파성을 제거하고 정책집행의 중립성을 제고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보호해야 할 공익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시국선언 행위는 피고인들의 교사로서의 직무나 교원노동조합의 목적과 관계없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부의 일반적 정책에 관하여 비판하는 정치적 의사를 대중을 상대로 표시한 것이고, 그 서명에 참가한 교사의 수도 상당히 대규모인 점을 볼 때 이는 다중의 세력을 통해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조장할 우려가 높아 교사의 공무원으로서의 중립성에 관한 국민적 신뢰 또한 상당히 실추되는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된다.

②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는,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은 정치적 자아 및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정치사회화의 기간이고 이 시기에 형성된 정치적 자아는 향후 성인이 되어서 사회와 정치에 대한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을 다지는 초석이 되는 점, 이와 같이 아직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하고 그 형성과정에 있는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지식의 전수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한 정치교육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난을 하는 여타의 사회적, 정치적 목소리에 편승하여 대규모의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행위는 설령 학교 수업 외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매스컴이나 인터넷을 통한 전파력을 고려할 때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아니한 점, 특히 교육의 정치적 중립유지에 구체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초·중·고교 학생의 학부모의 경우에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우려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점을 볼 때 그 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

③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공익침해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바, 이러한 공익의 침해를 막기 위하여 교사들의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교사가 정치적 의사를 외부에 전달하는 모습은, 교사가 직무수행의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양상, 교실에서 수업권의 행사로서 교사의 정치적 가치관이 학생에게 반영되도록 전달하는 양상이 있고 나아가 단체를 통하여 집단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대외에 표현하는 양상이 있다. 또한 단체나 집단을 통하는 정치적 의사표시의 경우라 하더라도 일반 사회단체나 집단에 교사가 개인적·시민적 지위에서 관여하는 것과 공무원 혹은 교사라는 공직자 집단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달리 보아야 한다. 이 중 개인적·시민적 차원에서 혹은 수업권의 행사 차원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보호되어야 하며, 이마저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한다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자체를 공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다만, 고도의 공공성, 공정성, 성실성,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 및 사회적 책임성에 기반하여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는 교사가 직무와 관련 없이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전교조 등 교사·공무원 단체를 통하여 집단적·정치적 의사표출을 하는 행위는 공직사회나 교육계에 대한 국민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러한 공무원들의 집단적 의사표시는 개인적·시민적 차원에서의 의사표시에 비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공무원이 견지해야 할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하는 정도도 더 중하게 된다. 더구나 교사집단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인 교육문제와 교육정책수립에 있어서 이론적·실제적인 검토를 거쳐 정부정책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려는 취지로 입법공청회, 정책토론회, 학회 기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식과 절차를 취하여 집단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이와 같은 내용과 절차를 통한 교사집단의 주장은 설령 정치색을 띤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교육의 중립성 보장을 위하여 허용될 필요가 높다), 이 사건 시국선언과 같이 교육정책이나 교사들의 이익 및 지위와는 실질적 관련성도 없고 정치세력간 정파적 대립관계가 있는 사안에 관하여 정치적·선언적 구호를 통해 정부를 비난하고 부담을 주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교사집단의 집단적·정치적 표현행위는 이를 제한하더라도 필요성과 적합성, 상당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과잉한 침해라 볼 수도 없다(역설적으로 교사들의 이러한 정치적 집단행위는 정부의 정책수립이나 정치상황에 긍정적 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의 교육개입의 시도를 불러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해하는 반작용을 초래할 우려마저도 생긴다).

결국 보호되어야 할 공익의 크기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교사단체의 집단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ㅁ) 이상의 점을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시국선언에 가담하여 한 집단적·정치적 의사표현은 공무원의 중립성 및 교육의 중립성 등의 공익에 반하는 목적에 이른 행위이다.

(나)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 여부

(ㄱ) 공공성·공익성을 띠는 공무원 직무의 성격상 피고인들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행위를 한 이상 피고인들은 직무기강을 저해하고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게 하는 영향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것이고, 피고인들의 행위는 집단적·정치적 의사표시행위(제1차 및 제2차 시국선언) 및 집단적·정치적 시위행위(집회참가)로서 이는 모두 집단적 행위에 해당한다.

(ㄴ)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이 사건 시국선언문에 서명을 하는 행위는 길어야 1분 정도에 불과하므로 직무전념의무가 위반된 적 없다고 주장한다. 직무전념의무가 해태되었는지 여부를 단지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이에 입각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피고인들이나 전교조 집행진 등은 이 사건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시국선언을 기획·조직하고, 지부나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며, 서명을 취합하고, 서명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시국선언에 가담한 서명자 또한 시국선언의 취지를 받아들이고 서명과정에서의 입장결정을 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만약 정말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이러한 숙고의 과정 없이 길어야 1분 내에 마쳐질 수 있는 서명동참행위였다면, 이는 서명에 참여한 교사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파장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전교조라는 단체가 주도한 정치행위에 기계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 사건 시국선언의 전체적인 경위를 볼 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제2차 시국선언 및 범국민대회가 휴일에 행해졌고, 특히 범국민대회는 적법한 집회신고를 마치고 행해진 평화적 시위였으므로 직무전념의무의 해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행위는 근무시간 중에 행해졌거나 근무시간 이외에 행해졌거나 상관없고(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6두16786 판결 참조), 이 사건 집회참가에 있어서 위 범국민대회가 집회신고를 거친 적법한 집회였다 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1044 판결 참조).

(ㄷ) 아울러 피고인들은 현재 노조전임자로 발령받아 휴직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는 상태( 교원노조법 제5조 )에 있긴 하나, 기본적인 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은 유지되고 있고, 통상의 휴직과 달리 노조전임자는 임용권자의 허가를 받아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담당하는 직무는 교원노조의 업무이고 공법적 법률관계에 따른 업무이다. 이러한 교원노조의 목적인 근로기준권 보장과 근로조건 향상 등과도 관계없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상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게 하는 영향을 가져오는 행위에 이르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피고인들을 시국선언에 가담한 다른 교사들과 공모하여 본건에 이른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는 이상 휴직으로 간주되는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가 죄책인정에 있어 달리 문제되지도 않는다).

(3) 결국 피고인들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에서 정한 구성요건인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

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인지 여부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시국선언의 내용은 정부에 대하여 헌법상 규정된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정당한 요구이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2) 형법 제20조 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1044 판결 참조).

우선 피고인들이 그들 나름대로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취지로 이 사건 행위에 이른 내심에서의 취지 자체는 우리사회에서 수용될 수도 있는 동기와 목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이 사건 시국선언에 이르게 된 경위가 애초부터 시국상황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시국선언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행한 것이라기보다는 2009. 5.말경부터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시국선언의 방식을 통해 몰아닥치자 이러한 비판세력과 연대하고 그에 편승하여 정부에 부담을 가중시키려 한 목적이 주된 동기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드는 상황도 다수 존재한다. 즉, 민주시민사회에서 서명운동은 통상 비조직적이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서명의제를 제시받은 시민이 그 의제에 동조할 경우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서명을 하고 이러한 다수인의 합치된 의사표시로서의 서명을 모아 상향적인 의사전달을 통해 정부, 기관, 사회 기타 대상 단체에 대하여 의견을 표출하는 운동이라 할 것이고 시민적 정치참여의 유형 중 자발적 접촉활동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소통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 각 지부에 하달된 공문이나 제360차 및 제361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록 등에서 드러나는 이 사건 제1차 시국선언의 경과를 보면 시국선언의 계획과 집행 자체가 매우 촉박하게 이루어졌고, 1만 6,000여 명이나 되는 교사들로부터 팩스서명을 단기간에 수집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동명이인 여부 등 서명자의 인적사항이 모두 제대로 확인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전교조 지부 명의의 공문에 첨부된 시국선언 초안 내용 이외에는 시국선언의 취지나 필요성에 관하여 서명자를 상대로 충분한 전달과 설득 및 동의가 이루어 진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이 나타나 조직적, 계획적, 상명하달적 기한부 서명모집이 이루어진 상황을 엿볼 수 있고, 제2차 시국선언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공익에 반하는 집단행위인 제1차 시국선언 참가자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정부방침에 반발하는 의도하에 행해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에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은 모두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이 사건 집단행위가 정당행위라는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우리나라는 더 이상 획일적인 국가적 가치관이 추구되고 통용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사회가 아니라 많은 이익단체들이 크고 작은 공익과 사익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사회의 수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다원주의적 민주사회에서는 상호를 존중하며 그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절차적 기준의 준수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고 관철시키는데 있어서는 지켜야 할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다. 자신의 주장이 옳고 공익에 부합하므로 이를 전달하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는 적법절차를 위반해도 된다는 취지의 행동은 민주사회에서의 다원적·상대적 가치를 배척하며 결과적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특히 특수한 신분관계 아래에 있는 공무원의 지위에서는 일반 시민의 지위에서보다 더 엄격하고 충실하게 준수하여야 할 기본적 의무들이 있고, 이들 중에는 법령준수의무, 정치적 중립의무가 핵심의무 중 하나에 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에 대하여 정당가입, 정치행위 나아가 파업권 등을 보장하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가 있기는 하나 우리 헌법정신에 기반하여 우리 입법권이 국가사회공동체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형성된 우리 공무원제도의 유지·발전과 공무원제도 자체의 기본틀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제도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인 및 국민전체의 권익을 서로 조화하기 위하여 만든 현행 우리나라 공무원 관련 법률체제 아래에서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하고 있고, 교원노조법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으며, 이러한 금지조항들은 공무원인 교사들이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는 데에 있어서 지켜야할 법적· 절차적 한계이다. 더구나 교사들은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새시대의 주역인 초·중·고교 학생들로 하여금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초능력을 길러주는 공교육제도의 주관자로서 주도적 지위를 담당하도록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는데, 이러한 본분에 반하여 학생, 학부모 나아가 전체 국민의 객관적 이익에 봉사하지 못하는 정치적·정파적 의사를 집단적으로 대외에 표시하거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결국 이를 위반한 피고인들을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처벌의 필요성과 양형의 측면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각 피고인의 책임정도에 따라 형을 정한다.

긍정적 요소

① 시국선언은 비폭력적으로 온건한 집단적 의사표현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른 사회세력들과 명시적, 묵시적 연계가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이 크긴 하였으나, 이또한 다원주의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사회 내에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할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사항이다. ② 같은 취지에서 시국선언의 내용 자체에는 반헌법적·반공익적 가치가 들어 있지는 아니하다(즉, 시국선언의 내용은 ‘다른 견해’일 뿐 ‘틀린 견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③ 피고인들은 이 사건 형사소송절차 이외에 징계절차에 회부되어 쟁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한 정도의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들은 별다른 중한 처벌전력도 없고, 동종의 처벌전력도 없다. ⑤ 피고인 4의 경우는 가담의 정도가 비교적 제일 가벼우며, 1차 시국선언에만 가담했을 뿐 2차 시국선언이나 집회에 직접 참가한 정황은 보이지 아니한다.

부정적 요소

① 피고인들은 동일한 시국상황하에서는 동일한 행위로 재차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소신을 밝히고 있는바, 형벌위하력과 예방적 효과의 제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피고인 1, 2, 3은 제1차 시국선언 이후 제2차 시국선언에 이어 집단행동으로서 집회참가에까지 이르렀다. ③ 피고인 1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피고인들 중 가장 주도적 역할을 했다.

판사 조병구

주1) 달리 표현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시국선언’이라 함은 피고인 1, 2, 3에 관하여는 제1차, 제2차 시국선언 모두를, 피고인 4에 관하여는 제1차 시국선언만을 의미하고, 제2차 시국선언 및 집회참가 주체로서 ‘피고인들’을 기재할 때에는 피고인 4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만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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