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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다233190 판결
[손해배상(의)][공2015하,1138]
판시사항

갑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지 이틀째 되는 날 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을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을 병원 의료진이 CT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금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약 15시간 동안 진통제만 처방하다가, 다음 날 오전 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복막염이 의심되어 응급수술을 시행하였으나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을 병원 의료진에게 CT 검사가 가능해진 이후에도 이를 실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신속한 수술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지 이틀째 되는 날 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을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을 병원 의료진이 CT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금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약 15시간 동안 진통제만 처방하다가, 다음 날 오전 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복막염이 의심되어 응급수술을 시행하였으나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CT 검사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6시간의 금식시간이 지났고, 거듭된 진통제 투여에도 극심한 통증을 계속 호소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을 병원 의사로서는 갑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압통 여부 등 이학적 검사를 실시하여 CT 검사 등 추가적인 응급검사와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할 의무가 있는데, 갑에 대한 경과관찰 등의 의료조치를 소홀히 하여 CT 검사가 가능해진 이후에도 이를 실시하지 아니함으로써 결장 천공 등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신속한 수술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겸 망 유정자의 소송수계인,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승 담당변호사 김선욱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이 2012. 6. 23. 서울 양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에서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당시 내시경 도구의 삽입, 조작 등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망인에게 S자 결장 천공을 유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입증책임과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 중 재내원 후 조기감별진단 관련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것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또한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기하여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기하여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76849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인은 2012. 6. 23. ○○병원에 내원하여 피고 1로부터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위장에서는 염증이 발견되고, 대장에서는 치질과 게실이 발견되었다. 피고 1은 망인에 대해 약물 처방 후 1주 후에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고 망인을 귀가시켰다.

2) 망인은 2012. 6. 25. 점심을 먹은 후부터 심한 복통 및 구토 증상을 느껴 위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재내원하였다. 당시 망인의 체온은 37.4°C였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해 간단한 혈액검사 및 단순 복부 X선 검사를 시행한 후 18:00경 망인을 입원시켰다.

3) 간호기록지에는 ‘금일 점심 드시고 증상 심해지고 2번 토해서 외래 통해 입원’했으며, ‘망인이 입원 1시간 전에 식사를 하시어 오늘 복부초음파(sono)와 CT 검사를 진행하지 못함을 설명 듣고 오셨다’고 기재되어 있다.

혈관조영제를 사용한 복부 CT의 경우 병소발견의 어려움 및 조영제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구토 시 음식물이 기도에 흡인될 위험성 때문에 금식이 필요한데, 통상적으로 검사 시작 6시간 전부터 금식이 요구되고 있다. ○○병원에는 야간에도 CT 검사 등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져 있으나, 위와 같은 금식시간 문제로 입원 당일에는 복부 CT 검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입원 당시 망인은 복부 전체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여 진통제와 진경제를 투여받았는데, 통증 평가도구(VAS scale)를 사용하여 측정한 통증의 정도는 최고점수인 10점이었다.

입원일인 2012. 6. 25. 19:40경 망인은 간호사에게 통증이 비슷하다고 말하였고, 20:00경 간호사는 망인의 혈관상태가 좋지 않아 채혈을 일부 시행하지 못하여 주치의에게 보고하였으며, 21:10경 담당의 처방으로 망인에게 진통제인 트라마돌이 주사되었는데, 보호자가 의사가 직접 와서 망인을 보기를 원하여 당직의가 연락을 받고 망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면담을 하였고, 23:00경 당직의가 망인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하여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 0.5앰플이 망인에게 주사되었다.

다음 날인 2012. 6. 26. 03:15경 보호자가 진통제를 요구하여 간호사가 당직의로부터 전화로 지시를 받아 망인에게 위 마약성 진통제 페치딘 0.5앰플을 다시 주사하였고, 06:00 망인은 복부 통증을 계속 호소하고 체온 39.7°C의 고열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초음파 검사를 언제 하는지 궁금해 하였고, 간호사는 오전 중에 검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 다음 당직의에게 보고하고 소염진통제인 데노간을 주사하였으며, 09:00경 보호자가 망인이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며 식은땀까지 흘린다고 간호사를 찾아가 강한 어조로 의료조치 등을 요구하자, 주치의는 초음파 검사를 보류하고 곧바로 CT 검사를 할 것을 지시하였고, 09:10경 망인은 CT 검사실로 옮겨져 검사를 받았다.

5) 2012. 6. 26. 11:00경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CT 검사 결과를 설명하였다. 위 검사 결과에 의하면 왼쪽 골반강 부위 복강 내에서 많은 양(7.8cm × 6cm × 9cm)의 장 내용물이 발견되어 복막염이 의심되었다. 한편 입원 당일 실시한 소변검사는 2012. 6. 26. 11:51경 그 결과가 나왔다.

○○병원 의료진은 2012. 6. 26. 12:40경 망인을 수술실이 있는 병동의 병실로 전실한 후 13:40경 망인의 혈압이 60/40mmHg로 하강하고 산소포화도도 85%로 떨어지자 망인에 대한 응급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결과 상당한 양의 농양과 2cm의 S자 결장 천공이 발견되었고, 장벽의 부종 상태가 관찰되었다.

6) 수술 후 망인은 2012. 6. 26. 20:26경부터 의식이 저하되고 맥박이 분당 14회로 떨어지면서 심전도상에 심실세동을 보이는 상태가 되어, ○○병원 의료진은 전기충격과 심장마사지 등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다.

그 후 망인은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동이 회복되었으나, 뇌기능은 회복되지 않았고, 패혈증, 췌장염, 협심증, 폐렴 등이 지속되어 이에 대한 치료를 받다가 2012. 7. 9.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극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여 ○○병원에 재내원하였다가 입원하였고, 금식시간 문제로 입원 즉시 초음파와 CT 검사가 실시되지는 않았으나, CT 검사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6시간의 금식시간이 지난 후에도 망인은 거듭된 진통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입원 당시의 측정 가능한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는 정도와 유사한 극심한 통증을 계속 호소하였으며, ○○병원 의료진은 마약성 진통제 페치딘까지 거듭 투여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입원 당시의 혈액검사 등에 대장 천공 및 복막염이 발생하였다고 확신할 만한 검사수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병원의 당직의 등 의사로서는 망인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여 압통, 반발통, 복부 강직 여부 등 이학적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CT 검사 등 추가적인 응급 검사와 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당직의 등 의사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아서 보호자가 항의했던 것으로 보이고, 의사가 망인에 대하여 직접 압통, 반발통 등 이학적 검사를 실시했는지 여부와 그 결과에 대한 소견을 기록한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으며, 2012. 6. 26. 03:15경 의사의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전화로 이루어졌는바, 입원 당일 야간과 새벽에 의사가 극심한 통증을 계속 호소하는 망인의 상태를 이학적 검사 등을 통하여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진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진통제만 처방한 점은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CT 검사 결과 및 수술에 의하여 확인된 천공의 길이, 복강 내에 퍼진 장 내용물의 양, 농양 및 염증 등에 의하면, 입원 당일 야간 혹은 다음 날 새벽에 의사가 망인을 직접 진찰하여 이학적 검사를 실시하였다면 조기에 CT 검사가 실시되고 천공이 발견되었을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병원 의료진에게는 극심한 복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망인에 대한 경과관찰 등의 의료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CT 검사가 가능한 이후에도 이를 실시하지 아니하여 결장 천공 등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신속한 수술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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