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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1520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2] 자백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3]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는 진술을 피해자에게 피해를 변상하지 못한 입장에서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거나, 그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손지영, 배수배에 대한 각 사기의 점(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 한다)에 대하여, 피해자 손지영, 배수배는 경영훈, 한순자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주택의 일부에 대한 임차인들로서 위 주택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자 함께 피고인을 고소하게 되었으나, 경찰에서 조현옥과 대질하여 조사받으면서 손지영은 '조현옥과의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후에 피고인을 만났는데, 당시 피고인은 계약서 쓸 때 입회만 하였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배수배는 '계약 당시에는 피고인의 얼굴도 못 보았다가, 2000. 11. 28.경 위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가 시작되면서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을 뿐, 손지영, 배수배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등을 살펴 보아도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에 관여한 정도나 행위분담의 정도 등을 엿볼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비록 피고인이 제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 피해자 경영훈 등에 대한 사건과 함께 수사를 받으면서 결국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나, 이 부분 범행만을 수사한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일관되게 그 범행을 부인하여왔고, 조현옥 역시 일관되게 피고인이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은 손해를 본 손지영 등에게 피해를 변상치 못한 입장에서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의 진술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사기의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로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는 진술이 피해자 손지영 등에게 피해를 변상하지 못한 입장에서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그 사기범행을 자백하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사실심 법원으로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면 피고인신문을 통하여 피고인의 진의를 확인하여야 할 것이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피고인의 진술의 취지를 추단하여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자백의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20년 가량 가구공장을 운영하다가 1993.경 부도를 내었고, 1996. 8.경부터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1979. 11. 15. 수원지방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1994. 11. 10. 같은 법원에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1996. 5. 13. 같은 법원 성남지원에서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인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하다가,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 이르러서는 '공소사실 전부가 사실과 다름없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자백하였고,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도 재판장의 '피고인이 원심에서 진술한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 없는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예'라고 답변하였고, 국선변호인의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지요'라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변한 사실, 또한 피고인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변경된 공소사실로서 피고인을 신문함에 대하여 "변경된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대답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학력, 경력, 형사재판경험을 가진 피고인이 제1심 및 원심에서 수회에 걸쳐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다면, 피고인의 제1심에서의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는 진술은 피해자 손지영 등에게 피해를 변상하지 못한 입장에서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위와 같은 원심 판단에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신빙성이 없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그 자백의 신빙성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4091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제1심 법정에서 이를 자백하고 검사가 제출한 모든 서류에 관하여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며, 원심 법정에서도 이를 자백한 점, 피고인은 조현옥의 사위로서 이 사건 주택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주택을 관리하고 이 사건 주택을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임대함에 있어서도 사전에 조현옥과 피고인이 상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 손지영과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의 위 자백은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보이고, 달리 자백을 하게 된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다고 볼 흔적도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위 자백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신빙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공범인 조현옥 또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는 진술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그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는 자백의 해석 및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인바,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변재승(주심) 윤재식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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