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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5831 판결
[살인][공2006.1.1.(241),78]
판시사항

[1]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 또는 그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경찰관의 전문진술이나 그 전문진술을 기재한 서류의 증거능력

[3]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결정적인 범행도구의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 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있다.

[2]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하였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 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결정적인 범행도구의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현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2003년경부터 유부녀로서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를 알게 되어 그 이후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내연관계로 지내오다가 2004. 11. 4. 17:31경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만나자고 하였음에도 집에 손님이 왔다는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자 같은 날 18:51경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하여 밖으로 나오도록 한 후, 같은 날 22:40경 (차량등록번호 생략) 베스타 승합차에 피해자를 태우고 광주 서구 금호동 소재 백석산 산책로 입구에 도착하여 다음날인 11. 5. 04:00경까지 위 승합차 안에서 피해자와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말다툼 끝에 격분한 나머지 피해자의 우측 관자놀이에 엽총의 총구를 들이대고 그대로 발사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살인죄로 처단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이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및 공소외 1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 공소외 3 작성의 검거경위서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것인데, 위 증거들은,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이들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이 사건 발생 후 1시간 20분 이내에 이 사건 범행현장 또는 그 인근에서 3회에 걸쳐 서로 다른 사람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행하여진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당시 극도의 흥분상태를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한 진술은 그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자신의 당시 심경까지 포함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변소대로 불상자들이 피고인에게 상해를 가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뒤 도주하였다면 그 즉시 피고인의 승합차 안에 있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신고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할 필요가 없고, 이미 피해자가 사망하였음이 명백해 보이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위 구조요청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구조를 촉구한다는 의미로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록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서라고는 하나 자칫 수사기관 등에 의하여 살인범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한 내용인,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까지 말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의 변소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당시는 더 이상 피해자의 구호조치가 필요 없고 오히려 불상자들에 의한 피해사실을 신고하여 그들의 검거를 촉구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때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한 것이다. 원심은 나아가, 이와 양립할 수 없는 피고인의 변소에 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뒤늦게 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궁리해낸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 및 공소외 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 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있다 (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하였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 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였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하여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하였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하였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공소외 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공소외 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공소외 3의 증언과 위 서류를 증거로 채택·조사하여 유죄의 근거로 삼은 것은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주장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다음, 공소외 1, 공소외 2가 들었다는,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주량은 2홉들이 소주 2병 가량으로서 소주 2병 가량을 마시고 난 다음에는 취중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많을 정도인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2004. 11. 4. 저녁 무렵부터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사이에 피고인은 두어 병 가량의 소주를 마셔 매우 취한 상태였던 사실(피고인과 오랜 시간 같이 있었으면서도 피고인보다 술을 훨씬 덜 마신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가량이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피고인을 처음으로 목격한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1도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사실, 이후 공소외 3이 이 사건 현장에서 피고인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경찰관이 피고인을 광주서부경찰서 금호지구대로 연행하였을 때에도 계속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횡설수설하면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인 사실, 피고인은 경찰관에게 체포되었을 당시 옷에 대소변을 볼 정도로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이후 주취, 죄책감, 충격, 공포 등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정신상태 내지는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의 앞서 본 진술은 이러한 온전하지 못한 정신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피고인은 공소외 6에게 총격을 가한 직후 ‘사람 살려’라고외치는 등 구호를 요청하였다가 곧이어 범행수단인 엽총을 은닉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를 약 40여 분에 걸쳐 하고 이어 마을로 내려오던 도중에 처음 만난 공소외 1 등에게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으니 신고하여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여 신고를 유발하였으며 정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는 자신이 남자들 3명에게 맞았고 여자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이어 도착한 지구대장 공소외 3의 질문에 대하여는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면서 범행사실을 순순히 털어놓는 등 짧은 시간에 서로 모순이 되는 행동이나 진술을 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자신의 범행사실을 시인할 당시 왜 죽였느냐는 공소외 1의 질문에 대하여 ‘글쎄요’라고 대답하였을 뿐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말하지 못하였고, 공소외 3의 같은 질문에 대하여도 역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다만 ‘내연관계로 괴롭다.’라고만 대답하여 피고인만이 알 수 있는 범행동기를 제대로 밝히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사람을 죽여 괴로웠는데 죄값은 남자답게 받겠다.’라고까지 말하면서도 범행도구인 엽총의 소재에 관하여는 ‘모른다.’라고 대답하여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 등과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시인 진술 당시의 정신상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취지의 범행시인 진술은 신빙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다. 범행의 도구인 엽총의 불발견으로 인한 의문점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7시간 이상을 피해자와 같이 있었던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시 및 그 전후 사정과 관련하여 많은 부분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리에 맞아 설득력이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는 등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범인일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심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범행의 도구인 엽총의 행방과 관련하여 합리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의심이 여전히 남는다.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범인임을 전제로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최초로 발견되기까지 약 40-50분 사이에 엽총을 은닉하는 등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차마 밝힐 수 없는 행동을 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추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엽총을 평소 화물차에 싣고 다니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한다. 오히려 피고인의 처, 친척, 피고인과 가장 절친하여 같이 낚시를 가기도 한 사람인 노종문 등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차안 또는 차안에 실려있는 낚시가방에서 엽총을 본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이 엽총을 사용하여 사냥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년간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으로서 총기를 구입할 만큼 경제적인 여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이를 빌리거나 절취하거나 습득하는 등 납득할 만한 소지개시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도 기록상 발견되지 아니한다.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이 사건 발생 직후인 2004. 11. 5. 13:30부터 17:00까지 및 그 다음날 13:30부터 17:30까지 사이에 강력반원, 기동타격대원, 방범순찰대원 등을 동원하여 이 사건 발생장소인 백석산 일대를 수색하였고, 2004. 11. 7. 09:00부터 12:00까지 사이에는 방범순찰대원 약 90명을 동원하여 백석산 일대 야산을 수색하였으며, 2004. 11. 8.경에는 이 사건 발생장소와 인접한 광주 서구 금호동에 거주하는 공소외 7 등 6명과 함께 인근 대나무밭, 탱자나무숲 등에 대하여 수색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근 자연부락의 통장 등을 상대로 마을 방송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발견할 경우 신고하도록 조치하였고, 2004. 11. 18. 09:30부터 16:00까지 사이에는 경찰관 등 약 230명을 동원하여 인근 야산을 수색하였으며, 2004. 11. 26.경에는 이 사건 발생장소로부터 약 700 내지 800m 가량 떨어진 상무초등학교, 벧엘교회, 백악관유치원 등의 화장실에 엽총을 버렸을 가능성에 대하여 수사를 하였고, 2004. 12. 7.에는 경찰관 30여 명을 동원하고 금속탐지기 4대를 사용하여 09:30부터 15:00경까지 이 사건 발생장소 부근을 수색하였으며, 2004. 12. 8.에는 경찰관 등 121명을 동원하고 금속탐지기 4대를 사용하여 09:00부터 15:00경까지 대전차지뢰 40여 개를 찾아낼 정도로 백석산 일대를 수색하였고, 2005. 3. 31.경에는 금호동 343-1 일대 주택가의 빈집 및 하수구 등을 정밀 수색하였으며 백악관 유치원, 수녀원 등의 정화조, 하수구 및 옥상 등을 수색하였고, 인근 초등학교 주변 주택가의 하수구와 정화조 등을 금속탐지기로 수색하는 등 상당 기간에 걸쳐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광범위한 지역에서 엽총을 찾고자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엽총을 발견하였다는 신고도 들어오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발생시각이 2004. 11. 5. 04:00경이고 공소외 5 등이 피고인을 만난 시각이 같은 날 04:40경에서 04:45경 사이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피고인이 총기를 감추는 데 사용할 수 있었던 시간은 약 40분 가량이라고 할 것인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지역의 지리에 비교적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상당히 술에 취하여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40분 안에 엽총을 감추려고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광범위하고 밀도 있는 수색을 통해서도 엽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함에 장애가 되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원심의 추정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최초로 발견되기까지 약 40분 동안에 총기를 감추기 위하여 산 속을 돌아다녔다면 피고인의 손이나 얼굴 등이 덤불이나 잡목에 긁혀 생채기가 났을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손이나 얼굴에는 이러한 유형의 상처는 전혀 없고 다만 이마에만 누구인가에 의해 흉기에 의해 강타당하여 생긴 것으로 보이는 매우 중한 상처가 있을 뿐이라는 점도 이러한 의문을 강화시키는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이와 같이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엽총의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남아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인의 심리상태,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상호 모순되는 진술을 할 가능성, 주취로 인하여 이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당시 상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할 가능성, 피고인이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총기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나 그 이유 등에 관하여 보다 더 심리를 하여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과 총기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관한 합리적인 의문을 해소한 이후에 피고인의 범행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살인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이규홍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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