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교통안전기금의 재원의 하나로 운송사업자 등에 대하여 부과되는 분담금의 법적 성격
2.위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교통안전공단법 제17조가 포괄적 위임입법으로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교통안전기금의 재원의 하나로 운송사업자들 및 교통수단 제조업자들에 대하여 부과되는 분담금은 교통안전사업의 재정충당을 위한 특별부담금(Sonderabgaben)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그 사용목적이 교통안전사업으로 제한되며 부과대상자가 특정사업자들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조세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나, 공익사업의 재정충당을 위하여 부과된다는 점에서 조세유사적 성격을 가진다.
2.위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교통안전공단법 제17조는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요소인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한 기본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분담금 납부의무자로 하여금 분담금 납부의무의 내용이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권 행사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를 남김으로써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 포괄적인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교통안전공단법(1990. 8. 1. 법률 제4254호로 개정된 것) 제17조(분담금의 비율 등) 제13조 제2항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한 자(이하 “분담금의 납부의무자”라 한다)가 납부하여야 할 분담금의 분담방법·분담비율 기타 분담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교통안전공단법 제13조(기금의 설치 및 재원) ① 공단의 운영 및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에 충당하기 위하여 공단에 교통안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1979. 12. 28. 법률 제3185호)
② 기금은 다음 각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1993. 3. 10. 법률 제4546호로 개정된 것)
2.자동차, 철도차량, 산업차량, 선박 및 항공기를 제작하거나 조립하는 자의 분담금
3.정부 및 정부 이외의 자의 출연금
4. 기금의 운영에 의하여 생기는 수입금
참조판례
2.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헌재 1994. 7. 29. 92헌바49 등, 판례집 6-2, 64
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헌재 1997. 5. 29. 94헌바22 , 판례집 9-1, 529
헌재 1998. 6. 25. 95헌바35 등, 판례집 10-1, 771
당사자
제청법원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제청신청인거양해운 주식회사 외 47인
당해사건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6가합2423 분담금
주문
교통안전공단법 제17조(1990. 8. 1. 법률 제4254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외 ○○안전공단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교통안전공단법 제13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교통안전기금의 분담금 납부의무자인 제청신청인들을 상대로 1992년분, 1993년분, 1994년분 분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96가합2423)을 제기하였다.
제청신청인들은 위 소송계속중 위 법원에 해운법에 의한 해상화물 운송사업자 등의 분담금을 교통안전기금의 재원의 하나로 규정한 교통안전공단법 제13조 제2항 제1호, 제2호, 분담금의 납부의무자가 납부하여야 할 분담금의 분담방법, 비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같은 법 제17조, 분담금의 납부통지, 독촉, 체납액의 징수, 시효에 관한 같은 법 제18조, 제19조, 제19조의2, 제21조 등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위 법률조항 중 같은 법 제17조에 대한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교통안전공단법 제17조(1990. 8. 1. 법률
제42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7조(분담금의 비율 등) 제13조 제2항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한 자(이하 “분담금의 납부의무자”라 한다)가 납부하여야 할 분담금의 분담방법·분담비율 기타 분담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3조(기금의 설치 및 재원) ①공단의 운영 및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에 충당하게 하기 위하여 공단에 교통안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1979. 12. 28. 법률 제3185호)
②기금은 다음 각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1993. 3. 10. 법률 제4546호로 개정된 것)
2.자동차, 철도차량, 산업차량, 선박 및 항공기를 제작하거나 조립하는 자의 분담금
3.정부 및 정부 이외의 자의 출연금
4. 기금의 운영에 의하여 생기는 수입금
2. 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분담금의 분담방법·분담비율에 관한 기준이나 한계를 규정함이 없이 분담방법·분담비율의 결정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하였다. 이는 어떤 사정을 고려하여 어떤 내용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분담금 납부의무의 중요
나. 제청신청인들의 의견
분담금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고 특별이해관계인에게만 공공사업의 경비를 부담시킨다는 점에서는 조세와 차이점이 있으나,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부과·징수되는 점에서는 조세와 동일하므로, 분담금에 관하여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적용 내지 유추적용되어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의 파생원칙인 과세요건 및 과세표준 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덧붙여 주장하는 외에는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다. 교통안전공단 대리인의 의견
교통안전공단법은 분담금의 조성재원 및 분담자와 분담금의 징수절차, 체납액의 징수절차 및 분담금의 소멸시효 등 분담금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분담금의 분담방법·분담비율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더라도, 이로써 분담금 납부의무의 존부 및 범위를 결정하거나 이를 개략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든지, 분담금 납부의무자의 지위를 현저히 불안하게 한다고는 할
수 없다.
라.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3. 판 단
가. 이 사건 분담금의 법적 성격
교통안전공단법(1979. 12. 28. 법률 제3185호, 최종개정 1995. 1. 5. 법률 제4927호)은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을 설립하여 교통사고의 예방을 위한 사업을 행하게 함으로써, 교통안전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공단은 교통안전에 관한 교육·계몽·홍보 등 제6조에 규정된 사업을 행하는데, 공단의 운영 및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에 충당하기 위하여 공단에 교통안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하고, 그 기금은 운송사업자들(육상·해상·항공 및 철도) 및 교통수단 제조업자들의 분담금(이하 “이 사건 분담금”이라 한다)과 정부의 출연금 등의 재원으로 조성된다(제13조).
교통안전기금은 정부의 출연금 또는 분담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의 일종이고, 이와 같은 기금은 기금관리기본법 제2조에 따라 별표에 규정한 75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설치할 수 없다. 교통안전기금의 재원의 하나로 부과되는 이 사건 분담금은 교통안
전사업의 재정충당을 위하여 운송사업자들 및 교통수단 제조업자들에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Sonderabgaben)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분담금은 사용목적이 교통안전사업으로 제한되고, 부과대상자가 특정사업자들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조세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나, 공익사업의 재정충당을 위하여 부과된다는 점에서 조세유사적 성격을 가진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
(1)교통안전공단법은 기금의 설치목적(제6조·제13조), 분담금의 납부의무자(제13조), 징수 및 체납처분(제18조 내지 제20조), 시효(제21조)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분담금의 분담방법·분담비율 기타 분담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그 시행령 제16조는 분담금 납부의무자의 분담비율 및 분담방법을 규정하였다.
(2)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형성기능은 원칙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써 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입법화된 정책을 집행하거나 적용함을 임무로 하는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아니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명시하는 한편,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도록 하여 위임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법률에 미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둠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 제75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임입법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반면에,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89).
(3)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은 분담금 납부의무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서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은 그 내용이 법률로써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조세유사적 성격을 가지는 이 사건 분담금은 납부의무자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는 조세법규의 경우에 준하여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가사 분담금 납부의무자들의 종류·규모 및 숫자, 교통수단의 종류·가격 및 숫자 등이 매우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법률보다 더 탄력적인 행정입법에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과 관련된 세부적 사항의 결정을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위임되는 내용의 기준이나 한계를 명시하는 등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하고, 납부의무자로 하여금 납부의무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하여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치는 것은 헌법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즉, 교통안전공단법이 이 사건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련한 세부적 사항의 결정을 위임하는 경우에는 법률 자체에서 적어도 분담방법의 대강을 정하고, 분담비율을 정하는 기준이나 분담비율의 상한을 정해 두어야 할 것이다.
(4)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 사건 분담금의 분담방법이나 분담비율을 스스로 정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분담방법의 대강이나 분담비율을 정하는 기준 및 분담금의 상한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한 채,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과 교통안전공단법의 전반적인 체계, 기금의 설치목적 및 분담금 납부의무자 등에 관한 관련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규정될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의 내용이 대강 어떤 것이 될 지를 전혀 예측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요소인 분담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한 기본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분담금 납부의무자로 하여금 분담금 납부의무의 내용이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권 행사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를 남김으로써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 포괄적인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주심)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