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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6. 25. 선고 2007헌바25 판례집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등 위헌소원]
[판례집21권 1집 784~81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산입을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나. 위 조항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위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형법 제57조 제1항은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한다. 더욱이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이와 같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2.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 부분은 입법자가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서 가정파괴의 결과에 이르는 성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 위하여 특별법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인바, 보호법익의 중요성,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그 자체로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입법자는 특수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인데 위 결단이 자의적이라 보기 어렵고, 법률상 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 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하므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강제추행이 경우에 따라서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 범행 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

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조대현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대한 보충의견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바, 형법 제57조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재판관 이동흡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미결구금은 헌법에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법정의 구속기간 내에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하여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바, 그 재량행사에 따른 입법이 명

백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부 본형에 산입하여야만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체 미결구금기간은 다양한 성격의 기간이 합쳐져 있다는 점, 각 미결구금기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무상 심리에 필요한 기간, 심리지연미결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본형에의 산입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공평의 관점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단지 특수강도죄와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죄질과 범정이 크게 다른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면서 일률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과도하게 높인 반면 성폭법 제6조 제2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 당시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행위의 불법성과 가벌성에 있어서, 후자가 전자보다 위와 같은 편차를 정당화할 만큼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그 죄질 및 법익침해 정도를 고려할 때 양자의 차이가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하고 그것이 특수강도죄와 결합하면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어 특수강도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데, 이처럼 벌금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경미한 강제추행행위까지 강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상대화된다고 볼 수는 없고, 죄질의 차이가 나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를 서로 다르게 규율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 제57조(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통산) ①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은 징역, 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의 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4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6조(특수강간 등) ①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방법으로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제1항 또는 제

2항의 예에 의한다.

④ 제1항의 방법으로 신체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도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의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상소제기 후 판결 전 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상소를 기각할 경우에 상당한 이유 없이 상소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상소제기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중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로부터 상소이유서제출기간 만료일까지의 일수는 이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①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482조(상소제기 후 판결 전 구금일수 등의 산입) ① 상소제기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다음 경우에는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

1. 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때

2. 검사가 아닌 자가 상소를 제기한 경우에 원심판결이 파기된 때

② 상소제기기간중의 판결확정 전 구금일수(상소제기후의 구금일수를 제외한다)는 전부 본형에 산입한다.

③ 상소기각 결정 시에 송달기간이나 즉시항고기간 중의 미결구금일수는 전부를 본형에 삽입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을 형기의 1일 또는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⑤ 상소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상소중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에 준하여 통산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6-878

헌재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 26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1 , 판례집 13-2, 699, 703

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 판례집 15-2하, 311, 320-321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2. 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39, 553

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77-580

헌재 2006. 4. 27. 2005헌가2 , 판례집 18-1상, 478, 484

당사자

청 구 인 신○성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정진

당해사건법원 2006도7882 강도상해[인정된 죄명: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강제추행상해

주문

1.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항“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6. 4. 11. 04:40경 창원시 중앙동에 있는 이마트 북문 앞 노상에서, 피해자 권○순(여, 37세)에게 뒤에서 달려들어 흉기인 길이 20cm의 과도를 목에 들이대며 “말 안 들으면 죽인다. 가진 돈을 다 내놔라”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로부터 그 소유의 현금 172,000원과 시가 700,000원 상당의 피디에이 휴대폰 1대를 빼앗아 이를 강취하고, 계속하여 왼손으로 피해자의 유방을 주물러 강제로 추행하던 중 피해자가 두 손으로 과도의 칼날을 잡고 밀치면서 “강도야”라고 소리치자 위 과도로 피해자의 목을 1회 찌르고 왼쪽 어깨를 1회 찔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견갑부 등에 대한 다발성열상 등을 가하였다.

(2) 청구인은 위와 같은 범죄사실에 관하여 2006. 8. 23. 창원지방법원(2006고합84)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항, 형법 제334조 제2항, 제333조, 제298조가 적용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항소하였으나 2006. 10. 26

. 부산고등법원(2006노557)으로부터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았으며, 2007. 2. 8. 대법원(2006도7882)으로부터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아 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항소심 법원은형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항소심의 미결구금일수 58일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고, 대법원은 상고심의 미결구금일수 105일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다.

(3) 청구인은 상고심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형법 제57조 제1항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6초기478)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라 하고, 위 조항에서 정한 죄를 ‘특수강도강제추행죄’라 한다)과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하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라 한다)의 각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특수강도강간 등) ②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4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57조(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통산) ①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

[관련규정]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334조(특수강도) ①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성폭법 제6조(특수강간 등) ①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방법으로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의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상소제기 후 판결전 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상소를 기각할 경우에 상당한 이유없이 상소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상소제기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 중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로부터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만료일까지의 일수는 이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형사소송법 제482조(상소제기 후 판결 전 구금일수 등의 산입) ① 상소제기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다음 경우에는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

1. 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때

2.검사가 아닌 자가 상소를 제기한 경우에 원심판결이 파기된 때

② 상소제기기간 중의 판결확정 전 구금일수(상소제기 후의 구금일수를 제외한다)는 전부 본형에 산입한다.

③ 상소기각결정 시에 송달기간이나 즉시항고기간 중의 미결구금일수는 전부를 본형에 삽입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을 형기의 1일 또는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⑤ 상소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상소 중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에 준하여 통산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강제추행은 강간에 비해 그 죄질과 행위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불법성의 정도도 강간의 그것을 훨씬 넘는 것에서부터 매우 경미한 것까지 포함하고 있음에도 성폭법 제5조 제2항에서는 특수강도의 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의 법정형을 강간죄를 범한 때와 동일하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와 강간의 결합범으로, 양죄는 신분범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구체적인 성폭력행위의 태양을 달리하므로 성폭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에 대한 형벌은 행위태양에 따른 불법내용과 책임의 정도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해져야 한다. 그러나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규정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경우 최하 법정형이 10년으로서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하여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한,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의 법정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제298조는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각 규정하여 그 법정형을 달리하고 있고, 성폭법 제6조에서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제1항)에,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제2항)에 각 처하도록 따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특수강도의 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행의 범행만 하면 강간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률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2) 형사재판에서 상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하지 않고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에 따라 일부만 산입하는 것은 그 산입기준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적법절차원칙에도 반한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으로

인하여 구속 피고인은 상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불구속 피고인에 비하여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평등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1)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그리고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특별형법법규를 제정한 경우에는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하여 그 특별형법법규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쉽사리 논단해서도 안될 것이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서 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의 원칙, 형벌의 체계 정당성, 평등의 원칙 등에 어긋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이어서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사사법의 공평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산입되는 일수는 사건의 성질, 심리경과 등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법관이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에 관하여 입법목적, 사건의 성질, 심리경과 등으로부터 그 산입기준을 찾을 수 있으므로, 그 기준이 모호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일부만을 산입하는 이유를 피고인에게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이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1)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가) 강제추행에서 극단적인 양태로 성적 쾌감을 얻는 가학적인 행위 등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나아가 통상적인 강제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

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존재한다. 가정파괴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려는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입법배경과 가정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보호법익의 중대성 및 성범죄의 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범행을 은폐한다는 동기의 불법성과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라는 범행 당시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특수강도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강간의 경우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을 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특수강도가 강제추행에 이르는 특수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처벌방법이 입법목적에 기여하며, 또한, 그 범죄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극히 거대하여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필요성 및 균형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 할 수 없다.

(나) 형사소송에 있어 남상소를 방지하는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구속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일수를 공제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의해 불산입되는 미결구금일수는 상소로 인하여 반드시 소요되는 기간 중 일부인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로부터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만료일까지의 기간에 불과한 점,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은 이유없는 상소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점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남상소를 방지하여 재판의 부당한 지연, 법원의 업무부담, 그로 인해 다른 국민들에게 미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공익과 사익 간의 적절한 균형성도 인정된다.

또한, 미결구금일수 산입제도 자체가 구속 피고인을 전제로 하는 제도인 점, 불구속 피고인은 자신의 생활이 제약받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법정에 출석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등 남상소의 위험이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 현저히 적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 구속 피고인과 불구속 피고인을 차별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요지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와 대체로 같다.

3.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에 대한 판단

가. 미결구금일수 산입에 대한 일반론

(1) 미결구금의 성격과 통산의 근거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선고 전의 구금, 즉 미결구금(未決拘禁)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하여 수사, 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일정기간 일정시설에 구금하여 그 자유를 박탈하게 하는 재판확정 전의 강제적 처분이고, 형의 집행은 아니다. 그러나 미결구금은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과 유사하고, 구금 여부 및 구금기간의 장단은 피고인의 죄책 또는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유죄의 경우에는 미결구금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는 것이 형평에 맞고 피고인들 사이에서도 공평을 도모할 수 있다(헌재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 26 참조).

(2) 우리나라의 미결구금산입제도

우리나라는 미결구금기간의 형기산입에 관하여, 형법 제57조 및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따라 법원의 재판으로 산입되는 ‘재정통산’제도와, 형사소송법 제482조에 따라 법률상 당연히 산입되는 ‘법정통산’제도를 두고 있다. 즉, 미결구금기간의 산입은 형법 제57조 등에 의한 재정통산을 원칙으로 하지만,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미결구금일수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법원의 재량개입이 없이 자동적으로 형기에 산입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법정통산규정을 보충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통산은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한 법관의 재량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판결에서 선고할 필요가 없고 선고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 반면(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재정통산에 있어서는 법관에게 그 산입 여부에 대한 재량은 없으나 산입의 범위를 결정할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3) 결국 미결구금이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함에도,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에 의하여 법관이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된다.

나.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

(1)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보장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된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의 역사에서 신체의 자유는 주로 통치권력과 지배자의 강압에 의하여 침해받아 왔으므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국가공권력으로부터의 보장이 중핵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신체의 자유는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의하여 침해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불가피한 제한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가형벌권의 부당한 행사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즉, 헌법 제12조 제1항 전문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같은 항 후문에서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기본권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원칙을 명시하고 그에 대한 입법권의 한계를 설정하여 두고 있으며,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2) 적법절차의 원칙

현행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3항 본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헌법상 명문규정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개정 전의 헌법 제11조제1항의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금ㆍ압수ㆍ수색ㆍ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당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1987. 10. 29.

제9차 개정한 현행 헌법에서 처음으로 영미법계의 국가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원리의 하나로 발달되어 온 적법절차의 원칙을 도입하여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며, 이 적법절차의 원칙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제39조, 1335년의 에드워드 3세 제정법률, 1628년 권리청원 제4조를 거쳐 1791년 미국 수정헌법 제5조 제3문과 1868년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문화되어 미국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자리잡고 모든 국가작용을 지배하는 일반원리로 해석ㆍ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으로서, 오늘날에는 독일 등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도 이에 상응하여 일반적인 법치국가 원리 또는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리로 정립되게 되었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6 참조).

이와 같이 현행 헌법상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하여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적법절차의 원칙이 독자적인 헌법원리의 하나로 수용되고 있으며 이는 형식적인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 법률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로 확대 해석하고 있고, 나아가 형사소송절차와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 이해된다. 더구나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과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따른 형벌권의 행사라고 할지라도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 적정성과 합헌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6-878 참조).

(3)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인신의 구속 자체를 제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 판례집 15-2하, 311, 320 참조).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국가의 수사권은 물론 공소권, 재판권, 행형권 등의 행사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고 그 신체의 자유를 해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권질

서의 중심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질서 내에서 형벌작용의 필연적인 기속원리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는, 공판절차의 입증단계에서 거증책임(擧證責任)을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제도, 보석 및 구속적부심 등 인신구속의 제한을 위한 제도, 그리고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금지 등이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1 , 판례집 13-2, 699, 703 참조).

다. 판 단

(1) 불구속수사원칙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정신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수사와 재판은 원칙적으로 불구속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 판례집 15-2하, 311, 321 참조). 이처럼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의 정신에 비추어 당연하게 해석되어 온 일반원칙은, 2007. 6. 1.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입법화되었다.

(2) 미결구금의 통산

그러므로 수사의 필요상 또는 재판절차의 진행상 불가피하게 피고인을 구금하더라도 이러한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한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국가의 형사소송적 필요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되었더라도, 미결구금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 구금기간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구금된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형사보상법 등에 의하여 미결구금일수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통산하게 된다.

(3) 재량통산과 그 목적

그런데 우리 형법 제57조 제1항은, 대다수의 입법례가 미결구금기간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하는 것과는 달리, 미결구금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 산입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濫上訴)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고 한다.

(4) 재량통산의 정당성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여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형기에 통산하는 것을 허용할 만큼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우선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나)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고, 미결구금상태에서의 정신적 긴장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고려할 때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른바 기결수(旣決囚)에 비하여 미결수(未決囚)가 교도소 내의 면회횟수의 제한, 이감(移監), 노역 등의 처우에 있어 유리하다는 반론이 있으나, 미결수에 대한 이러한 처우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인정되는 당연한 것이고, 기결수와의 위와 같은 차이는 기결수에 대한 교도소 내의 처우를 미결수에 맞추어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미결수의 구금을 기결수의 형집행에 비하여 차등평가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다) 구속 피고인의 책임으로 부당하게 재판이 지연된 경우에는 재판의 효율성을 위하여 미결구금기간 중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형기에 산입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형사소송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구금기간의 장단을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시키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

라, 설사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라) 형사소송절차에서 상소제도는 오판(誤判)을 시정하고 법령의 해석·적용을 통일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바, 상소권의 남용은 형사재판절차를 불필요하게 지연시킬 뿐 아니라 상소심 업무를 과중하게 하여 신속·적정한 사법(司法)운영을 방해하므로, 이를 예방하거나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상소권은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포함되는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바(헌재 1996. 10. 4. 95헌가1 등, 판례집 8-2, 258, 270;헌재 1999. 7. 22. 96헌바19 , 판례집 11-2, 73, 81 참조),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법원의 재량으로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형사재판에서 인신이 구속되어 검사에 비하여 불리한 상태에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재판절차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변론이나 증거신청을 하려 하다가도 위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 때문에 정당한 증거신청을 포기할 수도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미결구금일수를 산입하는 이상 그 산입일수는 법관의 자유재량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고(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758 판결;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 등 참조), 재정통산의 경우에 1심 판결이 피고인의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판결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며 일부 통산하지 아니한 미결구금일수에 대하여 상소심에 재량권이 없으므로(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대법원 1991. 4. 26. 선고 91도35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에 불복하는 구속 피고인이 상소심에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되어 사실상 구금기간이 연장되는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서 상소를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마)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 즉 적정한 사실조사 및 소송절차에의 출석 확보와 판결 후의 형벌의 집행을 담보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

로, 이러한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데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를 이용하여 소송의 지연이나 남상소의 방지라는 사법운영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구속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바)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적 상태로서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구속 피고인은 구속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불구속 피고인보다 불이익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인데, 나아가 유죄판결 확정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된다면 사실상 구금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자유형을 집행받는 피고인에 비하여 다시 한번 불리한 차별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5) 소 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ㆍ사실적 측면에서 유형ㆍ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미결구금의 이러한 본질을 충실히 고려하지 못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허용하였는바,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4.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 대한 판단

가. 헌법적 쟁점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는 모두 특수강도라는 행위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태양이 강제추행과 강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되는데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정형이 행위자를 책임 이상으로 과중 처벌하여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입법배경과 개정경위

(1) 형법은 강도가 부녀를 강간한 때를 강도강간죄로 규정하고 이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39조). 이 죄는 강도죄와 강간죄의 결합범으로 강도가 강도범행으로 야기된 반항불능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강도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강도강간죄의 발생건수가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강간의 동기도 일시적인 성충동에 의한 우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행해지게 되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도 강간 외에 피해자에게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강도범행이 야간에 주거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또는 주거가 아니더라도 흉기를 휴대하거나 다수인의 합동범 형태로 행해지는 경우에는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폭력상황에서 배우자 또는 다른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강간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이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의 개인적인 법익의 침해를 넘어 가정을 파괴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강도강간죄는 가정파괴범죄로서의 강도강간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적절한 일반예방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유형을 강간으로만 한정한 나머지 불법이나 책임의 내용에 있어 결코 강간보다 경미하다고 할 수 없는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전혀 대처할 수 없는 입법론적인 문제점만을 드러내었다.

(2) 이러한 배경 아래 1989. 3. 25. 법률 제4090호로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6 제1항은 야간주거침입형 또는 흉기휴대ㆍ합동범 형태의 절도 및 강도죄와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을 처벌할 수 있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 등을 신설하고 그 법정형을 가중하였다. 그 후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성폭법은 특수강도죄와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을 야간주거침입절도 등 절도범과의 결합범과 분리하여 따로 구성요건을 두고 그 법정형을 달리 정하였으며,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특수강도의 미수범도 특수강도에 포함시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77-578).

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지 않는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특별형법법규를 제정한 경우에는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하여 그 특별형법법규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쉽사리 논단해서도 안 될 것이다(헌재 2006. 4. 27. 2005헌가2 , 판례집 18-1상, 478, 484).

(2)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규정한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야간에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하여 또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를 하였거나 그 실행의 종료에 이르지 못한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와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의 결합범이다.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그 동기가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하려는 데에 있는 경우가 많고,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이러한 범행이 야간에 주거에서 발생하여 배우자 또는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통상적인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결과를 넘어 매우 심대하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이러한 경우에 행위자를 단순한 특수강도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하여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은 필요하고도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 보호법익의 중요성과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

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형법상 강도강간죄의 법정형에 사형을 추가하여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그 자체로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그 법정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바, 이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과도하게 넓지 않는 범위에서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39, 553 참조).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경우 입법자는 특수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법률상 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 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도 있으므로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법률상 전면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어떤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하

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된다(헌재 2009. 2. 26. 2008헌바9 등 참조).

(2) 그러나 범죄행위의 죄질과 그에 상응한 법정형을 규정하는 데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법정형이 수학적·기계적인 정비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고, 이는 입법기술상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범죄행위에 대하여 일정한 형벌을 규정하는 것은 그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응보효과 및 위하에 따른 범죄의 일반예방효과 등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인데, 죄질의 중한 정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비록 구체적 범죄유형에 따라 죄질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일반인이 느끼는 비난가능성이나 그 범죄의 일반예방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법정형의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범죄의 죄질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나타나기가 쉬운데, 예컨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를 단순히 비교하는 경우나 특수강도죄와 강도죄를 단순히 비교하는 경우라면 강간죄가 강제추행죄보다, 그리고 특수강도죄가 강도죄보다 그 죄질이 명백히 더 중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요구되는 형벌의 강도도 더 높아야 한다고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비교하는 경우라면 그 각각의 범죄 자체가 갖는 매우 높은 불법성 때문에 그들 상호간의 불법성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비교대상인 각 범죄행위의 죄질이 무거워질수록 그들 범죄 상호간 죄질의 상대적 차이는 줄어드는 것이다.

(3) 한편 강제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기삽입 외의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강간의 경우에 비해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여 성적 쾌감을 얻는 가학적인 행위(Sadistic Rape), 항문성교(肛門性交), 구강성교(口腔性交) 등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 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다. 따라서 강간과 강제추행을 일률적으로 구분하여 강간에 비해 강제추행을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오히려 불균형적인 처벌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79-580). 따라서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강간의 경우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을 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

마. 소 결

그렇다면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특수강도강간죄와 같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의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법정형이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하여 책임원칙에 반한다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비례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나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대한 재판관 이동흡의 다음 6.과 같은 반대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다음 7.과 같은 보충의견,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 대한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다음 8.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동흡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적법절차원칙, 무죄추정원칙 위반 및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

(1) 미결구금의 본질과 적법절차원칙 및 무죄추정원칙

(가) 다수의견은 미결구금 자체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적법절차원칙과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함으로써 수사, 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구금하는 강제처분인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헌법에서 법률과 적법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법정의 구속기간 내에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결구금은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하여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또한,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면이 있지만 미결구금이 형사사건의 수사와 형사소송을 진행하기 위하여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에서 불가피하게 행하여지는 재판확정전의 강제처분인 점에서, 사회일반의 법익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위하여 범죄에 대한 법률상의 효과로서, 피고인에 대하여 과하는 법익의 박탈인 형의 집행과는 그 법적 성격이 현저히 상이한 것이다. 따라서 미결구금은 그 내용면에서도 위와 같은 법적 성격을 반영하여 강제노역과 교육이 수반되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송되지 않는 등 형벌의 집행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미결구금기간이 본형에 산입되어야 할 논리적 필연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문제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지 형사소송 절차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이 인정한 미결구금의 기간을 어느 정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상당할 것인지의 문제일 뿐 무죄추정원칙에 기한 불구속재판원칙의 구현이나 구속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보장 등의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결구금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성질을 가진 것을 근거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이 무죄추정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헌법상 정당화되는 미결구금 제도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미결구금일수 전부 산입을 통하여 침해된 기본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므로 미결구금 및 미결구금산입 제도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이를 혼동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근거

미결구금은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기 때문에 적법절차원칙으로부터 유래하는 형사사법의 공평 내지 형평의 원리에 따라 그 기간을 선고된 본형에 산입하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수의견은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근거에 대하여 미결구금이 부득이한 것이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 구금기간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구금된 피고인이 재판의 결과 무죄로 된 경우에는 금전적 보상으로 전보되는 점에 비추어, 유죄의 경우에도 미결구금일수가 당연히 본형에 산입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재판의 결과 무죄로 된 경우는 미결구금이 결과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이 부당하게 겪은 구금을 희생으로 보아 미결구금기간 전부에 대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인바, 피고인이 유죄로 된 경우의 미결구금 본형산입을 피고인이 무죄로 된 경우의 그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에 의하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미결구금 자체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해 입게 되는 불이익은 피고인의 희생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미결구금일수 전부가 본형에 산입되어야 할 논리적인 근거는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절차의 확보라는 이유로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부과된 미결구금이라는 신체적 해악에 대하여 공정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사후적인 조정을 하는 것이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제도의 인정 근거라 할 것이다.

(3) 미결구금일수 본형산입에 관한 입법례와 재판실무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미결구금과 형집행에 대한 관점의 차이, 재판지연 등을 소송경제나 재판의 효율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이는 각국의 형사소송 구조나 상황 등을 종합하여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하여는 법률에 의한 당연산입을 원칙으로 하는 법정통산주의와 법원의 재량에 의한 임의적 산입을 원칙으로 하는 재정통산주의로 나눌 수 있는데 다수의 학설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은 법정통산주의를,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재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에 있어서도, 산입의 기준에 관해

서는 법률에서 이를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미결구금일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되,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인한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산입에서 제외하는 방식(전부산입설)과 원칙적으로 당해사건의 수사, 공판에 통상 필요한 기간과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생긴 미결구금일수는 이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연장된 구금일수만을 산입하는 방식(일부산입설)으로 학설 및 실무례가 나누어진다. 형법 제57조 제1항에 관한 우리나라의 재판실무는 원칙적으로 미결구금일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되,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피고인의 부당한 절차지연으로 인하여 심리기간이 연장되었는지 여부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에 따라 적절한 범위 안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를 본형산입에 제외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므로 재정통산주의 중 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일본의 재판실무는 기소 전의 구금일수는 산입하지 않는 것이 통상이고, 기소 후의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공판회수 등을 고려하여 산입일수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재판부나 검찰측의 사유로 공판기일이 변경되어 발생한 구금일수, 증인불출석 때문에 장기화된 구금일수 등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이 늘어난 구금일수는 본형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으므로 재정통산주의 중 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다수의 입법례가 우리나라와 달리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는 입법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위 국가들은 원칙적으로 법정통산주의를 취하면서도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일부만을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영국의 경우에 법원은 무익한 항소의 경우 항소제기 후 기간 전부 또는 일부를 산입에서 제외하도록 명할 수 있고, 독일의 경우에도 법원은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이 범죄 후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태도로 볼 때 정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된 때에는 그 산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이 모두 예외 없이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입법과 실무례를 종합하면 독일 등 법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4)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의 정당성

(가) 다수의견은 미결구금이 수사 또는 형사소송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피

의자 또는 피고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여야 인권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일부 산입하는 방식은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공평의 관점에서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이 인정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어떤 형태로 입법에 반영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 재량 행사에 따른 입법이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이를 위헌이라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부 본형에 산입하여야만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형사소송법상 유죄판결 확정 전후로 구별되면서 상이한 법적 지위를 갖는 기결수와 미결수의 구분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미결구금기간은 그 성격이 다양하여 통상의 재판절차진행에 필요한 기간,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 피고인 이외의 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 예컨대 재판지연만을 목적으로 한 불출석이 명백한 증인의 반복신청으로 인하여 지연된 기간 또는 변론종결 단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한다는 명목의 기일속행신청으로 인하여 지연된 기간 등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소송지연 등을 위해 악용하는 기간까지 법정통산을 하게 되면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기간이 형기에 산입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체 미결구금기간은 다양한 성격의 기간이 합쳐져 있다는 점, 각 미결구금기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무상 심리에 필요한 기간, 심리지연 등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사건의 진행상태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본형에의 산입 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위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와 같이 재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재판실무에서는 일반적으로 당해사건의 수사, 공판에 통상 필요한 기간의 미결구금은 피고인이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를 초과하는 구금일수만을 본형에 산입하고 있으며, 일본 최고재판소도 심리에 필요한 미결구금일수를 항상 본형에 산입하여야 할 법률상, 실제상의 이유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 다수의견은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의 예외에 대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결구금이 효과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법률적 성질은 형의 집행이 아닌 강제처분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미결구금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미결구금의 기간은 형사사법의 공평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를 사후적인 조정으로서 본형에 산입하도록 한 것이므로 미결구금일수를 반드시 전부 산입하지 아니하고 일부 산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를 가중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신체의 자유의 최대한 보장은 구속의 필요성이나 구속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적용과 구속기간, 보석 등 구속제도에 대한 입법, 행정, 사법적 개선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야 할 것이지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다수의견은 형사소송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구금기간의 장단을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시키기도 쉽지 않고, 비록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행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결구금 자체는 형사소송 절차상의 목적을 위한 강제처분이지 확정된 형의 집행이 아니므로 구금 여부 및 구금기간의 장단이 피고인의 죄책 또는 귀책사유가 아니라 형사절차상의 사유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또한,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형의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수사 및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이 인정한 미결구금일수를 어느 정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서 상당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의한 소송절차 지연의 경우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를 산입에서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공평의 관점에서 타당하다 할 것이며, 영국과 독일에서도 이러한 취지에서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를 문제 삼아 미결구금일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 산입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고, 재정통산주의를 취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피고인에게 책임

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연장된 경우의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산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5) 소 결

미결구금일수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형사사법상의 공평과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에서 더 나아가 반드시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여야만 형사사법의 공평, 인권보호의 목적을 달성하고, 적법절차원칙과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 다수의견은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유리한 변론이나 증거신청을 포기하도록 하고,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의하여 재판청구권의 제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형의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형사소송절차상 불가피한 강제처분인 미결구금의 기간을 어느 정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 비추어 상당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그 산입의 정도를 법관의 재량으로 정하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형사사법의 공평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재판청구권과 직접 관련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의 존재로 인하여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 또는 유리한 양형을 위한 증거신청 등 재판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받는다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상소권 행사와 관련된 재판청구권의 제한 여부는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아니라 피고인 등의 상소를 기각할 경우 상당한 이유 없이 상소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상소제기 후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 중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부터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만료일까지의 일수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고, 설령 상소심에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을 적용하여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앞서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 심리지연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는 것일 뿐 상소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므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2)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다수의견은 구속 피고인의 미결구금일수를 법관의 재량으로 일부 산입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불구속 피고인에 비하여 구속 피고인을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선 이 사건에서 비교집단이 되는 구속 피고인과 불구속 피고인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여 차별취급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관련 헌법규정과 당해 법 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는데(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701;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 판례집 13-2, 714, 727-728),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미결구금 상태인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상 불가피하게 자유를 제약하는 실질을 고려하여 공평의 관념상 그 기간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불과하고 불구속 피고인과 달리 구속 피고인을 차별 취급하고자 하는 목적과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 두 개의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으로 인하여 구속 피고인과 불구속 피고인 사이에 자의적인 차별이 존재한다는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구속 피고인과 불구속 피고인을 동일시한 잘못이 있다.

라. 결 론

그렇다면,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7. 재판관 조대현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에 대한 보충의견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지며(헌법 제10조 후문), 공익을 위하여 부득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특히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기본권으로서 보다 강력하고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법 제12조).

이러한 헌법상의 원칙에 따라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자를 구금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경우에, 유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고(형법 제57조),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미결구금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형사보상법 제1조). 이러한 제도들은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자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구속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기 위하여 미결구금기간을 형벌기간에 산입하거나 보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미결구금기간을 형벌기간에 산입하여 신체구속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최소화시키는 조치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제한사유는 신체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야 하고, 그 경우에도 최소한도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형법 제57조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8.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형벌의 한계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작용인 형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하여 ‘책임 없이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책임원칙에 구속되고, 형벌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후ㆍ보충적으로 발동되어야 하며, 실효성을 넘는 과중한 형벌이 부과되어서는 아니된다.

한편 형벌에 대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가 입법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재량은 위와 같은 한계를 넘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므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헌법 제10조에 의한 내재적 한계 이외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합리적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며,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벌법과 같이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헌재 2006. 4. 27. 2006헌가5 , 판례집 18-1상, 491, 497 참조).

나. 형벌의 체계 정당성 및 평등원칙의 위배

(1) 기본법인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체적인 법정형은 개별적인 보호법익에 대한 통일적인 가치체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형법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비하여(형법 제297조),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바(형법 제298조), 이와 같이 형법은 양 죄의 보호법익, 일반인의 법감정 및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강간죄의 불법 정도와 비난가능성이 강제추행죄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높다는 전제에서 강간죄의 법정형을 강제추행죄의 법정형보다 현저히 높게 설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단지 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와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죄질과 범정이 크게 다른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면서, 그것도 법정형의 하한을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과도하게 높여 놓았다.

(2) 또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특수강도의 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

행’의 범행만 하면 일률적으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서,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거나 흉기를 휴대하거나 또는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의 죄를 저지른 자가 ‘강제추행’의 범행만 하면 설사 특수강도가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되는 반면, 성폭법 제6조 제2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 당시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법관이 양형을 하는데 있어서 후자(後者)의 경우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까지도 가능하지만 전자(前者)의 경우에는 법정형에 ‘사형·무기징역’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되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된다.

그러나 행위의 불법성과 가벌성에 있어서, 후자가 전자보다 위와 같은 편차를 정당화할 만큼 가볍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전자에 있어서 특수강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후자의 범행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되는바, 그 죄질 및 법익침해 정도를 고려할 때 양자의 차이가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다수의견은, 강제추행이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 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으므로, 입법자가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에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은 당해 범죄의 일반적인 죄질과 보호법익에 따라 상한과 하한이 정하여지고, 법관은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위 범위 내에서 죄질과 범정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양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형벌의 체계정당성에 반하여 과도한 지의 여부는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양형범위가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다양한 태양의 범죄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지에 따

라 결정되고,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평등원칙에 반하여 다른 범죄에 대한 그것보다 지나치게 높은지의 여부는 범죄의 일반적인 죄질과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형법상 강제추행행위로 인정되는 행위유형은 그 범위가 매우 넓어서, 강간에 못지 않은 불법성을 지닌 행위(가령 항문성교, 구강성교 또는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행위)도 포함되지만, 강간에 비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훨씬 경미한 경우 또한, 포함된다. 즉,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하지만,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강제추행죄의 이러한 다양성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규정도 예상하고 있다. 즉, 형법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이는 곧 강제추행죄의 경우 강간죄에 못지 않게 불법성이 중한 경우가 있음을 반영함과 동시에(즉,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함으로써 일정한 강간행위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이 상당한 강제추행행위가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벌금형에 처하는 것으로 충분한 매우 경미한 유형의 강제추행행위 또한,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하고 그것이 특수강도죄와 결합하면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어 특수강도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데, 이처럼 벌금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경미한 강제추행행위까지 강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상대화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4) 한편 양자를 서로 동일하게 볼 수 없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나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를 서로 다르게 규율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같은 성폭법 중 입법자는 제6조 제1항에서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죄를 범한 경우에 대하여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에 대하여 3년 이상의 유기

징역형을 부과하여 강간과 강제추행을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다.

(5)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소 결

결국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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