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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2005. 7. 21. 선고 2005노162 판결
[살인][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외 1인

검사

김종호

변 호 인

변호사 김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요지

(1) 사실오인 주장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판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피고인을 살인죄의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2) 양형부당 주장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점, 벌금형 보다 중한 형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주장)

피고인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 권리인 생명권을 빼앗았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죄적을 은폐하고 범행을 적극 부인하여 개전의 정이 없는 점, 피해자의 남편과 어린 자녀들이 원심판시 범행의 충격으로 방황하고 있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한 사죄 및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의 만행과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하여 엄정한 형사책임을 부과하여 또 다른 동종사건의 발생을 예방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나, 그와 같은 심증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3885 판결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아래와 같이 판단한다.

(1) 인정되는 사실

(가) 원심판시 범행 당시 및 그 직후의 상황 등

① 피해자는 2004. 11. 5. 05:05경 광주 서구 금호동에 있는 백석산 산책로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약 70m 가량 올라간 곳(이하 이 사건 범행현장이라 한다)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베스타 승합차 운전석 쪽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머리 부위에 엽총 탄알에 의한 관통상을 입고 사망한 채로, 광주서부경찰서 금호지구대 소속 경사 서재석과 경장 정유석에 의해 발견되었고, ② 피해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08%로 측정되었으며, 우측 관자놀이 부위에 2.0×2.5㎝ 크기의 천공과 그 주위 안면에 6.0×5.0㎝ 범위에 이르는 띠 형태의 표피박탈 및 작은 점상 표피박탈 흔적, 좌측 귀 하방과 귓바퀴에 5.0×6.0㎝ 크기의 천공이 있었고, 목 좌측에서 2개의 엽총 탄두가 검출되었으며, 엽총 탄알의 발사 방향은 안면부 우측 10cm 이내의 거리에서 약 15도 가량 아래 방향으로 발사되어 좌측으로 관통한 것으로 밝혀졌고, ③ 그 발견 장소 주변에서 3발의 엽총 탄피가 발견되었으며, 위 승합차의 운전석 쪽 유리창이 둔기 등에 의하여 깨져 있었고, ④ 위 승합차의 앞 본닛(bonnet 혹은 hood)부분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으며, 위 승합차의 조수석 뒷문 외부 손잡이 부분, 위 차량 내부 조수석 뒷바닥, 위 차량 내부 조수석 바닥, 위 범행현장 조수석 옆 노상에서 발견된 화장지 2점에서는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되었고, 위 승합차 조수석 앞 쪽에 피고인의 이동전화기가 그대로 놓여있었으며, 위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들은 모두 피고인의 것이거나 피고인의 처남 공소외 1의 것이고, ⑤ 위 승합차는 발견 당시 문이 잠겨 있었는데, 그 운전석에서 문을 잠그거나 열면 조수석 및 조수석 뒷문 잠금장치까지 자동으로 작동되나, 위 조수석 잠금장치는 고장이 나서 운전석에서 문을 잠근 상태에서는 조수석 쪽에서 문을 열 수 없었으며(피고인은 자신과 피해자가 하차한 다음 위 승합차의 문을 잠근 사실이 없고, 불상의 남자 3인이 문을 잠그고 도망칠 시간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뒤 트렁크(적재함)의 잠금장치는 고장이 나 운전석 잠금장치를 잠궈도 잠기지 않았고, ⑥ 피고인은 2004. 11. 4. 22:30~22:40경 피해자와 위 승합차를 타고 이 사건 범행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이 사건 범행현장에 함께 있다가 피해자가 머리에 총을 맞은 후 “사람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으며(피고인이 경찰의 제1회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진술한 내용이다. 수사기록 제273쪽), ⑦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약 40m 떨어진 염주사 주지인 공소외 2는 평소 04:00에 새벽예불을 올려 왔는데, 2004. 11. 5.에도 평소와 같이 03:50경 잠에서 깨어 간단한 세면을 마친 후, 04:00경 법당으로 들어가 예불을 올리기 위하여 전등을 켜고 창문을 여는 순간 산 쪽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크게 악쓰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법당의 불을 끈 다음 가운데 방으로 가 창문을 열고 산 쪽을 바라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창문을 닫고 위 방에서 나오는 순간 2~3회의 총소리가 들렸으며, 약 10여초 후 사람을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⑧ 한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는 2004. 11. 5. 04:40~04:50경 이 사건 범행현장으로부터 약 200m 가량 떨어진 금호성당 부근에서 좌측 이마가 찢어지고 코피를 흘리며 손과 옷에 피가 묻은 상태로 걸어 내려오는 피고인을 목격하였다.

(나) 원심판시 범행 전 피고인과 피해자 및 그 가족의 관계 및 행적 등

① 피고인은 2002.경 피해자를 알게 되어, 2004. 2.경부터 피해자와 일주일에 1~2회 정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거나 성관계를 갖는 등 내연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피해자는 2003. 2.경부터 2004. 7.경까지 광주 서구 금호동에 있는 ‘맛사랑’이라는 반찬가게에서 일하면서부터 가끔씩 늦게 귀가하였고, 2004. 7.경 위 ‘맛사랑’을 그만 둔 후에는 1주일에 1~2회 정도 외출을 하거나 외박을 하여 왔으며, ② 피해자의 남편 공소외 6은 원심판시 범행 발생 2~3개월 전 자신의 누나인 공소외 7에게 피해자의 외출·외박사실을 알렸고, 가출한 피해자를 찾기 위해 그의 매형 공소외 8, 조카 공소외 9와 함께 위 금호동 부근에 있는 염주체육관, 운천저수지, 월드컵경기장, 금호지구 일대로 찾아다녔으며, 2004. 10.경에는 피해자의 잦은 외박·외출이 문제가 되어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의 시누이·시동생 가족 등이 모여 가족회의를 소집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자의 외출·외박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자의 어머니 공소외 10이 고향인 진도에서 광주까지 올라와 딸과 함께 지내면서 수차 조언·충고를 하고 피해자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피해자를 교회에 데리고 가거나 목사로부터 기도를 받게 하였으며, 심지어 위 공소외 6은 2004. 10. 28.경 피해자로 하여금 외출·외박문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한 사실까지 있고, 위 공소외 10은 이 사건 발생 전날인 2004. 11. 4. 17:14경에도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외출하지 말고 집에 있을 것을 당부하였으며, ③ 한편, 피고인은 원심판시 범행 전날인 2004. 11. 4.경 09:00경부터 같은 날 16:00까지 광주 서구 금호동에 있는 금호중학교에서 공공근로사업을 하였고, 위 공공근로사업을 마친 후 16:10경 위 운천저수지 부근 삼보카센타에 가서 위 승합차의 수리를 맡긴 후 같은 날 17:30경 평소 알고 지내는 공소외 11의 집에서 위 공소외 11,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셨으며, 같은 날 17:31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손님이 와 있어 나갈 수 없다고 하자 전화를 끊고, 같은 날 18:30경 위 승합차를 찾기 위해 공소외 11의 집을 나와 같은 날 18:51경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손님이 찾아와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피해자에게 “20:00쯤 평소 만나던 삼능아파트 후문에서 만나자”고 말하였으며, 같은 날 20:20경 위 삼능아파트 후문에서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로부터 집에 친정어머니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으나(그러나 친정어머니가 집에 찾아왔다는 피해자의 말은 피고인의 집요한 괴롭힘을 따돌리기 위해서 한 말로서 사실이 아니었다), 같은 날 20:50경부터 21:04경 사이에 위 공소외 11에게 술을 사달라고 수회 통화하여 같은 날 21:00경 위 운천저수지 부근 마륵동에 있는 ‘꼬치돌이’ 호프집에서 피고인, 피해자, 공소외 11, 공소외 11의 여자친구가 함께 만나 술을 마셨고, 같은 날 21:30경 피해자와 함께 위 호프집을 나와 위 금호동에 있는 호반리젠시빌아파트 상가 내 ‘부리나치킨호프’로 가 소주 1병을 시켜 함께 마신 다음(위 부리나치킨호프를 운영하는 공소외 12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2004. 11. 4. 18:30~19:00경 위 호프집에 왔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위 피고인과 공소외 11의 진술 및 피고인 등의 통화내역에 비추어 볼 때 착오로 보인다. 한편, 위 공소외 12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약 5개월 전부터 위 부리나치킨호프에 1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오던 손님인데, 예전에 왔을 때에는 서로 장난도 치면서 사이가 무척 좋아 보였는데 2004. 11. 4.경 가게에 왔을 때는 서로 약간 냉랭하게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22:00경 피해자와 함께 위 호프집을 나와 같은 날 22:20~22:30경 위 금호동에 있는 ‘코사마트’에 들러 소주 및 담배 등을 구입하였으며, 같은 날 22:30~22:40경 피해자와 함께 위 승합차를 타고 이 사건 범행 장소에 이르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2004. 11. 5. 00:21경 자신의 처인 공소외 13에게 전화하여 “차에서 잠을 자고 간다”고 말하였는데,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와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만날 때에는 늦어도 23:00경에는 피해자를 집으로 보내주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당시에는 평소의 귀가시간을 넘긴 상태에서 약 5시간 동안 피해자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관하여 일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2) 원심판시 범행 직후 피고인의 범행 시인

피고인은, ① 위 염주사 바로 앞에 위치한 벧엘교회 부근에서 산을 내려가다가 위 교회에 새벽기도를 하러 가던 공소외 5(원심판시 범행 후 피고인이 최초로 마주친 사람이다)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신고를 해 주소”라고 말하였고, 깜짝 놀라는 그녀로부터 “왜 사람을 죽였느냐”는 말을 듣자 “글쎄요”라고 말하였으며, 이어서 그녀로부터 “어디에서 죽였느냐”는 말을 듣고 “산이요”라고 말하였고, ② 그 직후 위 금호성당 앞 사거리에서 마주친 공소외 14에게 “아주머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전화 좀 씁시다"라고 말하였으며, ③ 같은 날 04:50경 원심판시 범행의 신고를 받고 같은 날 05:15경 이 사건 범행현장에 도착한 광주서부경찰서 금호지구대장 서종률으로부터 ”누가 피해자를 죽였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죽였습니다”라고 말하였고(당시 피고인은 위 금호지구대 소속 경사 서재석, 경장 정유석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순찰차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위 서종률로부터 “왜 죽였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연관계이며 2년 동안 사귀었다. 사람을 죽였으니 괴로웠는데 죄 값을 남자답게 받겠다”고 말하고 담배를 달라고 하여 피우기까지 하였다.

(3)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은, ① 원심판시 범행 다음 날인 2004. 11. 6.부터 피고인을 상대로 경찰의 본격적인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지자 처음에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다가, ② 경찰의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는 “내가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이제 기억나는데, 그것은 제가 피해자를 죽여서 그런 것이 아니고, 산에서 사람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사람을 죽였다고 말을 한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 한 후, ③ 검찰의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부터는 “본인이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사람이 죽어갑니다’라고 외치면서 산속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냥 아줌마들이 지나쳐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줌마들에게 ‘사람을 죽였다’라고 말을 한 것 같고 그래야 아줌마들이 경찰에 신고를 해 줄 것으로 생각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경찰관에게 그렇게 말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④ 원심법정에서부터는 “이 사건 발생 이후 산을 내려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람이 죽어간다’고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나던 사람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해 주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을 보고,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신고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나가던 여자들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라고 말하였다”고 일관되게 원심판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은 ㉠ 2004. 11. 4. 22:30~22:40경 위 백석산 산책로 부근에 피해자와 함께 위 베스타 승합차를 타고 도착하여, 그 다음 날 04:00경까지 위 승합차 안에서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위 승합차 운전석 쪽 창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총성이 2번 들리고 위 운전석 창문이 깨졌고, ㉡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려 보니 불상의 남자 2인이 서 있었으며, 그 중 누군가가 피고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졌고(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기절한 적이 없고 정신이 멀쩡하였다), 이때 피해자가 조수석에서 내려 그 남자들에게 “왜 이래요”라면서 소리치다가 갑자기 피고인의 머리맡으로 쓰러졌으며, ㉢ 그때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 뒤쪽을 돌아보니 불상의 남자 3인이 산 쪽으로 도망가고 있었고, 쓰러진 피해자를 만져보니 피를 흘리고 있어 ‘살려 달라’고 외친 후 차안에 있던 이동전화기로 신고하려고 위 승합차의 운전석 문을 열었으나 잠겨있어, 곧바로 산을 내려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람이 죽어간다”고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나던 사람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해 주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을 보고,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신고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나가던 여자들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원심판시 범행시간인 2004. 11. 5. 04:00경부터 위 금호성당(이 사건 범행현장으로부터의 거리는 약 200m 정도이다) 부근에서 목격된 같은 날 04:40~04:50경까지 사이의 자신의 행적에 관하여, 위 변소 내용 외에 다른 행동을 취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증거능력 및 신빙성에 관한 변호인의 주장 및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것은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즉각적인 구조요청을 하기 위하여 한 것이었을 뿐, 피고인의 위 진술(이 사건 범행의 시인)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 의 규정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때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바(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15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이 사건 발생 후 1시간 20분 이내에 이 사건 범행현장 또는 그 인근에서 3회에 걸쳐 서로 다른 사람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행하여진 점, 피고인이 공소외 5에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당시 피고인의 목소리는 떨리거나 숨찬 소리가 아니었고 평범하였던(위 공소외 5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당시 극도의 흥분상태를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위 서종률에게 한 진술은 그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자신의 당시 심경까지 포함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변소대로 불상자들이 피고인에게 상해를 가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뒤 도주하였다면 그 즉시 위 승합차 안에 있던 자신의 이동전화기를 이용하여 피해신고를 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할 필요가 없고, 이미 피해자가 사망하였음이 명백해 보이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위 구조요청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구조를 촉구한다는 의미로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록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서라고는 하나 자칫 수사기관 등에 의하여 살인범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한 내용인,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까지 말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힘든 점, 피고인의 변소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서종률에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당시는 더 이상 피해자의 구호조치가 필요 없고 오히려 불상자들에 의한 피해사실(피고인의 변소가 사실일 경우)을 신고하여 그들의 검거를 촉구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 각 진술은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원심판시 범행을 시인하였다는 위 공소외 5, 서종률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및 같은 내용의 서종률 작성의 검거경위서 기재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위 공소외 5, 공소외 14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므로 증거능력이 있다).

(5) 피고인의 변소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공소외 5, 공소외 14, 서종률의 진술은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말했을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유력한 증거라 할 것이고, 한편 ① 피고인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 마주쳤던 벧엘교회 신도 공소외 3, 공소외 4가 피고인의 변소와는 달리 피고인으로부터 신고를 촉구하기 위한 뜻의 ‘사람이 죽어간다. 신고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점(그들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② 피고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이후 피고인의 진술 번복 내용 및 경위 등이 경험칙상 수긍하기 힘든 점, ③ 피해자의 직업,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불상의 남자 3인이 새벽 4시경에 외딴 산기슭에 있는 이 사건 범행현장에까지 피해자를 찾아가 총기로 살해하고 산 쪽으로 도주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피해자는 정치적 암살 대상이 될 정도의 요인도 아니고, 피고인과의 내연관계 외에 달리 타인에 의해 살해당할 만큼의 원한관계나 이유도 없어 보인다) 피고인의 진술처럼 저항능력이 없는 여자인 피해자의 관자놀이에 아주 근접하여 총구를 대고 발사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할 정도라면 그 범인들은 매우 잔인한 사람들임이 명백함에도 그들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피고인을 살해하지 아니하고 그냥 도주하였다는 것도 선뜻 믿기 어려운 점(또한 피고인이나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탈취하려 한 흔적이나 피해자를 추행하려한 흔적이 없음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과 피해자를 우연히 발견한 근처의 우범자들의 소행이라 보기도 어렵다), ④ ‘누군가가 위 승합차 운전석 쪽 창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총성이 2번 들리고 위 운전석 창문이 깨졌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려 보니 불상의 남자 2인이 서 있었으며 그 중 누군가가 피고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졌고, 이때 피해자가 조수석에서 내려 그 남자들에게 ‘왜 이래요’라면서 소리치다가 갑자기 피고인의 머리맡으로 쓰러졌다‘는 피고인의 변소대로 피고인이 위 승합차 안에 있었을 때 운전석 창문이 깨졌다면 그 파편에 의해 상처를 입었을 것임에도 그에 관한 언급이 없는 점 및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엽총 탄피가 3개인 반면 피해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발사되었을 탄환은 2개이므로 피해자의 목 부분에서 검출된 엽총 탄두는 1개여야 함에도 검출된 엽총 탄두는 2개인 점, ⑤ 이 사건 범행현장으로부터 위 금호성당까지의 거리는 200m 정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위 04:00경부터 04:40~04:50경까지 자신의 행적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피고인의 변소대로 불상의 남자 3인이 이 사건 범행 즉시 산 쪽으로 도망하였다면, 그 당시 그곳에 있었던 피고인으로서는 즉시 위 승합차 안에 있던 자신의 이동전화기를 이용하여 그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범인들의 도주로를 봉쇄하는 등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신에게 상해를 가했다는 범인들을 검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인데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상당 시간동안 머무르면서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⑥ ‘불상자들에 의해 피해자가 살해당한 즉시 위 승합차 안에 있던 이동전화기로 신고하려 하였으나 위 승합차의 운전석 문이 잠겨있어 신고하지 못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와는 달리, 위 승합차의 조수석 뒷문 외부 손잡이 부분, 내부 조수석 바닥 및 뒷바닥 등에서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됨으로써 피고인은 피해자가 살해당한 후 위 승합차 내부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⑦ 위 공소외 2가 위 총성 후 3~4회에 걸쳐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 더 이상의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⑧ 피고인이 자신의 이마에 난 상처의 경위에 관하여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⑨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발생 직후 곧바로 산을 내려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40~50여분 동안 피고인은 위 승합차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원심판시 범행에 사용된 엽총을 은닉하는 등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차마 밝힐 수 없는 행동을 취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점(실제로 현재까지도 피고인이 사용하였을 엽총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변소는 원심판시 범행 후 시간이 지나면서 뒤늦게 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궁리해 낸 변명으로 보일 뿐이다.

(5) 공소사실의 유죄 인정

위 각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위 9가지 점 외에 ⑩ 피해자는 자신의 외박문제로 가족회의까지 벌어지는 등의 사태에 이르자 피고인과의 만남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꺼리게 되어, 2004. 11. 4.경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도 손님이 왔다는 핑계를 대며 만날 수 없다고 말하였고,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에 화가 난 피고인이 장시간에 걸쳐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원심판시 범행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 ⑪ 피고인의 이마를 비롯한 얼굴에 난 상처와 손 및 옷에 묻은 많은 양의 핏자국(수사기록 제93 내지 93쪽의 각 사진)은 피고인의 변소대로 불상의 남자들 중 누군가가 피고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졌다가 잠시 뒤 일어났던 경우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 및 흔적들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판시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에 관한 위 주장들과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 직업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특히, 원심판시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다가 피해자 가족의 호소 등에 의하여 피고인을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유부녀인 피해자의 처지 및 처자를 부양해야 하는 피고인 자신의 상황 등을 생각하여 그간의 잘못을 뒤늦게라도 깨우치기는커녕 피고인에 대해 절교를 요구한 것 외에 달리 잘못이 없는 피해자의 머리에 엽총을 들이대고 발사하여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 피해자는 특별한 잘못도 없이 피고인에 의해 억울하고 처참하게 소중한 생을 마감한 점, 아내와 엄마를 잃은 피해자의 남편과 어린 자녀들이 원심판시 범행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 권리인 생명권을 빼앗은 중죄를 범하고서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죄적을 은폐하고 범행을 적극 부인하여 개전의 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한 사죄 및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의 만행과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하여 엄정한 형사책임을 부과하여 또 다른 동종사건의 발생을 예방하여야 할 필요성이 강한 점 등)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결코 무거워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으나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에 ‘당심 증인 공소외 14의 당심 법정에서의 일부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모두 원심판결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형법 제250조 제1항 (무기징역형 선택)

판사 방극성(재판장) 박길성 김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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